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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의 가치’라는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물 흘리듯 흘려보냈던 이 문구가 요즘 들어 부쩍 생각이 난다. 잊고 지내던 무언가가 다시금 떠오른다는 것은, 지금 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

나 혼자 잘 산다?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시대가 왔다고 한다. 혼자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다니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며 우리는 혼자서도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시간 속에서 가끔씩 공허함이 찾아와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라고 가볍게 치부하기도 한다.

두레와 품앗이는 어떤가. 함께하는 것의 특별함을 말해주는 선조들의 아름다운 유산이다. 같이 일하고 같이 생활하며,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그 이상이 모였을 때 더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오래된 경험은 말해주고 있다.

정영훈 (뿌리센터 34기 인턴)

정영훈 (34기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혼자’가 난무하는 시대에 ‘같이’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다. 지금도 다양한 곳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무언가를 하고 있다. 당장에 답을 찾아내거나,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 과정에는 희망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행복한 공동체

그런 의미에서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활동은 내게는 조금 특별하다. 뿌리센터에서는 누구에게나 잠재된 공동체성의 발현을 지향하며 출발한 ‘행복한 아파트 공동체(행아공)’ 사업을 하고 있다.

아파트라는 현대 도시의 주거형태에서 사람들 사이는 차가운 벽으로 막혀있다. 행아공은 그 분절된 공간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사라져가는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서 작은 움직임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각각의 공간과 사람들이 가진 특성에 맞춰서 진행하기 때문에 ‘행아공’이라는 같은 사업으로 묶여 있어도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은평구 구파발 10단지에서는 아파트 주민이 중심이 되어서 따뜻한 정이 흐르는 공동체를 만들려고 한다. 강서구 내발산동 대학생 공공기숙사에서는 대학생들이 주체가 되어서 서로 고민을 나누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내용은 다르지만 함께 하는 활동에서 찾는 행복이라는 목표는 모두 마찬가지다. 서로 음식을 가져와서 함께 나누면서 웃고 떠들거나, 머리를 맞대고 신나는 축제를 기획하면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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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억지로 다른 사람들과 부대껴 살아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날, 삶이 허전하고 외롭게 느껴질 때 내 옆에 있는 사람들, 내 옆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손을 내민다면 슬그머니 잡아보길 바란다. 그 따스한 온기와 소소한 즐거움을 경험한다면 아마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다.

누군가 ‘나 혼자 잘 산다!’ 라고 외칠 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함께 하면 더 잘 살 수 있다!’

글_정영훈 (34기 뿌리센터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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