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듯 공부하자

두 명의 필자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일들을 소개합니다.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혁신·교육思考
(11) 게임하듯 공부하자

2011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여가시간 활용 방법 중 두 번째로 많은 대답이 나온 활동은 컴퓨터 게임, 인터넷 검색 활동(26.2%)이다. 컴퓨터뿐 아니라 모바일 환경에서의 게임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추세를 보면 미래를 주도할 다음 세대는 게임을 일반적으로 즐기고, 게임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세대라 할 수 있다.

게임을 즐기는 세대에게 공부하는 것, 배우는 것이란 어떤 것일까. 학교에서의 배움과 공부는 더 좋은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은가? 학교 안에서나 학교 밖에서나 배움과 공부는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지 ‘즐거워서 하고 싶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만일 공부가 게임처럼 즐겁다면? 공부를 게임처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게임, ‘사회악’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가능성’의 경계에 서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게임 셧다운제 등 게임이 큰 사회 문제로 조명되고 있고 학교 폭력의 주범인 듯 논의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게임의 교육적 효과와 긍정적 효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기능성 게임’이라는 키워드로 지속적으로 논의되고는 있지만 아직 게임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주류로 대접받고 있지 못하다. 게임의 교육적, 긍정적 기능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볼 만한 논의들은 아래와 같다.

1) 교육의 게임화(Gamification)

2009년 발간된 MIT의 교육 아케이드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지속적인 노력,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 문제 해결 능력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또한 게임은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피드백을 주어 적절한 배움을 제공할 수 있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한다. 이런 게임의 속성을 교육에 적절하게 도입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놀라운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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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퀘스트 기반 학습

게임의 교육적 효과를 ‘퀘스트 기반 학습(Quest Based Learn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도 있는데, 보이스 주립 대학(Boise state university) 크리스 하스켈(Chris Haskel) 박사는 전통적 교육과 게임을 통한 퀘스트 기반 학습의 차이점을 아래의 그림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학교에서 교과서를 활용한 교육이 단선적이며 개인 맞춤형 교육을 달성하기 어려웠다면, 퀘스트 기반 학습에서는 개인별로 다양한 발전 경로를 가질 수 있고 동기부여가 더 잘 되며 개인의 발전 속도와 수준에 따라 알맞은 경로와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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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회 변화를 위한 게임

<누구나 게임을 한다>의 저자이며 게임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은 게임을 하는 것이 학습 효과를 증진시키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아래와 같은 측면에서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1. 즉각적인 낙관주의(Urgent Optimism) : 어떤 문제 상황에서 성공에 대해 합리적인 희망을 가지고 즉시 도전하려는 욕구를 불러 일으킴.
2. 사회 관계망 형성(Social Fabric) :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을 통해 강한 유대관계를 경험하게 됨.
3. 더 없이 행복한 생산성(Blissful Productivity) :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어떤 것보다 게임을 하는 것을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음.
4. 웅대한 의미(Epic Meaning) :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장대한 서사 구조 안에서 장엄한 임무에 연관되는 것을 좋아함.

이런 특성을 통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함으로써 큰 의미를 발견하고 생산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 : 제인 맥고니걸의 TED 강연)

게임, 교육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게임을 어떻게 교육에 접목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시도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시도들은 비디오 게임 자체를 교육에 활용하는 형태, 게임 속성을 갖춘 웹 플랫폼을 이용한 교육, 그리고 게임의 요소를 교실 안으로 반영한 교육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1) 비디오 게임 자체를 교육의 도구로

비디오 게임을 교육 도구로 이용하는 사례들은 이미 다수 존재하며 시장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영역이다.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관련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이번 글에서는 생략한다.

2) 게임 속성을 가진 웹 플랫폼을 통한 교육

게임 자체는 아니지만 게임이 가지고 있는 레벨과 포인트 시스템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언어 학습을 돕는 사례로 듀오링고(Duolingo)를 살펴볼 수 있다. 듀오링고는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어 등의 학습을 제공하는데 웹, 앱에서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로그인을 하면 내가 학습하고 있는 언어와 단계를 표시하는 마이페이지가 제공되며, 각각의 단계는 퀴즈를 풀듯이 제공되어 쉽게 학습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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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오링고. 다양한 기기에서 학습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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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블릿에서 듀오링고 앱을 실행했을 때 모습. 단계별 학습을 할 수 있다.

듀오링고는 친구 등록과 팔로우 개념 등 소셜미디어적 속성을 반영하여 언어를 학습할 때 꾸준히 학습하는 것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을 제공하고 있다.

3) 교실을 놀이 공간으로 : 게임 같은 학습(Game-like Learning)

앞의 유형들에 해당하는 사례는 기술적인 의존도가 높은 교육이므로 실제 바로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교육 활동가들이 보다 주목해서 살펴볼 만한 사례로, 교실 안에 게임의 요소를 도입한 학습을 제안하고 이를 위한 연구와 실험을 하는 곳인 놀이 연구소(Institute of Play)의 ‘퀘스트 스쿨(Quest School)’ 실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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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연구소는 뉴욕 시와 협력하여 실제 게임과 놀이를 기반으로 하여 운영되는 공립학교를 운영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의 교실은 아래와 같이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게임을 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실제 사례 중 하나는 캐터필라(Caterpillar)라고 하는 게임이다. 일종의 보드 게임으로 학생들이 ‘빈도(frequency)’에 대한 개념을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된 게임이다. 학생들은 주사위를 던져 결과에 따라 색칠된 나무 블록을 보드 위에 세워 애벌레(caterpillar)를 만들어 간다. 가장 긴 애벌레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며 이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숫자들의 합을 계산하여 그래프를 그린다. 교육자는 교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이 게임을 이어가는 것을 모니터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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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벌레를 만드는 게임을 통해 ‘빈도’에 대한 개념을 배우는 모습

또 다른 사례로는 ‘스몰즈 박사’ 게임이 있다. 생물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스몰즈(DR. Smallz) 박사로부터 쪽지를 받게 된다. 스몰즈 박사는 한 여성을 구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어떤 사건에 의해 관련 지식을 잊어버렸다. 학생들은 스몰즈 박사의 쪽지를 현미경으로 확인하고, 여성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함께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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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몰즈 박사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여성을 구하기 위한 게임이 진행되는 모습

게임의 긍정적 요소, 내가 있는 현장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내가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게임의 요소에 맞춰 설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적용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놀이 연구소에서는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퀘스트 러닝 학교(Quest Learning School)와 커리큘럼 기획을 위한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자료를 바탕으로 각자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1. 게임 같은 학습의 7가지 원칙을 확인하고 교육 활동에 특별히 적용할 만한 원칙은 무엇일지,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놀이 연구소는 게임 같은 학습에 대해 7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각각 다음과 같다.

1) 모두가 참여자이다.
2) 변화는 계속된다.
3) 배움은 실행할 때 일어난다.
4) 피드백은 즉각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5) 실패는 되풀이되면서 재구성된다.
6)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7) 놀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2. 미션과 퀘스트, 레슨의 개념을 확인하고 교육 과정을 각 개념에 맞게 구성해보자.

게임 같은 학습은 3가지 중요한 요소들로 구성되는데, 가장 상위 개념은 미션이다. 10~15주 정도의 기간 동안 학생들이 풀어야 할 과제가 바로 미션이 되겠다. 미션은 몇 개의 하부 단위인 퀘스트로 이뤄지는데 2~5주 지속되는 단위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 퀘스트는 다시 몇 개의 레슨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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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게임 같은 학습을 기획하는 과정을 확인하고 각 단계별 시트를 활용하여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작성해보자.

미션과 퀘스트, 레슨을 결정하고 준비하는 7단계의 과정이 게임 같은 학습을 기획하는 과정이 된다.

가장 먼저 미션을 설정하고 이 미션을 준비하기 위해 1. 학습을 위한 목표와 큰 틀의 아이디어를 고안, 2. 미션을 둘러싼 스토리 생성, 3. 학생들이 어떤 활동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설계, 4. 필요한 도구와 재료 목록 작성의 순서로 미션을 준비한다. 그 다음으로는 5. 퀘스트를 설정한다. 관련된 기준들을 마련하여 이를 바탕으로 퀘스트를 개발한 후, 6. 퀘스트의 세부 내용을 준비한다. 그리고 7. 그 퀘스트를 다시 매일 진행될 레슨으로 나누어 구성하면 기본적인 커리큘럼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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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상세한 내용은 놀이 연구소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각자가 시도한 경험이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함께 공유되었으면 좋겠다. 경험에 대한 댓글 공유도 언제든 환영이다.

글_ 이성은 (다음세대재단 유스보이스 프로젝트 담당자)

* 참고 및 사진 출처

gamification Of education 인포그래픽 (클릭)
듀오링고 홈페이지 (클릭)
놀이 연구소 홈페이지 (클릭)

* 위 글은 수원시 평생학습관 평생학습 아카이브 ‘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 수원시 평생학습관 홈페이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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