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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어렵사리 해빙을 맞이하던 남북관계가 경색일로에 놓여 있다. 남북관계, 과연 이대로 계속해서 얼어붙게 방치할 것인가? 경색국면의 남북관계에 해빙의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현재의 남북관계에 대해 중국공산당 중앙당교의 한 교수는“한국은 북한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외부세계의 시각이야 어떻든 북한은 그들의 잣대에서 이미 수십 년간 똘똘 뭉쳐 지내왔다. 밟을수록 강해지는 잡초와도 같은 근성을 더해가며 세계 최강 미국으로부터의 경제제재에도 견뎌왔다. 그러한 북한이 이명박 정부 집권 후, 또 다시 “같은 민족으로부터 천대받으며 자존심 상할 바에야 차라리…” 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북한의 ‘상심(傷心)’을 고려할 때 남북관계 경색과 통미봉남 기조로의 회귀는 전혀 이상할 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의 한 전문가도 한국의 정책수렴 방식이 원활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한국에는 합리적인 대북전문가도 적지 않은데 이들의 방안이 정책형성과정에 전혀 반영되질 못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상하이 복단 대학의 한 교수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집권 당시의 미국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 거의 모든 것이 좌우되는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그 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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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 상하이 복단대학교에서 개최되었던 <이명박 정부의 내외정책과 한중관계> 학술토론회는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을 재차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중국의 한반도 분야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한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는 달성되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북한 핵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므로 중국 쪽으로서는 사실상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에 있어 북한 핵이 문제될 수 있는 것은 북한 핵 기술의 원시적 수준으로 말미암은 돌발사고나 대만에 대한 자극과 같은 사안이다. 그렇지만 북한 핵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 특히 중국의 외교력을 강화시켜 주는 효과도 가져다 주므로 중국은 비교적 여유롭게 그 속에서 중국 국익의 최대화만 추구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국인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 핵이 한국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덤벼들듯, 북한을 계속 벼랑으로 내몰면 북한은 ‘돌발’ 행동도 불사할 수 있는데, 그 대상이 한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핵 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한국이 이명박 정권 들어 줄곧 북한을 자극하고 있어 그 영문을 모르겠다고 한다. 한국은 북한 핵에 대한 중국의 이러한 자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중국 등을 상대로 좀더 진지하게 임해 줄 것을 설득하며 재촉해야 할 텐데 한국이 오히려 북한 핵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고위 참모진과 한나라당의 지도부에 ‘견위수명(見危授命)’이라는 말을 인용해가며 “과거의 기준과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 목숨을 던지는 자세로” 국정에 임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대통령의 애가 타는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통령의 주문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고뇌는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잇따른 행보는 이 대통령에게 시사하는 바 적지 않을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의 산적한 위기 극복을 위해 철학이나 사상, 지위고하 등을 막론하고 각계각층을 찾아 그들의 해법을 적극 경청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신이나 공산당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지닌 사람들까지 만나며 위기 극복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 편’ 위주로 구성된 소수의 경험이나 치우쳐진 지략 만으로는 나날이 복잡해져 가는 난국에 더 이상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과거의 기준과 낡은 관행의 타파를 주문하는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먼저 그 스스로가 자신의 닫힌 사고와 자신 주변의 제한적 인적 장막에서 벗어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경색일로에 있는 남북관계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가 처한 총체적 난국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의 폐쇄적 사고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적재적소에 최적의 인물을 폭넓게 발굴, 그들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글_우수근

우수근은 한국출신 ‘아시아인’임을 자처한다. 일본유학(게이오(慶應義塾) 대학 대학원) 중에 아시아를 자각했고, 미국유학(University of Minnesota, 로스쿨(LL.M)) 중에 아시아를 고민하다가, 중국유학(화동사범(華東師範) 대학, 법학박사) 중에 아시아인이 되었다. 좀 더 열린 마음과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국내외 외국인들과 더불어 살자고 외치는 그는 현재 중국 상하이 동화(東華)대학교 외래교수(外敎)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