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2] 시민의 싱크탱크, 희망제작소



2007년 6월 11일 (월) 18:47   경향신문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시민의 싱크탱크 ‘희망제작소’

5일 오후 2시 무렵. 서울 수송동에 위치한 희망제작소 3층 사무실 내에는 10여명이 자리에 앉았다 일어났다 부산한 모습이었다. 사회창안센터 안진걸 팀장이 한 연구원에게 말을 걸었다.

“KTX가 연착을 밥 먹듯이 하는데, 소비자들에 대해 아무런 보상 없이 그냥 ‘열차가 몇 분 늦었습니다’라는 식의 안내만 해요.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보죠. 지하철만 해도 출근자를 위해 ‘열차 지각 증명서’같은 것을 발급해 주는데 이런저런 유사서비스 관련 데이터를 모아봅시다.”

잠시 후 박원순 상임이사가 한 청년을 사무실에 데리고 들어온다. “여기 잠깐들, 인사 좀 할까요. 하와이에서 오신 ○○○씨입니다. ‘해외 도시 라이브러리’ 쪽을 보강해 줄 수 있는 분이에요.”

한 연구원이 말했다. “하와이 호놀룰루나 다른 도시 정보와 소식을 정리해 주시면 되겠네요. 아 전공이 도시관광이시군요. 잘 됐네요.” 박원순 상임이사는 “아예 홈페이지에 코너를 하나 내 부탁드려도 되겠죠”라고 제안했다.

이곳의 47명 상근자들은 모두 연구원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일본 사무소에도 2명의 연구원이 있다. 박사학위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희망을 얘기하기 전에 절망부터 치유하라’는 것이 모토다.

희망제작소가 문을 연 지난해 3월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1년2개월여 기간 동안 1455개의 아이디어를 접수했다. 이중에 ‘참좋은 아이디어’ 189개, ‘주목할 아이디어’ 375개를 내놓았다. 이들 가운데 연구원 리포트(41) 및 시민평가단의 조사(322) 등으로 363개에 대해 조사를 완료해 한 출판사와 연말까지 ‘세상을 바꾸는 시민 아이디어 101개(가제)’라는 책을 낼 예정이다.

특이한 것은 공무원들도 희망제작소의 일을 돕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30명의 시민평가단에 공무원들도 시민 자격으로 가입해 있다. 희망제작소 관계자는 “이들은 ‘감시’ 목적이 아니라 진짜 시민적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며 “희망제작소도 이들이 공무원인 걸 알지만 활동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무원도 시민으로 참여한 셈이다.

희망제작소는 시민평가단 외에 각 30~40명이 가입해 있는 창안클럽, 전문가클럽 등 각계 각층별로 활동할 하위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다. 희망제작소는 이날 정책지식이 제대로 입안되기 위해 최종적으로 거쳐야 하는 국회와의 거래도 텄다. 국회의원들 15명을 모아 ‘호민관클럽’(대표 홍미영 의원)을 발족시킨 것. 직능별 커뮤니티는 지난해부터 쉽게 만들어졌지만 국회의원 클럽인 호민관클럽은 창립 1년이 넘어서야 만들어진 것이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은 “거대담론뿐 아니라 잘게잘게 나눠진 과제들에 대한 정책대안을 만드는 훈련을 하는 과정이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삼성경제연구소에 앞서보겠다는 의욕을 갖고 임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독립적 싱크탱크라는 이 실험이 성공할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손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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