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이 모여 의제와 정책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얻는 목민관클럽 정기포럼. 이번 민선7기 제18차 정기포럼에서는 <저출생·고령화 실태와 지방정부 대응방안 모색>을 다뤘습니다. 정책 이행자부터 연구자, 당사자까지 함께 모여 ‘저출생·고령화’에 대해 나눈 다양한 관점과 사례를 두 차례에 걸쳐 전합니다.

한국은 2025년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 농촌 지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지 수년이 지났고, 일부 지역은 고령인구 비중이 35%에 달할만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는 생산력이 떨어지고 경제가 위축되는 한편 돌봄수요가 급증합니다. 이에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돌봄서비스를 제공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 요람에서 무덤까지, in 내 고향에서

목민관클럽 포럼 2부는 홍선미 사회보장위원회 커뮤니티케어 전문위원회 위원장(한신대 교수)의 발제로 시작했습니다. 홍 교수는 현재 돌봄 수요와 의료 비용을 포함한 돌봄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측면의 부족한 대응을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시설/병원 중심의 돌봄 시스템이 안착해 고령자는 고비용의 요양시설병원을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와 같은 돌봄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 인구의 약 30%는 지역을 떠나 요양시설로 입주하게 됩니다. 이는 지역의 인구감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개인의 생애주기 변화는 개인적 차원의 책임은 물론 국가적 차원의 책임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홍 교수는 국가 균형 발전에서 돌봄을 빼놓을 수 없기에 농촌형 모델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도권 및 광역도시는 의료 및 건강시설, 사회서비스 인프라와 인력이 충분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고령인구를 우선 대상으로 지역사회의 통합돌봄을 시작했습니다. 노인을 포함해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등의 대상을 추가해 16개 지역에서 도시형, 농촌형, 도농복합형으로 선도사업을 시행 중입니다.

현재까지 돌봄이 노인과 장애인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지역 주민으로 대상의 범위를 넓혀 돌봄이 필요한 대상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중심의 커뮤니티 플랫폼’인 융합형 돌봄센터도 시범 단계에 있습니다.

🔍 내가 사는 곳에서 아플 권리

살면서 나의 몸과 마음이 아픈 시기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 병원과 시설이 마땅히 없어 내가 사는 곳을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제안된 정책은 인프라를 충분히 갖춘 수도권에서 정합성을 나타내지만, 지역에서는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찾기조차 어렵습니다. 시설은 물론 인력도 부족합니다.

앞으로 지방정부는 충분한 재정 및 공공 인력 확보, 민간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 대한 책임이 요구됩니다. 지역사회통합돌봄기본계획은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포용 국가’의 비전으로 수립한 정책입니다. 홍 교수는 지역사회통합돌봄기본계획의 4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 ▲서비스 연계 부문에서 등 서비스 확충 및 전달 체계 개편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주거지원 사업, 맞춤형 돌봄을 제공

주거지원 사업은 크게 도시재생과 지원주택 공급사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원주택 공급사업에서는 지방정부의 서비스를 결합했습니다. 즉, 바닥재 교체 혹은 낙상 예방 안전장치 설치 등 주택개조 지원사업으로 고령층 주거 환경을 개선해왔습니다. 혹은 지역 내 돌봄대상자에게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지원주택 사업도 시행했습니다.

돌봄대상자는 개인마다 다른 형태의 돌봄을 필요로 합니다. ‘케어안심주택’은 노인의 생활 반경을 요양원 밖의 삶과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혹은 넓게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에 근거해 구축한 형태입니다. 사생활을 보호하는 1인 주거 형태의 시설은 노인이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동의 부담을 덜어내고, 생활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개선했습니다.

🔍 건강 의료 사업, 거동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왕진 서비스

우리나라에서 왕진 시스템은 낯섭니다. 대개 진료받고 싶다면 직접 병원이나 시설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동행자가 없는 경우 외래 진료를 받기 어렵다보니 비용을 들이며 병원에 입원하기도 합니다. 지역으로 갈수록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도 부족하기 때문에 진료받기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홍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왕진 시스템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선도적으로 시행 중인 지역에서는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 치료 및 물리 재활 치료 등을 경로당 공간을 활용해 방문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병원 외래를 갈 때 이용하는 택시조합과 협업을 통해 입원 진료가 아닌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통합 방문 스테이션을 구축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처럼 재활 서비스가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매김한다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좀 더 수월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양·돌봄 / 연계서비스 사업, 통합적인 재가서비스

집에 있는 노인을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인 재가서비스를 통합하는 흐름도 짙어지고 있습니다.
파편화된 재가 서비스를 종합재가센터에서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장기 입원한 후 퇴원한 환자에게 재택의료, 간병 등을 제공하는 재가 의료급여를 신설해 시행되고 있습니다. 해당 사업은 민-관 인력을 대폭 확충해 통합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의 고도화 방향은? 접근성, 공공성, 연대성

지역사회의 통합 돌봄을 위한 방향성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접근가능성입니다. 지역의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내 집을 포기하고, 가족, 이웃과 떨어져 시설 입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통합돌봄의 방향성은 접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통합 돌봄 정책을 시행할 때 공공성을 커뮤니티 케어 내 잘 안착시키는 것도 관건입니다. 단순히 ‘돌봄’ 문제가 고령자만을 위한 게 아니라 커뮤니티 중심의 돌봄으로 좀 더 확장해 바라봐야 합니다. 더불어 지역 내 서로 돌볼 수 있는 공생 구조를 확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 기관, 그리고 주민 모두가 함께 통합돌봄 서비스의 주체로서 결합해 선순환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시니어가 직접 주도하는 시니어 중심 제품개발

정덕영 성남시니어산업혁신센터 센터장은 시니어 리빙랩 사례를 통해 시니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리빙랩은 탑다운 (Top-down)이 아닌 바텀업(Bottom-up) 방식의 방법론으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제품(서비스)을 개발할 때 생산자 혹은 연구자가 탑다운 방식이 아닌 제품을 이용하는 당사자가 개발단계부터 참여해 개발 생산자와 동등하게 위치에서 참여합니다. 실제 리빙랩처럼 당사자의 참여 과정이 부재한 채 개발된 제품은 소비자에게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자가 일상생활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고령화와 관련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리빙랩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령자의 리빙랩 참여도 적극적인 분위기입니다. 고령자가 수동적으로 돌봄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자기 돌봄과 커뮤니티 케어를 주도하는 주인공으로 탈바꿈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최근 농림축산부에서 고령친화 우수식품을 지정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노인이 직접 제품을 조리해 맛보고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조리하기 어렵다’, ‘포장지를 제거하기 어렵다’ 등 다양한 의견을 제공하며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IT 산업을 결합한 치매안심마을 프로젝트에서도 실 수요자인 고령층의 참여를 통해 실증적이고 개선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진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과정

복지 서비스의 수요자가 행복한 삶을 누리는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서 리빙랩은 불가피합니다. 돌봄 정책을 수립·시행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요자의 참여와 의견을 심도있게 파악해 반영해야합니다.

정 센터장은 지방정부에서 리빙랩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역마다 고령자의 특색이 다른 현실을 고려하려면, 지역 사회 내 고령자와 함께 문제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고령친화기업과 지역사회 시니어 간 상호협력을 통해 지역 특화 산업과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앞으로 시니어의 주체적인 참여와 자기주도적 돌봄,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협력망, 고령친화기업의 시너지를 통해 복지 서비스의 증진을 기대합니다. 목민관클럽 정기포럼을 통해 국내 저출생 고령화 실태를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 구성원 모두 행복한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정리: 정보라 미디어팀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

#

관련글

대한민국 현주소, 인구 데드크로스-1편

지방정부, 청년에게 별 다섯 개 받는 방법

지역 일자리와 거버넌스 구축 사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