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꽃이 피네

■ 소개

복지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녹색마을사람들의 이웃살이 이야기

그곳에 ‘아줌마’가 있었다. 아줌마가 모여 우리가 되고, 우리가 모여 이웃이 되고, 이웃이 모여 삶터를 가꾼다. 그런 마을이 있다. 이웃이 사는 녹색마을, 녹색마을에 사는 ‘이웃살이’ 사람들.

<골목에 꽃이 피네>는 서울 강북구에 사는 여성들이 살기 좋은 삶터를 일구기 위해 만든 풀뿌리 시민단체 ‘녹색마을사람들’이 16년 동안 활동해온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20년 넘게 풀뿌리 지역 활동을 펼쳤고 지금은 사단법인 녹색마을사람들의 이사로 일하는 저자 정외영이, ‘지역사회복지의 현장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는 녹색마을사람들의 파란만장한 16년 역사를 조곤조곤 풀어놓는다.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우리 삶의 조건은 빠르게 바뀌었다. 그러나 서로 ‘이웃’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고, ‘좋은 이웃’이 되고 싶은 관심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키우는 삶이 있고, ‘삶터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관계성을 드러내고 강화하는 방식의 삶을 실천하는 활동을 ‘이웃살이’라고 부르는 녹색마을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마을은 되살아났다. 녹색마을사람들은 마을 골목을 누비며 오늘도 신명나게 하루를 시작한다.

마을을 되살리는 이웃을 위한 마을, 마을을 위한 이웃

시작은 ‘엄마들의 수다’였다. 늘 서로 얘기하기를 좋아하던 ‘엄마’들은 좀더 본격적으로 ‘수다’를 떨어 보기로 했다. 함께 모여 벌인 ‘수다’ 속에서 그동안 각자 고민하던 내 문제가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엄마들은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그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 주변, 내가 사는 마을에 복지의 사각지대가 있다면 일단 우리 손으로 메우겠다는 엄마들이 모인 것이다. 녹색마을사람들의 전신인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은 1995년 4월, 그렇게 시작됐다.

모두 엄마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눈길이 먼저 갔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제대로 관심과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숙제방을 생각한 것이다. 엄마들은 쌈짓돈을 내놓고, 일일찻집을 열고, 여러 가지 판매 활동을 해 열린숙제방을 마련한다. 1998년 봄, 열린숙제방의 문을 활짝 열어 학교를 마치고 갈 곳 없이 방황하던 아이들을 불러 모아 함께 밥을 먹고 숙제를 하고 책을 읽고 신나게 놀았다. 지금은 ‘마을속 작은학교’로 바뀐 숙제방에서 만난 ‘얼음 공주’와 ‘달걀 박사’, ‘꼬마 화가’와 ‘얼짱 쌍둥이’는 잃었던 웃음을 되찾고,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숙제방 아이들을 좀더 잘 돌보기 위해 아이들 학교에 찾아가고 가정 방문도 하던 엄마들은, 도움이 절실해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그 존재를 잘 몰라 도와줄 수 없는 어려운 이웃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이웃산타’와 ‘루돌프’로 변신해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여러 이웃과 단체, 공공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다리를 놓아주고 어려운 사정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다독이면서 마을을 만들어갔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 ‘책이랑놀자’를 만드는 데까지 이른 엄마들의 활동은 ‘방학중 열린학교’, ‘이웃상담원’, ‘사랑의 책배달부’, ‘이야기엄마’, 아이들의 아침밥을 책임지는 ‘미숫가루 프로젝트’ 등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마을은 점점 활기를 되찾았다.

한편 엄마들은 친환경 삶에도 관심이 많았다. 재활용 장터를 시작으로 상시 운영할 수 있는 ‘녹색가게’를 열었고, 마을 공동의 작업 공구와 재봉틀을 마련해 누구든지 찾아와 이용할 수 있는 마을 공동 되살림 작업장 ‘풀빛살림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을환경강사’ 제도와 환경 연극 동아리 ‘만년대계’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직접 환경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또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던 형식적인 봉사 활동을 청소년 스스로 신나서 하게 만든 청소년 봉사 동아리 ‘나누리’ 활동도, 다문화 가정을 우리 이웃으로 만드는 활동도, ‘골목문화에 날개를 다는’ 일도 모두 마을의 엄마들이 시작이었다.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이런저런 일을 벌이다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 엄마들은 학습 동아리를 만들어 ‘어려운’ 책을 찾아 읽고 함께 공부도 했다. 살기 좋은 삶터를 일구는 데에는 공공 기관과 다른 여러 단체와 이웃의 협력도 중요해서, 끊임없이 부딪치고 찾아가고 심포지엄과 공청회를 열어 마을의 여론을 모았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사람이 늘어나면서 조직이 커지고, 지역 살림을 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돈이 모이다 보니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때는 좌절도 했지만, 아줌마들의 힘은 늘 이럴 때 제 구실을 하는 법이다. 무엇을 위해 모였고 무엇 때문에 활동을 하는지 마음을 다잡은 엄마들은 다시 수다를 떨면서 골목을 누비기 시작했다. ‘이웃을 위한 마을’을 만들다가 ‘마을을 위한 이웃’이 된 것이다.

함께 일구는 풀뿌리 지역사회복지의 현장 교과서, 녹색마을사람들

<골목에 꽃이 피네>는 녹색마을사람들의 활동과 함께한 사람들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내면서 풀뿌리 지역단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조직을 운영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그곳에 몸담고 있는 평범한 여성들이 어떻게 한 단체의 운영위원이나 지도자가 되고 주민자치위원이 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지역사회복지의 현장 교과서’다.

지역복지,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와 주민 조직화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골목에 꽃이 피네>는 우리가 궁금해 하는 풀뿌리 지역단체의 시작과 현재와 미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웃이 모여 아이를 함께 키우고, 옆집 사람의 사정에 귀 기울이며, 환경과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삶터 공동체, 그 골목에 지금 꽃이 피고 있다.

■ 목차

추천 글|
꽃밭을 만들더니 스스로 꽃이 된 사람들
아줌마, 꿈을 꾸다 그리고 실천하다

여는 글|
다시 ‘이웃’을 생각합니다

1부|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수다로 일군 우리 ‘조직’
내 아이가 잘 크려면 이웃 아이가 잘 커야 합니다 ― 아주 특별한 열린숙제방
지속 가능한 삶터를 위한 왁자지껄 녹색가게
우리가 하면 봉사 활동도 놀이가 된다 ― 청소년 봉사 활동 동아리 ‘나누리’
찾아가는 이웃산타, 골목을 누비다
꼬리에 꼬리를 문 활동
진짜 스타가 된 기분이에요! ― 환경 연극 동아리 ‘만년대계’
우리는 지금 ‘열공’ 중! ― 신명나는 학습 동아리
책이랑놀자, 함께 놀자
목소리를 조금 높이기도 했어요
회비는 얼마로 할까요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 식구들
지도자? 난 아니야, 난 못 해!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더라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2부|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참말로 보물이네!
나, 이 동네 주민입니다!
그 겨울의 찻집
아이들의 눈부신 웃음
중국집 배달 아저씨에게 좋은 이웃상을
장롱 속에 모셔놓은 신문
입 밖으로 크게 외치는 비전
깨어나다, 우리들의 놀이 본능
낮은 목소리에 힘이 실리다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 우리
작은 바위 얼굴
삼인 삼색, 우리 지도자
풀빛살림터에서 일구는 행복
달려라, 또가 밴드!

3부| 희망꽃이 피었습니다
골목 시인, 행복을 노래하다 ― 김재옥 님
젊은이, 마을로 들어서다 ― 최윤정 님
내가 잘 나가는 이유 ― 이유미 님
노다지를 줍고 있어요 ― 인미화 님
나는 걸어 다니는 시민단체 ― 김미희 님
살아 있는 꿈 ― 백우란 님
문턱 넘으면 다른 사람 ― 김정림 님
내 살림 살 듯 지역 살림 살지요 ― 김주옥 님
친정언니가 되고 싶어요 ― 이은미 님
교육과 실천이 결합되니 힘이 납니다 ― 박경애 님
이제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 장명심 님
박사 논문 10개는 나옵니다 ― 신경희 님
살아가는 데 힘이 됩니다 ― 삶터의 이웃들
울타리가 되려는 사람들 ― 김화연ㆍ남기철ㆍ윤호순ㆍ이성동ㆍ장화경 님
우리가 있어 행복하대요 ― 고상준ㆍ곽금순ㆍ박윤애ㆍ이호ㆍ장이정수 님
이웃살이가 궁금한 사람들

덧붙이는 자료|
주요 활동가와 실무자 연보
활동 연혁
발간 자료집 목록
이웃살이에 힘이 된 책

■ 저자 소개

정외영

‘정답게 살아가는 이웃’을 꿈꾸며 20여 년 동안 신명나게 골목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1990년대 초 서울 구로구의 ‘살구여성회(살기 좋은 우리 구 만들기 여성회)’에 참여하면서 지역 활동을 시작했고, 강북구로 이사한 뒤 이웃들과 함께 만든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을 통해 지역 활동을 향한 믿음을 키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해 지역에서 실천하는 활동에 관한 이론적 근거를 확인하며 희망도 커졌습니다. 또 ‘한살림서울생활협동조합 강북지부’를 시작으로 생협 활동에 참여하면서 ‘생명’에 관한 성찰도 키워왔습니다. 지금은 사단법인 녹색마을사람들 이사로 활동하며, 더 살기 좋은 삶터를 일구기 위한 활동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