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맺기 전략, 누구와 어떻게?

2023년 3월 밀양시 차원에서 관계인구 관련 자원조사와 프로그램(관계안내소 등)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발주됐다. 그간 수많은 관계인구 관련 연구는 물론 있었다. 또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해양수산부 등 중앙정부 차원의 관계인구 정책 고민은 왕왕 있었다. 어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은 인구정책 중 하나로 관련 사업들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초 지자체가 관계인구 정책에 지역적 사활을 걸고 정교한 설계를 위해 지역의 자원을 조사하고 실제 프로그램(또한 기관)을 기획하는 것은 첫 시도이다. 필자가 본 용역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인구감소에 쫓겨 부랴부랴 추진하는 정책 중 하나가 아니라, 실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관계인구를 바라보고, 지역의 주요한 자원은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보며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관계인구란 무엇인가?

‘관계인구’.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중앙정부에서도 지방정부에서도 자주 언급하고는 있지만,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아직 법률적 정의도 되지 않은 용어이다.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등에서 인구정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관계인구에 대한 이야긴 없다. 지자체들은 「주민등록법」 상 지자체에 등록된 주민을 인구로 설정하고 정책을 고민해왔기 때문에, 당장 우리 지역에 등록명부에 플러스 1이 되지 않으면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 않다. 즉, 법률적으로 정의도 명확지 않은 상황에서 인구감소 등에 따른 지역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인구 유사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 연구를 종합하면, 관계인구는 “무관심과 정주의 단계 사이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유동성이 큰 존재들이다(이소영ㆍ김도형, 2021). 주거, 교육, 일자리 등의 이유로 고향을 떠난 출향인들의 회귀나 관광 등 단순 방문객으로는 인구감소 등 지역의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거주하지 않지만, 지역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사람들”을 통틀어서 관계인구라 칭할 수 있다(신승근ㆍ조경희, 2022).

관계인구 형성의 전략

관계인구라는 용어가 처음 정책적으로 도입, 활용된 곳은 일본이다. 2016년 민간에서 관련 용어가 이미 사용되었고, 2019년에는 관련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2020년에는 지방창생정책 2기에 관계인구가 주요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 관계인구는 ‘방문형’과 ‘비방문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방문형 관계인구는 직접기여형, 일자리형(현지근무), 일자리형(텔레워크), 참가교류형, 취미소비형 등이 있고, 비방문형 관계인구는 고향납세 납부, 지역특산품 구입, 온라인 활동 등의 유형이 있다.
2021년 기준 일본의 방문형 관계인구는 약 1,827만 명으로 추계하고 있다. 전체인구의 15%에 달한다(차미숙, 2021). 즉, 관계인구는 인구감소가 기정사실화된 현실에서 지속가능한 지역을 위해 정주인구에 몰두하지 않고 우리 지역과 깊은 관계를 맺어 지역에 생기, 활력을 불어넣어 줄 새로운 주체로서 지역에 꼭 필요한 존재들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관계인구에 대한 분류와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효과적 정책 추진, 지속가능한 지역 도모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인구감소, 지역위기 대응을 위한 여러 정책을 일본으로부터 배우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일본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벤치마킹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맞는 정교한 기획과 추진이 제대로 되지 못해서이다. 이는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에서 여실히 찾아볼 수 있다. 연간 8조 원에 달한다는 일본 고향납세 실적과 효과에는 주목하면서도, 그 성장 과정 속 여러 세밀한 점들은 가져오지 못했다. 여러 지자체가 타 지역민들의 응원을 끌어낼 수 있도록 기획하고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효과에 매몰되어 답례품에만 몰두하기도 했다. 사업에 공감하고, 여러 민간이 참여하여 제도의 안착과 성장은 물론 지역의 발전과 지속에도 기여하는 모습들은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우리의 관계인구 정책 추진 역시 고향사랑기부제 사례와 같이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민간 주도로 위기의 지역을 살리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건강한 지역 내 환경이 조성되었고, 충분한 관계인구의 유입을 위한 사업, 여건을 마련하며 발전해왔다. 또한,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기 전 여러 유형의 시범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한 것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역시 지역 한 달 살기 프로그램 등 유사 성격의 사업을 추진한 바 있지만, 이는 사업의 한 형태이지 유형을 명확히 분류하고 지속가능한 관계 맺기를 위한 전략 위에 추진되지는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이 단순 체험활동 수준으로 인식될 지경에 놓여 있다.

지역 민간주체의 중요성

그렇다면 관계인구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밀양시의 사례를 굳이 소개한 것도 그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관계인구 정책을 추진한다며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런칭할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 내세울 만한 자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비단 유명한 특산물(품), 관광자원만이 아닌 인적자원, 문화자원 등 다양한 자원을 조사하고 축적해야 한다.

이 과정 중에 중요한 것은 지역 내 민간주체이다. 사회적경제 주체들을 비롯한 수많은 비영리민간단체, 이장 등 지역의 리더, 주민자치회,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구성원 등 지역 내 주요 민간주체들과 협력하여 자원을 조사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관계인구를 ‘맞이할’ 준비를 공고히 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도 물론이고 관계인구 형성을 위해서 초기에는 정부와 지자체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 관련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거나 관계를 맺은 이들과 진정한 연결을 이어갈 중심에는 민간 영역이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일례로 일본의 방문형 관계인구 사례를 살펴보면, 타 지역민들이 우리 지역민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지역의 축제, 체험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면 이러한 활동을 전개하는 이들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지역 내 체험학습, 농가민박 등을 전개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존재하는지조차 파악되지 않았으면서 어떤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관계맺기 단계가 상승하여 관계인구들이 지역기업에 취업을 하고, 농립림어업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이들의 정착을 도와줄 지역기업들의 존재를 파악해야 한다. 비방문형으로 넓혀서 보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고향사랑 기부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도, 지역의 특색을 보여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지역자원 조사를 실시하며 이러한 주체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들과 협력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 또한, 지역의 민간주체들이 관계인구 핵심 전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 역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간적 리모델링뿐 아니라 지역 주체들의 역량강화(서비스 고도화, 신규 체험프로그램 기획 및 추진 등)를 위한 지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는 전략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지역의 자원을 조사하고, 지역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그 활용을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이 쌓여야지만 관계인구 확대는 물론 지역에 진정한 활력을 불어넣는 관계인구 정책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글/ 박지호 전환정책센터 연구원

참고문헌

다나카 데루미. 2021, 『인구의 진화』 윤정구ㆍ조희정 역, 더가능연구소.
신승근ㆍ조경희, 2022. “고향사랑기부제 교과서”, 농민신문사.
이소영ㆍ김도형, 2021. “-작지만 강한 연결-관계인구를 활용한 인구유입방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21 정책이슈리포트.
차미숙, 2021. “지역활력 증진과 ‘관계인구’ 활용”, 국토연구원, 국토(통권 제482호), 98-105.
최유, 2021. “인구구조의 변화 대응을 위한 법적 연구”, 한국법제연구원 연구보고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