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관광 천국, 제주에 대한 제언

박원순의 한 걸음 더

[##_1C|1224184218.jpg|width=”395″ height=”250″ alt=”?”|제주지도._##]

“제주 생선회, 서울보다 최고 60% 비싸”
“돌고래 쇼 관람료, 일본보다 66% 더 받아”
“가격 경쟁력 더 떨어져, 제주 관광 기피 요인”



최근 제주의 살인적인 물가와 가격을 주목하는 언론보도의 제목들이다. 그뿐이 아니다. 또 다른 언론은 제주를 다른 아시아의 관광지와 비교하면서 개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면적이 제주도 3분의 1밖에 안되는 태국 푸켓섬엔 한 해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이 찾아온다. 작년 마카오를 찾은 사람이 2천7백만명이나 됐다. 폭탄테러가 잦은 인도네시아 발리섬도 외국인 관광객을 150만 명이나 맞았다. 제주의 한해 외국인 방문객은 50만 명밖에 안된다. 500만 명의 내국인 관광객으로 근근이 꾸려간다. 제주는 세계 자연유산에 오른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비롯해 관광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다. 비행거리 2시간 안에 인구 500만 이상의 대도시가 18개나 된다. 그런데도 외국인 관광객은 푸켓섬의 6분의 1밖에 안된다.”

왜 그럴까? 단지 가격이 비싸서만 그럴까? 나머지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제주도민들과 제주도 정책당국자들이 스스로 가져야한다. 나도 명예제주도민으로서 제주를 갈 때마다 유심히 여러 가지 상황을 살피고 대안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지금부터 열 가지 문제제기를 해보겠다.


1. 영문 표지판이 제대로 되어 있는가?

몇 년 전 내가 제주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기회가 있었을 때의 일이다. 송악산 입구에 대장금의 촬영지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는데, 영어나 일어 등의 외국어 표시는 전혀 없었다. 대장금은 한류 바람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인데 외국인 관람객은 한글까지 배워야 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제주는 외국인을 맞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2.태국의 최고 특산품, 친절

태국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어떤 유인물을 보니 제목이 “태국의 특선 특산품 100”이라고 씌여져 있었다. 그런데 그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이 놀라웠다. 바로 웃음이었다. “Smile – All the Smile”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태국의 호텔과 모든 관광업소의 종업원들의 입가에는 늘 웃음이 걸려 있고, 늘 두 손을 합장하면서 관광객을 맞고 있었다. 푸켓과 방콕이 국제관광지로 발돋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제주의 최고 특산품은 무엇인가?


3.스토리텔링은 제대로 되고 있는가?

영국 런던에 1년간 살면서도, 여러차례 방문하면서도 참 신기하게 생각한 것이 있다. 셜록홈즈박물관이 있는가 하면, 살인자로 유명한 잭 더 리퍼의 살인 현장을 따라 돌아보는 보트관광이 있기도 하고, 런던의 최고 홍수와 그 피해 현장을 걸어보는 관광상품도 있었다. 이렇게 모든 역사와 사람들과 그 스토리들이 모두 관광자원으로 변해있는 것이었다. 제주의 4.3사건, 제주의 전설을 따라 만들어진 이야기거리와 관광상품은 얼마나 있는가?


4.제주에서는 무엇을 사갈 수 있는가?

일본의 동경도립대 교수 한 분이 한류붐을 따라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일행이 되어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 분이 내린 결론은 한류붐의 과실을 한국은 하나도 못 따먹고 일본 여행사만 챙기더라는 것이다. 아무 것도 사갈 것이 없더라는 것이 그의 소회였다. 런던에는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을 현대작가의 작품처럼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 보통 작품 하나에 30만원쯤 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제주에는 밀감, 갈치, 생수, 초콜릿 외에 어떤 비싼 관광상품이 개발되어 있는가?


5.제주시는 어떤 제주다움을 자랑하고 있는가?

유명한 관광지는 특별한 관광시설을 만들었다기보다는 그들의 삶 자체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 지역의 역사와 전통, 집과 거리와 풍광, 그리고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이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신의 것에 충실할 때 그 개성에 사람들은 감동받는 것이다. 제주시의 아파트와 거리와 집과 간판과 더 나아가 제주사람들의 삶 자체가 외국인들을 매료시킬 만큼 충분히 전통적이고 제주다운 것인가?


6.제주만의 교통수단이 있는가?

세계의 어느 유명 관광지를 가도 그 나름의 교통수단을 가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전차는 말할 것도 없고 워싱턴의 수륙양용 관광차량, 동경 센소지나 인도 등지에서의 인력거까지, 다양한 교통수단이 관광객들에게 아주 인상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제주도는 조랑말도 있는데 아직 이것을 타고 제주를 둘러보는 관광코스로는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외에도 제주만의 특별한 교통수단을 개발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7.입소문은 천리를 간다. 제주는 단골을 만들고 있는가?

우리나라 어느 곳도 마찬가지지만 손님을 일회용으로 간주한다. 그러니 온갖 바가지를 씌우고 박대한다. 심지어 손님을 의심한 나머지 미리 돈을 받는 매장도 많다. 간판도 크게 만들어 사람들을 유혹한다. 모두가 한 탕하고 다시는 얼굴을 안 볼 듯한 태세이다. 친절과 맛, 안락함을 팔아 진정한 단골로, 입소문내는 홍보대사로 만들 생각은 처음부터 없다. 깊은 감동과 긴 여운을 주면 다음에 그 사람은 일개 사단을 거느리고 올지도 모른다. 제주의 호텔과 팬션, 제주의 식당들은 다른가?


8.내셔널지오그래픽지에 제대로 광고 한번 하였는가?

외국인을 타겟으로 한다면 외국인들에게 제주를 제대로 홍보해야 한다. 내가 미국의 한 대형서점에서 여행만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들을 몽땅 사본 적이 있다. 거기에 온 세계의 나라들이 자기 나라, 자기 지역을 홍보하고 있거나 패키지 관광상품을 광고하고 있었는데 유독 한국만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심지어 홍콩, 일본, 싱가포르 관광상품은 있는데 한국은 없었다. 내가 만약 제주지사라면, 내가 만약 제주관광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라면 내셔널지오그래픽을 포함해 여행 잡지사 편집장들을 모두 초청하여 제주를 제대로 소개하고 맛있는 제주음식을 풀코스로 대접하겠다. 그러면 연속으로 이 잡지들에 제주기사가 소개되지 않겠는가?


[##_1L|1187877944.jpg|width=”200″ height=”301″ alt=”?”|제주올레길. ?연합뉴스_##]9.제주 공직자들은 큰 것에만 매몰되어 있지 않는가?

어느 마라톤 행사에서 제주의 한 고위관리를 잠깐 만난 적이 있다. 이런 저런 관광 이야기를 꺼냈더니 별로 관심있게 듣는 체를 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그런 자리에 있다면 혹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있을지 채근을 하고 글로 써 보내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제주는 지금 해군기지를 유치하고 외국의 큰 의료시설을 유치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큰 건 하나로 제주경제를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말하고 싶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만들어가다 보면 아름다운 제주가 만들어지고, 그러다보면 제주에 관광객들이 몰리고, 관광천국 제주가 될 것이라고.


10.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그래도 제주에는 희망이 많다. 최근의 올레길이 그런 희망을 증명한다. 서명숙씨를 비롯한 뜻있는 개인들이 만들어낸 이 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제주의 바람과 풍경과 사람들을 가장 잘 체험할 수 있는 이 길이 인기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바로 이것이다. 제주다움, 제주스러움, 제주 그 자체를 발굴하고, 정비하고, 복원하고,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제주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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