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다산 정약용 선생은 백성 가장 가까이에 있는 목민관이 가장 어렵고 무거운 직책이라고 했습니다. 시민의 일상을 살피고 지원하는 지방정부 단체장은 우리시대 목민관입니다. 민선 8기 지방정부는 기후위기와 인구감소, 지역불균형 문제가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오늘, 시민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며 지역의 미래를 그려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안고 출범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어려운 시대를 지혜롭게 돌파하는 우리시대 목민관들을 만나 고민과 해법을 이야기합니다.

우리시대 목민관 – 김보라 경기 안성시장

인구감소 시대의 도래는 농산어촌은 물론 중소도시에도 심각한 위기를 불러옵니다. 저출생 고령화는 중소도시의 교통, 의료, 복지, 교육, 일자리 시스템 전반에 충격파를 누적시키고, 서울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에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국민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동등한 생활 조건’이 제공되기 힘들어집니다. 인구감소에 따른 사회시스템의 가파른 붕괴를 막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혁신 특히 중소도시의 혁신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과제가 됐습니다.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이 인구 19만의 경기 남부권 도농복합지역인 안성시의 김보라 시장을 만나, 인구감소라는 대전환의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중소도시의 혁신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 김보라 경기 안성시장

2020년 기점으로 대한민국은 총인구 감소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안성시의 인구 현황은 어떠한지요?

안성시의 인구추세를 보면 최근 10년간 증감을 반복했고, 2020년에는 1.9%, 2021년에는 1.3%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당장 인구감소 문제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도시와 농촌 지역의 인구 편차가 큽니다. 안성시는 크게 3개 권역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평택시 및 오산시와 인접한 서부권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구가 늘어나는 반면 난개발 문제 대응이 필요하고, 안성1~3동 구도심 지역은 인구증감이 크지 않으며 지역재생이 필요한 지역입니다. 문제는 농촌지역이에요. 고령화율 30%가 넘는 면을 포함하여 8개면은 2030년 소멸위험지역입니다. 서부권 도시화 지역과 면 지역의 불균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고민입니다.

인구감소는 국가적 의제이면서 동시에 지방정부의 혁신을 요구하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안성시의 인구정책 방향을 듣고 싶습니다.

인구정책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출생률을 높이는 것은 국가 정책의 종합적 결과물이지, 단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될 수는 없어요. 출생율 높이겠다고 첫째 아이는 얼마, 둘째 아이는 얼마 식으로 지원금을 주곤 하는데,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종합적으로 출생률을 높이는 방안이 제시돼야 해요, 젊은 인구를 유입해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지역에 귀농·귀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저는 교육과 의료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소도시의 교육과 의료시스템은 어떤 혁신이 필요한가요.

교육에 대한 관점 변화가 필요합니다. 흔히 중소도시에서 좋은 교육환경 조성이라면 아이들을 공부 잘하도록 해 서울의 이름난 대학에 많이 보내는 것을 말하죠. 그렇게 해서는 지역에 청년이 남을 수가 없죠. 예컨대, 안성시의 농업인구가 10% 정도인데, 정작 안성에는 농업을 자기 진로라고 생각하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나 교과과정이 없습니다. 저는 안성에 남을, 안성에 필요한 인재들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지역의 의료문제도 중요합니다. 안성시도 출생율이 자꾸 떨어지니깐 최근 분만실이 없어졌고, 소아 환자가 입원할 병동도 없습니다. 이걸 해결해야 하죠. 또한 고령화에 대응한 지역사회돌봄체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도 고민입니다. 안성시는 건강주민지도자를 양성하고, 어르신들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AI스피커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커뮤니티케어 사업을 어르신 일자리 사업과 연계하여 추진하려고 합니다. ‘노노케어’인 셈이죠.

민선7기 보궐선거로 당선된 뒤, 지난 2년간 안성시장으로서 중점을 두고 추진한 사안들을 소개해주십시오.

5대 분야 혁신을 성과로 내세우고 싶습니다.
먼저 코로나 팬데믹 대응, 수해복구 등 시민의 행복을 위한 일에는 한계가 없다는 원칙으로 공직사회의 일하는 분위기를 바꾼 ‘시정혁신’을 이뤘습니다.
두 번째로 시정을 펼치는 데 있어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소통혁신’에 나섰고요. 일례로, 호수관광도시 사업을 추진하면서 1년 6개월 동안 65개 호수 주변 주민들과 논의하고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9곳을 선정했습니다. 그동안 안성시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렇게 주민들과 장기간 밀도 있게 대화하며 진행한 적이 없었지요.
세 번째는 ‘교통혁신’입니다. 수도권 내륙선과 평택부발선 등 철도를 유치했고, 안성시 차원에서는 기존 노선 외에 수요응답형으로 오지지역을 연계하는 BRT(간선급행버스체계)를 만들고 있고, 읍과 면을 연결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서 면과 면을 연결하는 교통체계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0년 이상 지역발전의 걸림돌이던 취수장 규제 해소의 물꼬를 튼 ‘도시혁신’, 동부권 중심으로 1단계 5곳에서 시작한 농촌협약 등 ‘농촌혁신’도 성과입니다.

민선8기 앞으로의 4년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요. 전략과 핵심사업을 소개해 주십시오.

안성시의 인구당 제조업체수는 경기도 6위인데, 영세업체가 많습니다. 청년들이 일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특화된 산업단지를 육성하려고 합니다. 농업기반도 중요합니다. 청년농업인을 육성해 안성시가 인근 대도시의 공공급식을 책임질 수 있도록 농업구조를 혁신하려고 합니다. 또, 5도2촌(주5일 도시, 주2일 농촌)이나 4도3촌의 트렌드를 반영해 관광을 활성화하고, 정주여건 개선과 난개발 방지를 위해 안성도시공사의 설립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 등을 추진하면서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돕는 행정에 나설 계획입니다.

▲ 안성시 바우덕축제 줄타기 공연 모습

안성시를 대표하는 바우덕이 축제가 9월30일부터 10월3일까지 열립니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바우덕이는 남사당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여성 꼭두쇠로 안성에서 활동했습니다. 안성은 국악, 전통놀이극, 마당놀이라는 문화자원이 넘치는 곳이지요. 안성맞춤랜드와 안성천 일대에서 남사당 공연, 전통공예 등을 체험하고, 안성의 옛 장터, 주막거리 등에서 맛있는 먹거리도 즐길 수 있습니다. 야간경관도 화려하지요. 안성 농특상품을 온라인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도 운영합니다. 이번 축제에는 대중가수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대담한 도전을 하는 셈입니다. 천편일률적인 지방축제를 벗어나 국악과 전통놀이를 제대로 즐기는 마당으로 펼쳤으니, 많은 국민들께서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 인터뷰 및 정리 : 임주환 희망제작소장 · 희망제작소 자치분권팀
* 사진 : 안성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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