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정왕룡 김포시의원은 의정일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있습니다. 의원학교 참가기도 이 블로그에 올라가 있습니다. 블로그 주소 : http://blog.naver.com/kimpodaedu (풀뿌리 김포일기)<편집자 주>
”?”희망제작소 의원연수(1)

“형, 이번에 꼭 무리를 해서라도 한번 참여해 보세요. 진짜 후회안할 겁니다.”

참여연대 간사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박원순 변호사와 함께 희망제작소에서 사회창안센터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후배 안진걸님이 전화를 하였습니다. 일정도 여의치 않은데다가 비용도 만만치 않아 참가는 하고 싶었지만 포기하였던 차에 후배님의 전화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대학 졸업후 줄곧 시민운동 외길을 걸어 온 후배님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존재한 탓도 있었지만 결코 허튼 소리를 안하는 성격을 아는데다 박원순 브랜드가 깔려있는 희망제작소의 프로그램도 은근히 구미를 당기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의회 사무과에 경비지원 방안이 있는지 알아보았지만 지원범위에 해당하는 공식 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길래 이틀 일정중 하루만 참여하는 조건으로 금쪽같은 사비를 털어 1월 31일, 참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끝까지 앉아있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른 데 가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러 다녀오는 길이기에 미안하면서도 당당하기도 합니다. 제가 안보이더라도 저녀석 어디선가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시고 성원해 주십시오. 공부 잘하고 오겠습니다.”

풍무동사무소에서 열린 발전협의회 총회에서 지역 어르신들께 잠시 인사말씀을 드리고 몇가지 잡무를 처리한 뒤 부지런히 행사장인 올림픽 공원내 올림픽 파크텔로 향했습니다.

몇년만에 보는 안진걸 후배님의 시골스런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형, 여기 올때 동생 용돈 좀 챙겨와야지. 그냥 달랑 회비만 챙겨왔소? 월급도 받으면서…”
“아이구, 말마라. 이러다가는 생계보조형 극빈층이 되지 않을까 걱정될 지경이다. 월급은 무슨 월급?”

안진걸 팀장이 박원순 변호사를 소개시켜 주어 명함을 교환하였습니다. 그간 여러 행사장에서 먼발치로 뵌 적은 있지만 악수를 나누어 본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랜 지기처럼 친근감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언론에 가끔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던데 그에 대한 궁금증도 일었지만 결례가 될것 같아 인사만 나누었습니다.

행사장 내부를 보니 얼추 40명 미만의 숫자가 모인듯 했습니다.
그래도 이 사람 저 사람과 명함을 나누며 금방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여기 이 자리까지 온 의원들은 의정활동에 대한 갈급증으로 무언가 애타게 찾는 심정으로 온 분들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책자및 안내자료를 받아보았습니다.
‘내일을 준비하는 의원들의 이유있는 선택’
-나눔과 소통으로 지방의회의원의 비전만들기-라는 부제가 붙은 주요책자 내용을 훑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박원순 변호사의 특강, 김동호 충북대 교수의 청주시 주민참여형 도시계획 추진사례 특강에 이어, 신창현 전 의왕시장의 진행으로 주제발표및 패널간 질의응답이 오갔습니다.

도의원 한번, 기초단체장 민선 3선을 내리연임하신 임수진 전 진안군수님이 기초단체장 입장에서 바라본 의원의 역할에 대해 발표가 있었습니다. 인천에서 지방자치 의원으로 출발하여 국회까지 진출하신 홍미영 의원님의 사례발표는 많은 흥미를 돋구었습니다. 강원도민 일보 송정록 부장은 기자의 시각에서 지방의원들의 명암을 진솔하게 말하였습니다.
질의 응답시간엔 거침없는 내용들이 기탄없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정당공천제로 인한 폐단에 대해 많은 참가자들이 지역에서 겪은 사례를 바탕으로 질의를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면서 지방의원들의 권력줄서기및 충성과시 행위가 끝간데를 모르는 장면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들이 쏟아졌습니다. 홍미영 의원은 현행 지방자치 선거법이 충분한 검토없이 정략적 절충으로 탄생한 측면이 없지않다는 말을 하면서 향후 선거법 개정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질의가 나왔습니다만 지방재정의 열악함과 함께 허울뿐인 의원 유급제의 빈약함에 대한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격렬하게 쏟아졌습니다. 저같은 경우 의회사무과의 인사권 독립과 언론과의 생산적 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 질의를 하였습니다.

바깥에 임채정 국회의장이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하였음에도 토론을 더 원하는 장내분위기에 우리나라 3부요인중 한사람인 국회의장이 바깥에서 기다려야 하는, 그래서 주최측을 적잖이 당혹하게 만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2층 만찬장으로 옮겨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임채정 국회의장이 입장하여서 참가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저 양반 나 기억이나 하실려나?’
학원강사 하던 시절 임채정 의원 지역구인 노원구 의원사무실에서 주민특강 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하여 강의를 진행하였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연설문이 있었음에도 그것은 놔두고 박원순 변호사와 대기시간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소재로 지방자치의 현주소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솜씨가 ‘괜히 국회의장 하는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앉은 테이블에 거제에서 올라오신 이행규 의원과 고양시의 윤용석 의원, 그리고 경기도 의원 한분이 함께 식사를 하였습니다. 여기에 희망제작소 실무진 여러분들이 동석하여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민주노동당 소속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행규의원은 거제도의 상황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경상도 억양에 담아 줄줄이 풀어놓았습니다. 옆자리에 앉았던 고양시 윤용석 의원은 조례를 위반한 채 예술관장 임명을 강행한 고양시장의 행위를 숫자에 밀려 막지못한 사례를 이야기 하였습니다. 안그래도 이 사실을 다른 의원을 통해 알고 있었던 지라 저 역시 답답함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타단체에서 했던 다른 연수와는 달리 이번 연수는 현장감이 넘쳐 좋네요.”
이번 행사실무를 진행하는 이민영 연구원님이 의원들의 반응을 궁금해 하길래 덕담을 건네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의원당선이후 네 번정도 다녀왔지만 대부분이 이론위주의 강의인데다가 프로그램이 엉성한 적이 많아 적잖이 실망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면에서 기초의원 출신의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의 경험 교류, 시민운동가의 강의, 무엇보다도 배움갈급증에 자발적으로 전국에서 모여든 의원들의 열기가 좋았던것 같았습니다.

“이번이 처음이라 아직 공식성과 권위를 가지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다음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이번보다 효과가 많을 거에요. 특히 프로그램의 다변화및 주제발굴, 다양한 강의자 섭외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가정학 전문가를 초청 ‘의정활동과 가족관계의 조화’를 주제로 강연을 듣는다던가, 아니면 자동차 판매왕이나 보험판매왕을 초청하여 고객관리 노하우를 유권자 관리에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라던가 기타등등 말이에요. 이론위주보다 실전위주의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면 시장을 충분히 넓힐 거에요.”

이민영 연구원및 그 자리에 함께 동석한 진행팀원들에게 평소 느꼈던 연수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짧은 조언을 해드렀더니 반기는 표정이었습니다.

희망제작소 의원연수(2)

저녁만찬이 끝난 후 의원간 분임토의가 있었습니다.
제가 있던 자리는 초선의원이 함께 한 자리였습니다.
천안시 의회 장기수 의원 김영수 의원, 청양군 의회 김명숙 의원, 연기군 의회 박영송 의원,광주 동구의 배용태 의원, 고양시 의회 윤용석 의원등과 자리를 함께 하였습니다.

이름이 저만큼이나 특이하신 장기수 의원의 사회와 기자출신인 김명숙 의원의 기록으로 진행된 소모임은 각 의원이 지역에서 느끼는 문제점과 소감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특히 상임위와 예결위, 그리고 본회의간에 의사진행의 원활한 의사진행과 역할구분, 그리고 일관성 있는 흐름등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각 의회가 구성숫자가 다르고 지역의 현실이 인구규모 재정규모가 각기 다양한 상황인지라 서로가 처한 특수성및 공통점을 구분하며 이야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연기군 박영송 의원은 비례대표의 특수성이 갖고 있는 고민을, 광주 동구의 배용태 의원님은 재정자립도가 극히 취약한 지방도시의 예산규모상 독자적 편성내역이 극히 취약한 상황에서 의정활동의 독자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고충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천안시 김영수, 장기수 의원님은 상임위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면서도 불합리한 점은 예결위에서 과감히 예산삭감에 나서서 성공하였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청양군 의회 김명숙님은 김포시와 똑같은 8명 정원의 미니 의회이면서도 상임위를 별도로 구성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의장에게 집중될지도 모를 권한을 상임위 활동속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부분적으로 견제기능까지 하고 있다며 만족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4인 선거구에 출마하여 그것도 도시가 아닌 농촌지역에서 열린우리당 여성후보로 당당히 1등 당선을 한 김명숙 의원의 당찬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토론이 마무리되어가고 서우선 박사의 총괄 정리및 강의가 진행될 즈음 아쉬움을 뒤로하고 장소를 떠나와야 했습니다. 2일차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도 박성민 소장이나 이기우 교수의 강의등 듣고 싶은 내용이 많았지만 지역에서 약속된 일정탓에 참가하지 못하는게 못내 아쉽기만 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관행과 부조리에 맞서 싸우며 풀뿌리의 위기를 막아내고자 고군분투하는 의원님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형, 강의도 강의지만 자발적 열의를 갖고 전국에서 참여하는 의원들간의 수평적 네트워크 구축이 더 큰 소득이 될거에요.”
참여를 권유하던 후배님의 이야기에 걸맞다 싶을 정도로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속에서도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 알찬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무거운 숙제를 안고 전국 각지의 의정활동 현장으로 흩어질 것이지만 저마다 가슴 가득히 ‘희망제작’의 꿈이 담겨져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먼훗날 저 역시 이러한 프로그램의 강사로 선정되어 풀뿌리 후배동료들에게 숱한 경험담을 쏟아내며 유익한 시간을 함께 나눌 시간을 그려보았습니다. 자료집에 실려있는 글을 끝머리에 옮겨봅니다. <누군가는 다른 길을 가야합니다.
누군가는 다른 꿈을 키워야 합니다.
마음만으로
열정만으로 부족합니다.
도전과 변화에 당당히 맞서는 의원만이
희망과 미래를 만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