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다산 정약용 선생은 백성 가장 가까이에 있는 목민관이 가장 어렵고 무거운 직책이라고 했습니다. 시민의 일상을 살피고 지원하는 지방정부 단체장은 우리시대 목민관입니다. 민선 8기 지방정부는 기후위기와 인구감소, 지역불균형 문제가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오늘, 시민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며 지역의 미래를 그려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안고 출범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어려운 시대를 지혜롭게 돌파하는 우리시대 목민관들을 만나 고민과 해법을 이야기합니다.

우리시대 목민관 – 김윤철 경남 합천군수

청정 1급수 맑은 물이 가득한 합천은 국내 최대의 철쭉 군락지 황매산,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을 간직한 팔만대장경과 해인사, 겨울철 기암절벽에 뒤덮인 가야산과 매화산의 설경 등 사계절 관광매력이 넘치는 곳이지만 인구감소의 파고를 넘지는 못했습니다. 1970년대 19만 명을 넘나들던 인구가 2021년 말 기준4만 2935명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도 1만 7590명으로 40.9%를 차지하는 초고령화 상태이기도 합니다. 2021년 기준 지방소멸 위험지수가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고 지목된 합천군은 어떤 활로를 모색하고 있을까요? 지난 9월 1일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이 김윤철 합천군수를 만났습니다.

▲ 김윤철 경남 합천군수

지방소멸 위험지수 1위 군위군은 대구 편입전략으로, 2위 의성군은 청년유입으로, 3위 고흥군은 관광활성화로 활로를 찾고 있는데요, 합천군은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요?

합천군은 매년 평균적으로 100여 명이 출생하고 700여 명이 사망하고, 전·출입을 통해 500여 명이 감소합니다. 매년 1,100여 명 정도 감소해서 올해 8월 기준으로 4만 2천여 명 정도 됩니다. 인구감소가 큰 고민인데, 우리에게는 50여만 명 정도 되는 향우민이 있습니다. 최근 향우민들 가운데 귀향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귀향정책에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그동안 자녀들 학교문제로, 혹은 일자리가 없어서 도시로 나갔다면 이젠 역으로 도시로 나갔던 청년들이 귀향하고 있습니다. 선거기간 동안 만났던 유권자들께서 군수가 되면 우리 자식들 취직할 수 있게 일자리 좀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합천군은 민선8기 공약사업으로 결혼해서 들어오는 신혼부부에게 청년신혼부부 행복주택을 건립해 공급하고, 2024년 고속도로 개통에 맞추어 IC주변에 대형 물류단지 및 관광벨트를 조성하여 젊은층이 자발적으로 합천에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군수님 말씀 가운데 ‘귀향’이 귀에 와 닿네요. 의성군이 청년사업을 많이 하는데, 결국 지역에 돌아오는 사람은 연고가 있는 청년들의 귀향이었습니다.

지금 농림축산식품부 중심으로 귀농귀촌 지원사업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곳에서 어떤 혜택을 주는지 확인해서 악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제는 좀 길게 사전교육들을 많이 하는데, 우리 군에서도 1년을 살아보고 결정하도록 하는 농업창업단지가 있습니다. 3월에 입소해서 10개월간 관련 분야 학습과 체험을 합니다. 현재, 13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3년째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이분들이 지역에 정착할 확률은 50% 수준입니다. 기존 주민과 갈등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절반 정도만 정착합니다. 하지만 지역 출신은 지역에 대한 이해가 있고 인적 관계망이 있기 때문에 지역에 정착하기 쉽습니다.

현재는 60세 이상 은퇴한 분들이 귀향을 많이 하시는데 이분들은 지역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잘 안내해 드리면 됩니다. 다음으로 출향인들 중에 대학졸업 후 제대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입니다. 지역에 편하게 귀향할 수 있도록 일자리도 제공해 주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려고 합니다. 처음에 귀향하면 부모 세대와 갈등이 좀 많은데, 관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해 주면 잘 적응해 나갑니다. 합천은 축산업이 활발한데, 100두 이상 소를 키우는 농가는 소득도 괜찮아 대물림하는 곳이 많습니다.

교통망과 관련한 지역활성화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경남 서북부에 위치한 합천군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요?

우리 합천군은 김천에서 진주를 거쳐 거제로 가는 남부 내륙철도와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내륙철도 역사가 합천읍과 해인사에 2곳 확정돼 있고,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IC가 대병과 대양 두 곳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병IC는 황매산과 합천호 영화 세트장이 연결되기 때문에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고, 합천읍과 인접한 대양IC는 물류단지로 개발할 것입니다.

사실, 도로가 깔리면 인구가 대도시권으로 빠져나가는데, 이제 더 유출될 인구가 없습니다. 역으로 웰빙족들이 농산촌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봅니다. 경남권 발전계획에서 합천은 거창과 함께 웰빙도시를 지향합니다. 조만간 주 4일 근무제가 도입되고 주 3일을 쉬는 시대가 오면 웰빙과 휴식에 대한 요구가 쏟아질 겁니다. 그래서 합천은 체육시설을 대폭 확충하여 스포츠웰빙 도시로 변모해 가고자 합니다.

최근 골프 이용객도 많아지고 있는데, 관내 18홀 파크골프장 회원만 660여 명입니다. 대구에서 파크골프장이 좋아서 이사 오겠다는 사람도 있고, 개인 사업자가 주민동의를 받아서 36홀 골프장 조성하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울러, 읍내를 가로지르는 황강 둔치에는 축구장이 6면 조성되어 있어서 축구대회를 유치하기 좋은 조건입니다. 춘·추계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가 올해부터 5년간 2026년까지 개최가 확정되었고, 현재 여자축구협회와 협의 중인 여왕기 여자축구대회까지 유치하게 된다면 스포츠웰빙도시 홍보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올해부터 지역소멸대응기금이 지원되는데 어떻게 활용할 계획이신지요?

앞서 말씀드린 부분들에 지방소멸대응기금들이 활용될 것이고, 또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조성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요즘은 행사를 기획해도 아이들 중심으로 기획해야 사람들이 모입니다. 우리 군은 특이하게 목욕탕 문화가 발달했는데, 주 고객이 여성입니다. 목욕탕에 모여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는데, 이 분들을 학습그룹으로 엮어서 지역발전을 견인해 나가면 어떨까 구상 중입니다. 여성담당 과장님과도 협의 중인데, 여성친화도시, 아동친화도시를 만들면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하지 않을까 합니다.

▲ 인터뷰 모습

지역활성화를 위해서는 문화관광자원의 활용도 중요할 텐데요, 합천군은 기존 문화관광 자원에 더해, 최근에는 운석 충돌구를 관광자원화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공교롭게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운석 충돌구 안쪽입니다. 초계·적중 분지라고 하는 곳인데, 동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이고, 한반도에서 최초로 발견된 곳입니다. 비행기 타고 김해공항으로 가다 보면 창녕 화왕산 옆으로 운석 충돌구가 확연하게 보입니다. 이곳을 지질 테마파크로 조성하는 계획은 도지사 공약, 대통령 공약사업에 들어가 있습니다. 5만 년 전 운석 충돌구를 체험하려면 지하로 내려가야 합니다.

사실 저는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공사를 하다 보면 산자락은 지질층 모양이 확연하게 다른 것이 보입니다. 이곳을 관광명소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인데, 내년에 59억원 예산을 지원받으면 용역결과를 토대로 체험관이나 박물관, 전시관을 만들어서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북부의 해인사 문화관광 지구와 서쪽의 합천댐 수변 관광지에 이어 동쪽 운석 충돌구 지질공원까지 만들어지고 광역철도와 고속도로가 연결되면 합천은 관광도시로 거듭나며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합니다.

* 인터뷰 및 정리: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 자치분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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