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번(John Byrne)교수가 말하는 기후변화의 해답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는 21세기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동시에 도전을 요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는 일면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나, 에너지 사용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므로 결국 하나의 문제로 귀결된다. 경제성장은 인류에 많은 혜택을 안겨주었지만 자원과 에너지 고갈 문제와 이로 인한 환경오염, 더 나아가 지구온난화 문제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노력의 일환으로 <기후강연>의 첫 번째 강좌를 마련하였다. 영국은 자본주의가 태동한 국가인 때문인지, 국제 기준(standard)에 대한 주도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방식도 제도적이다. 탄소배출권거래시장을 만드는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미국은 연방정부가 기후변화협약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주정부 차원에서는 제도적인 노력과 함께 기술 개발에 공을 들임으로써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넘보고 있다. 이번 강연은 그러한 미국의 경험을 듣는 자리였다.

미국 델라웨어 대학은 에너지 정책으로 유명한 곳이다. 존 번 교수는 이 대학의 공공정책과 특훈교수(Distinguished Professor) 및 에너지환경정책연구소(CEEP, Center for Energy & Environmental Policy) 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패널(UN IPCC, UN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으며, 2007년 IPCC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때도 함께 했었다.

존 번 교수의 강연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지구온난화의 위협에 대한 설명과 우리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변화의 주역은 지역공동체와 지방정부라는 점을 역설하였다.

[##_1C|1239978336.jpg|width=”390″ height=”274″ alt=”?”|미국 델라웨어대학 CEEP연구소 홈페이지_##]

존 번 교수 강연 들여다보기

에너지 사용에 있어, 전 세계 인구 절반만이 저렴한 가격에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다. 만일 전 세계 모든 인구가 에너지를 사용하게 하려면, 현재보다 7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러한 모든 에너지 사용은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이유로, 화석에너지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게 진행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은 불평등하다. 저소득층은 가격 때문에 최소한의 에너지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IPCC(UN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보고서에 의하면, 인간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90% 이상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1990년 발생했던 온실가스 기준으로 절반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IPCC는 소비를 덜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에너지 사용방식을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IPCC가 제시하는 해답은 (1)에너지 사용량 줄이기, (2)에너지 효율 향상, (3)숲의 보전과 농업 등, (4)재생가능에너지 사용, (5)새로운 핵발전에 대한 고민, (6)기타 순서로 제시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첫 번째 해답이 되는 것이다. 존 번 교수는 희망적인 예로 캘리포니아주를 소개했다. 캘리포니아의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1970년대부터 30년이 지난 현재에도 동일한 수준이다. 캘리포니아 경제는 크게 성장했고, 인구도 많이 유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건 결국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을 줄였다는 의미이다.

[##_1C|1281707279.jpg|width=”390″ height=”261″ alt=”?”|존 번 교수 강연 모습_##]

캘리포니아는 지난 30년간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캘리포니아는 어떻게 했던 것일까? 캘리포니아는 지난 30년간 다음과 같은 노력을 지속했다.

(1)주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급으로 고효율 에너지 제품 사용을 독려했고
(2)새로운 빌딩을 설계할 때나 발전소를 설계할 때,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설계를 했다.
(3)이와 같은 사업들을 위한 재원마련을 제도적으로 추진했다. 전력 판매시 1kW당 4센트의 돈을 부가하여, 이를 재원으로 마련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결국 에너지 사용량 절감을 위한 사업들의 지속적 재원마련에 기여했으며, 사용량 자체도 절감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4)그리고 교통 개선을 꾀했다. 차량에너지 효율을 2배로 높이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을 늘렸다.

샌프란시스코도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20%의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목표로 노력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온실가스 80%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한 기금마련은 공공투자 방식으로 진행하며, 채권발행으로 충당하고 있다. 버클리의 경우, 주민들에게 고효율 에너지 절감 장비를 국가 보조로 구입하게 해주며, 재산세를 납부하면서 국가 보조금을 조금씩 갚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32개 주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일정량 이상 판매하도록 법으로 규제한다

미국 전역에 걸쳐, 에너지 공급 현황에 변화가 있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 공급량은 매년 30%씩 증가되었다. 이러한 효과는 미국의 에너지 관련 법률에서 그 요인을 찾아 볼 수 있다. 미국 32개 주(31개 주+워싱턴 DC)에서 에너지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일정량 이상 판매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또한 29개 주에서는 기후변화엑션플랜 만들어 2030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30% 줄이도록 했다. 이러한 모든 노력이 재생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라는 결과를 만든 것이다. 또한 지난 4년간 14개 주에서는 태양에너지도 일정 비율 이상을 사용하도록 했다. 풍력발전은 특정 지역에서만 가능하지만 태양은 모든 곳에서 활용 가능한 에너지이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다.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존 번 교수의 평가

잠시 원자력에 대한 존 번 교수의 평가를 살펴보겠다. 존 번 교수는 ‘핵에너지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예로 프랑스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프랑스는 전력 공급량의 75%를 원자력에너지로 충당한다. 만일 원자력이 기후변화문제의 대책이 되려면, 프랑스의 온실가스 발생량은 크게 줄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프랑스의 1980년~1990년 사이 온실가스 발생량은 오히려 증가했으며, 온실가스를 60% 감축해야 하는 실정임에도 전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의 근본적 대책은 사회 각 분야, 작은 부분에서부터 생활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사례처럼 국가적 차원의 대책은 원자력과 같이 기존의 대규모 에너지 시스템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결국 제대로 된 대책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존 번 교수는 국가 대신 지역공동체가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는 큰 변화를 빠르게 가져오기 위해, 지방정부와 지역공동체가 행동해야 함을 강조한다. 하나의 성공 사례를 보자.

[##_1C|1004446591.jpg|width=”390″ height=”254″ alt=”?”|풍력발전 (우리나라 대관령)_##]

지방정부와 지역공동체가 행동해야 한다

10년 전 Woking이라는 영국 도시는 캘리포니아와 같은 수준의 에너지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10년 만에 주거용 에너지의 33%를 절감했고, 21%의 CO2는 감축을 달성했다. 더욱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성과가 전체주민의 12% 참여만으로 달성 가능했다는 점이다.

성공사례는 또 다른 지역에도 있다. 일본 도쿄 교외 지역에서는 건축설계 및 시공업체를 설득해서 전기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건축 방식을 도입하였다. 그 방법은 지붕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지붕을 투명하게 하여, 전기가 필요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또한 이러한 투명 지붕에는 ‘레이저 엣징’이라는 기술 사용하여 솔라 셀(Solar-Cell)을 붙였고, 이로부터 전기 생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본 도쿄의 건축가들은 개별건물뿐만 아니라, 도시의 커다란 면적들(주차장, 대규모 시설 지붕 등)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였다. 또한 버스 정류장 지붕에도 태양광 시설을 설치했다.

이러한 모든 사업에 중앙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했으나, 주도적 역할은 지방정부와 지역공동체였으며, 하나의 성공 사례가 나타나자 다른 지역에서도 따라하는 효과를 보였다.

재생에너지 생산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생산에 대한 대책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s)나 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가 그것이다. 한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유리하다.

다시 미국의 사례로 돌아오면, 에너지 정책에 있어 수요감소 정책과 토지이용 정책이 효과적이었으며,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 역시 효과적이었다. 재생에너지 공급확대를 꾀하는 정책은 국가별로 그리고 에너지 공급회사 형태별로 차이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크게 두 가지의 흐름이 있는데, 하나가 미국 사례와 같은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이며, 다른 하나는 독일에서 적용하는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이다.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는 생산되는 전력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이며,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일정 금액 이상으로 구매해 주는 제도이다.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에 있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보다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같이 여러 개의 발전회사가 경쟁하는 구조에서는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가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한국과 같이 전력산업이 독점형태인 곳에서는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시키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이유는 에너지 공급사가 많고, 지방자치가 잘 되어 있어 각 지방정부별로 에너지 정책을 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정부가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최소한의 기준만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지방정부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구조여야 하며, 지방정부에 재생가능에너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

[##_1C|1322617272.jpg|width=”390″ height=”287″ alt=”?”|태양광 (미국의 가정주택)_##]

지속가능한 에너지 유틸리티(SEU, Sustainable Energy Utility)는 지방정부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 델라웨어 주에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유틸리티(SEU)를 적용하고 있다. SEU는 적은 양의 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하고,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각각의 목표치를 정하고, 시행자와 참여자가 어떻게 목표에 도달할 것인지 제안을 내놓는 것이다.

또한 SEU는 주정부처럼 채권발행이 가능하다. 녹색채권을 발행해서,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그 자금을 통해서 시행자(참여자)에서 성과에 따라 사업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델라웨어주는 채권발행 뿐만 아니라 탄소세도 세원으로 사용 가능하다. 미국의 9개 주는 CO2 배출 상한제를 두었다. 상한 기준을 넘는 CO2 배출의 경우는 세금을 내야 하며, 이것이 재원이 되는 구조이다.

SEU 도입 후 에너지 사용량이 줄면 에너지 사용료 절감효과가 있다. 이 중 일부를 SEU saving share 기금으로 돌아간다. 모델링 결과, 절감량의 33%가 SEU로 돌려졌다. 그리고 5년 후에는 투자비용을 전액 회수할 수 있어, SEU 고객들은 에너지 절감에 의한 경제적 이득을 100% 누리게 된다. 또한 기존 에너지 공급자들이 재생가능한에너지채권(RECs, Renewable Energy Credits)을 사야 하는데, 이 채권을 사기 위해 내는 기금도 SEU 기금으로 들어간다.

서울은 지붕을 활용한 태양발전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울을 살펴보자. 서울은 건물 지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이 지붕을 재생가능에너지 발생장소로 활용하는 연구를 했다. 건물 지붕을 태양열 발전으로 활용 가능하며, 이를 통해 CO2 발생량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례로, 서울의 자질구레한 공간을 제외하고 남향 지붕만을 사용할 때, 전력공급량의 25%를 태양발전으로 충당 가능하다. 이는 전기 수요의 36% 절감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수치이다. 또한 이것은 현재 태양전지 기술수준을 놓고 통계 낸 것으로, 향후 10년 후에 태양전지 효율이 3배 정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므로, 서울시 전력 사용을 태양전지로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붕을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남향 지붕의 68%는 주택의 지붕이므로, 이러한 접근은 공동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체계적인 접근을 위해, SEU도 채택 가능하다.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해 보면, 자치단체 조례로 서울시 전력의 일정 사용량을 재생가능에너지로 사용하도록 하고, 일정금을 SEU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금 확보가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건물을 철거할 필요도 없고 산림이나 숲을 훼손할 필요도 없다. 그냥 있는 지붕만을 활용하면 된다. 그리고 이것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틀만 만들면 된다.

[##_1C|1040050631.jpg|width=”390″ height=”261″ alt=”?”|존 번 교수 강연 모습_##]

과연 시민들이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없다. 일례로 중국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지독한 대기오염을 잠시나마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홀짝제를 강제하였다. 이를 통해, 30% 자동차 연료가 절약되었으며, 공기는 퍽 깨끗해졌다. 최근 베이징시는 시민들에게 자동차 홀짝제 유지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의외로 베이징 시민 70%가 홀짝제를 유지하자고 지지해왔고, 베이징 시정부는 홀짝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모든 변화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미국에서도 에너지시스템 변화는 쉽지 않았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걸림돌이었다. 그리고 석유회사, 석탄회사 등에서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아서 더 큰 문제가 되었다. 한국이나 중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오히려 더 힘든 길이 될지 모른다. 왜냐하면 한국이나 중국은 에너지에 대한 모든 결정 권한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는 지방(지역)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존 번 교수가 희망제작소에 온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은 제도, 법률, 인재, 자본 모든 것이 심각하게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조금 다르긴 해도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러고 부시 정부는 기후변화나 재생에너지에는 관심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집권 기간에 32개 주는 주 법으로 에너지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특정 비율의 재생가능에너지를 포함하도록 법으로 만들었다. 또한 29개 주는 기후변화엑션플랜 채택했다. 특히 SEU 프로그램은 델라웨어 주뿐만 아니라, 부시 대통령이 살고 있는 워싱턴 DC에도 진행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지역공동체가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접근방식은 지역마다 다르다. 그것은 지역공동체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글_ 홍선(희망제작소 기후.환경팀 팀장)

* 주: 한국은 신재생에너지(New and renewable energy)란 개념을 사용하지만 세계적으로는 재생가능에너지(Renewable energy)로 사용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입니다.
* 이번 강연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민간단체를 위해 무료로 강연해 주신 존 번 교수님과 희망제작소 고리팀 통역 자원봉사자 정승환님, 미국 델라웨어대학의 서왕진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