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호소가 국제적, 국내적으로 높은 건 이미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 자신이 이를 얼마나 절실하게 자신의 문제로 삼고, 얼마나 혁신적인 조치를 위한 가시적 결단을 내리느냐에 있을 것이다.

땅 투기를 하거나 정치권과 공무원에게 불법로비를 해서, 사업주의 주머니를 더 채우고 자기 기업에게 특혜가 돌아오도록 노력하는 돈을, 그 전부가 아니라 일부라도, 사회적인 프로젝트에 과감히 쏟는 기업들이 많아져야 하고, 또 그렇게 되도록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기업문화, 기업윤리, 기업가정신이 CEO들 안에 내면화되어 새로운 기업 엘리트의 주도문화(leading culture)가 자리 잡고 현실화 되도록 만드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

독일 기업들은 일찍부터 높은 수준으로 독일의 사회보장제도에 참여해 왔고, 여러가지 법 제도상 한국의 기업들에 비해 훨씬 더 큰 세제상의 부담을 안고 있다.

최근 치뤄진 독일 총선에서 감세를 호소한 자유민주당(FDP)이 많은 득표를 한 것은 그간 독일의 기업들이 제도상 부담해 온  사회적 책임의 수준이 높았고, 그 짐으로부터 어깨를 가볍게 하고 싶어 하는 기업가와 자영업자들의 염원이 컸음을 반영한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무책임’을 자신들의 이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테지만 말이다.

제도적인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 경감에 대한 기업들의 집단적인 호소와는 별도로, 현재 독일에서는 개별 기업들이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위 ‘사회적 자본가들 (Soziale Kapitalisten)’로 명명되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경영의 정체성으로 표방하는 기업도 있고, 종래의 기업들 중 새로운 영역을 향해 새로운 형식으로 사회적 책임의 수준을 높여나가는 기업들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두 대기업의 행보가 유럽 내 시민사회 언론(glocalist.com)에 최근 회자되고 있어 잠시 소개코자 한다. 그 하나는 자동차 대기업 아우디(AUDI)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통신 대기업 에온(E.On)이다.

환경을 바라보는 거대한 시선 

아우디는 공익적인 환경재단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에 분산되어 있는 콘체른(편집자 주: 법률상으로는 독립되어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통일된 지배를 받는 기업집단)의 친환경 활동을 통합ㆍ운영해 가려 한다.
 
자본금이 약 500만 유로(약 85억원)에 이르는 재단의 설립은 환경보호를 위한 여러 활동들의 장벽을 허물기 위함이다. 재단의 활동은 생태의 영역에서 특화되고, 절대적인 공익지향성을 지닐 것이다. 아우디의 최고경영자인 프랑크 드레베스가 감사회 의장직을 맡는 방식으로 재단의 대표가 된다.

그는 “이 재단과 함께 환경보호를 위한 전 세계의 실천들을 결합시키고, 미래의 프로젝트들을 통해 지속가능한 무역에 광범위하게 기여코자 한다”고 말했다.  

또 아우디의 총수인 루퍼트 슈타들러는 “이 재단은 아우디 환경정책의 총체적인 효율성 구현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용자이 환경재단의 목표는 인간과 동식물의 자연적인 기반을 보호하는 것이다. 자동차를 넘어 친환경적 기술의 발전을 지원하고, 환경교육과 지속적인 인간-환경-시스템 수립에 기여하는 실천 및 연구 작업이 재단의 활동을 통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드레스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환경보호를 개별적인 분과로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 지속가능한 무역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환경재단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이 전체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생산공정과 생산기지에 있어 친환경성의 지속적인 증진과 환경정의에 부합하도록 자연 자원을 이용하는 것은 이미 오늘날 아우디 환경정책의 기본원리로 확실히 뿌리 내려 있다.

아우디는 여러 전략을 통해 자원 소비와 이산화탄소 방출의 추가적인 감축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2012년까지 자사 생산 모델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약 20% 더 줄일 계획이고, 생산기지 및 기업 활동과 관련된 부수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갈 예정이다.
 
“무지의 시간은 갔다”


지난 9월 30일 ‘유럽 경영과 기술 학교 (ESMT)’는 재계, 사회계, 학계의 인물을 두루 초청한 가운데,  ‘기업의 책임을 위한 에온n) 학과’를 개설하였다. 학과장인 바타챠리야(Bhattacharya) 교수의 역사적인 출범사 발표가 에온 학과의 시작을 알렸다. 이 학과는 에온에 의해 5년간 운영자금을 지원받게 되며, MSMT에서 최초로 후원기관의 이름을 담은 학과가 되었다. 

에온의 CEO 베르노타트(Bernotat)는 ESMT 재단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무지의 시간은 갔다”는 내용의 기념사를 통해  “에온 학과가 야심적인 비즈니스 스쿨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경제ㆍ금융위기는 사회적으로 대규모의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시민들의 경제에 대한, 그리고 우리들의 경제질서에 대한 신뢰는 흔들리고 있어서, 그것이 정당성을 갖는 것인지 의심 받고 있다. 경영인들의 최우선적인 과제는 상실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하나의 장기적인 지향성을 가져야 하며, 투명성과 지속성을 지향하는 기업정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떻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구축되고 실행될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가 오늘날보다 더 가치있던 적은 없었다.”

”사용자한편,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스쿨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바타챠리야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해당사자들 (Stakeholder)간의 관계를 개선하고, 그를 통해 기업 전체를 강화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금융위기 상황을 맞이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주제에 있어 더욱 명확하게 된 것은 이제 무지의 시간은 갔다는 사실이다. 오로지 자신의 비즈니스에만 관심을 갖고, 그것이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간과하는 기업가는 당장 자신의 사업 영역에서조차 더 이상 많은 친구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글 _ 희망제작소 박명준 객원연구위원 (mj.park@makehope.org)

참조_ 
아우디 관련 기사 
에온 관련 기사       

유럽희망통신은 유럽 주요 국가의 시민사회ㆍ사회적기업ㆍ사회자본ㆍ싱크탱크들이 추구하는 사회혁신 실천사례를 소개합니다. 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 국가들의 소식에 중점을 두고, 부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합니다.

 ☞  유럽의 움직임이 보인다!  유럽희망통신 목록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