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수의 그린투어리즘(1) 일본 농촌의 상상력을 엿보다

<편집자 주>지역과 농촌의 어려움은 일본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농촌을 살리기 위한 갖가지 지원구조와 자구 노력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농업·농촌이 갖는 국가적 상징성과 다원적 공익기능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없이 그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지켜내고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나 실천 활동에 너무도 인색하다. 그런 의미에서 농촌살리기, 지역재생을 위한 일본의 상상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그린투어리즘과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관한 개론적인 소개와 대안적 사례들을 연재한다. 이 글이 우리의 대안 모델을 상상하는데 모티브가 되었으면 한다.



[##_1L|1172186853.jpg|width=”400″ height=”300″ alt=”?”|일본의 한 딸기농가에서 진행하는 농촌체험활동 모습._##]체험과 공감의 하모니, 그린투어리즘

그린투어리즘(Green tourism)은 보통 에코투어리즘(eco-tourism)과 같은 말로 쓰이는데, 환경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자연을 관찰하며 이해하고 즐기는 여행 방식이나 여행 문화를 일컫는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쾌적한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환경을 보존하는 친환경적 관광을 지칭하는 이른바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그린투어리즘은, 도시와 농어촌 등 커뮤니티의 교류를 통해 도시와 지역사회가 공생하는 ‘체험과 공감’을 나누는 관광 형태에 방점을 둔 것이다.

어떻든 그린투어리즘은, 기존의 반환경적이고 소비적인 관광문화를 극복하고, 자연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전제로 한 모든 ‘지속가능한 관광 형태’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그 개념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다. 농어촌과 산촌체험활동, 농촌의 아름다운 녹색 전원풍경과 여유를 즐기는 여가활동이 모두 그린투어리즘이다.

우리나라도 그린투어리즘을 이처럼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대안적인 ‘관광’ 차원의 용어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즉 그린투어리즘은 제 3자의 입장에서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관조적 의미의 수동적인 관광이 아니라, 스스로 자연과 농촌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삶의 양식’과 ‘소비 의식’을 바꾸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유럽에서 시작한 그린투어리즘의 태동 배경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린투어리즘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도입되었다고 한다. 관광이 경제적 이익의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광 ‘개발’이 무분별하게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환경악화와 자연파괴가 심해지자, 1960년대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운동의 일환으로 그린투어리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전쟁으로 버려진 많은 농촌가옥과 문화재를 활용하는 방편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시도가 성공하면서 그린투어리즘이 점차 발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_1R|1177431809.jpg|width=”400″ height=”300″ alt=”?”|일본은 농업농촌을 살리기 위한 그린투어리즘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된다._##]일본에 부는 녹색바람, 그린투어리즘

그린투어리즘을 일반적으로 ‘생태관광’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는 ‘농촌활성화와 농업에 대한 국민적 의식전환운동’이라는 새로운 지향을 가지며 독특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즉, 서구의 그린투어리즘이 ‘여가 체재형 관광’으로 발전했다면, 1992년에 제기된 일본의 그린투어리즘은 15년 동안의 변화와 발전을 통해 ‘농가 체험형’에서부터 ‘여가 체재형’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물론 그 중에서도 ‘농가 체험형’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다.

이처럼 서구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일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여가문화가 있다. 그린투어리즘의 대세인 전형적인 농가민박과 팜스테이의 경우, 서구에서는 바캉스 시즌에 주간 단위로 장기 체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하루나 이틀 정도 단기로 숙박하는 게 대부분이다. 휴가 기간이 짧고, 그나마도 상사와 직장의 눈치를 보며 휴가를 내야하는 경직된 직장문화 탓이다.

현재 일본은 점점 쇠퇴해가는 농산어촌의 문제(고령화, 쌀가격 하락, 농업인구의 감소 등)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적 활동의 하나로 그린투어리즘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도시인들은 농업, 환경, 건강, 안전한 먹거리 등에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여행이 다양화되고 장기체제화 되면서 그린투어리즘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1992년부터 전국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해, 현재 일본 전역에서 약 2만 가구에서 민박 형태로 그린투어리즘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중 약 5천 가구가 농가(농업)체험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일본 문부성은 그린투어리즘도 중요한 교육과정으로 인정해, 연간 7일 이상의 농촌체험활동을 하도록 지침으로 권장하고 있다.

그린투어리즘과 연계한 창업활동도 활발하다. 현황을 보면, 농산물직매소가 약 1만2천여개소, 농가레스토랑과 농산물가공 공장이 8천여개소에 달하며 매년 약 6%씩 성장한다고 한다. 현재 일본 그린투어리즘의 시장규모는 연간 약 5천억엔에 이른다고 한다.

농업은 생존을 좌우하는 식량문제와 직결되고, 환경성과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다원적 공익기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농업과 농촌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다. 사회 각 영역에서도 농촌활성화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며 농촌과 교류하고 있다.

세계 선진 각국은 농업이 GNP 면에서나 전체 인구면에서 2∼3% 밖에 안되지만, 국민적 합의를 통해 무리하리만큼 농업과 농촌에 투자하고 농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것은 농업이 국가의 자주와 민족의 유지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이자 최소한의 기본조건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그린투어리즘은 이처럼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한 절박한 시점에 탄생했고, 이젠 일본 전역에서 도농교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_1C|1195748294.jpg|width=”400″ height=”300″ alt=”?”|일본의 한 농가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농촌 전원 풍경._##]
그린투어리즘의 기대 효과

1. 농ㆍ산ㆍ어촌에서 기대되는 효과
– 아름다운 녹색 전원, 풍요로운 농산어촌의 자산과 자원 보전
– 농산어촌의 지역사회 활력 증강
– 농산어촌의 지역경제 활성화
– 지역의 재발견과 지역자원의 유효 활용
– 고령자와 여성의 활약의 장 창출

2. 교육 여행을 통해 아이들에게 주는 효과
– 농산어촌의 생활과 문화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됨
– 체험을 통해 문제의식과 학습 의욕이 향상됨
– 인간성과 사회성의 향상
– 커뮤니케이션 능력 배양

3. 학교 전체에 주는 효과
– 농산어촌의 다양한 자원을 학교 교육에 활용
– 농산어촌 체험을 중심으로 하는 특색있는 학교 만들기
–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열린 학교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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