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의 여름을 기억합니다

7월 초 당신의 아름다운 희망을 지지합니다  기사를 통해 소개된 간디학교 김유진 학생 기억하시나요?  10일 간 희망제작소에서의 인턴 근무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간 김유진 학생이  반가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느낀 점을 조목조목 정리한 내용이었지요.  김유진 학생의 단단한 신념과 날카로운 시각에 희망제작소 식구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답니다.  ‘약자들이 당당하게 디딜 수 있는 땅을 만들고 싶다”는 김유진 학생의 속 깊은 글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집에 돌아온 후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는 9시뉴스는 희망의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가슴 아픈 소식들로 가득하다. 이렇듯 절망만이 난무할 뿐, 절망의 땅에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보도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에게 주어진 몫인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자꾸만 민주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상실케 한다. 허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희망의 싹은 우리의 맞잡은 손에서 자라난다는 것이다. 모두의 노력이 모여 도처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소식이 안방에 전해지는 그 날을…….

[##_1C|1046007319.jpg|width=”542″ height=”35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짧은 서울생활을 마치고 돌아간 간디학교에서. 뒤에 보이는 건물이 도서관이랍니다._##]
나는 희망제작소로 가겠다

4월 어느 날 ‘삶과 철학’ 수업 시간. 금요일에 있을 초청특강을 앞두고 ‘소셜디자이너 박원순’ 그리고 ‘희망제작소’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다.  ‘저 분을 만나야겠다. 그리고 나는 희망제작소로 가겠다.’  그 날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원했기에 망설임 없이 두드렸고, 그렇게 주어진 10일의 시간을 보낸 뒤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 것인가.’
긴 시간 동안 나의 화두였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박복한 사회는 대안을 필요로 한다. 나 또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그렇다면 나는 살아가면서 과연 어떤 가치의 대안을 창출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희망제작소에서 갖게 될 소중한 시간들이 내 삶의 방향을 조금 더 구체화 시켜줄 것이라 믿었다.

첫 출근. 내게도 책상 한 자리가 주어졌다. 완전한 ‘자율’ 또한 함께. 업무를 지시 받기보다는 내가 만들어가는 업무가 훨씬 많았다. 그래서 퇴근 후에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매일 밤 그 날 모은 자료 속에 파묻혀 다음 날을 준비했다. 더 큰 배움을 얻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했다. 그 노력들은 희망제작소의 가치를 스스로 해석할 수 있게 했고, 사회의 단면에만 머물렀던 내 시야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박원순 상임이사님과의 동행일정, 그리고 상임이사님을 포함한 희망제작소의 모든 부서를 인터뷰 했던 것이 희망제작소를 이해하는데 굉장한 도움이 됐다. 씽크 앤 두 탱크(Think&Do tank).  희망제작소는 대안창출의 보고이며 더 넒은 의미에선 희망의 현실화를 위한 중간지원조직, 즉 소통의 매개체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그들의 희망을 싹틔울 수 있도록 희망제작소는 그들의 탄탄한 다리가 되어주고 있다.

그들의 기반은 어디에?

그러나 그런 희망제작소에게도 탄탄한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 것일까. 이는 희망제작소 뿐 아니라 대개의 비영리기구(NPO)가 가지는 취약점이기도 하다. 가장 역동적이고 실험적인 조직이지만, 그 기반은 가장 약한 조직이기도 한 것이다.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게 일하는 것이 당연해진 우리 사회이지만, 이것이 그들을 언제나 소수자로 머물게 한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그 영역에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좋지만, 그들이 더 나은 조건과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밖에서 돕는 우리들의 노력 또한 중요할 것이다.

또, 희망제작소는 풀뿌리가 되는 지역사회에 가장 큰 기반을 두고 있다. 뿌리에서부터의 시작이 더 탄탄함을 알지만, 정작 그 중요성을 몸소 체험할 기회가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시흥에서 열린 ‘커뮤니티 비즈니스 포럼’은 내게 뚜렷한 사고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지역사회의 발전이 더 큰 어젠다로 나아가는 밑바탕을 구축해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상임이사님과의 인터뷰 중에 나는 지역차원의 문제에 무게를 싣다보면 국가차원의 문제가 간과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한 적이 있다. 그 때 내게 돌아온 답변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그 또한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그 쪽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서서 일하고 있지 않느냐, 우리는 사람들의 관심이 덜한, 구석지고 잘 안 되는 곳으로 가서 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내가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또 다른 고민으로 이어졌다.

‘나는 과연 세상의 어떤 빈틈을 메우고자 했는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고민이 정말 깊이 이루어졌던 것일까. 내가 그린 삶의 얼개에서 진정한 대안을 찾을 수 있는가.’

[##_1C|1385950372.jpg|width=”289″ height=”32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2009년 여름날 희망제작소에서의 즐거운 한 때._##]
자, 김유진 어떻게 살 것인가

약자들이 당당하게 디딜 수 있는 땅을 만들고 싶었다. 인권변호사를 꿈꾸게 된 이유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다만, 내가 많은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 내 시야가 한 없이 좁았음을 깊이 성찰한다.

‘그 속에서 변화를 구축해 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것인가.’
인턴십을 마친 지금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이처럼 많은 고민을 안고 돌아왔지만, 오히려 더 확고해진 부분도 있다. 바로 ‘연대’에 대한 신념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상생의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상임이사님은 이를 순치관계라 했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가 세상의 한 조각임을 알고, 공공의 가치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아름다운 연대이자 상생의 길이지 않을까.

우리 세대는 여러 가지 의미로 박복한 현실 가운데 놓여있다. 허나 이러한 사회는 역설적으로 개개인에게 심지가 곧은 소신 있는 삶의 자세를 요구한다. 이것이 내겐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 변호사 시절의 가장 큰 보람을 “역사의 한 가운데 제가 있는 것만으로도” 라고 표현한 상임이사님 말씀에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나 또한 이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사는 한 사람이길 바란다. 그러려면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나의 뿌리를 지금보다 더 깊고 단단하게 내릴 수 있도록 하자.

나의 아름다운 희망을 지지합니다!

글 / 김유진 (간디학교 3학년)
 

Comments

“희망제작소의 여름을 기억합니다”에 대한 15개의 응답

  1. 김미란 아바타
    김미란

    이렇게 당차고 똘망똘망한 유진씨 같은 친구가 있어 기뻐요. 희망을 잃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나갈 것을 믿어요. 화이팅!

  2. 맨발 아바타
    맨발

    이렇게 건강한 젊은이를 박복한 현실에 살게 해서 미안한 마음만… –; 뒷산 소풍날 잠깐 보면서 희망씨앗이라 생각했지요. ^^

  3. ‘약자들이 당당하게 디딜 수 있는 땅을 만들고 싶다”는 님의 얘기가 감동적이고도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우리 모두 더디 가도 제대로! 함께! 가는 세상에 밀알이 되도록 하지요. ^^

  4.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고민에서.. 저 또한 참으로 많은 고민중에 있기에 왠지모를 동지감을 느끼게 되네요. 그리고 저도 희망제작소 인턴으로 일하고 싶어지네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여러의미로 박복한 현실 가운데 놓여있지만 이러한 사회는 역설적으로 개개인에게 심지가 곧은 소신 있는 삶의 자세를 요구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나름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면서도 과연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반성해 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하나씩 깨달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자꾸만 용기가 없어지네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디뎌도 무너지지 않을 당당한 땅, 함께 만들어가 봅시다!!
    아자아자 화이팅!!!

  5. 정지원 아바타
    정지원

    와우…유진양같은 학생들이 많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미래가 밝아 보이는데요?
    화이팅하고!! 힘내서 꼭 이루고 싶은 꿈 이루세요!!!
    초심을 잃지 말구요!!

  6. 총무 아바타
    총무

    유진씨…

    14기인턴 총무에요…^^

    짦은기간을 같이했을 뿐이지만 10살이나 많은 제가 부끄러울 정도로

    당차고, 생각이 맑은 사람임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던 시간이었던거 같아요…

    고3으로써 힘들다면 세상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보낼텐데…

    힘 없는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 잊지마시고…

    고등학교생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시길 바람해요…

    퐈이팅!!!캬하하

  7. 케로로 아바타
    케로로

    이봐요 인턴총무님 ㅋㅋ 스무살이나 많은 나는 어떻겠어요 ㅋㅋ
    유진씨 화팅! 인턴 총무님도 홧팅! 나도 홧팅, 제작소도 홧팅!

  8. 박명준 아바타
    박명준

    이런 훌륭한 학생이 있었다니…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습니다. 미소만큼이나 흐뭇한 똑뿌러진 글이네요. 간디학교 학생들은 다 이렇게 똑똑한가요?

  9. 김란희 아바타
    김란희

    8개월쯤 활동가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제 맘과 같네요
    제가 있는 지역은 조용하기도 하고 시끄럽기도 하고 그래요
    마음 안에서 움직이는 희망을 찾고자
    매일 눈 크게 뜨고 공부해요
    자꾸 잊어버리지만요

    잘될거라는 좋은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요 우리
    천천히 걸어요.. 그게 더빨라요..

    응원합니다.. 꾸벅..

  10. 김유진님(학생)~
    꼭 세상의 빛이 되어주세요.
    그리고 꼭 인권변호사도 되셔서 어렵고 힘겹고 이야기 들어 줄 사람 없는 그들을 위해서도 멋진 일 해 주세요.
    항상 응원할께요.
    늘 건강하고 밝고 희망 이야기 자주 남겨 주세요.
    섬진강가 농촌희망지기.

  11. 남혜선 아바타
    남혜선

    제가 한참 언니뻘 나이인데 정말 글을 읽고나니 부끄럽고 또 너무 대견하네요..늘 지금 그 마음을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희망제작소에 오면 이런 분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정말 희망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12. 여름아이 아바타
    여름아이

    앗, 이동현님은 블로그나래 ‘지역은 희망’에 글 올리고 계신 분이시군요.
    좋은 글 잘 읽고 있답니다^^ 유진양의 속 깊은 이야기도 너무 잘 들었습니다.
    유진양도, 농촌희망지기도 모두 파이팅입니다!!

  13. 김유진 아바타
    김유진

    우와 댓글이 정말 많아요~ 괜히 뿌듯해지고 그래요.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아직은 다듬어 지지도 부족한 것도 많은 저를 많은 분들이 꽉꽉 채워주셨어요.
    모두들 기억나고 그 시간들 참 소중했습니다. 알라뷰

  14. 여름아이 아바타
    여름아이

    유진양 덕분에 꽉꽉 채워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 웃음 잃지 않고 주욱 가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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