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근] 까치 외교 = 21세기 한국의 매력 외교

우수근의 한중일 삼국지

지난 번에 살펴 본 조류 외교는 까치 외교의 전제이자 1단계 전술이다. 사실상 특정국 일변도라 할 수 있는 기존 우리의 외교 전략을 동북아의 현황에 적합하도록 새롭게 수정함으로써 국가의 안녕을 도모시켜 나가자. 즉 새가 날아 오르기 위해서는 좌우 양측 날개의 힘과 크기에 균형이 이뤄져야 하듯이, 조류의 몸체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한 우리 한반도도 주변의 이해 당사국들과 고루 균형 잡힌 관계를 지향함으로써 비상해 나가자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조류 외교를 기반으로 추진해야 할 ‘까치 외교’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가? 아울러 조류들 중에서 왜 꼭 까치여야 하는가?

우선 주변국들의 외교를 조류에 비유해 보자. 미국 외교는 ‘매’ 혹은 ‘독수리’에 비유할 수 있다. 매나 독수리는 창공의 제왕이기도 하지만, 그 출현과 더불어 다른 새들의 온갖 경계와 우려를 자아내는 난폭한 새이기도 하다. 일본은 강하기는 하지만 날지는 못하는‘타조’에 비유되지 않을까 싶다. 창공(정치 분야)을 제압한다는, 즉 ‘최대의 정치 강국’이 된다는 것은 제반 사정상 여의치 않다. 하지만 지상(경제 분야)에서만큼은 조류 가운데 가장 막강한 힘(최대의 경제 대국)을 지니고 있는 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그 위상을 더해가고 있는 중국은 새 중의 새인 ‘시조새’가 될지, 아니면 크고 화려하지만 유약한‘공작’이 될지 아직 그 판단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이에 비해 한국의 ‘까치’는 우리 민족이 지닌 이미지 그대로이다. 까치란 나타나기만 해도 반갑고 그로 인해 왠지 좋은 일을 예감하며 가슴 설레게 하는 길조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바로 이러한 까치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있어 우리 한국의 이미지로 심어 나가자는 것이 까치 외교의 핵심이다.

[##_1C|1279571583.jpg|width=”500″ height=”318″ alt=”?”|2009년 2월 10일 국회 본청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형 태극기 앞으로 까치 한 마리가 힘차게 날개짓을 하며 날아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_##]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의 국가 역량 요소에 비추어 보면, 유감스럽게도 한국이 세계 최대의 정치?군사 강대국이 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우리도 경제?문화?예술?민간 활동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온통 ‘정치 외교’ 분야로만 치중하다시피 하는 현행과 같은 외교 행태를 과감히 수정하고, 상대적으로 덜 중시되어 왔던 ‘민간 경제활동 지원’, ‘문화 예술 지원’, ‘민간 봉사활동 지원’ 등의 분야를 적극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정계나 외교 관계 기관이 주도권을 잡으려 하지는 말자. 이미 고군분투 중인 각 민간 활동 주체들이 스스로 부문별 종목별로 세계 일류를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우리만의 ‘매력’을 전파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의 외교 역량을 지원해 나가는 것이 더욱 바람직스럽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치 외교를 통해 전 세계인들이 한국 제품을 만나면 반가워하고 한국의 다양한 문화 예술에 심취하도록 만들자. 그뿐 아니라 그들을 새로 나오게 될 한국 제품과 문화 예술의 기대로 가슴 설레게 만들어 나가자. 아울러 이를 통해 거두어들인 부(富)의 일정 부분을 다시 필요로 하는 전 세계 구석구석에 고루 환원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하면 기쁨과 동경뿐만 아니라 ‘도덕적 리더십’이라는 존경의 이미지로도 인식하도록 외교 전략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오랫동안 다양한 외국에서 생활하며 한국을 다각적으로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는 필자는 이에 대한 체계적인 틀을 세워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세계 최고의 정치?경제 대국인 미국과 일본의 국민들, 하지만 그들은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신변 위협을 느껴야 하며, 과거 문제조차 청산하지 않는 일본의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중적인 대접을 받고 있지 않은가.

실상 우리 또한 해외에서 이들 국가들보다 인지도도 떨어지고, 남북 대립, 과격 시위, 졸부와 같이 인색한 나라, 자기만 아는 나라 등의 어두운 이미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필자는 까치 외교를 통해, 비록 정치?경제적인 면에서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뒤떨어진다 해도, 적어도 해외에 나간 우리 국민이 어디서나 한국인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환영받을 수 있게끔 ‘국민을 위한’ 외교 전략을 추진해 나가자고 제언하는 것이다. 생각건대 이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국가의 기본적인 존재의의에도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정리하자면 까치 외교란, 그 전제인 조류 외교의 추진으로 한반도 이해 당사국들과 균형 잡힌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이를 통해 국가 안보를 확고히 다져 나가는 것. 이와 동시에 외교 역량을 경제와 문화, 민간 등의 비정치?비군사적 분야로도 적극 다각화시켜 나가는 것. 이를 통해 우리 제품이나 문화 혹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것만으로도 국제사회에서 환영받고 존경받는 국민이 되기 위한 외교 전략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이런 식으로 까치 외교를 통해 달라진 국제 상황속에서 우리에 대한 국가적 지명도에 걸맞은 국제사회에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함양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도록 하자. 그리하여 적어도 이러한 베풂과 상생의 이미지만큼은 세계 일류가 되도록 더더욱 힘써 나가자.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내치에서의 실수는 선거의 패배로 귀결되겠지만, 외교에서의 실수는 국가의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고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향후 100일 간의 생존과 관련된 내치(內治)와는 달리 향후 100년간의 생존에 직결되는 외교임을 고려할 때, 우리에게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적합한 새로운 외교전략의 수립과 이행이 절실하다.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토대로 20세기 중반에 수립된 낡은 외교전략으로는 21세기 우리의 국가안보 보전과 국익증진은 고사하고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할 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21세기의 달라진 국제정치 환경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교전략, 게다가 한국, 한국인, 한국문화 및 한국제품이 국제사회에서 동경받고존중받으며 이에 대해 우리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21세기 한국의 “조류외교”와 “까치외교” 전략인 것이다.

글_ 우수근 (상하이 동화대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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