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마음으로 교육의 장을 넓히다

[##_1C|1261264035.jpg|width=”400″ height=”266″ alt=”?”|강연 중인 허아람 인디고서원 대표. _##]

편집자 주/ 11월 18일, 소셜디자이너스쿨 2기의 여섯 번째 강의가 열렸다. 허아람 인디고서원 대표와 함께 한 6강은 수강생들을 가슴 벅차게 한 시간이었다. 허 대표는 개인적인 꿈이 어떻게 공익을 실현시키는 과정으로 발돋움했는지를 보여주었다. 대안적 사회에 대한 꿈을 키우고, 그 꿈에 자신의 색깔을 입혀보고자 모인 40여명의 예비 소셜디자이너들은 허 대표와 함께 오늘도 ‘going~’했다.



“원동력이요? 삶을 사랑하는 거죠. 그것을 일상에서 변혁해나가고, 또 그런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고 매 순간 용기를 가지고 선택하는 겁니다.”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자체로 눈물 흘리게 만들었던 이야기. 허아람 인디고 서원 대표와 함께 한 6강은 그런 이야기로 많은 수강생들이 가슴 벅찼던 시간이었다. 국내 최초의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으로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허아람 대표는 자신의 개인적인 꿈이 공공의 현실로 잉태돼온 과정을 들려주었다. 그가 뿌린 희망의 에너지는 단 2시간이었지만 많은 수강생들의 가슴에 희망과 꿈의 씨앗이 꿈틀대게 만들었다.

올해로 청소년들과 18년째 인문학 수업을 해온 허아람 대표는 ‘아람샘’으로 더 유명하다. 그가 4년 전 국내 유일의 청소년 인문학 서점을 열었을 때만해도 누구도 13평이 이 작은 공간에서 이런 혁명이 이뤄지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그 유명한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 라는 연설을 한 8월 28일, 학원가의 어느 귀퉁이에 인문학 서점이 세워졌고, 꿈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_1C|1334973316.jpg|width=”390″ height=”259″ alt=”?”|강연을 듣고 있는 수강생들._##]

청소년ㆍ인문학ㆍ서점으로 만들어진 공간 – 인디고 서원의 탄생

한 번도 자신이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18년 동안 수천 명의 제자들이 그를 거쳐갔고, 인생 절반을 ‘아람샘’으로 살았다. 대학 새내기 때, 우연히 독일아이들에게 독서를 통해 우리말을 가르친 것이 계기였다. 2004년 6월, 생애 첫 휴가로 떠난 유럽여행에서 인디고 서원의 싹이 텄다.

당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을 가보자’는 마음으로 유럽의 6개 대학의 도서관과 70여개의 작은 서점을 돌아보았다. 유럽의 서점은 사람을 책에 빠지게 하는 알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책방은 필요한 참고서만 사고 나오는 슈퍼가 아니었다. 그는 난생처음 ‘문화권력’이라는 것을 느낀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아이 5명을 데리고 온 인도여자를 보면서 또 다시 ‘문화의 힘’을 느낀다.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 이방인을 이곳까지 오게 만드는 시스템.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오로지 그 ‘힘’과 그걸 만들 수 있었던 ‘시스템’만 생각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짧은 메모를 남겼다.

“일상에서 문화공간이 될 수 있는 서점을 열자, 그 이름은 인디고서원이다.”

돌아오니 마침 동네에 빈 이불가게가 있었다. 그걸 직접 뚝딱뚝딱 수리해서 3주 만에 ‘인디고 서원’을 열었다. 그가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라고 붙인 것은 인문학이 그의 전공이었고, 18년째 청소년들과 해온 수업이 인문학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들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공간에 청소년들을 위해 엄선한 책들로 ‘문학, 역사, 예술, 철학, 교육, 생태환경’ 이렇게 6개의 서가를 만들었다.

그 뒤로 4년 동안 아람샘은 누구도 이뤄내지 못할 변화를 아이들 속에서 일궈낸다. 인디고 서원의 역할은 책을 읽고, 사유하고, 토론한 것을 개인의 삶에 반영하고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 그는 청소년들이 느끼는 아픔과 문제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두고 그것을 논하게 만들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삶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아이들은 자신들을 위한 공간에서 스스로 꿈의 싹을 틔워냈다.

낙관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오늘 당장 변화를 실천할 수 있는 물꼬를 트자. 허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직접행동’을 했다. 저자들을 초청해 ‘주제와 변주’라는 토론회를 만들고, 자신들을 당당히 표현하는 책과 잡지를 펴냈다. 모든 활동은 자율적으로 이뤄졌다. 그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올해 8월에 치러졌던 ‘인디고 유스 북페어(Indigo Youth Book Fair)’다.


행동하는 젊음, 세계로 뻗어나가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나고 싶은 저자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첫 여정은 <오늘의 세계적 가치>라는 책 때문에 시작되었다. 브라이언 파머라는 하버드 대학의 교수가 쓴 책인데 미국의 것을 ‘global value’라고 쓴 것이 심기불편하게 했다. “미국에서 한 것이 어떻게 글로벌 밸류가 되겠느냐. 전 세계에 흩어진 문제들을 서로 상호 소통 할 수 있게 함께 논의한 후에야 글로벌 밸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면서 교류가 시작됐다.

그런 방식으로 1년 반 동안 6개 대륙을 돌아다니며 많은 창조적 실천가들을 만났다. 내전으로 얼룩진 콜롬비아, 콧대 높은 하버드대학의 교수, 네팔의 젊은 운동가 등 거기에 얽힌 에피소드는 하루 동안 풀어내도 모자랄 것이다. 아이들은 끝없이 공부했다. 만고의 노력 끝에 6개 대륙의 45명 실천가들을 초청할 수 있었고, 지난 8월 ‘인디고 유스 북페어’라는 이름으로 1700여명의 청소년들과 닷새간 치열한 토론장을 만들었다.

‘북페어’지만 책은 사고 팔지 않았다. 대신 청소년들은 ‘여러분은 신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패널들에게 당돌하게 질문하고, 인류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내보이려는 허상도, 자본주의도 없었던 세계 유일무이한 ‘진짜 북페어’였다. 전 세계의 유명저자들과 만나고 열정을 나누면서 청소년들은 자신이 존중받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모든 변화는 가장 작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눈 감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

아이들은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어갔다. 끊임없이 반성하고 다른 생각과 목소리를 끌어내려고 한다. 아이들이 직접 저자가 되어 출판한 책도 여러 권이다. ‘인디고인’ 잡지의 수익금과 책 인세는 모두 네팔의 도서관을 세우는 데 투자하고 있다. 아이들은 대한민국에서 세계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_1C|1109032800.jpg|width=”390″ height=”259″ alt=”?”|질의 응답 시간._##]

사건은 늘 한권의 책에서 비롯된다

아람샘은 한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모두 해버린다. 세상에 굴하지 않고, 세상을 자신의 꿈대로 만들어 가는 ‘돈키호테’다. 그를 결정적으로 움직이는 힘은 항상 한 권의 책에서 비롯됐다.

61명의 창조적 실천가를 다룬 <틱낫한에서 촘스키까지>라는 책을 읽고 그는 스스로 62번째 창조적 실천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게 인디고 서원의 시초였다. <세상을 바꾼 대안기업가 80인> 책은 그에게 ‘우리의 꿈을 모아 강력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게 했다. 그것이 ‘인디고 유스 북페어’로 꽃피었다. 국내 유일한 청소년인문교양지로 꼽히는 ‘인디고잉(INDIGO+ing)’은 <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이라는 책을 읽고 ’한국에서 해볼만한게 없을까‘ 고민하다 바로 다음날 만들어 진 것이다. 격월로 발행해 14회를 맞고 있는 인디고잉은 2007간행물문화대상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책에 대한 그의 지론은 확고하다.

“내 가슴을 뜨겁게 해주지 않는 책은 읽지 마라.”

우리가 지금 당장 가슴이 뜨겁게 설렐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그걸 단 한권의 책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이 읽었냐보다 한권을 읽었더라도 내 삶에 변화를 준 한 줄이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그 한 줄의 변화를 내일로 미루지 않는 것.
그것이 그가 지금껏 만들어온 변화의 비결이었다.



창조의 근원지가 곧 세상의 중심지

‘아람샘’은 정말 에너지와 자신감이 넘쳤다. 특히 아이들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랑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듯 보였다. 중간 중간 아이들이 쓴 글을 직접 읽어주기도 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절대 쉽지 않았다. 부모님과의 갈등도 많았고, 밤 11시까지 자율학습을 마치고 나서야 자정이 넘어서 전쟁처럼 글을 썼다. 이처럼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목숨 걸고 열심히 쓰는 청소년 기자들이 빛나는 잡지를 만들고 있다. 아이들은 지금 자신의 삶에서 가장 무엇이 중요한지를 안다. 그리고 스스로 책임지는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아람샘은 희망을 딴 데서 찾지 말라며‘세상의 중심은 인디고’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인디고서원은 창조의 진원지다. 창조의 진원지가 곧 세상의 중심이라는 얘기다. 모든 사회의 변혁은 언제나 그랬듯이 젊은 세대에 의해서 이뤄진다. 그 아이들은 힘이 세지고 있다. 제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오늘의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다.

[##_1C|1129506881.jpg|width=”390″ height=”259″ alt=”?”|아람샘이 동지라고 부르는 인디고 서원의 젊은이들._##]

하나뿐인 삶, 본질만을 생각하기에도 부족하네


아람샘에게 “왜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그는 이렇게 답한다. “모두 행복하니까!”
그 행복의 실체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작은 사회의 문제를 보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다. 아이들은 그동안 공공성에 위배되는 가치를 논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서로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에서 행복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확신을 갖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확신’이라는 것은 길을 걷다보면 더욱 확실해진다.‘인디고서원’에는 아람샘의 신념이 녹아있다. 모든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 다른 사람의 고통에 눈감지 않는 것. 타인과 소통하는 것과 같은 본질적 가치가 그 신념의 밑바탕에 깔려있다.

“내가 어떤 가치를 가고 있는지, 내가 있는 길만 보입니다. 진실한 사람, 자유로운 사람을 향해 내 모든 감각기관이 열려있습니다. ‘꿈의 힘’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순수나 정의로울 수 있는, 올곧은 가치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커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순수하고 정의로워질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일반적 사회적 분위기와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순수해지지 않는다는 사람들에게 그는 되레 반문한다.

“순수하지 않게, 신념을 지키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습니까?”

그는 똑 부러지게 말한다. 그 목소리로 지금껏 자신의 신념을 말하고 그것을 지켜왔다. 아람샘은 아직 동반자를 만나지 못했다. 적어도 그와 함께 할 동반자라면 생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그에 못지않아야 한다. 이제 그는 그런 동반자를 만나는 가능성 보다 그런 아이들을 더 많이 키워내는데 열중한다. 그런 일에 설레서 여전히 밤잠을 설치하는 날이 많다.

허아람 대표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개인의 힘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보여줬다. 수강생들은 몇 번이나 닭살이 돋을 정도로 뜨거운 열정을 느꼈고, 또 희망을 보았다.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제 전부를 걸어 사랑할 줄 알고. 생에 대한 열정이 그만큼 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를!
인디고, 인디고잉(Indigo + ing)!




[소셜디자이너스쿨 2기 이야기]

1. 희망바이러스에 감염될 각오를 하다
2. 오늘도 진주조개는 생생한 심장을 가진 어부를 기다린다
3. 소셜 디자이너, 지역희망의 현장을 만나다
4. 준비만 된다면 변화를 즐길 수 있다
5. 나의 경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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