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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한 걸음 더

촛불을 넘어 실천으로 진보하는 젊은이들


토요일 오후 두 젊은 여성들이 찾아왔다. 아직 미혼인듯한 두 아리따운 여성들이었다. 한 사람은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유명한 출판사 에디터이고, 또 한 사람은 작은 옷가게를 운영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들이 찾아온 것은 이들이 가진 직업과는 완전히 딴 것이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찾아온 목적은 주민소환추진에 관한 자문을 얻겠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웬 주민소환이냐고 물었다. 얼마 전 서울시 의장이 선거과정에서 여러 시의원은 물론이고 국회의원에게까지 돈을 뿌려 말썽이 되었다. 이렇게 부패한 시의원들을 어떻게 그만두고 보느냐는 것이었다. 이들은 다음카페에 ‘주민소환추진국민모임’을 개설해 놓고 활동 중이었다. 여기에 함께 하는 사람이 1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주민소환제도는 주민이 선출한 공직 담임자들이 위헌 . 위법한 일을 하거나 공직의 자격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 이들의 소환과 해임을 구하는 절차로서 주민들이 가진 당연한 권리이다. 서울시민인 이 여성들이 부패한 시의원들을 상대로 이러한 주민소환절차를 추진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두 여성의 배경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혹시 집안에 정치인이 있느냐, 당적을 가지고 있느냐, 학생 시절에 운동을 한 적이 있느냐 따위의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런 일과는 전혀 거리가 먼 여성들이었다. 학생운동, 사회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대학생들이 가입할만한 민주노동당 당원도 아니었다. 단지 지난 촛불시위에 열심히 참여하였고 그 때 경찰의 탄압과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를 보면서 시민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주민소환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촛불시위는 평범한 많은 젊은이들과 시민들을 정치적으로 크게 고양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 틀림없다. 어떤 공공적 사안을 두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고 그 시민들이 모여 집회 . 시위를 함으로써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는 훈련을 시킨 것이다. 정치나 사회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젊은이들이 이제 공공적 사안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촛불시위를 보면서 나는 이런 말을 해 왔다. 촛불은 문제제기는 할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촛불을 넘어 촛불에서 드러나고 나타난 시민들의 열정과 관심이 일상적 삶과 공간에서 정치적 이슈와 공공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 그리고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구체적 사안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그리고 행동이 없다면 그 구체적 현실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 두 여성을 보고 너무 행복해졌다. 과거 일본 시민사회계에서는 이런 말이 떠돌았다. “늙어죽을 때까지 운동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운동하는 젊은이들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이른바 안보투쟁이니 전공투니 하는 극렬한 학생운동이 일본사회를 휩쓸고 지나간 이후 일본의 학생운동은 거의 전멸해 버리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학생회가 구성되는 대학이 절반이 안 될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시민운동 . 사회운동할 사람들도 씨가 말라버리고 말았다. 그러니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다음 세대의 충원 없이 계속 스스로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저런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세대를 이어가며 공익적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렇게 희망이 솟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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