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삶을 배울 수 있는 ‘노숙인다시서기센터’ – 제5기 행복설계아카데미

[##_1C|1348786306.jpg|width=”450″ height=”332″ alt=”?”|노숙인다시서기센터 회의실. 사진의 왼쪽에 우리를 시원하게 맞아준 녹차 물병이 조그맣게 보인다._##]티백이 동동 떠다니는 시원한 녹차가 우리를 환영해


7월 18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오후에 5기 행복설계 아카데미는 ‘NPO 현장에서 배우다’ 세 번째 현장탐방지에 도착했다. 대한성공회유지재단에서 운영하는 “노숙인다시서기센터‘는 용산구 갈월동에 있다. 서울시에서 위탁 받아 노숙인 사업을 총괄하면서 노숙인 현황 조사와 관련한 데이터 구축, 자활 지원과 사회 복귀 지원 등 노숙인에게 재기의 희망을 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 활동을 한다.

몇 번 현장탐방을 왔던 곳이기에 신부님과 일하는 분들, 생활하는 분들 모두 반갑게 맞아주었고, 시원하게 가동 중인 에어컨과 몇 개의 책상, 그리고 의자 등이 단촐하게 놓인 실내는 낯익은 풍경이었다. 그 가운데 책상 위에 놓인 티백으로 우려낸 시원한 녹차가 담긴 물병 세 병은 정말 낯설고도 반가웠다.

손님 오는 소리에 냉장고에서 갓 꺼내 놓은 듯 하얀 서리가 물병에 서려있다. 정수기와 종이컵이 놓여 있는 것만 보다가 서리가 서려 있는 물병 세 병을 보니 이곳은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곳 같다.
[##_1C|1144283263.jpg|width=”450″ height=”332″ alt=”?”|환하게 맞아 주신 임영인 신부님이 노숙인의 현황과 우리 사회의 대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_##]“너 왜 밥값 안 해”라고 다그치는 우리 사회


그보다 더 환할 수 없는 함박웃음으로 인사를 시작한 임영인 신부님은 맞음 인사를 한 후 우리나라의 노숙인 현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임 신부는 마치 초등학생에게 ‘상대성 원리’를 가르치듯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우리사회가 왜 이런 상태인지 의문스럽습니다.”
가볍지 않은 말을 하면서도 심각한 표정을 짓지 않는 임 신부는 ‘다시서기센터’에 대해 설명하면서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가 200명 이상을 수용하면 민원이 들어와서 그렇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노숙인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인색하다는 얘기와 함께 그들의 평균 나이는 50세인데 고아원 출신이 30%, 가정폭력, 결손, 약물 중독 등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가정에서 성장한 이들이 60%라고 말을 잇는다. 또한 이들의 50%는 현재까지 가정을 가져 본 경험이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는 그러한 환경에서 자라난 이들을 향해 “너 왜 밥값 안 해”라고 다그치고 있다.

개인적인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것을 자연스럽고 옳은 것인 양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자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와 여유마저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싶다.[##_1C|1177008162.jpg|width=”450″ height=”332″ alt=”?”|행복설계아카데미 수강생이 신부님의 말을 받아 적고 있다. 펜이 느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안타까울 때도 있다._##]인문학을 통해 노숙인의 자존감 다시찾기를 시도하다


임영인 신부님은 노숙인을 돌보던 중 차츰 선명해진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의식주를 충족시켜 주고, 의료 서비스를 지원받도록 도와주고, 생필품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노숙인의 자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가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자존감’을 찾도록 도와주면 가난해도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시작이 되었다. 방법을 궁리한 끝에 ‘인문학’을 통해 자아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인문학 수업은 철학, 역사, 예술사, 문화 등으로 각 과목당 15강좌씩 구성했다. 임 신부는 졸업생의 비율은 65%로 학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하면서 초등학교 4학년 중퇴자가 ‘파우스트’를 읽고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이곳에서 생활했던 한 학생은 택시기사로 취업한 후에도 일주일에 3일을 이곳에 나와 인문학 공부를 마치기도 했단다. 임 신부는 ‘이런 한 사람이 있다는 자체로도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한 결과가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근사해요.”라고 듬뿍 칭찬을 한다. 멋들어진 드레스 코드를 보고, 혹은 머리 모양을 보고 ‘근사하다’는 말을 써 왔던 나는 그 말이 머릿속에 공명하였다. 정말 근사한 신부님이다. [##_1C|1225575874.jpg|width=”450″ height=”332″ alt=”?”|임영인 신부님의 얘기를 들으며 수강생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_##]우리 사회의 넉넉함 안에 그들이 온전하게 잠기도록


임 신부가 갑자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라고 질문을 툭 던졌다. 웅성웅성 답이 오가고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는 지 생각하고 있는데, “거기 앉은 젊은 학생, 알아요?” 하고 콕 집어 지목을 했다. “글쎄요…”라고 자신 없게 대답하는데 뒤에서 모범답안이 들려왔다.
“독 째 물에 담그는 거요.” “네, 맞습니다. 영화 ‘달마야 놀자’를 보셨군요.”
임 신부가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노숙인은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다. 똑같이 감정을 느끼고, 희망을 꿈꾸는 인간이다.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생각으로 물질적 지원만을 해답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넉넉함 안에 그들이 온전하게 잠기도록 만들자’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며 임명인 신부는 말을 맺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 여운이 남는 탐방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본 행복설계 아카데미 수강생들의 얼굴은 넉넉한 미소와 여유가 가득해 보였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이렇게 ‘길게 여운을 주는 찰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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