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기술’ 말하고 배우고 만들다

‘노년을 안전하게 맞이하고 통과하는 일’은 많은 시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고민입니다. 서울 종로구도 치매안심센터를 운영하거나 고독사 방지를 위한 노인돌봄 서비스 제공, 최근에는 말벗이 되어주는 로봇, 활동을 감지하는 스마트플러그를 지원하는 등 시니어를 대상으로 다양한 제도와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노년을 안전하게 맞이하고 통과하는 일’은 시니어 당사자의 일이기에 제도와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도 시니어가 가장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반짝 들었는데요. 종로구 시니어리빙랩 <노년의 기술>은 시니어가 기존에 만들어진 제도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에서 주체적으로 나의 노년을 설계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만드는 ‘제작자’가 되어보면 어떨까 궁금증을 품고 출발했습니다.

🔑 종로구 시니어리빙랩 <노년의 기술>이란?

시니어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스마트 복지 등의 기술에 관해 기술 사용자(시니어, 요양 보호사 등)가 직접 좋은 점, 개선할 점을 찾아보고 공공, 대학, 전문가 그룹과 만나 보완 모델, 또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프로젝트입니다.

 

🔑 말하고 배우고 만들기

<노년의 기술>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총 여섯 번의 모임을 가졌습니다. 시니어 문제에 공감하기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조사하기, 리빙랩방법론을 학습하고 팀 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등의 순서로 이뤄졌는데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소개해드릴게요.

🔹 오리엔테이션: 목소리 연구단 <시니어 연구원> 발대식을 가졌습니다. 이후에는 노년에게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공유했으며 관심 주제가 비슷한 분들과 그룹핑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 시니어리빙랩 작은 강의: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님을 모시고 시니어리빙랩이 무엇인지 사례를 통해 알아봤어요. 리빙랩이란 사용자들이 연구 혁신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라는 의미와 리빙랩 방식으로 운영되는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의 사례를 학습했습니다.

🔹 인터뷰와 이해관계자 지도 워크숍: 기술을 개선하거나 개발할 때 사용자를 예상하고 의견을 청취해 반영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3차 워크숍은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워크시트는 우편으로 발송드리고, 워크시트를 채우도록 과제를 드렸고 화상회의 사용이 어려운 시니어분은 찾아 뵙고 알려드리는 등 상황에 맞게 대안을 찾아 빠르게 적용했어요.

🔹 프로토타입 만들기: 현존하는 스마트 복지 기술을 보완하는 두 팀, 새롭게 스마트 복지 기술을 개발하는 두 팀으로 방향이 잡혔습니다. 문제 정의, 방법론 학습 과정을 통해 계획서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화상회의가 익숙해져서 온라인 상에서 워크시트(패들릿)를 만들어 내용을 채웠어요.

🔹 온라인 자문: 덕원팀의 AI로봇 개선은 원더풀플랫폼 나신종 이사님, 한마음팀의 스마트 지팡이 개선은 디올연구소 이종근 대표님, 스노우팀의 시니어 소셜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은 캐어유 신준영님, 삼다수팀의 스마트베드는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 정덕영 부관장님께 자문을 받았습니다.

🔹 프로토타입 그리기: 자문 내용을 한번 더 정리해보고 최종 프로토타입을 완성했습니다. 이후에는 팀 별로 금손 연구원님을 선정하여 종이 스케치를 만들었어요.

 

🔑 목소리 연구단, 4개 팀이 제안하는 <노년의 기술>

4개 팀이 여섯 번의 만남을 거쳐 <노년의 기술> 프로토타입을 완성했습니다.

📣 ‘덕원팀’ 대답이 아닌 대화 로봇 <다솜이>: 외로움을 달래 준다고 하지만 대답만 하고 뚝뚝 끊기는 AI스피커에 문제의식을 품었습니다. <종알종알>은10회 이상 대화를 주고 받고 탑재된 카메라로 생활 패턴을 감지해 먼저 질문할 수 있어요.

📣 ‘한마음팀’ 탈 부착 지팡이 <다목적 스틱>: 가벼운 지팡이는 지지하는 힘이 약하고 지지하는 힘이 강한 지팡이는 무게가 무겁다는 데 문제의식을 품었습니다. <다목적 스틱>은 지팡이 지지대가 1개발에서 4개발까지 교체할 수 있어요. 컨디션이 좋은 날은 1개발을, 컨디션이 안좋은 날은 4개발을 부착하여 지팡이의 안정감을 조절할 수 있답니다.

📣 ‘삼다수팀’ 몸을 씻을 수 있는 스마트 침대 <워싱 베드>: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케어하는 요양 보호사 분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어요. 침대와 미용실의 세발기를 결합해 침대에서 머리도 감을 수 있고요. 침대 자체에 배변홀이 있어 간편하고 빠르게 처리 할 수도 있어요.

📣 ‘스노우팀’ 시니어를 위한 놀이터 어플리케이션 <SENIOR VR CHAT> : 코로나 이후,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소셜네트워크가 더 중요해졌는데요. 여전히 연령이 낮은층에게 사용이 익숙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어요. 는 시니어 맞춤형 어플리케이션이에요. 기능은 간편하면서도 큼직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사용이 편하고요. 가상공간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소통하고 시니어 분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할 수 있어요.

 

🔑 ‘할 수 있구나. 내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구나.’ 알게 된 시간

석 달이라는 시간 동안 방법론을 배우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코로나19도 한 몫 했는데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온라인 화상회의 기능도 배워서 실행하고 온라인 워크시트도 학습해서 활용하며 변화된 상황에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기술을 배우면서 기술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멋진 과정이 남게 되었답니다.

참여한 덕원팀 박경숙 매니저님께, 종로구 시니어리빙랩<노년의 기술>을 통해 어떤걸 느끼셨냐는 질문을 드린 적이 있어요. “할 수 있구나. 내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구나”라는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스스로를 믿는 마음과 보탬이 되는 능력을 만드는 경험이 종로구 시니어리빙랩<노년의 기술>의 결과 일수도 있겠습니다.

종로구 시니어리빙랩<노년의 기술>은 12일 성과공유회를 열었고, 연필로 그린 프로토타입 스케치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최종 결과물도 짜잔(!) 소개하겠습니다. 기대와 함께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 글: 손혜진 연구사업본부 연구원 raha@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