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산업이 어우러진 완벽한 도시, 完州

 

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입니다. 지방자치 현안 및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루는 격월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매월 정기포럼 후기 및 지방자치 소식을 담은 웹진을 발행합니다. 월 2회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날 우리의 농촌은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대도시 중심의 경제 성장 과정에서 농촌 인구는 급격하게 줄었으며, 동시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여기, 농촌에도 희망이 다시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 바로 인구 8만의 작은 도시 완주다. 임정엽 군수를 만나 ‘우울한 농촌’이 아닌 ‘웃음이 넘치는 농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이하 윤) : 목민관클럽 회원분들께 인사 말씀을 해 주시고, 이어 완주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임정엽 완주군수(이하 임) :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 지역주민과 함께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목민관클럽 회원분들께 반갑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완주는 그동안 ‘농업?농촌을 살리는 수도, 로컬푸드 1번지’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열심히 달려왔지요. 로컬푸드라는 단어만 들으면, 다들 완주에 논과 밭만 있는 줄 압니다. 물론 논과 밭도 있어요. 하지만 완주의 또 다른 이름은 기업도시입니다. 완주산업단지 및 전라북도 과학산업단지에 약 17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어요. 2012년에는 지식경제부 주관 ‘기업하기 좋은 도시 1위’로 선정되기도 했지요. 이처럼 완주는 농업과 산업이 고루 어우러진 ‘완벽한 도시-퍼펙트 시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_1C|1312874130.jpg|width=”400″ height=”26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임정엽 완주군수_##]

로컬푸드 1번지, 완주

윤 : 그렇군요. 그래도 완주하면 ‘농촌’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동안 완주에서는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농촌 활력 정책이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로컬푸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요. 짧은 기간에 높은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계신데요.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임 : 가장 큰 성과는 소외받아 온 다수의 농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것이지요. ‘큰 땅이 없어도 열심히, 그리고 정직하게 일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는 게 농민들의 내부 평가예요. 또한 직매장 납품으로 월(주)급을 받는 농가들도 생겨났어요. 총 600농가 정도 됩니다. 그동안 농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예측 불가능함이었잖아요. 이제는 예측이 가능하게 됐습니다.소비자 입장에서는 믿고 찾을 수 있는 먹을거리가 생겼습니다. 매일 각 직매장에 1천 명 이상의 방문객(연 70만 명 방문)이 찾아옵니다. 밭에서 갓 수확한 신선함, 착한 가격 등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해요.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안전한 먹을거리 체계를 지역차원에서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소득이 늘어나니 생산자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어요. 농촌에 활력이 넘치기 시작한 거죠.덧붙여 완주 로컬푸드의 성공비결을 꼽자면 생산량에 대한 통계자료를 직접 작성함으로서 ‘수급조절’을 한다는 것인데요. 청년 인턴인력을 활용하여 농가를 일일이 방문하면서 품목과 생산량을 조사했습니다. 로컬푸드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단순히 매장만 설치해서는 다양한 품목을 일정하게 공급함으로서 생산농가가 적정가격을 보장받기는 어렵거든요.

윤 : 총 2개 매장에 600농가 정도가 참여하고 있군요. 매장이 늘어나면 농가도 늘어나나요?

임 : 무분별하게 매장을 늘리진 않고요. 수요에 맞춰 늘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저도 매장에 종종 방문하는데요. 가끔씩 소비자분들이 저를 알아보고 ‘군수님, 우리 동네에도 매장 하나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모든 동네에 매장을 만들 순 없잖아요. 그래서 소비자분들의 거주지를 확인하고, 걸어서 매장을 다닐 수 있는 정도면 ‘걸어서 다니세요’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요즘은 어떻게 하면 로컬푸드를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합니다. 그래서 농가레스토랑의 확대도 생각하고 있어요. 시장에서 축산물의 가격은 너무 비쌉니다. 생산지에서는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말이죠. 그렇다보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는 겁니다. 앞으로 연간 1천여 마리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화산지역에는 축산물직매장을 설치했는데요. 고산지역에는 식당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_1C|1117213746.jpg|width=”400″ height=”26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효자동 로컬푸드 매장 개장식_##]

윤 : 지난 2월, ‘완주군조합공동사업법인’이 설립인가를 받았죠. 완주군의 농산물을 유통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거라고 하던데,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하신다면요?

임 : 완주군조합공동사업법인은 전업농과 일정한 규모로 집적화된 산업농을 위한 대책이에요. 공동선별, 공동출하 등이 여기서 진행될 겁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릴게요. 운주지역에는 곶감생산농가가 많습니다. 하지만 농가별로 곶감 크기가 달라요. 하지만 완주군조합공동사업법인을 통해 공동선별 작업을 실시하고, 브랜드화하여 공동출하하면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앞으로 생산조직의 규모화, 전문화, 조직화 전략을 통해 농업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계획이에요. 또한 2013년 안으로 농산물 공동브랜드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산지유통시설에도 연차적으로 투자할 계획인데요. 이를 위해 2012년에 ‘산지유통 종합 5개년 계획’도 수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현재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로컬푸드 사업과 함께 완주 농업발전의 양대 축을 형성하려고 해요.

도시와 농촌의 협력으로 탄생한 공공급식센터

윤 : 전주와 완주가 함께 공공급식센터도 만들었던데요. 도시지자체와 농촌지자체가 협력해 급식지원센터를 만든 것은 전국 최초지요?

임 : 전주를 열심히 설득했죠. 2013년에 구체적으로 진행해 볼 예정입니다. 저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공공영역의 먹을거리 복지’ 문제예요. 예전에 대규모 식자재 회사에서 근무했던 분의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등급 식자재가 호텔로 공급되는 것에 반해, 학교급식과 군부대급식에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저급한 식자재가 공급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 공공에서 책임져야 할 급식 문제를 시장에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이런 인식 하에 전주와 완주가 만나 협약체결을 한 것이지요. 이를 통해 ‘온고을 로컬푸드 공공?학교급식지원센터’(이하 급식지원센터)를 공동으로 설립하여 운영하기로 했어요. 이번 협약은 학교급식과 공공급식에 지역의 제철 먹을거리를 직거래로 공급함으로써, 단체급식의 안전성, 공공성, 건강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봉동읍 율소리 ‘완주군로컬푸드통합지원센터’ 내에 만들어질 급식지원센터는 학교, 어린이집, 사회복지기관, 병원 등에 로컬푸드를 원활하게 공급할 예정이고요. 식(食)과 농(農)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다양한 교육, 체험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완주와 전주에서는 정책과 예산을 통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고요.

마을회사와 커뮤니티비즈니스, 환상의 궁합

윤 : ‘마을공동체회사 100개소 육성 정책’도 주목할 만한데요. 올해만 해도 2개 분야의 지역일자리상을 받는 등, 마을회사 육성에서 두각을 나타내셨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마을회사가 벌써 138개가 되었더라고요. 마을공동체사업 육성을 위해 어떤 사업이 진행 중인지요?

임 : 농촌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인구이탈문제, 고령화문제, 일자리문제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에도 유지될 수 있는 마을기업 100개를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수립하게 됐어요. 그리고 완주만의 마을육성정책을 만들었습니다. 중앙정부의 획일화된 사업은 마을에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다들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중앙정부에서 저희 완주군의 마을사업을 배우고 있어요. 이를 통해 ‘농어촌공동체회사’, ‘색깔있는 마을’, ‘마을기업’ 등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앞서 말씀하셨다시피, 현재 완주에는 마을단위 101개, 지역단위 37개, 총 138개의 마을기업이 있습니다. 음식을 상품화하는 기초단계의 마을도 있지만, 구이면 안덕마을처럼 1년에 6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자립형 마을기업도 있어요.마을공동체사업에 선정되면, 주민교육, 리더(운영자) 운영실무교육 등이 이뤄집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요.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에서 중간지원조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필요한 교육, 모니터링,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윤 : 커뮤니티비즈니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씀드립니다. 올해로 다섯 돌을 맞이하는데, 소회와 각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임 : 전국 최초라는 부담감이 컸지요. 외국의 우수사례를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지만, 그 내용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시킬 순 없잖아요. 우리의 실정과 주민들의 수요에 맞는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참 어려웠지요. 다행스럽게도 저희의 실험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중간지원조직은 주민과 행정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해야 하는데요. 이것은 단순히 다리만 놓아주는 게 아닙니다. 행정적 내용을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줄도 알아야 하고요. 주민들의 호흡에 맞춰 행정의 속도도 조절할 줄 알아야 됩니다. 때로는 주민 편에서, 때로는 행정 편에서 설득하고 방향을 제시할 줄도 알아야 해요. 이런 역할을 하면서, 그동안 행정이 보지 못했던 주민들의 새로운 가능성과 현장의 문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을 할 수 있었고요. 효율성과 경제성이 높아진 셈이지요.물론 앞으로 남은 과제도 많습니다. 주민들의 요구와 지원내용을 좀 더 체계화, 세분화시켜야해요. 에너지, 보육, 주택, 건강 등 다양한 주제의 중간리더도 양성해야 하고요.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청년들이 지역의 활동가가 될 수 있도록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급부상하다

윤 : 앞서 완주를 농업과 산업이 고루 어우러진 도시라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유치가 진행 중이던데요. 그 일환으로 2011년 9월에 ‘완주 테크노밸리 일반산업단지’가 착공되었죠? 내용을 설명해주시지요.

임 : 현재 완주산업단지와 과학산업연구단지 분양이 완료됐어요. 그렇다보니 산업용지가 부족하게 되었는데요. 이에 2008년부터 ‘완주 테크노밸리 일반 산업단지’(이하 테크노밸리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1단계 사업은 2013년 7월 말에 준공 예정이고요. 2단계 사업은 2014년 6월 착공을 목표로 진행 중입니다. 테크노밸리 산업단지에는 KIST전북분원, 고온플라즈마 응용연구센터와 연계한 탄소복합소재, 인쇄전자 등 첨단산업을 집중 유치할 예정인데요. 이를 통해 지역산업의 고도화를 꾀하려 합니다.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3천 5백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5천 5백 명의 고용창출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윤 : 민선 4기 이후 현재까지 총 170여 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셨습니다. 덕분에 지자체 투자유치 만족도 1위, 전주시 3배에 달하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등의 성과를 거뒀는데요.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요?

임 : 기업유치를 통해 1조 2,808억 원의 매출과 5천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했어요. 덕분에 지방세수도 증가했는데요. 2012년 완주의 지방세 수입은 840억 원에 이르렀는데, 이는 2006년 561억 원에 비해 49.7% 증가한 수치입니다.이는 연구기반 시설의 집적화를 실현시킨 것이 주효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유치 및 지원 인력을 ‘지역경제과 투자지원부서’에 일괄 배치하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지원한 것도 값진 성과를 거두는 데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또한 산단진흥회, 산단 지속발전협의회 등 기업과 행정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기업의 수요와 눈높이에 맞는 지원시책을 추진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와일드푸드 축제’

윤 : 이제 와일드푸드 축제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이 축제는 2011년부터 개최되어 왔잖아요. 그런데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축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와일드푸드 축제에 대해 얘기를 좀 해주신다면요?

임 : 와일드푸드 축제에 첫 해인 2011년에 12만 명, 그리고 2012년에 15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지역주민이 직접 준비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 그리고 차별화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게 이 축제의 핵심이에요. 모든 것이 주민에 의해 진행됩니다. 외부 상인들은 일절 들어오지 못해요. 이 축제를 시작할 때 주민들과 약속했습니다. 첫째, 지역이 자원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는 것이에요. 완주는 도시에 비하면 개발이 덜 됐지만,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와 자연이 있습니다. 이런 걸 최대한 많이 활용했어요. 축제장의 모든 부스도 주민들이 직접 운영했습니다. 둘째, 축제 프로그램의 차별성이에요. 이는 축제프로그램을 기획함에 있어, 행정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2013년에도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제3회 와일드푸드 축제가 열리는데요. 작년 축제가 끝난 후부터 열심히 준비했어요.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_1C|1291098689.jpg|width=”400″ height=”26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완주 와일드푸드 축제_##]

윤 :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군요. 완주군민 이외에 외부인이 얼마나 찾아오는지요?

임 : 정확하게 통계가 잡히지는 않아요. 3대7 혹은 4대6 정도라고 하는데, 어찌됐든 외지인들이 굉장히 많이 찾아옵니다. 정부의 인증을 통해 통계를 잡을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축제를 국가리스트에 등록해야 하거든요. 저는 첫 해 축제를 끝내고 나서 등록하지 말자고 했어요. 등록을 따라가려면 장사를 해야하거든요. 이렇게 되면 축제의 의미가 사라지게 됩니다.

에너지 문제, 적정기술과 함께라면 문제없어

윤 : 고산 자연휴양림에 만들어질 ‘산림바이오매스 타운’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잘 진행되고 있는지요?

임 : 산림바이오매스 타운은, 각종 산림 사업 시 버려지는 ‘숲 가꾸기 산물’ 또는 ‘폐목’ 등을 수집해서 우드칩이나 펠릿으로 제조하여 난방과 온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사업이에요. 추가적으로 목질계 바이오매스 생산과 이용과정을 볼 수 있도록 전시, 홍보, 체험관도 조성하는데요. 처음에는 사업 내용에 축분 바이오매스도 들어있었어요. 하지만 사정으로 인해 빠지게 되었습니다.2013년 용역비 4억 원을 들여 기본조사 및 설계를 끝냈어요. 2014년에 사업이 착공되고, 2016년까지 총 사업비 100억 원(국비지원 80%)을 들여 산림바이오매스 전시, 홍보, 체험관과 칩가공 및 펠릿 제조시설, 열병합 발전시설 등을 짓게 됩니다. 시설이 모두 완공되면, 휴양림, 무궁화식물원 등을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연간 1억 5천만 원 정도의 전기사용료를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윤 : ‘나무’를 언급하셔서 생각나는 것인데요. 지난주 목민관클럽 유럽연수를 다녀오면서, ‘어떻게하면 나무 사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화목보일러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이 보일러는 효율이 낮아서 산림의 훼손이 심합니다. 화목보일러로 바꾸게 될 경우, 지역에 있는 작은 산들의 나무가 금방 없어진다고 하더라구요. 간벌목으로 감당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임 : 말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열효율이에요. 현재 한국의 화목난로는 열효율이 50%도 안 됩니다. 러시아식 벽난로인 페치카 형태는 20% 수준이에요. 그래서 고민한 것이 2013년 2월에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에서 개최한 ‘나는 난로다’ 대회입니다. 이 대회에서 적정기술 1인자들이 만든 난로가 나왔는데, 연통부분에 열 배출이 거의 없더라고요. 굉장한 고효율인거죠. 이런 기술을 공유하는 겁니다. 이 축제에서는 적정기술에 대한 강의와 교육이 이뤄집니다. 전문가들의 힘을 빌리는 거예요.

2009년 희망제작소와 함께 일본에 갔을 때 인상깊었던 기술이 있었어요. 우드칩을 탄화시켜 물을 데워 온수로 이용하고, 탄화칩은 거름이나 물을 정화시키는 용도로 쓰이는 기술이었어요. 발생한 가스는 발전시설에 사용되고요. 이 기술을 완주에 적용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기술을 들여오게 될 경우에는 수리보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다가, 적정기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적정기술네트워크와 함께 ‘나는 난로다’를 개최하게 된 거죠. 적정기술로 만든 화목난로는 작은나무 3~4개 만으로도 3~4시간의 난방이 가능합니다. 기존의 난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성이 높은 거예요.사실 펠릿은 수송과 가공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요. 지금은 정부지원으로 가능하지만 이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봤어요. 그렇다고 당장 사용하고 있는 난로를 없앨 수는 없잖아요.

다만, 대안을 찾아볼 필요는 분명 있어요. 그 중에 하나가 적정기술이죠. 적정기술이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두 가지만 예를 들어 볼께요. 요즘 소규모 태양광발전을 하면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 추적기를 사용하는데요. 수입업자들이 독일에서 20만 원 짜리를 수입해서 100만 원에 팔아요. 이것을 이재열씨라는 분이 적정기술로 3만 원에 공급하면서 고가에 형성되었던 시장을 없앴죠. 두 번째는 햇빛온풍기인데 지역경제순환센터에도 2개 만들어 설치했는데 3백만 원 들어갔어요. 온풍기에서는 65~75도 정도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데, 300만 원짜리 하나면 웬만한 교실하나 정도 난방은 거뜬해요. 태양광발전을 설치할 때 거쳐야하는 까다로운 에너지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되지, 난방비도 절약하지 정말 좋습니다. 물론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이 우선돼야 합니다. 에너지 절약과 대안에너지로의 전환이 함께 가야하는 것이지요.

어르신들이 맘 편히 겨울을 나실 수 있도록

윤 : 사실 지역은 복지나 교육 인프라가 많이 부족합니다. 완주에서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특히 노인복지정책이 눈에 띕니다. 타 지자체에 모범사례로도 꼽힌다던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임 : 완주 또한 다른 농촌과 마찬가지로 고령화가 심해요. 이런 환경 속에서 나타나는 주민의 목소리를 복지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민분들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죠.요즘엔 마을 어르신들이 주로 가시는 곳이 경로당이에요. 이곳에서 여가활동을 즐기고,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는 등 많은 시간을 보내시죠. 이런 경로당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지원 보조금으로 부족한 운영비(부식비 포함)를 군비로 100% 상향하여 지원했습니다.

또한, 추운 겨울에 기름값 걱정으로 보일러도 맘대로 못 사용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동절기 홀몸 어르신 공동주거생활경로당’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동 생활하는 경로당의 난방비를 실제 사용한 만큼 지원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어르신들이 맘 놓고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했지요. 농번기에는 어르신들의 수고와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마을공동급식소’를 경로당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어르신들의 건강 점검 및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어요.

윤 : 교육분야에 대해서도 아낌없이 투자하고 계시던데요. 2012년에 완주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전북 시군 청소년지원센터 운영실태 지도점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죠? 완주군 청소년문화의집도 여성가족부의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던데요. 교육분야에서 거둔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요?

임 : 교육이 곧 복지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최고의 대안은 교육입니다. 이에 완주에서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외국어 교육, 전 읍면에 도서관 배치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 일류 사립학교에서도 진행하지 못했던 ‘다중지능개발사업’도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어요.

윤 : 다중지능개발사업이 무엇인가요?

임 : 미국의 가드너라는 교육심리학자가 주창한 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크게 8가지 뇌로 나뉜데요. 예전에는 두뇌측정으로 아이큐검사가 많이 이뤄졌잖아요. 하지만 이 검사는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완주에서는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집중해서 지원하고 있어요. 감성이 강한 애들은 그쪽으로, 지성이 강한 부분은 그쪽으로 지원해주는 거죠. 잘하는 것은 키우고 부족한 것은 보완하고 있습니다.몇 해 전 우리 군 초등학생 5천 3백여 명을 대상으로 다중지능개발사업을 실시했는데요. 이후 2년 간격으로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통합 이후를 준비하다

윤 : 이제 다른 논의로 넘어가볼까요? 2013년 6월에 완주와 전주 통합을 결정짓는 주민투표가 실시되죠. 완주 주민들의 가장 큰 우려는 ‘흡수통합’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의미있는 통합을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통합 이후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지요?

임 : 말씀하신대로 통합에 대해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지요. 군 예산 5천억 원 돌파, 로컬푸드 활성화 등 완주는 다른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살기 좋은 지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통합 이야기가 나오니 우려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것 이죠. 주민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완주와 전주에서 공동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세금증가, 농업투자 감소 등에 대한 우려는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통합시청사 증축, 농업발전기금 조성 등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전주시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고요. 나머지 대규모 사업들도 구체적인 내용을 통해 주민의 공감대를 형성해나가고 있습니다.

통합에 대한 걱정을 가장 많이 하시는 분들은 농업인, 소상공인,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이에요. 이 분들을 위해 2012년 4월에 전북지사, 완주군수, 전주시장이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 통합에 대한 공동건의를 하면서, 통합시청사 완주 배치, 농업발전기금 1천억 원 조성 등 10개 항목의 합의를 성사시켰습니다. 의미있는 통합을 위해서는 이 조항들이 속도있게 추진되어야 하고요. 통합 이후, 원점 회귀 등을 방지하기 위한 법과 조례 등의 시스템도 조속하게 마련돼야 합니다.

윤 : 끝으로 남은 임기동안 중점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설명과 목민관클럽 회원분들과 나누고 싶은 당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임 : 우선 로컬푸드 성공 사례를 확산시켜 대한민국 농촌 활력의 수도로 우뚝 서는 것입니다. 또한 마을회사와 협동조합 육성 등 사회연대경제 활성화에 중점을 둘 예정이고요. 끝으로 로컬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빈곤 해결과 자립을 실현시키겠습니다. 앞으로 목민관클럽 회원분들과 많은 정보를 나누고 싶습니다. 협동조합이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과 아이디어는 함께 나누고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는 저작권이 없지요. 오히려 더 많이 나눠야 하죠. 이를 통해 저희 완주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지역에, 그리고 여러분 지역의 이야기가 완주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항상 몸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진행_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_  최은영 (기획홍보실 연구원 bliss@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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