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희망본부] 토종꿀박사 김대립의 바이오농업 이야기

“벌이 A라는 성분을 먹고서 벌집에 저장을 하는데 이 때 다양한 효소를 냅니다. 꿀이 살아있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효소 때문입니다. 밀원에 다양한 작물이 있게 하고 다양한 성분을 계속해서 벌에게 먹이다 보면 소량이라도 소중한 물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바이오의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10일(목)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희망제작소 세미나실에서는 김대립 청토청꿀 대표의 강연이 있었다. 희망제작소 농촌희망본부(소장 김완배)가 기획하고 한국농촌공사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농업고수로부터 듣는다’ 강좌의 2008년 첫 번째 강사로 ‘토종꿀박사’ 김대립 대표가 나선 것이다.

‘토종바이오농업의 기초를 다진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는 농민, 귀농희망자 등 약 40명의 인원이 모여 젊은 꿀 박사 김대립 대표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으며 시종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토종벌은 농약이 있는 곳에는 살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농약이 안 나오는 농장은 아마 저희 농장밖에 없을 것입니다. 학교 다닐 때 아버지께서 다른 집에서 농약을 묻혀온다고 친구 집에 놀러가지도 못하게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늘 벌하고 놀 수밖에 없었죠.(웃음)”

김 대표는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토종벌을 기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벌과 친해졌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토종벌 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중학교 때는 자신만의 인공분봉법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벌 기르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쉽다고 생각했던 그에게도 농업은 어려운 과제였다.

“밀원(蜜源)을 조성하면서 농사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흰 메밀만 심으면 쉬웠겠지만 붉은 메밀을 비롯해 여러 꽃을 같은 시기에 피게 하고 그림이 되도록 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밀원을 조성하고 3년째 되고 나서야 동시에 꽃피우게 할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토종꿀을 잘하려면 결국 마을 사람들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품질이 좋고 다양한 성분의 토종꿀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어떤 밀원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것은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가 없지요. 경관직불제라는 제도가 있는 것을 알고는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나갔습니다. 경관으로 관광객도 모으고 밀원에서 꿀도 따고 경관직불금도 받으면서 그야말로 시너지 효과가 나왔습니다.”

김 대표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첫번째 조건으로 차별화를 들었다. “차별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A라는 것이 대박이 나는 아이템이라면 A라는 것만 알아서는 안됩니다. 플러스 알파의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플러스 알파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A라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기존 방법을 검증하는 가운데 문제점을 알게 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대안을 발견하는 것이지요.”

또한 그는 경쟁력의 두 번째 조건으로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해준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그러한 그의 생각이 매우 신선해 보였다. “나 혼자만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자만심에 빠지기 쉽고 발전할 수 없지요. 그러나 기술을 공유하게 되면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롭게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고 보급하다보면 선순환과 함께 공동의 발전이 이루어집니다.”

김 대표는 귀농인들에 대한 당부도 덧붙였다. “농사나 지어볼까라는 생각으로 귀농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어떤 작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체험 없이 새로운 작목을 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지요. 인터넷 정보는 70% 정도만 믿으시고 일단 작게 시작하여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날 강연에는 토종벌 사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농민들과 귀농준비자들이 참석하여 적극적으로 질문에 참여하였다. 진지하면서도 구체적인 질문들에 김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답변하여 청중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

김대립 대표는 특히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면서 강연을 마무리하였다. “토종벌의 낙원은 다른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입니다. 좋은 기후와 오염되지 않은 환경, 농업, 임업도 잘되어야 하는 곳이지요. 생태계가 파괴되면 벌도 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종벌과 관련된 일을 진정한 의미의 미래 산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희망제작소 부설 농촌희망본부 기획강좌 “대한민국 최고의 농업고수로부터 듣는다”는 매월 1회씩 개최되고 있으며 2월 강연자로는 충남 홍성군 문당리의 주형로 회장이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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