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한 달간 진행된 ‘2014 종로마을아카데미 – 꽃보다 마을 아이들’이 끝난 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교육에 참가한 두 명의 엄마를 만났습니다. 마을 안에서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엄마들은 그 해법을 찾았을까요?

참가자
– 진행 : 희망제작소 연구원
– 왕 :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의 엄마이자 아이들 축구모임 총무, 전업주부
– 김 :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의 엄마이자 아이들 축구모임 대표, 파트타임으로 연구소에서 근무 중

진행 : 오늘은 종로마을아카데미에 참가하게 된 동기와 느낀 점, 달라진 점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두 분은 ‘백사실모임’에 참여하시다가 교육을 신청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백사실모임은 어떻게 시작된 건지 궁금합니다.

엄마들이 모인 이유

김 : 저희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어요. 초등학교는 녹색어머니회나 봉사활동, 바자회 등 엄마들이 학교 일에 참여해야 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진행 : 정기적으로 모이시나요?

김 : 모임은 비정기적으로 진행돼요. 대표 엄마가 모임을 주선해서 만나게 되죠.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이고요. 자주 모일 수 있는 엄마들끼리는 더 자주 보기도 해요.

왕 :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아이 인맥이 곧 엄마 인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는 다 남자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같은 축구팀에서 활동하는 것이 계기가 됐죠. 특히 경기라도 한 번 하게 되면, 아이 친구들의 가족들까지 다 만나게 돼요. 2학년이 되면서 반이 달라졌지만 마음이 맞는 엄마들끼리는 계속 모이고 있어요.

김 : 그러다가 백사실 계곡에서 팔각정까지, 동네 걷기 코스를 여러 군데 정해서 엄마 4명이 걷기 시작했어요. 남자 아이들을 키우다보니까 체력이 달려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자연경관이 너무 좋아서 ‘아이들이랑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운동이나 놀이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왕 : 부암 어린이집이 자주 숲에서 수업을 해요. 그걸 보니까 숲이 아이들한테 주는 게 많은 것 같더라고요. 요즘은 숲 유치원이란 곳도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만 숲에 오지 말고 아이들과 같이 와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숲에 체험 선생님을 모셔서 생태교육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제가 직접 환경단체 교육을 들으면서 아이들이 자라서 백사실 계곡의 생태 지킴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자연을 보호하는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할 것인가 조사했는데, 백사실 계곡에 대한 애착이 생기면 저절로 그런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진짜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엄마들이 모두 공감했어요. 그때 마을공동체 사업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희가 생각하는 것들을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풀면 더 추진력이 있겠다 싶어서 종로구청에 전화를 했는데, 마침 이런 교육이 있다고 해서 같은 모임 엄마 4명이 함께 듣게 됐어요.

진행: 열정이 대단하시네요. 실제로 마을공동체 사업을 시작하면 더 참여하실 분들이 계신가요?

왕 : 참여할 엄마들은 되게 많아요. 옆에 계신 분이 축구모임 대표이고, 저는 총무잖아요. 일단 축구모임으로 15가구 정도 모일 수 있고, 사업비에 따라서 규모가 달라질 것 같아요. 엄마들에게 숨겨진 재능들이 있어서 끌어올 수 있는 것은 많거든요. 당장 우리가 ‘마을사업할까?’ 했더니 홍보물 만드는 거 도와주고 싶다, 자기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있다, 자원하신 분들이 많아요. 게다가 1학년 때 같은 반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반으로 갈린 엄마들이 각각의 반 엄마들을 끌어올 수도 있고요. 저희가 여러 공동체에 한 다리씩 걸치고 있는 것이 있어서 오실 분들은 많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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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걱정이 교차한 교육

진행: 이제 종로마을아카데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첫 날에는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님께서 ‘교육 비전’을 다시 세우는 강의를 진행해주셨는데요. 어떠셨어요?

왕: 엄마들 눈높이에 잘 맞춘 강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쉽지는 않았어요. 아이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죠.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도 하셨는데 생각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는 좋았던 것 같아요.

진행 :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박봉희 소장과 협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두 번째 시간은 어떠셨나요?

왕: 우리가 모임을 진행하면서 협동이라는 것, 공동체라는 게 참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박 소장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우리의 공동체의식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마을공동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참 훌륭한 일이지만 우리가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생겼어요.

진행 : 여러 사례들을 들으면서 도움이 되었지만 ‘과연 우리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고민에 빠지게 되신 건가요?

왕 : 사실 우리는 아직 공동체라기보다는 육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공동체 역시 육아 때문에 만들어졌어요. 엄마들이 모여서 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결하는 거죠.

진행 : 예정된 강의시간이 훨씬 넘어가도 모두 집중해서 강의를 들으셨어요.

김 : 나의 꿈이나 내가 원하는 것 등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잘 떠오르질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행복하지 않구나, 내가 아이한테 너무 몰입하고 있나’하는 반성이 되었죠.

진행 : 왕 선생님은 전업주부가 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왕 : 아기 낳자마자 복직해서 1년 동안 일했는데, 두 가지를 동시에 못 하겠더라고요.

진행 : 갤러리 운영을 나의 꿈으로 적으셨던 기억이 나요.

왕 : 대관만 하는 갤러리를 삼청동에서 운영했었어요. 지금은 그때 왜 잘하지 못했을까 후회돼요. 사실 전업주부, 특히 미취학 엄마들도 힘든 점이 참 많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전업주부가 너무 평가절하 되는 것 같아요. 다들 아이 잘 키우려고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몰라요. 회사에서 돈을 벌고 능력을 펼칠 기회를 아이를 잘 키우는 것으로 바꾼 거지요.

임: 세 번째 시간에 은평구 현장탐방을 다녀왔는데요. 어떠셨어요?

김: 볼거리들이 많았는데 날씨도 좋지 않고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직접 체험도 해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마을공동체 사업을 잘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제 눈에는 그분들이 굉장히 힘들어보였어요. 너무 지쳐보여서 안타까웠어요.

왕: 엄마들이 훌륭하게 공동체를 만들고 있구나! 작공에서 강의를 듣고 다들 감동했어요. 우리 동네에는 특별히 몰려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이 없어요. 엄마한테 용돈을 받아서 PC방에 가는 아이들 정도는 있죠. 어떻게 보면 없는 게 아니라 모르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동네마다 특성이 있고 그 특성에 따라서 마을공동체 사업 계획을 세워야 되는 것 같아요.

진행: 은평구 마을N은 도서관, 카페, 공방과 연계한 다양한 마을활동을 진행하면서 골목 분위기 자체가 많이 좋아졌다고 들었어요.

왕: 저도 그걸 보고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정말 훌륭한 분들이구나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어요. ‘우리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진행 : 네 번째 똑똑 도서관 김승수 관장님 강연은 어떠셨어요?

김 : 저는 그분 강의가 제일 좋았어요. 비슷한 또래의 학부모였고,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쉽고 재미있는 사례라 좋았어요. 앞에 강의가 무거웠고 부담이 됐다면 그 강의는 우리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어요.

진행 : 똑똑 도서관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드셨나요?

왕 : 우선 집 청소부터 해야 되니까 좀 부담되더라고요.(웃음)

김 : 이 동네는 주택 아니면 빌라거든요. 일단 아파트가 아니고, 대부분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서 심지어 아이들 생일파티에 갈 때도 차로 가야 돼요. 이 동네의 특성이 있죠.

진행 : 마지막으로 사업계획서를 만들면서 그동안의 강의가 정리되는 느낌을 받으셨나요?

김 : 네.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뭉뚱그려서 생각하던 것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숲속도서관이라든지 강의 들으면서 아이디어 나온 것도 있고 아이들이랑 숲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 막연히 엄마 넷이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체계화되었죠.

왕 : 강의 하나하나는 물론, 교육 전체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우리끼리라도 서로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진행 :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것들이 구체화되었다는 것이죠? 실제로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하실 예정인가요?

왕, 김 : 그럼요, 이번 교육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어요.

김 : 박봉희 소장님께서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하셨을 때, 뭔가 울컥했어요.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할 목적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마음이 좀 복잡해졌어요.

왕 : 지금처럼 엄마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계속 하셨으면 좋겠어요. 교육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생각들을 하게 되었거든요. 저 역시 박봉희 소장님 강의를 듣고 생각이 많아지긴 했지만요.

진행: 어려운 과정을 겪으셨기 때문에 다른 학부모들을 만나면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왕: 그분은 아이들을 다 키운 분이니까 저희랑 조금 다른 면도 있죠. 그렇지만 박 소장님께서 겪은 과정이 지금의 우리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한테 더 의미 있는 걸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엄마들한테 이 교육 수료한 거 이야기하니까 대단하다고 하길래 앞으로 같이 하자고 했어요. 마을공동체 활동은 본인이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뜻이 맞는 몇 명이 모여야 되는 것 같아요. 다행히 저희들은 같이 운동을 하면서 여기서 아이를 키웠으면 좋겠다고 공감한 것이죠.

마을공동체 활동을 꿈꾸는 엄마들에게

진행 : 마지막으로 마을공동체 활동에 관심이 있는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같이 하자는 제안인가요?

왕 : 쉽지 않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호의적이지도 않다는 거죠.

김 : 좋다고 생각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왕 : 김승수 관장님이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 쓰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하셨는데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그 말이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 말에 힘을 많이 받았어요. 백사실 혹은 숲속 똑똑 도서관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도 얻었어요.

진행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내년에 꼭 마을공동체 활동을 진행하시고요. 좋은 결과과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글_ 임은영(교육센터 연구원 ley@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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