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역재단 탐방기③] 영화 속 환상의 뉴욕 지하철은 간 데 없고…

[##_1C|1228361060.jpg|width=”500″ height=”333″ alt=”?”|▲ 뉴욕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으로 9.11이후 부분적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_##]편집자 주 /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 재단에서는 9월 1일부터 6일까지 뉴욕 일원의 지역재단을 둘러보고 향후 한국에서 지역재단을 창립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론과 실무를 겸한 현장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에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를 비롯한 전국의 시민단체 관계자 12명과 실무자들이 참가했다. 기사를 쓴 오문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이러한 ‘박원순과 함께하는 미국지역재단탐방’프로그램에 선발되었다. 그는 5박6일간의 일정을 토대로 ‘한국형지역재단설립’을 목표로 한 ‘지역재단탐방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하였다. 이를 희망제작소에 옮겨 게재한다.





한국인들이 많이 산다는 퀸즈의 호텔에서 일박을 한 일행은 뉴욕의 중심가인 맨해튼 일대를 돌아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지하철을 탔다. 아! 뉴욕의 지하철. 영화와 사진 속에서 세계의 중심이고 환상처럼 여겨졌던 뉴욕 지하철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철제 H빔으로 튼튼하게 받쳐진 모습이지만 레일과 침목 사이에 떨어진 쓰레기며, 숨쉬기 곤란할 정도의 매연과 시커먼 천정은 심하게 표현하면 탄광에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급행 지하철은 출발 하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달리며 심하게 흔들린다. 급기야 일행 중 한분이 “야! 이건 완전히 청룡열차네” 하며 웃는다.

일행이 지하철에 대해 불평하자 통역가이드인 박광민씨가 설명해 줬다. “지저분하고 시설도 한국보다 낙후됐지만 100년의 역사를 가졌고 굉장히 튼튼하게 만들었다. 100년 전 우리는 짚신 신고 다니지 않았느냐?”고 설명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건축물이나 유물 같은 오래된 역사는 간직하여 후손에게 물려줘야겠지만 시설이 낙후됐다는 건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도 되지 않을까? 만약 대구지하철 화재처럼 사고가 난다면 병목처럼 좁은 출입구에 사람이 압사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더구나 무거운 짐을 들고 내릴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없어 짐을 가지고 타는 사람에게는 몹시 힘든 구조다.

맨해튼은 지리적 위치에 따라 크게 세 지역으로 분류해 다운타운(Down Town), 미드타운(Mid Town), 업타운(Up Town)으로 나뉜다. 다운타운은 보통 대도시의 중심가를 말하며 가장 화려하고 복잡한 번화가이다. 맨해튼의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는 5번가와 매디슨가이다.

뉴욕은 17세기에 네델란드인들이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다운타운에 살기 시작했다. 따라서 다운타운은 오래된 건물이 많으며 어느 정도 상업이 활발해진 후로는 북쪽에 상업지구가 새로 형성되어 미드타운이 됐다.
[##_1C|1061772053.jpg|width=”500″ height=”333″ alt=”?”|▲ 뉴욕의 중심가인 타임스퀘어 광장 – 라이언 킹의 광고가 보이는 중앙의 건물에 우리나라 모 대기업 광고 간판이 보인다._##][##_1C|1003157774.jpg|width=”500″ height=”333″ alt=”?”|▲ 브로드웨이 건물에 ‘맘마미야’ 등의 유명한 뮤지컬 광고들이 보인다._##][##_1C|1187178061.jpg|width=”500″ height=”333″ alt=”?”|▲ 움직이는 광고판을 앞뒤로 들고 다니는 아가씨 시간당 17달러를 번다._##]드디어 첫 목적지인 미드타운 타임스퀘어에 도착했다.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42가와 47가 사이의 번화가를 타임스퀘어라 부른다. 예전 뉴욕 타임즈의 본사가 있었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매년 12월 31일 연말연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행사가 열리며 “해피 뉴이어!”를 외치는 곳이다. 낮에 이곳을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은 관광객으로 연간 4천만명 정도가 이곳을 찾는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타임스퀘어 중심에 위치한 우리나라 모 대기업의 광고판은 천문학적 액수를 부담했을 거라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타임스퀘어는 우리들 귀에 익숙한 브로드웨이다. 흔히 뮤지컬의 상징으로 말하는 지역이 바로 인근 지역이다. 거리 곳곳에 보이는 대부분의 광고판은 뮤지컬 간판들로 자세히 보면 우리한테도 익숙한 <라이언 킹>, <맘마미아>, <미녀와 야수> 등의 간판이 보인다.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이층버스를 타기로 했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 길옆에서 움직이는 간판으로 활동하는 아가씨에게 한 시간에 얼마를 버는가를 물었더니 17달러란다. 일행들이 함께 사진 찍기를 원하자 웃으며 흔쾌히 응해준다.
[##_1C|1085203747.jpg|width=”500″ height=”333″ alt=”?”|▲ 이층버스를 타고 시내 관광을 하는 관광객들의 정면에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인다 _##][##_1C|1223124858.jpg|width=”500″ height=”333″ alt=”?”|▲ 여기서 기침을 하면 한국이 감기가 걸린다는 세계경제의 중심인 월가 – 앞에 보이는 건물이 뉴욕증권거래소 _##]뉴요커들은 목에 기브스를 해야 하지 않을까? 건물들이 너무 높아 꼭대기를 보려면 힘이 들것 같다.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 이 빌딩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대공황기였던 1929년에 공사를 시작해 381m의 102층을 1년 만에 완공했고 대공황기라 입주자들이 나타나지 않아 엠파이어(empire)라는 말 대신에 ‘속이 텅 빈’이라는 ‘엠프티(empty)’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중심에 월스트리트가 있다. 10여 미터쯤 떨어진 양쪽에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게 서 있지만 여느 건물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뉴욕 증권 거래소, 연방 준비 은행 등 세계 굴지의 금융기관들이 모여있어서 이곳에서 기침을 하면 우리나라는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뉴욕 증권 거래소는 TV에서 세계 증시 뉴스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곳이며 9·11테러 이후 관광객들의 출입이 금지됐다.

두 시간쯤 걸린다는 페리를 타고 맨해튼의 멋진 경치를 구경하기로 했다. 배의 오른쪽에 타야 경치가 좋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오른쪽 뱃전에서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둘러보기로 했다. 출발하자마자 눈앞에 브루클린 브리지가 나타났다.
[##_1C|1140314755.jpg|width=”500″ height=”333″ alt=”?”|▲ 브루클린 브리지 – 세계 최초의 현수교로 19세기에 만들어 졌다._##]브루클린 브리지는 19세기 최고의 토목공사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중요한 다리로, 최초로 강철 케이블을 사용한 현수교다. 전체 다리의 길이는 1053m이며 케이블을 지지하는 두 탑의 높이는 84m, 두 탑 사이의 간격은 478m로서 이 다리가 지어졌던 1883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길었다.

1869년 이 다리를 설계했던 존 뢰블링이 공사 초기에 사망하고 뒤를 이어받은 아들 워싱톤 뢰블링은 공사 도중 불구가 되었고 아내를 통해 지시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감독했다. 15년의 공사 기간에 화재사고, 케이블 사고와 2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사망한 이력이 있는 다리지만 현재에도 웅장한 돌과 그들을 이어주는 케이블이 아름다운 다리로 평가받고 있다
[##_1C|1273050914.jpg|width=”500″ height=”333″ alt=”?”|▲ 엘리스 섬_##]모양은 영화 속에나 나올듯한 엘리스 섬. 그러나 서러운 역사를 간직한 섬이다. 엘리스 섬은 1892년부터 1945년까지 뉴욕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수용소처럼 대기시키는 곳이었다. 현재는 이민 박물관으로 새단장했다.

5분쯤 가자 배 위의 관광객들이 한쪽으로 쏠려 너도나도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자유의 여신상이다. 뉴욕의 상징이자 미국을 상징하는 너무나 유명한 기념물이다. 맨해튼의 남쪽 리버티섬에 세워진 이 조각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선물한 것이다.

여신은 오른손에 자유를 밝히는 횃불을 높이 쳐들고 있으며 왼손에는 1776년 7월 4일이라는 날짜가 새겨진 독립선언서를 들고 있다. 머리에 세워진 뾰쬭한 관은 세계로 뻗어나갈 자유를 뜻하며 오른발은 자유를 빼앗은 족쇄를 짓밟고 있다.

프랑스의 조각가 프레데릭 오귀스트 바르톨디가 12년이나 걸려 만들었다. 조각의 높이는 받침대까지 92m이고 손톱 길이만도 32㎝라고 하니 얼마나 큰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9·11사태 이후 리버티섬 자체를 출입 통제하다가 현재는 부분적으로 개방 중이다.



통역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뉴욕을 관광할 때는 화장실은 미리 갔다 와야 한다. 150여 민족이 어울려 살다보니 사회 통합이 어렵고 화장실에서 마약하는 사람이 많아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 강력한 단속을 벌이며 지하철역의 공중화장실을 폐쇄시켰다. 따라서 급한 사람은 맥도날드나 패스트푸드점에 가야 급한 용무를 해결할 수 있다.

저녁을 먹기에는 약간 이른 시간이라 일행이 목적한 ‘하우징 웍스(Housing Works)’이라는 북카페에 들렀다. 이 서점에서는 시민들로부터 책을 기증받아 에이즈퇴치기금을 마련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기금을 마련한다.

때때로 유명한 작가나 음악가들이 무료로 와서 자선공연이나 사인회 등을 실시해 기금을 모금한다. 뉴욕시내에는 이 같은 서점이 8개나 있다. 12년 전 처음 시작했고 현재 약 3만 8천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서점의 종업원은 “내 자신의 일에 대단히 만족하고 남을 돕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_1C|1190997907.jpg|width=”500″ height=”333″ alt=”?”|▲ ‘북까페’로 시민들의 기증을 받아 에이즈퇴치기금과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사용한다_##]그녀의 말에 의하면 여기는 책만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가구도 기증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에서 아름다운가게가 하는 일과 같다고 보면 된다.

저녁에는 30년 만에 만나는 친구가 찾아와 조오지 워싱턴 다리를 건너 뉴저지의 한인 타운의 술집에서 회포를 풀고 야경을 구경했다. ‘바덴바덴’이라는 술집에서 살아온 얘기를 하는 동안 옆자리 모든 손님이 한국 사람이다.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안 간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미국 어디를 가든 한국과 관련된 사람들이 많아 조심해야 한단다. 건설업을 하는 친구가 전해준 얘기다. 어느 날 이층에서 일하는 흑인이 하도 까매서 같이 있는 한국 사람에게 “야 저 친구 완전 연탄이네” 하자 이층에서 일하던 흑인이 내려와 “그래 연탄이다. 어쩔래?” 하며 험악한 인상을 써서 혼이 났단다. 알고 보니 주한미군으로 8년간을 한국에서 지냈단다.

[##_1C|1182511073.jpg|width=”500″ height=”333″ alt=”?”|▲ 뉴저지에서 바라본 야경으로 조지 워싱턴 다리가 보인다._##]한국의 모든 뉴스와 드라마가 실시간으로 방영되고 운전 중에도 채널을 돌리니 한국 라디오 방송이 실시간으로 들려온다. 한국의 어려운 경제사정과 촛불소식도 훤히 꿰뚫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위상이 올라가 있다는 것이겠지만 한국이 잘돼야 교포사회도 힘이 난다는 친구의 얘기가 무겁게 들린다.


오마이뉴스 기사원문보기



[뉴욕 지역재단 탐방기 바로가기]

[뉴욕 지역재단 탐방기 ①] 탐방을 시작하며…
[뉴욕 지역재단 탐방기②] 쌍둥이 잃은 뉴욕은 ‘프리덤’ 잉태 중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