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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 재단에서는 9월 1일부터 6일까지 뉴욕 일원의 지역재단을 둘러보고 향후 한국에서 지역재단을 창립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론과 실무를 겸한 현장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에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를 비롯한 전국의 시민단체 관계자 12명과 실무자들이 참가했다. 기사를 쓴 오문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이러한 ‘박원순과 함께하는 미국지역재단탐방’프로그램에 선발되었다. 그는 5박6일간의 일정을 토대로 ‘한국형지역재단설립’을 목표로 한 ‘지역재단탐방기’를 오마이뉴스에 연재하였다. 이를 희망제작소에 옮겨 게재한다.



지역재단의 탄생 배경과 하는 일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지배하던 시절이 지나가고 정부가 민주화되면서 많은 나라에서는 분권과 자치,경제성장과 삶의 질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과거에는 소홀했던 가치와 영역에 대해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지역재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역재단(community foundation)은 다수의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기부하여 모금된 돈으로 특정한 목적의 기금을 만들고, 그 기금을 공익 활동을 벌이는 지역단체들에게 배분함으로써 그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 지역발전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야말로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지역의 재단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역의 변화와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모금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재단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사용하거나 누구에게도 배분하지 않으면 지역재단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많은 재단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기 사업을 위해 사용하므로 지역재단이라고 볼 수 없다.

한국에는 소수이지만 전 세계에는 46개 국가에 1,175개의 지역재단이 존재하고 있다. 중국과 아프리카, 중동과 남미의 일부 국가만 빼면 이미 지역재단은 널리 퍼지는 대세이고 5년 후나 10년 후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재단에 대한 지리적 범주

오늘날 지역재단은 특정한 지역적 범주의 주민들에게 봉사한다.지역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특정 영역을 위한 기금들은 지역재단에 속하지 않는다. 예컨대 여성들의 인권을 위한 인권재단, 과학과 학문 발전을 위한 과학재단,교육 발전을 위한 장학재단 등은 지역재단이 아니다.

그러나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나라 전체를 커버하는 경우라면 지역재단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아름다운재단이나 나이지리아재단 등은 나라 전체를 상대로 모금도 하고 배분하여 지역재단의 범주에 넣는다.
”?”지역재단은 특정인과 특정단체로부터 독립성 유지

지역재단은 특정인과 특정단체, 특정기관으로부터 자유롭게 조직되고 운영된다. 모금과 배분 운영의 과정에서 특정인의 몫이 크지 않고 지역의 다양한 영역의 대표성을 가진 이사회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특정한 곳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단, 기부자선택기금(Donor’s Advised Fund)은 기부자가 자신이 낸 기금의 이름, 운영방안, 배분처 등에 관해 조언과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정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기금적립과 배분방식

지역재단에서는 반드시 특정목적을 위한 기금을 설치한다. 기금을 설치하지 않고 기부받은돈을 모두 써 버린다면 그것은 지역재단이 아니다. 지역재단은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편, 특정 기부자가 자신이 기금을 설치하면서 목적과 운영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고, 지정되지 않은 돈을 공동관리 기금으로 만들 수도 있다. 기금은 기본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이자와 과실만으로 사업을 한다.


지역재단 기금의 배분처

지역재단은 기본적으로 그 지역사회의 비영리단체와 시민단체의 공익적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지역재단은 단지 특정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거나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발전 프로젝트을 위해서 촉매제로서 활성화시키려고 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개인은 지원하지 않는다.   
 

희망제작소에서는 2월 13일부터 7월 23일까지 6차에 걸쳐 지역재단에 대해 포럼을 실시하고 ‘박원순과 함께하는 미국지역재단둘러보기’에 참가할 인원을 모집했다. 

지역재단 포럼 수강생,지역재단을 설립하고자 하는 분, 해외여행시 결격사유가 없는 분을 뽑아 실무자와 동행했다.탐방자들 속에는 흥사단 관계자와 시의회 의원, 아름다운가게 관계자 및 지역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오전 11시 인천공항에 집결한 탐방자들은 각조별로 배정된 동료들과 인사를 했다.남자이름을 가진 여자. 여자 이름을 가진 남자들이 같은 방에 배정돼 걱정했지만 동성이라는 걸 알면서 작은 해프닝이 시작됐다.

오후 2시에 출발한 비행기가 11시간이나 비행했는데도 태평양 상공의 날짜 변경선을 지나면서 도로 9월 1일 오전 9시가 됐다. 짐을 찾아 입국수속을 받늗데 일행 중 한분이 통과여객이 가는 길로 가지 않고 다른 검색대로 간다.

“왜 그쪽으로 가세요?” 하자,“걱정마세요” 하고 웃는다. 여유 있게 가는 분의 머리 위에 있는 팻말을 보니‘연방검색대’이다. 한참만에 돌아와 하는 말이 재미있다.

“나는 공무원이니까 특별케이스로 빨리 내보내는 줄 알았는데 마침 뒤에 한국인 아가씨가 있어서 여기는 무슨 줄이죠?” 하고 물었더니, “나도 잘 모르지만 인상이 고약한 사람만 따로 검사 하는가 봐요” 하더란다.

나중에 물어보니 신고센터에 있는 공무원이 “김치 가지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을 김치 좋아 하는지를 묻는 질문인지 알고 “예스”라고 했으니 검색대로 보내 정밀 검사를 받은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밤 8시가 넘어 갈 때까지 점심을 안준다. 기내라 뱃속이 거북해 옆자리 사람들에게 민폐라도 끼치면 곤란해 가급적 식사량을 줄이고 있었지만 저녁시간이 넘었는데도 기내식을 안준다.

내리면서 스튜어디스에게 왜 밥을 안 주는지 물었다. “국내선은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게 규칙이고, 만약 배가 고프면 돈을 주고 주문하란다. “아! 야박한 미국 비행기다.” 몰랐던 게 죄이지만 미국이 이렇게 넓고 또 다른 규칙이 있는 줄. 우리나라 비행기는 동남아 가는데 5시간쯤 걸리는 시간에 두 끼를 제공해줘 뱃속이 거북하기까지 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근방의 산들은 온통 민둥산에 사막과 같은 건조지대다. 내일도 그럴까 설마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부는 아니겠지 하며 뉴욕의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8시가 넘었다.

”?”마중 나온 사람의 밴을 타고 일행이 도착한 곳은 유명한 금강산 식당이다. 고위층이나 귀한 손님이 한국에서 오면 모신다는 이곳의 음식은 한국에서 먹는 맛과 하등 다를 바 없이 맛있다. 고충이라면 그릇 하나가 4인분 정도는 될 정도로 푸짐하다. 아마 고국의 인심을 잊지 말라는 배려인 것 같다. 내일부터 시작된 연수를 대비해 오늘은 푹 자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해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오문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9월 1일부터 9월 6일까지 뉴욕 일원의 지역재단 탐방에 참가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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