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인턴의 ‘공동체’ 맛보기

34기 인턴으로 뿌리센터의 일원이 되어 생활한 지 두 달을 막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일들을 함께 했습니다. 남은 한 달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마음을 다잡으면서 지난 시간을 되짚어 봅니다.

뿌리센터는 강일동과 구파발 아파트 주민들과 ‘행복한아파트공동체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도시에서 공동체 활성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주민들을 만나 사업과정에서 스스로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공공기관에 바라는 점 등을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다른 생각 속에서 합의점을 찾는 과정과 주민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겪었을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완벽하게 완성된 모습은 없었습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조금씩 나아져 가는 과정만이 존재했습니다. 때로는 시행착오의 과정을 반복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자체가 희망이 아닐까요? 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꿈틀대는 그 시간들이 말입니다.

‘6차 산업 코디네이터 역량개발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전주에서 보낸 일주일도 빠트릴 수 없습니다. 농촌의 발전을 위해 사회적으로도 고민을 하고 있지만, 교육에 참여한 많은 농업종사자들의 열정을 보면서 또 한 번 소름이 돋았습니다.

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을 보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는 교육생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하고 있는 연구와 교육이 과연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이번 교육을 토대로 다음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연구원들의 괴로움을 함께 나누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장 그 해법을 찾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고희를 바라보는 몇몇 교육생들의 농촌을 살리겠다는 굳은 의지 속에서 희망을 찾았습니다. 나와 내 주변의 청년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나부터 끈기 있는 청년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며칠 전 개최된 ‘커뮤니티비즈니스 한일포럼:도시와 농촌의 같이 하는 매력’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 발표자들을 만나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농촌을 바라보는 그들만의 철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일본 발표자들의 강연 내용을 속기하면서 그들의 변화 과정과 그 속에 깃든 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지금을 사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도시와 농촌의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본 것이죠. 객석을 꽉 메운 시민 참가자들 또한 ‘지금’ 무엇을 할지에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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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이라는 시간동안 행사와 교육을 직접 기획하거나, 연구를 주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하고, 교육자료를 준비하는 일부터 종료된 행사와 교육의 후기를 작성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공통적인 느낌이 뇌리를 스칩니다. 그들에겐 각자 자신이 쌓고 만들어온 뚜렷한 ‘철학’이 있었습니다. 사는 곳이 농촌이든 도시든 상관 없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어하는 뚜렷한 철학이 있었습니다.

인턴 수료식까지 한 달이 남은 지금,
요즘 저는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책을 한참 읽어 나가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의 시간은 저의 철학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글_ 조준형 (34기 뿌리센터 인턴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