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도전하고 실험하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희망제작소는 7월 10일(금), <다음>의 제주이전 프로젝트를 다룬 책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사무실 소재지 평창동의 주민센터(옛 동사무소)에서 조촐한 출간기념회를 열었다. 출간기념회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인삿말, 유시주 희망제작소 소장의 축사, 이병선 <다음> 대외협력본부장의 축사, 국회사무처 제주도협력단 강성후 서기관의 도지사 축사 대독으로 시작해 헌정, 공연, 제주 특산물 이벤트, 다과회로 끝을 맺었다.

희망제작소는 모두가 서울을 향하도록 구조화된 대한민국에서, 기업이 서울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도전’이고 ‘사건’인지를 말하고, <다음>의 제주행이 지역사회와 <다음> 내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하기 위해 이 책을 기획했다.

”사용자

책의 저자 김수종 전문위원은 제주출신 언론인이다. 제주도를 잘 알고 있고, 90년대 신문사의 미국 특파원으로 파견돼 정보통신혁명에 따라 발전하는 실리콘밸리를 취재했다. <다음>의 제주이전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지역사회와 기업의 시각을 아우르며 취재하고, 쉽고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었던 최적의 필자인 셈이다.

그런데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한 것이 책을 낼 정도로 그렇게 큰 일인가?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14년이나 흘렀고, 지난 정부는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는 지역활성화 정책을 내세운 바 있다.

그렇다. 그런 노력들이 있었다. 점점 공동화되는 지방을 살리고 ‘서울공화국’ 을 타파하고자 하는 실험, 정책들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정책으로까지 밀어붙였던 지방분권정책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발성이다. 기업은 희생하기 위해 지역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환경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 넓은 세상을 상상하기 위해 지역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희망제작소는 <다음>의 ‘본사 제주이전 프로젝트’가 기업과 지역사회가 ‘윈윈’을 꿈꾸는, 자발적인 초유의 실험이라고 봤다.

”사용자

“기업 하나가 지방으로 내려간 게 이렇게 의미를 둬야 하는 일인 자체가 너무나 서울 중심적인 상황을 보여줍니다. 어떤 독자가 이런 기억에 남는 서평을 남겼어요. 다음의 제주이전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실험이다. 아무도 그 뒤를 따라가지 않는다…아, 우리 회사가 거기 내려갔으면 좋겠다.”    (김수종 희망제작소 전문위원)

“신채호 선생이 묘청의 서경천도운동을 일천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사건이라고 했지요. 그런 정도로 어렵고도 실험적인 실천을 <다음>이 했다고 봐요. 텔레비전에서 가끔 재벌집 남자와 사랑에 빠진 가난한 처녀에게 헤어지라면서 돈을 주잖아요. 그걸 받아서 면전에서 확 뿌리는 상투적인 장면. 그런 장면은 상투적이지만 이 세상에 돈이 최고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요.  책에 보니까, 콘텐츠를 가진 곳이 플랫폼을 가진 곳을 이길 수 없다고 하는데, 희망제작소는 콘텐츠를 가진 곳이지만, 플랫폼을 가진 다음이 꼭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유시주 희망제작소 소장)

박 상임이사는 이 날,  갑자기 잡힌 반부패국제회의 스케줄 때문에 출국해 동영상으로 대신 인삿말을 전했다.  참석자 모두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꼭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희망제작소는 언제나 지역이 희망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이 책이 지역과 기업이 상생을 이루는 의미 있는 사례를 보여줘서, 우리사회 지역발전의 모티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다음> 본사는 서울에 있고, 제주도엔 지사만 있는 것 아니냐고?

”사용자

“어차피 다음 본사는 제주도에 있고, 지사만 제주도로 갔을 텐데, 뭘 그리 호들갑이냐?” 책 소개글에 달린 인터넷 댓글이다. 그런데 이 분, 잘못 알고 있다. <다음>은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하는 계획을  2009년 3월 주주총회에서 통과시켰다. 오등동에 글로벌미디어센터가 세워지고 200여명의 직원이 상주한 2006년 이후 3년,  미디어본부를 처음이전한 2004년 이후 5년만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지사 개념이지만, 글로벌미디어센터 이전은 애초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하기 위한 초석이었다.

이병선 <다음> 대외협력본부장은 내년이면 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했다. 이 결정은 가장 정보에 민감하기 때문에 중앙에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강했던 미디어본부를 선발대로 보내 제주안착을 타진했고, 이제 그 실험이 ‘본론’에 들어갔음을 알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회사가 서울-제주간 출장비를 어떻게 감당할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내년이면 본격적인 본사이전이 시작됩니다. 이 실험이 성공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병선 <다음> 대외협력본부장)

다음은 본사이전 후 1천여 명이 함께 일하기 위해 현재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에 ‘다음 제주메인센터(약 2천 4백평 규모)’를 추가건립 중이다.

제주도에서 미디어하듯, 동사무소에서 노래하다

”사용자

“이렇게 관공서에서 노래하기는 처음인데요, 여기 주민자치센터니까 일종의 관공서 맞죠? 이것도 새롭네요.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분들 앞에서 노래하기도 처음인 것 같아요(일동 웃음). 흐른입니다.”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동사무소(현 주민자치센터)와 인디가수는. 그러나 <다음>이 제주도에서 미디어를 하듯, 희망제작소는 주민자치센터에 인디가수를 초대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이 ‘제주’라는 지역사회와 조우했듯, 희망제작소는 ‘평창동’과 교감하고 싶었다. 아직은 친해지는 첫 단계이지만, 언젠가 희망제작소가 평창동에 착 달라붙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하면서.

이번 행사는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서 특별히 지원해준 제주지역 특산품 이벤트로 마무리했다. 추첨을 통해 현장에서 책을 구입한 독자 15명에게 제주 감귤로 만든 와인, 감귤로 만든 초콜릿, 삼다수 녹차 세트를 증정했다. 역시 경품추첨할 때의 분위기는 들썩들썩했다.

이번 출간기념회는 저자의 지인, 각계 관계자, 희망제작소 연구원, 시민 등 약 90여 명이 와서 축하해 주었다. 편안하고 자유롭게 치러진 출간기념회는 자연스럽게 약간의 먹거리를 곁들인 다과회로 이어졌다. 기업의 상상력을 확장하고  지역을 살리는 아름답고도 도전적인 <다음> 의 실험에 국내의 NPO들도 동참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공익단체들이 한라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대안을 만드는 마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내려간 사람들에게도, 현지의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이다.

다음의 본사 이전이 완료되면, 인구 57만명(2008년 12월 기준) 인구의 제주에 1천 명의 젊은 IT 인력들이 들어가서 살게 된다. 숫자로 따지면 아주 적은 수이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다음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기업과 지역사회의 빈번한 결합이 이뤄지고 한국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끌 것이다.  이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실천이 하나 둘 이어질 시점이다.

* 평창동주민센터 강당을 빌리는 데 큰 도움을 주신 종로구 안재홍 구의원님, 신현호 신임 동장님과 평창동 주민센터 직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주도 특산품을 지원해주신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홍명표 회장님과 신중훈 주임님께 감사드립니다. 기념품으로 볼펜을 제공해주신 알파문구 이왕재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맛있는 동태전에 물김치 서비스를 끼워주신 홍은동 포방터시장 정은이네 반찬가게 아주머니와 모시송편 보내주신 송희자 사장님, 주먹밥 보내주신 동네부엌 박미현 사장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행사를 잘 진행했습니다. ^^

글_정송정아(미디어팀 biol@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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