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 행복한가요

서울시 종로구에서는 민관협치를 바탕으로 ‘행복드림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관협치는 주민의 자발성이 핵심인데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종로구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주민, 공무원, 전문가가 모인 ‘행복이끄미’를 구성했고, 이듬해에는 주민들이‘서울특별시 종로구 주민 행복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2017년 행복한 종로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생각을 나누는 <종로구행복드림아카데미 1기> 교육을 진행했는데요. 이 과정을 통해 주민 참여 및 협력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 종로구에서는 ‘2017년 서울시 주민참여 예산’으로 제안된 ‘종로 행복지표 개발 및 분석’ 연구를 통해 2018년 ‘종로 행복 10대 지표’를 개발했습니다. 같은 해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진행된 「2018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행복지수평가」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주민과 함께 행복을 찾는 종로구의 여정은 올해도 이어졌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2017년 이후 오랜만에 종로구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이번 <종로구행복드림아카데미 2기> 는 ‘행복이끄미’ 재교육 및 지역사회의 행복 구현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마련됐습니다. 지난 10월 1일부터 11월 5일까지 종로구청에서 총 6강에 걸쳐 진행된 교육에는 종로구민 50여 명이 자리했습니다.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나의 행복을 위한 디딤돌을 찾는 시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는 60세부터입니다. 60세쯤 되면 철이 들고 내가 나를 믿게 됩니다. 75세까지 성장하는 게 가능하고, 이후에도 본인의 노력에 따라 성취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환갑 이후에도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계속 일하고, 많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1강 ‘행복이란 무엇이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에서는 ‘행복 예습’을 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100세에도 왕성하게 강연과 저술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는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노라’라는 주제로 행복에 관한 묵중한 울림을 전했습니다.

임승수 작가

2강 ‘행복의 열쇠, 시간 그리고 노동’에서는 ‘시간과 행복’을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의 저자인 임승수 작가는 ‘돈 vs. 시간’이라는 대립적인 관점을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실제 소유형 소비보다 체험형 소비가 만족도와 지속도가 높다는 사실을 통해 ‘1만원보다 1시간이 소중하다’라는 점을 유쾌하게 풀어냈습니다.

개인과 행복을 다룬 마지막 3강 ‘행복한 관계’에서는 유시주 희망제작소 이사와 함께 했습니다. 유 이사는 관계 속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관계에도 생로병사가 있다’라는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는데요.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에서 1937년부터 75년 간 진행한 최장기 종단연구 결과인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는 점은 우리를 둘러싼 관계를 새삼 돌아보게 합니다.

유시주 희망제작소 이사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회, 그 안에서 행복 찾기

후반부 강의에서는 개인과 이어진 사회와 행복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개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고 화두를 던진 분, 바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입니다.

오 대표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조건이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삶의 질과 행복을 살폈는데요. 매년 세계행복지수 상위권에 드는 덴마크의 철학을 주목합니다. 덴마크에서는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찾아오는 즐거움이 창조와 창의력의 원천이고, 개인의 즐거움과 행복이 이어지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덴마크의 철학은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가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대한민국’에 던져진 행복의 화두는 자연스럽게 국가와 행복을 다룬 5강 ‘정부는 우리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로 이어졌습니다. 「부탄 행복의 비밀」의 저자인 박진도 국민총행복전환포럼 이사장은 관점의 전환을 언급했습니다.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위한 나라’를 소개한 것인데요.

경제성장의 척도인 GDP(국내총생산)와 국민의 삶의 질은 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경제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국민총행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보다 더 포용적이고, 공평하고, 균형잡힌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GDP보다 GNH(국민총행복지수)를 강조하는 부탄의 사례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6강 ‘행복지표와 행복정책을 넘어, 지역에서 행복하기’에서는 ‘손에 잡히는 행복’을 위해 ‘지역사회의 행복실현과 주민의 행복’에 관해 나눴습니다. 정건화 한신대학교 교수와 함께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지, 행복지표를 만드는 방법과 필요성을 살펴봤습니다.

500년 전 발명된 회계원리가 100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발전 및 개선돼 오늘날에 이른 것처럼 행복 또는 웰빙도 철학 범주의 개념에서 공공정책 범주로 도입해 측정해보는 것 자체가 유의미함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나아가 인간의 행복을 구성하는 세 영역인 ‘사람-사회(공동체)-환경(자연)’을 포함한 행복지표 구성도 제시됐습니다.

별이 빛나는 가을밤, 행복이 빛나는 우리의 밤

가을 저녁을 충만하게 물들인 <종로구행복드림아카데미> 6주간의 여정은 개인의 행복에 관한 인식을 환기할 뿐 아니라 사회에서 행복을 구현하는 관점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확장해 진행됐습니다. 아카데미에 참여한 분들의 행복에 관한 메시지는 또 다른 여정을 기대하게 합니다.

“최근 가장 행복했던 일이요. 현재 생활에서 행복을 느끼며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아, 얼마 전 돌 지난 손자가 민들레꽃을 꺾어서 할머니 선물이라고 건네준 일이 떠오르네요.”

“지금 이 순간 입니다. 좋은 지인과 행복에 대한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합니다.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그리고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행입니다.”

이번 <종로구행복드림아카데미>에 참여한 종로구민들은 행복의 기원과 개인의 행복에 관해 이해를 바탕으로 종로구 행복지표를 높여서 개인과 공동체의 실질적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종로구 행복원정대인 ‘행복이끄미’의 여정이 1~2기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향후 확대된다는 점을 주목할 만합니다. 행복지표를 일상의 지표로 녹여내기 위한 우리들의 부단한 참여는 나의 행복뿐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사회의 행복을 일구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 글: 박선하 경영기획실 연구원 | lea@makehope.org
– 사진: 시민주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