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게 없는 집 🏠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라는 표현보다는 ‘기후위기’ 라는 단어가 자주 보입니다. 지구가 따뜻해지는 게 단순한 현상변화가 아닌 우리 삶에 위기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는 일찌감치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거대해 보이는 기후위기에 시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희망제작소는 일상생활의 불편을 발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회를 바꿔온 소셜디자이너에 주목합니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실천을 통해 사회를 바꾸는 소셜디자이너의 힘을 믿습니다.

희망제작소는 나의 일상 속 작은 행동이 변화를 만든다는 믿음과 용기가 필요한 소셜디자이너를 위해 <기후위기X시민>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번째 강연, 최정화 소설가의 <없이 살기> 발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전체 강연은 희망제작소 유튜브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최정화 소설가 발제 화면 캡쳐 @희망제작소 유튜브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게 없는 집 🏠
현대사회에서 편리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필수요소가 되었습니다. 기술발전은 인간이 편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인간의 지금보다 더 나은 편리함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아주 작은 불편함도 감수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라는 무서운 경고장을 받았습니다. 아마 그 경고장은 몇십년 전에 날라왔지만, 스팸메일처럼 쌓아놓고 있다가 이제야 중요 메일이란 걸 알고 허겁지겁 열어본 것 같습니다.

지구는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지만, 인간은 더워야 마땅한 여름에 차가운 바람을 쐬고, 추워야 하는 겨울에 따뜻한 온돌방에 몸을 지지며 우리만의 온도를 만듭니다. 햇볕을 받는 대신 인공조명 아래에서 살고 있고, 땅을 걷지 않고 교통수단을 이용합니다. 지구가 위기에 처할 때까지 혹은 이미 위기의 끝자락에 내몰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계속 편리함을 찾는 이유는 뭘까요?

오늘 먹을 만큼만!🥗 내일 먹을 건 내일 사면 되죠.
최정화 소설가의 ‘없이 살기’ 시작은 풀옵션 오피스텔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가전제품을 다 구매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서였습니다. 지인이 냉장고를 주기로 했지만 2주 정도는 냉장고 없이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최정화 소설가는 냉장고 없이 2주간 살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친구에게 “냉장고 보내지 않아도 돼”라고 연락을 한 후 5년째 냉장고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필수가전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냉장고. 어떻게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최정화 소설가는 음식재료를 먹을 만큼, 자주 장을 보아 음식 저장 에너지를 줄이는 법을 제안합니다. 보통 가정에서는 1~2주일 치 음식재료를 미리 갖춰두는 편이죠. 자주 장을 봐야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냉장고 없이 살기의 장점은 소음공해로부터 해방을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집안 가전제품의 소음은 당연히 여기고 가전제품이 없을 때의 불편함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조금 감수해본다면 당장 냉장고를 없애기보다, 냉장고에 보관하는 음식재료를 최소화하고 점차 줄여나가면서 냉장고 의존도를 낮춰보는 것은 어떨까요?

🤔 A: 손빨래 힘들어서 어떻게 해요. B: 그냥 담가두기만 두면 빨래가 되는데요?
최정화 소설가의 두 번째 ‘없이 살기’는 바로 세탁기 없이 살기입니다. 지구에서 유래된 천연물질인 과탄산수소나트륨을 넣고 빨래를 담가두었다 꺼내기만 하면 세탁이 됩니다. 물론 물을 양껏 빨아들인 빨랫감을 탈수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정화 작가는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크게 불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우리는 여태껏 가전제품에 길들여진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세탁기도 냉장고와 마찬가지로 차근차근 없이 살기를 실천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작은 빨래부터 몸을 움직이는 습관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최정화 소설가는 냉장고, 세탁기 없이 살기뿐만 아니라 인터넷 없이 살기, 킥보드 이용하기, 새 옷 없이 살기, 화학제품 없이 살기, 일회용품 없이 살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없이 살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정화 소설가는 우리가 가전제품에 저당 잡힌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었습니다. 티비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화려한 인테리어, 좋은 가전제품으로 가득 찬 집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묘사됩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모습이, 살고 있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일까요?

해당 사진은 발제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도전하기
다양한 없이 살기 챌린지 중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패한 경험도 나누었는데요. 바로 고기없는 삶입니다. 최정화 소설가는 체질적으로 육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육식문화에 반대했기에 채식으로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육식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죠. 대신 전과 같이 육식을 소비하기보단 적정량을 섭취하는 식습관으로 개선했습니다. 최정화 소설가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에도 단계별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에코백 들고 다니기, 대형할인점에서 포장된 제품 구매 줄이기, 마트 보다는 포장이 덜된 제로웨이스트샵 또는 시장 이용하기 등 생활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을 점차 늘려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회용품을 만날 수 있죠. 바로 시장에서 판매되는 과일의 ‘씨앗’ 입니다. 과일은 자연물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기업의 유전자 조작으로 일회용 종자로 바뀌고 있습니다. 결국, 기업에서 일회용품을 생산해 소비자에게 오는 구조로 되어있는 거죠. 거대한 구조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깨닫고 시작하는 소셜디자이너!👏
내가 텀블러를 아무리 들고 다녀도 일회용품 사용을 서슴지 않는 기업이 있는 한 소용없다고 생각하셨나요? 🙅 삐- 틀렸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작은 시도를 시작하는 것은 기후위기에서 벗어나는 큰 발걸음입니다. 작은 실천을 시작하는 여러분이 기후시민이자 기후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입니다!

내가 하는 일상 속 작은 행동이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희망제작소에서 진행 중인 ‘기후문제해결을 위한 소셜디자이너’에 참여하세요. 자신의 삶 속에서 발견한 기후문제를 중심으로 시민연구, 시민과학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만들어내는 시민전환 프로젝트입니다. 4월 25일까지 일상 속에서 기후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와 실천 활동을 할 소셜디자이너를 모집합니다.

자연과 멀어진 우리, 다시 자연에 다가갑니다. 🚶🚶🚶
기후위기에서 자연의 신음을 듣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자연과 멀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자연과 멀어지는 삶을 살게 됐을까요? 지나친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닐까요? 사전에서 편리함이란 편하고, 쉽고, 자기에게 이로운 것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아마 모두가 당연히 원하는 삶의 모습일 것 같아요. 하지만 문제는 편리함의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는 것입니다. 공존하는 동식물, 소중한 환경을 해쳐 결국엔 인간에게까지 해가 되어 돌아오는 지점에 이르렀습니다.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해결책은 다시 자연에 다가가는 것입니다. 자연을 듣고, 배우고, 서로 소통해야 합니다. 편리함의 정 반대의 길인 불편한 삶, 어려운 삶, 때로는 나에게 손해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없이 살기’를 함께 실천하며 기후위기를 극복할 또 다른 해결책을 발견하기를 기대합니다.

기후위기X시민 시리즈 강연 후기
🙋‍♀️: 불편함이 불편한게 아니고 자연스러워질수 있음을…
🙋‍♂️: 최정화 작가님 환경 실천 얘기를 듣고 저도 더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대부분이 실천 중심으로 설명해주시는 강연이지만 오늘 강연은 개인과 단체로 비교되면서도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거 같아요.

– 정리: 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