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서울 청년이 일을 통해 성장하는 방법

– ‘2014 한독도시교류포럼’ 기획노트 2

제4회 한독도시교류포럼이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과 시흥에서 열립니다. 희망제작소와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지난 3년간 매년 한국과 독일 지방도시의 좋은 사례를 나누는 포럼을 열어왔습니다. 올해는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와 공동 주최하여 ‘청년의 일과 성장, 지역과 사회에 묻다’라는 제목으로 독일과 한국의 직업교육 사례를 공유합니다. ‘직업교육’이란 주제에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노트를 미리 공개합니다.
‘기획노트 1’에서는 기획 과정에 대해서 쉽게 풀어 보았습니다. 두 번째 기획노트에서는 포럼에서 다룰 내용과 참여 기관을 소개합니다.

이번 포럼에서 소개할 내용은 첫째, 독일의 이원화 직업훈련제도 둘째, 노사협력으로 만든 직업훈련 기관인 아겐투어 쿠 셋째, 지역에서 청년이 일터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협력체계를 잘 갖춘 헤센 주 사례이다. 한국 도시 사례는 서울시의 일터 기반학습 프로그램인 ‘청년혁신일자리’ 사업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미지 출처 : BIBB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 BIBB 홈페이지

독일의 학제와 직업교육

독일의 학제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초?중등 교육에 견주면 매우 복잡하게 보인다. 기본적으로 4년의 초등학교를 마치고 나면, 세 가지 진로선택이 가능하다.

5년의 기간학교(Hauptschule), 6년의 직업학교(Realschule), 9년의 김나지움(Gymnasium)이 있다. 각 과정 모두 ‘보다 직업훈련 쪽으로’ 갈지, ‘보다 학업에 남을지’에 대해서는 이후 에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직업교육을 중심을 놓고 살펴보면 핵심은 어떤 중등학교를 가든지 대학을 위한 아비투어(Abitur) 과정을 빼고는 모두 빠르면 16살부터 늦어도 21세 이전까지 직업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의무라는 점이다.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 훈련과 노사의 역할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 훈련은 일반적으로 주 1~2일의 이론교육과 나머지 3~4일의 직업교육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제에 의해 규정된 직업훈련 수행기관과 수행과정은 독일 사회의 진화에 따라 발전해왔는데, 국가 등 중앙정부의 역할에서 지방자치단체 등 지역으로, 기업이나 노조 등 민간의 영역으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독일은 노동시장에서 노사가 서로 협조하면서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특징이 있다. 노사협의에서 직업훈련 영역도 매우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
양성훈련과 향상훈련 모두 주요하게 다루는데, 이중에서 향상훈련 활성화 방안을 상세하게 다룬 조약이 ‘숙련형성을 위한 단체협약(TVQ : Trarifvertrag fuer Qualifizierung)’이다.

TVQ는 독일의 공업지역인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uertemberg) 주 금속노조
IG Metall이 지역 금속산업 부문 사용자 단체 대표기구인 쥐트베스트메탈(SWM)에 제안해서 체결했다. 부문조합이 사용자 지역연합과 협의하는 사례를 보면 독일은 일자리 연계에서 지역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TVQ는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내용은 모든 노동자에게 숙련향상을 위한 면담기회의 보장, 숙련훈련 비용을 사용자가 지불, 노동자가 숙련훈련을 위해 직장을 떠났다가 다시 복귀할 권리, 교육훈련을 담당할 유한회사의 노사 공동설립 등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협약에 근거해 설립된 회사가 아겐투어-쿠(Agentur-Q)이다.

아겐투어-쿠 회칙에는 노사 양측이 공동대표로 운영하며, 재정 역시 노사 양측이 반반씩 분담하도록 되어있다. 활동과제는 정보제공(information), 상담(Beratung), 연구개발(Entwicklung) 및 중재(Schlichten) 등 크게 네 가지 영역에 걸쳐있다.
아겐투어-쿠는 지역에서 노사가 협력하여 직업훈련 문제를 풀어가는 독일 사회의 대표적인 해법을 보여주고 있다.

청년 양성훈련을 지원하는 헤센 주 OloV 프로그램

지방자치정부의 에너지정책, 사회정책, 주택건설, 도시개발투자, 리사이클경제 등 지역경제정책이나 공기업은 지역에서 고용의 유지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다.
독일 헤센(Hessen) 주는 고용정책과 더불어 직업교육정책에도 특화된 노력을 기울여 주목받고 있다.

지역 노동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헤센 주 정부는 장기실업자, 청년실업자, 한부모, 경력단절자들을 노동시장 및 직업교육훈련으로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숙련형성 및 고용’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기간학교(Hauptschule)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기업에는 양성훈련 보조금을 인센티브로 주는 등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헤센 주가 진행하는 OloV 프로그램은 ‘학교-직업 전환에 있어서 지역 고용알선의 최적화(Optimierung der lokalen Vermittelungsarbeit im Uebergang Schule-Beruf)’를 의미한다. 청년들의 직업훈련과 관련한 지역 협력 시스템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OloV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협력과 조정을 통해서 청년들이 신속하게 양성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전체 과정은 직업 방향 설정, 양성훈련 및 실습장소 배정, 상담?매칭?알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다양한 현장사례를 제시해서 청년 개인과 현장의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도록 개별화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헤센 주 하급 지자체, 상공회의소, 학교, 기업, 훈련기관, 공공 및 민간 청년지원조직, 지역 고용센터 등이 참여하고 있다.

청년허브 교육사진
청년허브 교육사진

서울시, 청년 일자리 해법에 새롭게 접근하다

만 18세에서 39세 서울에 거주하는 진로 탐색기의 청년이 하루 8시간 이내, 주 5일 급여를 받고 일한다. 일하는 곳은 동사무소나 공공기관 사무실이 아니라, ‘비영리 IT지원센터’, ‘종로4가 청년가게’, ‘문화로놀이짱’,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같은 비영리기관이나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NGO 등이다.

이들은 일만 하는 게 아니다. 실무를 하면서 각종 교육에도 참여한다. 소양교육과 직무에 따른 이론 강의, 커뮤니티 교육 등을 차근차근 거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청년은 ‘내-일 디렉터’, ‘소셜 ICT코디네이터’, ‘생산혁신플랫폼 기획자’, ‘도시재생 매니저’ 등으로 거듭난다. 서울시의 ‘청년혁신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청년들 얘기다.

공공네트워크_텃밭활동
공공네트워크_텃밭활동

서울시는 2013년 ‘서울형 뉴딜 일자리사업’을 도입했다. 청년, 여성, 시니어를 3대 고용 취약계층으로 설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민간 일자리 진입을 지원했다.

청년혁신일자리사업은 연간 180명 내외의 청년들이 연간 최대 11개월간 비영리기관,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NGO 등 50여 개 사업장에서 해당분야 프로젝트의 실무경험과 역량을 쌓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센터는 이 사업을 주관하는 서울시의 중간지원기관으로 사업에 참여할 사업장과 청년을 모집하고 교육훈련을 지원한다.

청년혁신활동가_트래블러스맵
청년혁신활동가_트래블러스맵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사업장 운영자와 청년 모두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는데, 설문조사를 보면 청년들은 ‘업무 성취감’이 높았고, ‘사업 미션에 공감’하고 ‘업무에 대한 흥미’가 있기 때문에 일에 대한 몰입이 높았다는 답변이 많았다.

활동이 종료되면, 사업장으로 고용이 승계되거나 청년 도전기금 등으로 연계한다. 지난해 전체 참여자 중 72%가 고용 승계되거나 취·창업으로 이어지는 등 후속 연계도 안정적으로 이루어졌다.(2014년 7월 기준)

“나중에 단체나 어떤 활동을 일로 선택할 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나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어떻게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경험이 되었다.”

– 청년혁신활동 참여자 인터뷰, 2013

청년혁신활동가_페어트레이드
청년혁신활동가_페어트레이드

청년혁신일자리는 단순하고 반복되는 업무가 아니라 청년이 주도적으로 일을 하면서 이 경험을 통해 다음 진로를 모색해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공공성 증대라는 지방자치단체의 과제와 청년의 고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청년일자리 사업 모델로서 혁신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청년 일자리에 대한 접근이 달라지고 있다. 청년실업을 일자리의 개수 부족이나 미스매칭 문제로만 보는 게 아니라, 저성장 시대에 개인이 겪는 고용형태의 다양한 ‘이행(transition)’에 초점을 두었다. 단기적 지원이 아닌 장기적 고용능력 향상이 중요하다는 이행 노동시장의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공공 일자리정책의 차별화를 꾀했다.

새로운 청년 일자리정책에서는 생애주기를 고려한 다양한 교육훈련이 강조된다. 직업교육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아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숙련하고 직무능력을 키우는 과정이 필수이다.

청년혁신일자리는 일이 곧 학습이 되는 일터 기반학습을 통해 장기적인 고용능력을 향상하는 것을 주요한 내용으로 삼고 있다.

2014 한독도시교류포럼의 과제

학제도 다르고, 기술직에 대한 처우도 다른 우리나라에서 독일의 직업훈련제도를 그대로 옮겨오기란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세우고, 일 학습 병행제를 도입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의 청년혁신활동가 양성사업은 정부와 산업계가 만든 제도적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일터 기반학습을 사회서비스 영역에서나마 시작해보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산하려면 극복할 과제도 있다. 이 부분은 2014 한독도시교류포럼에서 더 깊은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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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우성희 (뿌리센터 연구원 sunny02@makehope.org)
     이남표 (뿌리센터 위촉연구원 smond@makehope.org)

<참고자료>

*박명준/ 직업능력사업으로의 업종-지역수준 노사의 참여: 독일의 ‘숙련을 위한 단체협약(TVQ)’ 사례/ 한국노동연구원
*윤윤규 외/ 지역고용정책 해외사례연구/ 한국노동연구원
*청년허브/ 2014 청년혁신일자리 사업소개
청년허브/ ‘이행노동시장’으로 본 뉴딜일자리사업의 차별화 전략

www.youthhub.kr

www.agenturq.de

www.olov-hesse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