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박명준
희망제작소 객원연구원 / 독일 체류 중

국제협력

국제협력본부는 FES의 활동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속하는 광범위한 해외지부들을 관장하는 곳이다. FES의 해외지부는 현지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해당국가나 지역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가 필요할 때에 생생하고도 심층적인 진단과 정보를 독일로 전달하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해외지부를 통한 현지의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구조야말로 FES가 지니는 최대의 장점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에도 FES의 서울대표부가 위치하여 있고, 유사한 형태의 해외대표부는 전세계 70여개국에 이른다. FES의 계간 소식지 <인포Info>를 살펴보면, 전 세계 ‘어느 나라의 노동조합이 현재 정치적으로 어떠한 상황에 있다’는 소식이 생생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는 FES의 해외 지부들이 능동적으로 현지의 소식들을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는 모습의 반영이다.

그간 FES는 국제협력활동을 통하여 여러 나라의 현대사를 바꾸는데 큰 기여를 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가 몰락하고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했고, 브라질 PT당과 그 당의 지도자인 룰라가 정치적으로 성공을 거두는데 있어서도 지원을 했다.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성장 과정에서도 FES의 한국지부는 나름대로 힘을 보태어 왔다는 것은 질 알려져 있고, 그 활동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장학활동

FES의 장학생이 되는 기준에는 단순히 성적이 좋고 전공지식이 높아야 한다는 사실 뿐 아니라, 사회참여적인 경력, 논문의 내용이 FES가 추구하는 실천적인 방향성에 부합하는가, 외국인의 경우 해당 사회에서 향후 영향력을 갖고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지니고 있는가 등 여러가지 부수적인 요인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장학생들은 FES가 연중 수 십차례 다양한 주제로 매주 개최하는 세미나 프로그램들에 최소 연 1-2회 이상 의무적으로 참석을 해야 한다. 대부분 본의 자체 수련장에서 열리지만, 때로 베를린의 국회의사당을 방문하기도 하고, 정치아카데미 지역센타에서 열리기도 한다. 이 자리는 국제정세나 독일의 정치체제 등에 대한 식견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 해당시기에 FES의 장학금을 수령하며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세계 여러나라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자리이다. FES 장학생 출신자들로 구성된 ‘구장학생회’ 는 FES 출신자들의 취업이나 기타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데 매우 유용한 네트웤으로서 계속적으로 기능을 한다.

”?”사료관

FES는 사회민주주의의 원조격인 사회주의 이념의 정초를 닦은 독일의 사상가 칼 마르크스를 기리기 위한 ‘칼 마르크스 기념관’을 그가 태어난 독일의 소도시 트리어(Trier)에 건립하고 관리를 해 오고 있다.

더불어 사료관 (Historische Archive)을 별도로 설치하여, 19-20세기 독일과 유럽의 노동운동의 방대한 역사가 남긴 생생한 유품들과 기록들을 세심하게 보존하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본의 본부에 마련되어 있는 FES 사료관에 두 차례 방문할 기회를 가진 바 있다. 어느 시기의 작은 소품들까지도 다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를 부여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꼼꼼한 모습 뿐 아니라 그 모든 소장품들을 마이크로 필름으로 찍어서 사료관을 오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미래지향적이고 대중지향적인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FES 방문 후기

FES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과 자본의 반대편에서 ‘노동’과 ‘평등’이라고 하는 가치에 방점을 두고 그것의 실현을 위하여 다각도로 노력을 경주하는 기관들의 세계적인 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가히 한국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진보정치’의 넓고 두터운 인프라가 느껴진다.

FES를 들여다 보면서, 유럽의 정세변화와 독일내 사회국가의 변모 등 오늘날 시시각각 다가오는 도전의 흐름들에 맞서 20세기를 풍미했던 사회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이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실현할 방도를 이론적인 연속성과 실사구시적인 태도를 적절히 결합시켜 찾으려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사회민주당과 노동조합 등 독일내 사회민주주의를 주도하는 정치세력을 놓고 정체되었다는 식으로 규정을 짓지만, 한번 FES의 모습을 직접 느껴본다면, 손쉬운 규정이 금물이라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을 것이다.

FES는 어쩌면 성공한 진보적 정치세력이 지니는 싱크탱크로서 지구상 가장 발전 형태를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간 FES로부터 우리나라의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세력들은 알게 모르게 후원을 받아 왔다면, 이제는 FES와 같은 발전된 싱크탱크의 모델 자체를 수입하여,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또 세계사회의 진보를 위해 활용할 방안을 꿈꾸기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연재순서]

1. 연재를 시작하며
2. 쾰른의 막스플랑크 사회연구소 MPIfG
3. 뮌헨의 ‘경제를 위한 연구소 IfO’
4. 포츠담의 ‘기후영향연구소PIK’
5. 프랑크푸르트의 ‘헤센 평화와 갈등 연구 재단(HSFK)’
6. 뉘른베르그의 ‘노동시장과 직업연구를 위한 연구소IAB’
7. 도르트문트의 ‘도시와 공간정책 연구소ILS-NRW’
8-1. 본의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FES’
8-2. 본의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FES’
9. 베를린의 ‘콘라트 아데나워재단 KAS’
10. 베를린의 ‘하인리히 뵐 재단 Boell’
11. 귀터스로의 ‘베텔스만 재단(Bertelsmann Stiftung)’
12. 슈트트가르트의 ‘로베르트 보쉬 재단(Robert Bosch Stiftung)’
13. 뒤셀도르프의 ‘경제사회연구소(WSI)’
14.‘쾰른 경제연구소 (IW Köln)’
15. 베를린의 ‘베를린폴리스(Berlinpolis)
16. 베를린의 ‘위드(WEED)’

[기획연재] 독일의 정책브레인을 해부하다 는 매 주 수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