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정책’은 가능하다 : 시민이 만드는 미국의 외교정책”

희망제작소는 앞으로 미국 내 주요 싱크탱크들이 전개하고 있는 다양한 대선 관련 사업들을 희망제작소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 현재 브루킹스연구소가 <기회 08 ; Opportunity 08> 프로젝트를 미국 에이비씨(ABC) 방송국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의 <선택 2008 ; Decision 2008>, 외교관계평의회의 <캠페인 2008> 등이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각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형성에 영향을 행사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아직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은 싱크탱크들이 더 많다. 예컨대 헤리티지재단이나 미국기업연구소, 미국진보센터 등과 같이 공화당이나 민주당과 연계가 강한 싱크탱크들은 아직 대선이 아니라, 그보다 더욱 광범위한 전장에서 격전을 벌여 나가고 있다).

희망제작소는 미국 주요 싱크탱크들의 각 프로젝트 담당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대통령 선거에 어떻게 개입하는가’에 대한 소개(인터뷰)와 분석(별도 보고서)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 첫 번째로 ‘내용’ 뿐만 아니라 ‘형식’ 차원에서도 신선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책연구소 포린 팔러시 인 포커스의 <미국의 정책 세계>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정책연구소>는 포린 팔러시 인 포커스(Foreing Policy in Focus, http://www.fpif.org/)라는 국제문제 및 미국외교정책 전문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약 600명 가량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포린 팔러시 인 포커스는, 외교관계평의회가 내고 있는 <포린 어페어즈 Foreign Affairs>나 카네기평화기금의 <포린 팔러시 Foreign Policy>와 같은 미국 주류의 시각과 구분되는 진보적 시각의 외교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원래 정책연구소와 국제관계센터(International Relational Center, http://www.irc-online.org/)가 함께 발행해 왔으나, 재정문제 등을 이유로 올해 여름부터 정책연구소의 독자적 프로젝트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내의 대표적 아시아 문제 전문가 가운데 한명인 존 페퍼(John Feffer)와 아프리카 및 개발문제 전문가인 에밀라 우즈(Emira Woods)가 공동편집장을 맡고 있고, 정책연구소의 에릭 리버(Eric Leaver), 미리암 펨버튼(Miriam Pemberton), 사이프 라흐만(Saif Rahman), 에밀리 슈봐르츠 그레코(Emily Schwartz Greco) 등이 스탭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 세계 U.S. Policy World>(http://uspw.org/)는, 바로 이러한 포린 팔러시 인 포커스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위키(Wiki)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광범위한 전문가 및 대중들의 참여를 통해 진보적 정책 문건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웹 기반의, 무상 컨텐츠 제공 프로젝트”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은 엘리트들의 독점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 대중들은 국제문제에 더욱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하였고, 실제로 지난 2006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둔 것 또한 미국 역사상 얼마 되지 않는 ‘외교정책’을 기준으로 한 투표결과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분석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여전히 계속되어 2008년 대통령 선거의 후보를 뽑는 캠페인 과정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은 핵심쟁점으로 부각되어 있다. 비록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논쟁이 전개되고 있지만, 대중들은 군사적 해결방식이 아닌 평화적이고 다자주의에 입각한 방향으로 외교정책이 변화할 것에 대한 요구가 결집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 세계> 프로젝트는 “2008년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후보자들의 외교문제에 관한 정책과 입장을 모니터링하고, 진보적 공동체 공동의 입장과 언어를 개발하기 위한 협력적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된 것이며 “민중의 외교정책을 만들어 내자 Building a People’s Foreign Policy”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미국의 정책 세계>는 현재 ‘핵군축 Nuclear Disarmament’, ‘카운터 테러리즘 Counter-Terrorism’, ‘지구적 건강 Global Health’, ‘지구적 환경 Global Environment’, ‘지구적 경제 Global Economy’, ‘군사정책 Military Policy’, ‘지역’ 등의 큰 범주의 정책영역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각각은 다시 세부적 항목들로 나뉘어져 있다.

이외에 별도로 2008년 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나선 민주당 8명, 공화당 9명의 후보들의 정책을, ‘핵군축’, ‘카운터 테러리즘’ 등 자신들이 분류한 기준에 따라 정리해 두고 있다. 현재 <미국의 정책 세계>는 일종의 실험단계 프로젝트이며, 커넥트 유에스(http://www.connect.us) 재단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 2007년 10월 26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이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에릭 리버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정책연구소 내 이라크 전쟁 및 국제기구 문제의 전문가인 에릭은 1999년부터 정책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기 시작하였고 그 이전에도 포린 팔러시 인 포커스의 기고자로 함께 일해 왔다.
[##_1R|1353258118.jpg|width=”562″ height=”329″ alt=”?”|_##]▷홍일표(이하 홍) : 에릭. 지난 4월 한국 시민단체 대표들과 함께 이곳 정책연구소를 방문했을 때에도 이라크 전쟁, 미국의 평화운동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 준 바 있었는데, 오늘도 이렇게 시간을 내줘 고맙습니다. 저는 현재 미국의 싱크탱크들이 2008년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벌이고 있는 활동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우 <기회 08>이라는 이름으로, 브루킹스연구소 전체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 또한 <선택 2008>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선거에 대한 정책적 개입을 시도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 정책연구소,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포린 팔러시 인 포커스에서도 <미국의 정책 세계 US Policy World>라는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다른 싱크탱크들의 대선 관련 프로젝트들과 달리 <미국의 정책 세계>는 비단 내용 뿐만 아니라 형식 차원에서 매우 흥미로운 기획이라 생각됩니다. 시민들 스스로가 미국의 대외정책을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을 위키 방식(Wiki Technology)으로 진행하고 계시는데요. 이와 같은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게 되었는지요?

▶에릭 리버(이하 에릭) : 저도 홍박사님을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선, 위키피디아는 한국에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궁금한데요.
[##_1L|1077964172.jpg|width=”359″ height=”385″ alt=”?”|에릭 리버(Eric Leaver)_##]▷홍 : 위키피디아가 한국에 알려져 있고 많은 이들이 참여하여 만들어 가고 있으나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는 한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위키피디아가 아닌 다른 포탈 사이트를 통해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에릭 : 예, 알겠습니다. 제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은 작년 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Time>이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한 것을 보면서였습니다. 약간 충격적이었지만 곧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너무나 많은 보통 시민들이들이 자신의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소통을 실현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주로 관여하고 있는 외교정책분야의 경우, 많은 이들이 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고 있지만 실상 이러한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매우 “얕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것이 어쩌면 미국 대외정책의 본성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저는 시민들의 의견이 보다 “깊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고 있었고, 시민들 스스로가 대외정책의 직접적 이해관계자가 되도록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위키피디아”라는 기술적 방식과 시민들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대외정책의 결합이라는 기본 틀이었습니다. 이런 저의 문제의식을 다듬어서 몇몇 재단들에 조성금 신청을 했고, 올 3월에 6개월짜리 시험적 프로젝트의 형식으로 재단 조성금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재단은 “우리/미국을 연결하라 Connect US”라는 재단인데, 이는 5개의 개별 재단들이 협력하여 만든 재단으로, 특히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민주주의의 발전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곳입니다.

[##_1C|1010416248.jpg|width=”670″ height=”406″ alt=”?”|<미국의 정책 세계> 첫화면(http://uspw.org/index.php?title=Main_Page)_##]▷홍 : 미국의 대외정책 형성에 시민참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가장 일차적인 목표라는 말씀이시군요. 그 외에 다른 목표는 더 없는지요?

▶에릭 : 포린 팔러시 인 포커스에는 현재 많은 전문가들이 필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정책제언을 함으로써 새로운 학자군을 형성하고자 합니다. 보통 전문가들의 글쓰기는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위키 방식은 그보다 훨씬 빠르게 정보가 집적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협력적 지식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려 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 초기 단계에서는 전문가를 발굴하여 결합시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홍 : 그렇다면 현재 <미국의 정책 세계>에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요? 그것이 결국 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일텐데요.

▶에릭 : 잘 아시겠지만 위키피디아에 글을 쓰는데 큰 장벽은 없습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이지요. 하지만 저희는 약간의 장벽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 세계>에 글을 쓰고 편집을 하기 위해서는 로그인을 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완전히 개방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습니다만 행여나 발생할 수 있는 스팸의 문제 등을 고려해서 최소한의 장치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희들 또한 “보다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을 “좀 더 어렵게” 하는 것에 우선하는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최소한의 장벽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그리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가 앞서 “정책 형성 과정에 시민참여”, “새로운 학자군의 형성” 등을 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마지막 세 번째 목표로 “대통령 선거 과정에 대한 정책적 영향력 행사”를 들 수 있습니다. 현재 저희 웹사이트를 살펴 보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 각각의 주요 대외 정책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일반 시민들이 작성한 정책을 서로 비교하는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내년에 각 당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고 두 후보의 대결을 거쳐 대통령이 결정되는 내년 연말까지 이 프로젝트는 진행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금인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재 이 프로젝트는 시험 프로젝트 단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데 이미 그 자금 대부분이 사용된 상태입니다. 두세 군데 정도 재단에 내년 11월말까지 1년간 필요한 자금 지원을 신청해 둔 상태입니다만 아직 지원을 결정한 재단은 없습니다.
[##_1C|1099982126.jpg|width=”670″ height=”405″ alt=”?”|<미국의 정책 세계> 북한 부분_##]▷홍 :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돈은 얼마나 드는지요? 대강의 액수와 사용처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에릭 : 6개월짜리 프로젝트로 4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이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제 급여로 사용되었고, 약 5천 달러 정도가 웹 디자인이나 위키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구축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3명의 코디네이터들에게 약간의 수고비 형식으로 돈을 지불했구요.

▷홍 : 코디네이터에 지불된 돈이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에릭 : 아직까지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는 몇몇 전문가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였고, 또 이들은 다른 필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노력에 대해 약간의 금전적 보상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들은 주로 포린 팔러시 인 포커스에 글을 기고했거나 과거 편집인으로 참여했던, 이 분야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다른 조직에 몸담고 있는데 이들과의 관계는 일종의 프로젝트 파트너라 보시면 될 것입니다. 이들을 통해 외부와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다양한 섹션들을 개발하는 작업 또한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홍 : 그런데 막상 <미국의 정책 세계>를 살펴 보면 주요 범주들에 실린 내용들에 편차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중국 관련 글은 이미 비교적 많은 반면, 일본이나 남한에 관한 글은 아직 하나도 없더군요. 초기 작업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참여를 필요로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일반 시민들에 의한 정책 만들기 이전에 전문가들의 글쓰기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인가요?

▶에릭 : 좋은 지적이십니다. 우선 저희가 직접 글을 부탁하는 경우가 있고, 포린 팔러시 인 포커스에 실린 글의 일부를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이미 많은 글이 실려 있는 중국과 이란의 경우는 후자의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지요. 그런데 위키 방식이라는 것이 기존의 어떤 것보다 더 민주적이고 일반인들의 참여가 용이한 프로그램이라고 하여도 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여전히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젊은 사람들과 달리 비교적 나이가 많은 전문가들이나 일반 시민들의 경우 이메일을 쓰는 것에는 아무런 어려움을 느끼지 않더라도, 스스로 편집하고 글을 쓰는 위키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큰 과제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수업시간에 제출했던 보고서를 그냥 성적만 받고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토록 하자”라는 방식으로 홍보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홍 :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가진 이상적 목표와 현실적 상황의 어려움을 얘기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2008년 대선 과정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라는 세 번째 목표는 어느 정도 실현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반향이 좀 있습니까?

▶에릭 : 글쎄요. 현실적인 반향은 아직 별로 없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평가이겠지요. 정책적 영향력이 행사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 프로젝트에 저나 우리 조직이 쏟을 힘을 최소화시키고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포린 팔러시 인 포커스에 실린 좋은 글들을 잘 활용하고, 다른 많은 친구들이 여기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되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실제로 위키피디아에 실린 글을 읽기란 쉬워도 막상 본인이 직접 글을 쓰고 편집한다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닙니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이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홍 : 현재 <미국의 정책 세계>의 범주들은 어떻게, 누가 결정한 것인가요?

▶에릭 : 현재의 범주는 저희 연구소와 포린 팔러시 인 포커스가 공동으로 진행 중인 또 다른 프로젝트 <정의로운 안보 Just Security> 보고서(http://www.ips-dc.org/reports/070608-justsecurity.pdf)의 범주를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_1C|1242134661.jpg|width=”670″ height=”382″ alt=”?”|바락 오바마(민주당)의 외교정책_##]▷홍 : 정책연구소 연구원들의 참여와 협력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 편인가요?

▶에릭 : 정책연구소가 미국 내 싱크탱크들 가운데 가장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싱크탱크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싱크탱크의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우리 연구원들 역시 책과 자료를 읽고 글을 쓰고 그 글을 통해 논쟁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다소 “위로부터 아래로”의 과정에 익숙한 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시도하는 작업은 이러한 과정과 반대 방향의 ‘공적 토론’이 진행되길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일반 시민들로부터 정책제안이 이루어지고 그것으로 전문가와의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정책연구소 연구원들 가운데 몇몇이 우리 사이트에 직접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만, 여전히 많이 부족한 수준이지요. 저는 이 과정이 일종의 ‘문화적 전환’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 보기 때문에 결코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적소유권’ 문제와도 연결되지요. 기존의 지식인들, 그리고 싱크탱크의 연구원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좋은 글을 쓰고 대중들에게 얘기함으로써 평판을 얻는 것을 중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글이 함부로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강한 믿음 같은 것이 있지요. 그런데 위키 방식이라는 것은 이러한 믿음을 깨는 것입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가 자신의 글에 다른 글을 덧붙이고 편집하는 것이죠. 그리고 자신의 이름으로 글이 나가는 것도 아니구요. 더욱이 위키피디아의 경우 비교적 중립적인 ‘사전’으로써의 기능이라 하다면, 저희가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훨씬 더 강한 이데올로기적 입장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여기에 글을 써야 할 전문가들은, 자신의 글에 손을 대는 것을 더욱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오히려 이런데 글을 잘 쓰지 않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홍 : 그렇다면 그러한 정책을 둘러 싼 논쟁이나 논란은 어떻게 해결하게 되나요? 따지고 보면 그런 논쟁 자체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일 수도 있을 듯한데요.

▶에릭 : 위키피디아의 경우 메인 페이지와 토론 페이지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해당 논쟁 페이지의 제목을 어떻게 붙일 것인가라는 문제 자체가 아주 긴 논쟁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논쟁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 웹사이트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라는 범주가 첫 화면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아주 ‘논쟁적’인 주제이지요. 우리는 이 문제가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 : “누가 어떤 글을 썼는지”에 대해 알 수 있습니까? 그리고 일반 시민 필자 가운데 뛰어난 이와 접촉하여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는가요?

▶에릭 : 인터넷에 접속한 로그인 아이디는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글이 특히 더 많은 관심을 끌었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어떤 글을 읽었는가 등에 대해선 기술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키피디아 또한 많은 글을 쓴 사람에게 일정한 권한을 주어 글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배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저희도 앞으로 보다 많은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여 글을 쓸 경우, 그와 같은 시도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위키피디아는 가장 민주적 운영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위키 방식으로 독자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은 기술들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들도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지요.
▷홍 : 에릭 당신은 주로 이라크 문제, 평화운동 분야를 다루던 연구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일과 자신의 연구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결코 쉬울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일과 시간을 배분하고 있습니까?

▶에릭 : 사실 올해엔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제대로 된 글을 한편도 쓰질 못했습니다. 저로써는 참 힘든 상황이죠. 현재 대학생 인턴 1명이, <미국의 정책 세계>에 실을 좋은 글과 자료들을 찾는 역할을 하며 제 일을 실무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많은 도움을 제가 얻고 있습니다만, 아직 인턴에게 대외협력이나 좋은 필자의 발굴과 같은 일까지 도울 수 있기를 바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대학생인만큼 젊은이의 관점에서 어떤 내용과 형식의 글이 더 좋을지, 주위에 젊고 유능한 필자는 없을지 등에 대해 조언을 해 줄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 : 현재 인턴은 어떻게 이 일에 결합하게 된 것인가요? 요즘 정책연구소에는 5~6명의 대학생, 대학원생 인턴들이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조직 전체 차원에서 배정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지원을 하는 것인지요?

▶에릭 : 기본적으로 본인이 지원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턴을 모집할 때 현재 필요로 하는 분야를 공지를 하고, 인턴 지원자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미리 밝히는 형식이지요.

▷홍 : 당신은 원래 이런 인터넷 관련 기술에 능숙한 편이었습니까? 제 경우 인터넷 블로그를 개설은 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고, 여전히 인터넷은 검색이나 이메일 등을 활용하는데 주로 사용되는데요. 자료를 찾기 위해 위키피디아나, 한국의 몇몇 포탈 사이트 등을 사용하다 보면 가끔 놀랄 경우가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전문적인 내용까지 일반시민들에 의해 작성될 수 있을까,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할텐데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등에 대해 궁금해 하곤 합니다만.

▶에릭 : 저를 인터넷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빠른 시기인 1990년대 초반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 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주 적극적인 사용자는 아니었고, 저에게도 역시 이런 위키피디아와 같은 세계는 새롭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번 캘리포니아 지역 산불과 관련해서도, 수많은 블로거들이 엄청난 속도와 양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희 프로젝트 또한 바로 이런 이들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전제로 하는 것이지요.

▷홍 : 앞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조직 차원의, 그리고 에릭 당신의 개인적 차원의 역량 투입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지금 단계가 시험적인 성격의 것이라고 한다면, 기대와 달리 뚜렷한 성과는 없이 비용만 많이 들어가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인가요? 그런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1년 정도 프로젝트를 더 진행시키려 하는 것인지, 아니면 현재까지의 평가 자체가 그렇게 부정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인지요?

▶에릭 : 정확히 말하자면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까요. 내년 11월까지 이 프로젝트가 잘 운영된다면 대통령 후보들의 대외정책과 일반 시민들이 제기하는 대외정책을 비교하고 이를 중요한 여론으로 만들어 내는 상황까지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재원마련인데요. 현재도 이미 2-3개월 정도 적자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포린 팔러시 인 포커스의 프로젝트에서 일부 비용을 전용해 사용하고 있고, 정책연구소 전체 차원의 지원도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 바람과 달리, 재정부족으로 이 프로젝트가 내년까지 계속되지 못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프로젝트의 재원마련을 위해 몇 군데 재단들에 신청서를 냈는데, 한군데는 이미 탈락하였고, 바로 얼마 전에 케이스 재단(CASE Foundation)에 7만 5천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신청했습니다. 결과는 2월에 발표된다고 하니 좀 더 기다려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보통 재단에 조성금 신청을 하면 적어도 3개월 이상은 걸리는 것이 미국의 현실입니다.

▷홍 :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미국의 정책, 특히 대외정책을 새롭게 만들어 가려는 이 프로젝트가 무사히 잘 진행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이 실험 자체가 다른 많은 싱크탱크들의 정책형성 메커니즘에도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시민들의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인터넷을 통해 모아 실제 정책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희망제작소의 경우, 현재 활동을 보다 새로운 형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지적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에릭 : 저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저희 또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계속 연락 주고 받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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