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서 삶과 일, 놀거리를 찾는 청년들

어느 때보다 ‘로컬’이란 단어가 자주 보이는 듯합니다. 로컬이란 무엇일까요? 로컬은 골목을 다르게 표현하기도 하며 혹은 지역의 새로운 즐길 거리를 말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지역이라는 의미로만 해석하기엔 로컬은 다양한 맥락을 담고 있습니다.

탈산업화, 지역소멸위기, 코로나 19와 같은 사회현상 때문에 살아가는 방식도 함께 변화하고 있습니다. 삶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 문화가 발달하면서 업(業)과 락(樂)을 그리는 상도 달라졌습니다. 높은 임금과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기보단 자아실현의 표상으로서의 직업, 그리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등 이전 세대와 다른 모습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이며 로컬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로컬, 지역, 동네, 골목에서 창업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불씨가 되는 청년
로컬은 자신을 정의하는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란 형태를 떠나 나의 관점으로 내가 만들어내는 어떤 것을 가리킵니다. 로컬 콘텐츠를 생산하고, 생산자를 로컬크리에이터라 이릅니다. 로컬크리에이터가 활동하는 배경이 농촌이라서 단순히 귀농 귀촌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지역을 선택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삶을 그리는 것’이 바로 로컬크리에이터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죠. 삶을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이끄는 형태입니다. 그렇기에 활동 배경이 지역이거나 도시이거나 내 삶을 그려나갈 수 있다면 ‘합리적인 선택’에 주저하지 않는 주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로컬다이버 인터뷰 청년
희망제작소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역에서 활동하는 ‘로컬다이버‘를 만났습니다. 로컬다이버는 로컬크리에이터로서 자신만의 관점으로 지역·지역문화를 재해석하여 제품이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 상품 등 유·무형의 로컬콘텐츠를 창조합니다. 유휴공간을 고쳐 카페로 탈바꿈하여 지역특산물로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화수헌, 기후위기 문제를 지역주민과 함께 해결해나가는 화성보통청년들, 여행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로컬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트리밸 등 로컬콘텐츠는 단순히 제품·서비스를 제공한다기보다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컨텍스트를 교환하며 형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리기 위해 로컬로 향하고, 로컬콘텐츠를 생산하고 확산합니다. 로컬크리에이터가 일으키는 동력은 지역에 선순환을 가져옵니다. 매력적인 로컬콘텐츠는 소비자를 지역으로 끌어들이고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인재가 유입되면서 로컬크리에이터는 기업화가 되면서 지역에 창업 생태계를 개척합니다.

▲ 2021년 리플레이스 구성원의 모습 ⓒ리플레이스
모두 상생하는 생태계를 꾸리다
리플레이스는 2018년 경북 문경의 한 한옥을 개조해 한옥스테이와 카페 화수헌을 시작으로 산양정행소(여행안내소, 편집숍, 베이커리카페), 봉오리상회(로컬 브랜드)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확산했으며 이어 경북 영양에 연당림(복합문화공간)을 지으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습니다. 리플레이스는 지역 고유의 문화를 발굴해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탄생시켜 창업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인터뷰를 통해서 도원우 대표의 ‘지역에서의 청년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 일부를 전합니다.

“청년은 지역에 잠재된 자원을 발굴해 콘텐츠로 만들고, 그 콘텐츠를 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기존에 계시던 분들을 배제하고 콘텐츠를 만든다면 그것이 ‘지역민이 원하는 콘텐츠’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고 봐요.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로컬크리에이터’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인터뷰 전문보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야죠”

ⓒ우만컴퍼니
지역과 지역을 이루는 여성의 이야기
2021년이 끝나갈 무렵, 우만컴퍼니의 김나은 대표를 만나러 전북 군산을 다녀왔습니다. 군산은 관광도시이기도 하면서 ‘로컬라이즈 군산’이라는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더해져 많은 청년이 로컬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김나은 대표는 ‘지역’과 ‘여성’ 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지역 콘텐츠를 발굴합니다. 그리고 콘텐츠를 묶어 작년에는 도서 『우만플러그, 군산』를 발행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김나은 대표는 군산에서 오래 살아온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모아 10월에 아카이빙 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9월에는 <영화로운 개복> 페스티벌을 통해 개복여성영화제, 전시, 플리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니 기회가 된다면 군산에 방문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민을 연결하고, 매력적인 로컬 콘텐츠는 소비자를 끌어당깁니다. 우만컴퍼니는 페미니즘관점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재가공하는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제가 ‘지금, 여기’라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내가 살고있는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기에 앞으로 군산이 어떻게 나아가는지 보고싶어요.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일상 속 문화가 확장되면서 우리의 삶이 나아지길 바라요. 우만컴퍼니 활동을 하면서 군산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는지, 더 나아지는 모습을 아카이빙하고 싶고요.”

👉 인터뷰 전문보기 “‘지역’과 ‘여성’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발굴해요”

ⓒ더웨이브컴퍼니
로컬크리에이터의 로컬크리에이터
로컬크리에이터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로컬크리에이터에게도 학교가 필요하고 가르쳐줄 선생님이 필요하며 함께 할 학우가 필요합니다. 그 형태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학교’, ‘선생님’, ‘학급친구’일 필요는 없죠. 강원 강릉에 로컬크리에이터이자, 로컬크리에이터를 잇는 공간, 코워킹스페이스를 제시한 더웨이브컴퍼니가 있습니다. 더웨이브컴퍼니의 최지백 대표는 지역에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공간이 없다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로컬크리에이터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 ‘파도살롱’을 만들었습니다. 최지백 대표는 공간을 운영하는 동시에 기존의 지역상품을 발굴해 로컬콘텐츠화하여 로컬브랜드로서 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로컬크리에이터 활동도 활발히 하며 지역 자원의 가치를 알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에 ‘관계인구’를 유입하는 워케이션(Work와 Vacation 합성어) ‘일로오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최지백 대표는 이전 희망제작소 로컬다이버 인터뷰에서도 관계인구에 대한 의견을 더해주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던 기존 로컬크리에이터 뿐만 아니라 범위를 확장하여 로컬크리에이터를 이어줌으로써 지역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킵니다.

“서울에서의 삶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요즘 지역이 대안 문화로 정착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반대로 지역에 사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에요. 지역에서의 삶이 ‘정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다고 봐요. 저희는(더웨이브컴퍼니 구성원) 서울에 3일 살고, 강릉에 4일 살고 있는데요.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아직 대중적이지 않죠. 하지만 이주나 정착에 집중하기보다 ‘관계인구’라는 관점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지역이 지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 인터뷰 전문보기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해요”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이야기’의 주체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영향력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지역의 골목과 동네의 자원을 새롭게 해석하는 로컬콘텐츠를 제공하는 로컬크리에이터가 심화되는 지역소멸을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정리: 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