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행복한 향기로 채우는 커피전도사

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지난 2013년부터 강동구 강일리버파크 아파트에서 행복한아파트공동체학교(이하 ‘행아공’)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행아공은 아파트에서 보다 즐겁고 유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관심을 갖고 내가 할 일을 찾아내어 함께 할 사람들을 찾아서 꾸려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행아공을 진행하며 만난 주민들을 ‘강동구, 아파트 공동체가 활짝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강동구, 아파트 공동체가 활짝 피었습니다
(4) 마을을 행복한 향기로 채우는 커피전도사 – 홍순애

홍순애 씨는 12월 초 오픈한 강동 리싸이클링 시티 2층에서 커피P&P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강일 리버파크 7단지 주민이자 강일동 커피 전도사로 단지 내에서 여러 차례 핸드드립 커피 강습과 벼룩시장 커피 봉사를 해왔다. 커피P&P의 정기 강좌인 커피아카데미를 통해 지역의 경력단절 여성들과 다문화여성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앞으로 커피P&P가 2호점, 3호점으로 널리 퍼지길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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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배운 재능이 기부 활동으로

강일동은 공기가 좋고, 사람들도 순박해서 정을 붙이게 되었어요. 작년에 마을공동체를 처음 접하면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어요. 그래서 제일 잘 할 수 있는 핸드드립 커피로 재능기부 활동을 시작한 거죠.

핸드드립 커피를 시작한 지는 대략 5~6년 정도 되었어요. 처음에는 친구들 모임에서 출발했어요. 친구들에게 커피를 내려주다가 주변에서 재료비라도 받으라고 했어요. 지금도 재능기부를 하면서 재료비만 받고 있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일이 되었어요. 핸드드립 커피는 건국대학교 평생교육원 ‘김대기의 커피스쿨’에서 처음으로 배웠어요. 그 당시에도 저는 가장 연륜 있는 수강생이었어요. 처음에 취미로 배웠는데 평생 일이 되어버린 셈이네요. 재능기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은행이나 일반 사무실 같은 곳에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게 대략 3년 전 정도예요. 보는 것과 달리 해보니까 재미가 있었던 거죠. 이론 위주가 아닌 실습 위주라서 그랬을 거예요. 이론을 얼마나 잘 아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진짜 잘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강의 경험도 조금씩 쌓이게 되었어요. 단순히 커피를 내려주는 일을 하기도 하고, 또 강의를 하기도 하는 등 여러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커피 학습동아리는 우연히 강동구 사회경제지원센터 사무실에 갔는데 포스터를 보고 지원했어요. 단지에서 커피동아리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시작을 했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와서 놀랐어요. 우리 단지만 아니라 모든 단지에서 올 수 있도록 홍보했지만 그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어요. 이 학습동아리 활동은 한 달에 한 번 하는데 2014년 12월에 마지막 수업이 있어요. 마지막 수업은 새로 오픈한 리사이클 시티에서 할 예정이에요. 그럼 아무래도 더 큰 의미가 있겠죠.

최근에는 강동구 지역 행사나 축제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지난 주 토요일에도 서울시와 강동구청에서 지원하는 마을 공동체 관련 행사에 참여해서 커피 봉사를 했어요. 그 전에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행사에도 참여했고요. 저는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기부를 많이 해요. 벼룩시장에서도 역시 기부하면서 봉사를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기부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부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에는 더 많은 기부행사가 있었으면 해요.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커피아카데미

얼마 전에 리사이클링 시티가 자리 잡게 되었어요. 이곳에서 저는 다문화, 은퇴자, 경력단절여성, 장애인, 고등학생 이상의 청소년 등과 같은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청소년들에게는 일종의 사회 경험을 미리 하도록 해주는 것이죠. 성인들에게는 일자리 창출이 되구요. 참고로 리사이클링 시티는 작가들의 아트센터라고 보시면 돼요. 작가들이 15명가량 들어올 예정이고 예술작품들도 설치될 거예요. 요즘 작품도 들이고, 전시도 하느라 아주 바빠요.

리사이클링 시티에 커피 매장을 오픈하게 돼서 가장 좋은 점은 아카데미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에요. 사회적 취약계층들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겨서 바로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공간을 구할 수는 없으니까요.

‘오아시아’라는 카페형 사회적기업이 있는데 이곳은 다문화여성 중심이죠. 만약 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크게 하고 싶어요. 저는 다문화 가정의 엄마들에게 단순히 무언가를 주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을 배울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서 충분히 가르치고 싶어요. 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핸드드립 기술이고 그것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싶어요.

이번에 오픈하는 카페는 커피아카데미가 중심이 될 것 같아요. 리사이클링 시티 내에 있는 교육장은 규모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어요. 공방에 입주하는 분들과 커뮤니티 공간을 모두 같이 쓰는 것이고, 옆에 교육장이 붙어 있어요. 그리고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시간만 된다면 주 1회씩은 열고 싶어요. 아마도 이 부분은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 예술가 분들과 시간 등을 조율해야할 필요가 있겠죠. 하지만 수익이 발생해야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판매도 하며 비용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순수자원봉사가 아닌 수익이 창출되는 봉사를 하고 싶어요. 저의 재능기부를 통해서 말이죠.

일단 아카데미를 진행하면, 회당 1만 원씩 재료비를 받을 생각이에요. 장소비를 줘야하거든요. 이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도 확정되지 않은 부분도 많아요. 큰돈을 주고 들어가지 않는 대신 조금씩 지출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이런 부분이 사실 부담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지원을 해주겠다는 곳도 있었는데 거절했어요. 제가 자유롭게 하고 싶어서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사회적기업으로 확장하기를 꿈꾸며

먼저 벼룩시장에서 실험을 했는데 결과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여 리사이클 시티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저는 이 일을 하는 데 돈보다는 같이 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두 분이 생겼어요. 회계 일을 많이 도와주실 세무사님하고 홍대에 계신 몇몇 분들 중에서 예전에 커피 수업을 들었던 분이 함께 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자신과 잘 맞는 사람과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봉사정신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어쨌든 저를 포함하여 상근은 2명이고, 재무 관련해서는 세무사님이 도와주실 수 있을 거 같아요. 여기서 수익이 생기면 많은 부분 기부를 하고 싶어요. 물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조율이 필요한 일이지만요.

지금 협동조합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어려워요. 전문가들이 얘기를 해줘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게 있더라고요. 계속해서 더 공부할 생각입니다. 지금 가게가 더 발전해서 2,3호점으로 나갈 때는 사회적기업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아카데미에서 배운 분들이 그렇게 운영하고 발전시켜나간다면 참 좋겠어요.

저는 카페를 통해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여유만 있다면 기계 사용료만 내고 직접 로스팅을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생각 중이예요. 2호, 3호가 계속해서 생기고 그 운영자들이 직접 와서 콩을 볶아간다면 훨씬 편할 거예요. 사실 지금 카페들은 이런 시스템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것을 혁신하고 싶은 것이에요.

행복한 향기를 만드는 커피전도사

저는 정말로 커피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이게 제 목표이자 비전이기도 해요. 저희 집은 항상 커피 향이 나요. 생각해보세요. 매일 아침 서로에게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주고 그 향긋한 향을 맡으며 출근한다면 하루가 기분 좋지 않을까요. 그것이 곧 아로마테라피, 즉 향기치료의 일종일 수도 있겠죠. 그 어떤 허브 향보다 아침에 커피 향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모든 집에서 이런 아침을 맞는 풍경은 상상만 해도 행복해요.

앞으로 다문화 사람들이나 은퇴자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큰 공간도 바라지 않아요. 테이블 2~3개만 있는 작은 공간이라도 커피를 내릴 수 있는 곳이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공간의 존재는 가장 기본이지만 희망의 씨앗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발생하는 수익은 곧 다시 그 분들에게 돌아갈 수가 있어요. 정말 작은 곳이라도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다른 곳에서도 저와 같은 핸드드립 강사를 배출하여 이런 사업들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강일동 주민이 조금 더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는 홍보가 많이 부족해요. 사람들이 조금 더 도와줘서 홍보도 하고 참여도 한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인터뷰 진행 및 정리_ 장우연(뿌리센터 선임연구원 wy_chang@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