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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희망제작소의 연구활동

일찍이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는 인구 재생산력 감소와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에 따른 ‘지방소멸’, 대도시군이라는 한정된 지역에 사람들이 밀집해 고밀도의 환경에서 생활하는 ‘극점사회’ 현상을 일본의 가장 큰 사회문제로 꼽았습니다. 2022년 11월 산업연구원은 “지방소멸의 문제는 비수도권 군 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라 수도권과 광역시까지 확산되어 ‘지방소멸’에서 ‘지역소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1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부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사회의 최대 난제 중 하나가 지역소멸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희망제작소는 2006년 창립 당시 핵심가치로서 지역, 현장, 대안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지역소멸 대응’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연구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내용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인구유출에 대비한 지역 산업·일자리 연구

지방의 인구유출과 그에 따른 소멸위험은 지방과 대도시의 소득격차나 고용사정의 차이와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희망제작소는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 지역 산업과 일자리 문제에 초점을 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2021년 조사연구 활동을 통해, 경상북도 남부 지역의 제조업 특히 자동차 부품산업이 ‘미래차 전환’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다면, 산업과 일자리의 위기가 인구의 유출 및 지역소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결과를 낸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도에는 경상북도, 경산시, 경주시, 영천시 간 거버넌스, 지역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한 원하청 상생, 노사민정 상생, 산·학·연·관 협력에 기초한 산업전환과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상생형 지역 일자리 컨설팅’ 활동을 경상북도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 경상북도 지역주도 일자리 발굴 전략 워크숍 사진

지역소멸은 출산력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만이 아니라, 인구이동 특히 일부 수도권으로 인구 집중화에 따른 결과입니다. 89개 인구감소지역의 유출인구의 특성을 분석한 최근 연구2에 따르면, 이동자의 평균연령은 36세였으며, 이동한 사람들의 다수(67.6%)가 10~30대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청년인구 유출은 유학비용 부담 증가, 인적자원 투자비용 손실, 지역혁신 역량 및 경제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져, 결국 인구감소 지역의 소멸을 가속화하게 됩니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청년 정책 연구

1차적으로는 지역 청년인구의 유지,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외부 청년인구의 유입과 정착을 위해서는 청년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2010년대 이후 많은 지방정부가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청년기본계획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중앙정부도 2021년 “청년의 권리와 책임, 국가 및 지방 자치 단체의 청년에 대한 책무, 청년 정책의 수립과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청년기본법을 제정하고, 그에 근거해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했습니다.

희망제작소 역시 지역의 청년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 부천시, 울주군, 상주시, 문경시,용산구 등과 함께 청년정책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2022년도에는 전주시 2차 청년희망도시 기본계획(2023~2027)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청년 당사자의 정책 수요를 반영하고 청년의 삶과 밀착한 과제를 개발함으로써, 청년들이 전주시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기본계획 수립이 그 목적입니다. 우리의 활동이 지역 청년과 지역의 상생으로 이어져, 지역소멸 위기 극복에 조그마한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 전주 청년희망도시 연구 간담회 사진

지역혁신의 마중물이 될 ‘고향사랑기부제’ 연구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는 2020년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제정하고, 2021년에는 89개 기초지자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했으며, 2022년도부터는 인구감소지역에 지방소멸대응 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에 대한 행정적, 법적 대응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관계인구’에 기초한 정책들이 제시되었습니다. 관계인구란 “특정 지역에 거주하진 않지만, 여가ㆍ업무ㆍ사회적 기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구”를 뜻합니다. 이 개념은 지역소멸 시대에, 이주와 정주 외에도 다양한 해결책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실 정책 중 하나가 바로 ‘고향사랑기부제’입니다.

2008년 일본에서 도입된 ‘고향납세제도’의 효과에 자극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10월 ‘고향사랑기부금법’이 제정되고 2022년 9월에는 이를 위한 시행령이 제정되었으며, 2023년 1월부터 전면 시행 예정입니다. 이 법은 “건전한 기부문화 조성”과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통한 국가균형발전 이바지”를 목적으로 합니다. 이 법에 따르면, 시민들은 현재 거주지 외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지자체는 해당 기부금으로 ‘고향사랑기금’을 설치하여,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지역주민의 문화ㆍ예술ㆍ보건 등의 증진, 주민복리 증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관계인구 유입, 지역경제 활성화 그리고 그에 따른 지방소멸 위험 약화 등을 기대하게 됩니다.

희망제작소는 법 제정 이전부터, 고향사랑기부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기대효과를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으며, 2022년도에는 본격적으로 여러 지방정부와 함께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연구활동을 펼쳤습니다. 당진시, 의성군, 완도군 등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개발 및 홍보방안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지역의 특산물, 문화ㆍ역사ㆍ관광 자원, 사회적경제 제품과 연계된 답례품을 발굴하고, 외부 지역의 출향인, 관계인구, 일반인구를 대상으로 한 홍보전략을 마련했습니다.

▲ 의성군 마늘축제 현장답사 사진

전라남도와는 ‘고향사랑기부금 활성화 대책 연구’를 진행했는데, 제도의 효과적 정착을 유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칠 효과를 제시함으로써,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꾀하는 정책연구였습니다. 그리고 제도 시행을 앞둔 지자체 행정 대응방안을 다룬 연구 보고서3를 발행했습니다. 보고서는 “우리 지역만이 갖는 특색과 미래상을 발굴하여, 타 지역민이 관심을 갖고 결합할 수 있는 방안 자체를 혁신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것이 제도 대응의 핵심이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핵심 주체인 공무원들과 지역민들의 결합이며, 이를 통해 지역의 미래는 보다 명확해지고 지속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지역과 사람, 생태계를 아우르는 연구를 위해

지방의 소멸과 수도권 일부로의 집중현상은 양 지역 모두의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진보의 시대는 이제 회복력의 시대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4 여기서 회복력은 단순히 현상의 재정립이나 통제력 회복이 아니라, 개방성과 취약성에서 가능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시대적 난제는 “변화를 차단하려고 애쓰는 대신 변화와 함께 살아가며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법을 배우”기를 요청하는지도 모릅니다. 지역소멸이라는 난제도 그럴 것입니다. 희망제작소는 2023년도에도 지역소멸 대응이 해당 지역의 경제적 활성화를 넘어서서,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 지역과 지역,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와 생태계를 아우르는 어울림을 이루어내기 위한 활동을 펼치겠습니다.

* 글: 정창기 희망제작소 부소장 | mayday3@makehope.org

[각주]
1. <K-지방소멸로 본 위기지역 59곳, 전남·강원·경북 편중, 수도권·광역시 확산 ‘지방소멸에서 지역소멸 시대’ 진입>, 산업연구원, 2022.
2. 최예술, <인구감소지역의 인구변화 실태와 유출인구 특성 분석>, 국토연구원, 2022.
3. 박지호,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에 따른 행정의 대응방안 제안>, 희망이슈 제69호, 희망제작소, 2022.
4. 제레미 리프킨, <회복력 시대>, 안진환 역, 민음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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