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필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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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한 이야기를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는 일본 치바 지역에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푸트뱅크 사업을 소개하는 키쿠치 켄 이사의 (일본 희망제작소 이사, 워커즈코프 치바 전무이사) 글을 전합니다.


일본통신 (12) 먹거리가 필요하세요?

일본에서는 연간 약 1,788만 톤의 식품이 버려지고 있다.(2009년도 농림수산성 통계) 이 중 500만 톤~800만 톤은 ‘식품 로스’라고 불리는, 즉 품질에 문제가 없으며 아직은 먹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버려지는 식품들이다. 매일매일 많은 양의 먹거리가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2007년 후생노동성 조사에 의하면, 세대수의 15.6%가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에게 필요한 식료품을 구입하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한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독신 남성 고령자 세대 중 약 25%, 모자 내지는 부자 가정의 약 38%가 ‘식료품 구입에 곤란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1980년대 이후 고도 소비사회로 변하고, ‘전국민의 증산층화 의식’ 이 확산되는 가운데 ‘빈곤’ 이란 말은 과거의 얘기로,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이야기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버블 붕괴와 경제 침체 장기화로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2008년 리먼쇼크 이후 제조업 노동자의 대량 해고가 단행되면서,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하고, 생활보호수급자가 급증하고 있다. 2009년도 정부가 발표한 일본의 상대적 빈곤률은 15.7%로 OECD가맹국중 4번째로 큰 수치를 보이고 있다.
 
노동자의 손으로 만든 지역 협동조합

나는 현재 ‘워커즈코프 치바’라는 노동자 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워커즈코프 치바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출자하여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협동조합이다. 30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일본 전국적으로 조직을 확대해 왔다. 워커즈코프 치바는 워커즈코프의 지역 조직으로 25년 전 치바현 후나바시시에서 결성돼, 청소와 물류센터의 위탁 업무와 홈헬퍼사업, 그리고 급식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왔다. 그리고 지난 2011년 4월에는 치바 시내에 ‘서포트센터 오아시스’를 개설하여 생활보호수급자들의 지원 사업을 자치단체의 위탁을 받아 시작했다.

2012년 5월, 서포트센터 오아시스는 생활보호수급자들의 지원 활동의 일환으로 ‘푸드뱅크치바’ 활동을 시작했다. 푸드뱅크란 기업과 가정에서 품질에 문제가 없고 아직 먹을 수 있음에도 버려지는 식품을 기부받아, 복지시설과 빈곤 계층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활동이다. 1960년대 아메리카에서 시작돼, 일본에는 약 10년 전  도쿄에 처음 도입됐다. 현재는 일본 최대의 푸드뱅크‘세컨드 하비스트?재팬’이 각지의 푸드뱅크와 연계하여 지원하는 체재로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처럼 이제 막  시작한 단체를 합치면 전국에 약 30개 이상의 단체가 연합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는 아직 푸드뱅크를 지원하는 법률이 갖추어 지지 않아 각지에서 암중모색하고 있는 상태로 몇몇 단체를 제외하곤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소규모로 활동하고 있는 상태다.

서포트센터?아오시스 사업을 전개하다 보니 지원을 필요로 하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수가 의외로 많았다. 그래서 워커즈코프 치바에서 푸드뱅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푸드뱅크사업을 통해 생활보호수급자들의 일자리도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도 워커즈코프에서 푸드뱅크를 시작한 중요한 이유다. 덕분에 올 5월에 활동을 시작한 뒤, 신문과 라디오 등에 많이 보도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으며, 또한 워커즈코프가 지역의 변호사와 복지 관계자들이 만든 현내의 빈곤 문제를 생각하는 네트워크에 참가하면서 사업이 원할하게 진행되고 있다.

[##_1C|1123925771.jpg|width=”500″ height=”42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푸드뱅크 치바_##]
주로 세컨드 하비스트 재팬을 통해 기업 등으로부터 식품을 제공받지만, 상당량의 식품은 워커즈코프 치바가 독자적으로 모으고 있다. 즉 현내 식품회사들로부터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들과 봉투에 구멍이 뚫려 판매할 수 없게 된 쌀 등을 기증받고 있으며, 기업이 재해용으로 비축해 오던 물과 식품의 기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리하여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 약 10톤의 물과 식품을 기증받았다. 또한‘푸드라이브’라는 이벤트를 개최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식품을 모으기도 한다. 지난 9월에 약 3주간에 걸쳐 진행된 푸드라이브를 통해 약 170kg의 식품을 모으기도 했다.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행사가 끝난 후에도 식품을 기증하고 싶다는 전화가 자주 오고 있다.


[##_Gallery|1190602029.jpg|개인이 기증한 먹거리|1118335866.jpg|기업이 기증한 먹거리|width=”400″ height=”300″_##]


 
식품을 제공하는 곳은 크게 단체와 시설, 그리고 개인으로 나뉜다. 우선 제공하는 단체를 보면, 홈리스 지원단체(조리 후 제공), 약물의존자의 자조조직, 장애인 지원단체, 고령자시설, 자유학교, 아동자립지원시설, 빈곤자재택지원단체 등 10여 개의 단체에 월 1회 식품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 지원단체는 모두 공적인 지원을 아예 받지 못하고 있거나 미미하게 지원을 받고 있는 곳으로, 이들 단체들은 제공받은 식품을 급식과 행사 시 필요한 간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올여름에는 현내 기업에서 제공받은 2.7톤의 음료수를 후쿠시마현 소오마시의 재해민을 지원하는 NPO단체에 제공하기도 했다. 소오마시와 미나미소오마시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가까워 방사능 수치가 높은 관계로 수도가 복구된 지금도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식수를 구입해 먹고 있어서 식수 구입비가 가계의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식품 주제공처는 빈곤 가정이다. 이들 빈곤 가정을 지원하는 데는 행정기관과 민간기간의 생활지원 상담창구들과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 푸드뱅크 자체의 힘으로는 개인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지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로 지역의 변호사, 민생위원, 방문개호사업자, 치바현의 종합복지 지원창구인 중핵지역생활지원센타, 고령자들의 공적인 지원창구인 지역포괄지원센터, 그리고 정부가 올해부터 시작한 24시간 365일 전화상담창구인 ‘요리소이(밀착하다라는 뜻)핫라인’ 등을 경유해 식품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이번 11월 5일부터는 치바현 치바시 사회복지협의회와 정식으로 제휴를 맺어, 사회복지협의회 복지지원창구를 통해 복지지원 신청자중 식품 지원이 긴급한 가정에 식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_1C|1307140533.jpg|width=”500″ height=”37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후쿠시마현 소오마시의 재해민을 위한 식수 제공_##]
 지금까지 생활 빈곤자에게 식품을 제공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면,

1. ?대 남성 (민간 지원상담창구를 통해서 지원)
차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있는데, 당분간 먹을 것이 필요하다는 의뢰를 받았다.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중심으로 지원 창구 직원을 통해 전달했다.

2. 60대 여성 (치바현 변호사회를 통해서 지원)
치바현 변호사회의 변호사로부터, 파산 신청 중이며 사회복지협의회에 긴급 생활 자금 대여를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사회복지협의회에서 대여 신청한 자금이 나올 때까지 식품 지원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쌀, 차, 김, 후리가께, 간장 등을 치바현 변호사 사무실에 전달했다.

3. 50대 남성 (중핵지역생활지원센터를 통해서 지원)
병으로 퇴직한 후 정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생활보호자 신청을 했으나 승인되지 않았다. 현재 재신청을 생각하고 있으나, 긴급 생활 자금을 사회복지협의회에서 대여받을 때까지 식품을 지원 요청을 받았다. 즉시 택배로 쌀, 참치 통조림, 차, 과자등을 보냈다. 

4. 30대 남성 (요리소이 핫라인을 통해서 지원)
현내 주민으로 생활보호 대상자로 현재 생활비 잔금이 400엔밖에 없으며 먹을 것도 없다는 의뢰가 왔다. 다음 생활보호비 지급일까지 2주간 먹을 식품으로, 쌀, 콘프레이크, 인스턴트라면, 스프, 국수 등을 택배로 보냈다.

5. 30대 여성 (A시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서 지원)
천식과 아나필락시 증후군을 앓고 있는 초등학교 5학교 딸,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사는 모자가정이다. 30대 여성도 우울증을 앓고 있어 1년 이상 일을 못하고  아동부양수당과 저금으로 생활해 왔다. 우울증 증상이 개선돼 취직 활동을 시작했으며, 12월부터는 훈련 교부금(10만 엔)을 받고 직업 훈련 강좌를 다닐 예정이다.

이밖의 사례를 살펴봐도 모두 오늘내일 먹을 것이 없어 긴급 지원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공적인 지원 방법이 없어 그대로 방치해 오던가, 관계자들이 사비를 털어 지원해 온 케이스들이다. 그러나 푸드뱅크 치바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먹을 것조차 없는 이들 빈곤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됐다.
 
푸드뱅크 치바에서는 매월 1회 푸드뱅크 식품을 이용해 식사를 제공하는 런치 미팅을 개최하고 있다. 주로 생활보호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10명 정도가 모이고 있다. 생활보호대상자 중 특히 독신자들은 밖에 나올 일이 없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함께 직접 만든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매월 테마를 정해 이야기를 나누고, 취직과 직업 훈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런치미팅을 통해 자원봉사활동이나, 직업 훈련,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_1C|1119640835.jpg|width=”500″ height=”37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기증받은 먹거리들_##]
 먹거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활동을 시작한 지 아직 6개월밖에 안 됐지만, 푸드뱅크 활동에 사회적인 관심이 많으며 잠재적 이용자가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사회복지협의회 등의 공적인 기관을 통해 푸드뱅크의 식품 지원을 현내 전역으로 넓혀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한편, 푸드뱅크는 그 자체 사업으로는 현금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기부금과 조성금 등으로 활동비를 확보해 가야 한다. 기부금을 늘리고 조성금 등을 확보해 지속적으로 활동해 갈 수 있는 기반을 잡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동시에 푸드뱅크 사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거나 기존 사업의 활성화를 꾀하는, 즉 사업간의 연관성을 높여가는 문제도 생각하고 있다.

이와 같이 푸드뱅크는 공적인 제도와 지원이 없는 순수 민간 활동이다. 기증받는 식품에는 여러 조건을 달고 있지만, 식품을 제공하는 수급자는 기본적으로 ‘먹는 것에 관하여 곤란을 격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지원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바로 그 점이 민간 푸드뱅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조건을 달고 있는 행정기관의 구제 사업과 달리 유연성을 갖고 지원할 수 있으며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워커즈코프 치바는 치바현에서는 처음으로 시작된 이 푸드뱅크의 활동을 지역의 다양한 개인과 단체와 연대해 지속적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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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키쿠지 켄

워커즈코프 치바 전무이사
NPO 법인 일본 희망제작소 이사
NPO 법인 일본 화이버리사이클연대협의회 이사
사단법인 자유와 생존의 집 이사

편역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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