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관클럽

희망제작소는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전국 52개 지방정부와 목민관클럽을 창립하였습니다. 목민관클럽은 지방자치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고, 주민들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가꾸기 위한 정기포럼을 격월로 개최합니다. 그 고민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목민관클럽 제16차 정기포럼
일시 : 2013년 1월 11일(금)~1월12일(토)
장소 : 경남 남해군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지역 일자리 문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지상 최대 과제입니다. 목민관클럽에서도 지역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보고자 새해 벽두부터 반도의 끝 남해군에 모여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아울러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보물섬 남해의 일자리 창출 현장인 시금치 클러스터와 장묘문화를 혁신한 추모누리공원, 민관거버넌스로 일군 원예예술촌도 각각 방문하였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지역 일자리 고민의 현장으로 떠나볼까요?

농한기 농촌을 살린 시금치

남해 시금치는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지역 클러스터 사업으로 선정되어 산·학·관·연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전국적인 명품 농산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농업은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가꿔서 가을에 수확하면 끝이 나는데요. 이곳 남해에서는 기후조건이 좋아 가을에 벼를 수확한 이후 시금치를 파종하여 한겨울 농한기에 수확을 합니다.

시금치 클러스터 사업장에 들어서니 세척,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는데요. 농가에서 수확한 시금치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3회 세척한 다음 하루 정도 예냉을 거쳐 포장에 들어가는데, 기본 공정은 자동화되어 있고 중간 중간 불량품을 체크하고 포장하는 일에 사람들의 손길이 갑니다. 제조업 공장이 없는 곳에서 직접 고용인원도 19명(법인7명, 작업인력12명)에 달하지만 무엇보다 전통적으로 농한기인 겨울철에 이모작으로 시금치를 생산하니 개별 농가 소득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시금치 클러스터 사업장에 목민관클럽 참가자들은 부러움을 가득 담은 눈빛을 보냈습니다.

이런 사업장을 운영할 때 놓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수입인데요. 살짝 물어보니 시금치 클러스터 연평균 매출액이 250억 정도 되는데, 올해는 폭설영향으로 타지역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값이 올라 예상수익이 450억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이제 겨울철이 농한기라는 말은 남해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시금치 클러스트의 수입이 워낙 좋다보니 공무원들조차 연차를 내고 쉬는 것이 아니라 시금치를 캐러 간다고 합니다. 이정도면 시금치 열풍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사용자

화장율 80%에 이르기까지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선진 장례 문화를 선도하는 남해의 추모누리공원입니다. 90년대 중반까지 남해에는 80%에 이르는 불법 묘지들이 골칫거리였다고 합니다. 불법 묘지는 뿌리 깊은 유교 문화로 인해 단속하기도 쉽지 않았고, 대책 없는 단속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우선 공설공원묘지를 조성하고 주민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의식 전환을 시도하는 한편, 대대적인 불법 묘지 단속을 벌였다고 합니다. 물론 초기에는 유교문화 뿌리가 강한 시골에서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그런데 행정에서 일관된 정책을 밀고 나갔더니 이제는 화장율이 80%에 이른다고 하네요. 이제 남해는 선진 장례 행정의 수도가 되어 전국에서 견학을 오는 곳이 되었습니다.

추모누리는 묘지라기보다는 공원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담당 공무원에게 끊임없이 질문 세례를 퍼부어 일정이 조금 지체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꼭 필요한 사업이고,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다른 지자체에서 본받을 점이 많아보였습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화장 비율이 높지만, 90년대에 장례 문화에 관심을 갖고 과감하게 일을 추진했다니 남해의 선진 행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해에서 만나는 유럽

원예예술촌은 원예 전문가 20명이 각자의 집과 정원을 작품으로 조성하고, 회원들끼리 모은 100억을 포함해 총 256억을 투자하여 만든 마을입니다. 정원과 집은 각각 다른 컨셉을 갖고 있는데 핀란드풍의 핀란디아, 뉴질랜드풍의 라일락 하우스, 멕시코풍의 멕시칸 세이지 등 여러 국가들의 정원을 조성해 놓았습니다. 입장료 수익의 5%는 기반 시설을 조성하고 부지를 임대해준 남해군의 세입으로 들어간다고 하는데, 연간 5천만 원 정도 된답니다. 산등성이를 넘어 이웃한 독일마을은 1960년대 산업역군으로 독일에 파견되어 경제발전에 헌신한 독일 거주 교포들의 한국 정착을 지원해주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합니다. 독일식 주택이 언덕을 덮고 있는 풍경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는데요. 거주 공간이다보니 사생활 공간 보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두 곳 모두 아이디어와 남해군의 지원이 결합해 훌륭한 관광지가 조성되었는데, 직접적인 수입뿐만 아니라 남해를 찾아오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먹고, 자고, 기념품을 사고 하니 파생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16차 목민관포럼
‘멈출 수 없는 과제, 우리 지역 일자리 어떻게 만들까?’

지역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유배문학관에서 시작했는데요. 유배문학관은 박물관을 대신한 공간으로 유배지 남해에서 꽃피운 문학들을 재조명하는 공간입니다.

먼저 지식경제부의 산업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산업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의 정만태 소장의 발제로 ‘지역단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정책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 중앙정부와 광역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 앞으로의 추진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구체적인 사업을 고민하는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다소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어 목민관클럽 회원 단체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공공부문의 사업을 사회적기업을 통해 민간 위탁하여 지역 일자리를 창출한 사례와 사회적기업을 통한 인왕시장 활성화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다만 지자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윤종오 울산북구청장은 다 같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앞장서 추진했던 사례를 발표하였습니다. 기초지자체 행정권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 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송영선 진안군수는 홍삼한방 농공단지 조성, 에코에듀센터 건립, 마을만들기 지원센터, 진안마을 주식회사, 마을 및 사회적기업 발굴육성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사례를 발표하였는데요. 작년에 일자리가 천 개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인구 3만이 안되는 시골에서는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합니다.

마지막으로 임정엽 완주군수의 사례발표가 있었습니다. 마을공동체 회사와 로컬푸드 활성화 사업,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CB 공동체 사업 추진 사례 등을 발표하였는데, 농촌에서 일자리를 만들기도 했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끊임없이 토론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례발표 이후 많은 의견이 오고갔습니다. 지방자체단체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행정권한이 부족하고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실행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확대와 관련 예산지원이 절실해 보였습니다. 특히 이제는 중앙 집중 방식이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고 지역 중심의 정책실행을 위한 정책과 예산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지역의 기존 산업을 혁신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서천의 소곡주, 한산모시와 영동의 와인 그리고 남해의 시금치까지 농촌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었는데요. 남해의 푸른 바다만이 블루오션이 아니라, 농촌이 블루오션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 비교되었던 것은 중앙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포괄적이어서 다소 모호하거나 실효성이 불투명한 반면, 현장에 기반한 지역 사례들은 파급효과는 제한적일지 몰라도 구체적이고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시도들이 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지방의 권한과 재정이 뒷받침 된다면,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고 더불어 지역 경제도 활력을 찾아 세계 경제 위기도 거뜬히 넘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사용자

정리_ 정우영 (기획홍보실 인턴연구원)
사진_ 정승철 (기획홍보실 연구원 sc7279@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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