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몇 년 산이야’ 가 중요해?


이용규의 Dirty is beautiful


위스키를 마시다 보면 독특한 풍미나 향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향과 풍미는 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오늘은 이 얘기를 하고자 한다.

위스키 옆에 붙어있는 라벨을 보면 8년, 10년, 15년, 21년 등 숫자가 적혀 있는데 이에 대한 오해가 간혹 있다. 혹자는 이 숫자를 ‘위스키가 만들어진지 몇 년이 지났다’ 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있다. 다시 말해서 10년산은 만들어진지 10년이 됐고, 21년산은 만들어진지 21년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분들도 있다. 1989년에 출시된 맥칼란(Macallan) 싱글 몰트 위스키 10년산이 20년이 지난 지금은 30년산이라고 우기는 분들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10년산이라는 것은 증류되어 나온 위스키 원액이 오크통(oak cask)속에 10년간 있으면 10년산이 되고 21년간 있으면 21년산이 된다는 의미다. 오크통에서 10년간 숙성되어 있다가 병입이 되는 순간 라벨은 10년산으로 찍혀 나오게 된다. 맥칼란 10년산은 100년이 흘러도 10년산이라는 뜻이다. 다 아는 얘기라도 복습하는 의미에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크통(Oak cask)이 중요한 이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풍미와 향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은 보리(barley)를 건조시킬 때 사용하는 피트(peat)로 인해 스모키한 향을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대게 향과 풍미를 결정하는 것은 숙성하는 오크통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스키 제조과정에서 보리를 건조, 발아, 발효, 증류하는 과정은 적게는 3일에서 한 달간 걸리지만 우리가 마시는 위스키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하 3년에서 최장 50년까지 걸린다. 바로 숙성(maturation)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숙성을 시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증류된 원액이 너무도 독하기 때문에 이를 순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며 둘째는 위스키에 풍부한 향을 가미하기 위해서다. 숙성기간동안 원재료인 곡물과 나무 그 자체의 향이 베게 된다. 또한 숙성통의 재료인 오크(oak:떡갈나무)로부터 바닐라 향과 증류기의 재료인 구리(copper)색깔의 흔적사이에서 발생하는 반응들이 풍미를 결정한다. 여기서 이상적인 오크의 수령은 100년이다.

현재 스코틀랜드 증류소들은 도심과 멀리 떨어져 위치해 있으며 때로는 유럽과 멀리는 미국에서 오크통을 수입해온다. 예민한 코를 갖고 있는 위스키 전문가들은 단지 냄새만을 가지고 보리를 어디서 수확했는지, 물이 흐르는 계곡은 어디인지, 오크를 벌채한 곳이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집어내기도 한다.

영국과 스페인 간 쉐리우드 -오크통 이외에 또 다른 숙성통의 종류, 일반적으로 와인을 담았던 통임- 무역은 몇 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브리스톨과 스코틀랜드의 레이스는 쉐리우드(sherry wood)의 거래가 활발했던 무역항이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이 쉐리우드 빈 통을 사서 스코틀랜드 전역의 증류소로 옮기는 일을 했는데, 가장 좋은 위스키들이 바로 와인을 담았던 쉐리우드 통에 스카치위스키 원액을 담아 숙성시킨 맛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이미 만들어진 쉐리우드 통을 숙성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증류소 인근 혹은 수입한 오크를 가지고 숙성통을 만든다.


좋은 떡갈나무(oak) 구하기


오크통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좋은 오크를 골라야 한다. 좋은 오크는 물이 잘 빠지는 경사진 사면위에서 곧게 자란 것이라야 한다. 수령은 앞서 얘기했듯이 100년 정도가 이상적이다. 나무를 베는 헌터들은 베인 나무가 새롭게 자라게 하기 위해 나무 밑동을 제외하고 자른다. 오크는 일단 오크통으로 사용되기 직전 잘라지는데 우선 길이 약 7m, 지름 1m 정도로 잘려 조립라인으로 보내진다.



[##_1C|1281405037.jpg|width=”400″ height=”351″ alt=”?”|오크통 만들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후프(hoop)를 이용, 통널(stave)을 고정시킨다._##]

오크통을 만드는 사람들을 쿠퍼(cooper) 또는 아티즌 캐스크(Artisan Cask) 라고 한다. 전문적으로 훈련된 사람들로서 경력이 보통 2-30년에 이른다. 이들의 수작업을 거쳐 최종 오크통이 완성되는 것이다. 우선 오크를 두꺼운 널빤지 형태로 잘라 이를 다시 오크통 모양으로 만들기 위한 통널(starve)로 세분하여 자른다.

보통 700리터 정도의 오크통을 만들기 위한 통널은 32개 정도가 사용되며 최종 작업까지는 15개의 통널이 더 필요하다. 이러한 통널을 금속테(hoop)로 고정시켜 통 모양을 잡고 목선반 – 일명 로구로(?輅) -에 걸쳐 놓고 기계사포를 사용하여 통널 간의 밀착을 더욱 강화시킨다.


숨쉬는 오크통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오크통 일명 캐스크(cask)에 대해서는 어떤 색칠 또는 코팅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페인팅을 할 경우 오크가 숨을 쉬지 못할 뿐더러 담겨진 내용물(위스키원액)이 외부 공기와 상호작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원목 그 상태로 내버려 두는 것이다.




[##_1C|1265638363.jpg|width=”403″ height=”274″ alt=”?”|오크통에 불지르기._##]

[##_1C|1040504324.jpg|width=”424″ height=”279″ alt=”?”|오크통 내부가 불에 탄 모습, 악어 등가죽을 닮아 엘리게이터라 한다._##]

또한 만들어진 오크통 내부에 불을 지르게 되는데 이는 위스키 원액이 더욱 많이 오크에 스며들게 하여 그 맛과 향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동시에 잡균으로부터 위스키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다. 아메리칸 위스키의 경우 오크통을 태우는 정도를 3단계로 구분하여 그 정도 – 약간, 중간, 엘리게이터(alligator: 불에 탄 형태가 마치 악어의 등가죽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를 달리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숙성통의 가운데 혹은 밑 부분에 구멍을 뚫는다. 이는 위스키 마스터들이 숙성기간 동안 위스키의 숙성정도를 체크하고 향후에 위스키를 서로 블렌딩(섞기)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또 다른 행운이 찾아오기도 하는데 우연치 않게 새롭고 독특한 위스키(reserve whisky)의 맛을 찾기 위해서다.



[##_1C|1112792581.jpg|width=”430″ height=”290″ alt=”?”|스카치 위스키 저장고(warehouse)_##]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오크통은 위스키 원액을 담기위한 장소로 옮겨지게 되며 앞으로 있을 오랜 여정 -3년에서 50년- 을 기다리게 된다.

글_ 이용규 (희망제작소 기획1팀장)

사북 석탄유물보존위 활동중이며 여우와 토끼 2마리를 키우고 있다. 싱글몰트위스키에 순결을 빼앗겨 헤어나지 못하고 이제는 더불어 살고 있다.
돈 한 푼 없이 농촌에서 일주일 이상 살며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가끔 공무원과 싸워서 물의를 일으키고, 또 가끔은 희망제작소에 금전적 손해를 입혀 Stone Eye라고 한다. 석탄박물관 근처에서 위스키에 대한 글도 쓰고 실제 장사도 하면서 유유자적 신나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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