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두번째 글이 많이 늦었네요. 오래 기다리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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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먼저 준상씨가 연구하고 있는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의 탄생 배경을 들어봅시다.
왜 디자이너들은 이처럼 이름도 생소한 영역에 뛰어들게 된 것일까요?

”사용자’디자인의 악순환’을 끊어라

“현재 산업구조는 제품 생산에서 서비스 생산으로 그 중심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제품만 생산하던 시대는 끝난 거죠.”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미국 애플사의 아이팟을 떠올려봅시다. (이제 너무 많이 회자되서 지겹긴 하지만…)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로서 아이팟의 성능이 경쟁사의 제품을 압도할 정도로 우수한 것은 아니죠. 그럼에도 아이팟은 아이튠즈와 같은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음악을 정말 편리하게 들을 수 있게 해줌으로써 ‘음악을 듣는 방식을 바꿨다’는 평가를 이끌어냈습니다. 또, 아이팟 사용자들이 오디오 또는 비디오 파일의 형태로 뉴스 등의 콘텐츠를 받아 볼 수 있도록 하는 팟캐스트 서비스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드웨어(제품)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를 지닌 소비자들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온 겁니다. 준상씨가 던진 다음 말의 의미를 한 번 음미해보시죠.  

“필요한 건 세탁이지 세탁기가 아니잖아요.”        
 
이러한 산업구조 변화는 디자이너에게도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게 됩니다. 제품 디자인에서 서비스 디자인으로 디자인의 역할이 확장되는 계기를 맞게 된 것이죠. 또,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상품 서비스 뿐 아니라 공공 서비스 영역에까지 눈을 돌리게 됩니다.
산업사회에서 디자이너들이 맡아왔던 역할에 대한 반성과 함께 말이죠.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항상 새롭고 예쁜 물건이 쏟아져 나옵니다. 상품의 회전 주기는 점점 빨라지고, 이전의 물건들은 버려집니다. 그러면 디자이너들은 또 다시 새롭고 예쁜 물건을 만들어냅니다.”

디자인이 산업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악순환의 고리에 동참하고 있다는 반성이 찾아온 거죠. 전통적인 디자인의 역할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 디자이너들은 공공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게 됩니다.  

준상씨 역시 원래 대학을 졸업한 뒤 휴대전화 제조업체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만든 제품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만,  “쓰레기를 만들어낸다는 죄책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고 하네요. 그러던 중 현재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접했고, 유학을 떠나게 됐다고 합니다.

”사용자”물론 서비스 디자인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일례로 서비스 디자인 자체로 환경 문제가 해결 되지는 않습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도 엄청난 자원이 필요하죠.”

기업들과의 원할한 파트너십도 숙제입니다. 기업들을 공공 서비스 디자인의 한 주체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동기부여가 필요하지만, 제안할 만한 마땅한 사업 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우리가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하면 기업에서는 어떻게 돈이 될 지를 먼저 물어옵니다. 현재로서는 우리도 답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 했거늘

현재 준상씨가 속한 연구실에서는 DESIS 라는 국제 네트워크를 조직해 미국, 콜롬비아, 브라질,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등 전 세계에서 사회혁신 사례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DESIS에 속한 대부분의 파트너들이 디자인 학교라고 합니다.

한국엔 없냐고요? 네, 아직 한국엔 네트워크 조직이 없습니다. 물론 밀라노의 디자이너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회혁신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죠.  준상씨가 이 날 제작소 식구들에게 소개한 사회혁신 사례들, 그리고 현재 홈블로그에 연재중인 <창의적 커뮤니티> 보고서의 사례들을 보면서 낯설지 않다고 느낀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지역별로 다양한 단체 혹은 주민들의 자치적인 모임이 만들어낸 수많은 사례와 움직임이 존재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현재 진행형이고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의 경우도  웹 사이트 자체만으로도  좋은 사회 혁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개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사회 혁신의 욕구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우리가 말하는 사회혁신 사례들은 사회적 욕구들의 창의적인 해결 방안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대안의 하나가 될 수도 있고요. 물론 사회혁신 사례들이 최근 들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닙니다. 늘 있어왔죠. 다만 개별적 단위의 행동으로만 그치고,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던 거죠.”

한국의 사례들 역시 단절적으로 존재해왔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준상씨는 그래서 더욱 한국의 사례들에 관심이 간다고 하네요.  

현재 희망제작소 안에서도 몇몇 연구원들이 사회혁신 사례를 공부하는 모임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 날 자리에서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은 준상씨와 지속적으로 한국의 사례들을 공유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준상씨도 계속 전 세계의 사회 혁신 사례를 비롯한 자신의 연구 결과를 소개해주기로 했고요.  물론 희망제작소 홈블로그를 통해서 여러분과도 공유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용자한 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이메일을 통해서만 인사를 나누었던 연구자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들으니 무척 반가웠습니다. 준상씨의 연구 작업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깊은 논의를 나누기에는 아쉬운 시간이었지만, 앞으로 글을 통해, 또 다른 만남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 결과물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댓글이나 이메일을 통해서 의견도 많이 주시고요.
사회혁신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물 건너 ‘드자이너’ 들의 노력에도 응원을 보냅니다. (우리 앙 선생님도?)

글_희망제작소 콘텐츠팀(ktlu@makehope.org)
사진_ 임상태 인턴 연구원

백준상씨의 연구 작업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는 분은
☞ 회원재정팀 이성은 연구원(leeagle@makehope.org)에게 거침없이 메일 날려주세요~
☞ 현재 홈블로그에 연재되고 있는 유럽사회혁신사례 관련 글에 댓글 남겨주셔도 되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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