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사용자

2011년 9월 문을 연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희망제작소가 위탁 운영하는 공공교육기관입니다.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정다운 우리 학교’를 지향하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여러분께 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평생학습 초점의 네 번째 주제는 <청소년 진로교육>입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대부분이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의 목표를 이룬 후 상실감과 당황스러움을 경험하곤 합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무엇인가 어디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 경험의 기회 없이 그저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는 현실에 내몰렸기 때문입니다. 이제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삶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한 두 번의 적성테스트나 진학 상담이 그 기회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청소년 진로교육. 어떻게 해야 할 것일까요?

[평생학습 초점] 청소년 진로교육 (4) 무엇이 되느냐가 아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

이야기 하나

3학년 o반 김oo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생산과학부 수시 합격
고려대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수시 합격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수시 합격

몇 년 전 수능감독을 하러 갔을 때 어느 고등학교 교문에 걸려 있었던 플랜카드 내용이다. ‘정말 공부 잘하는 학생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의 자랑거리로 내놓을 만하다는 생각도 했다. SKY라 불리는 대학에 모두 합격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도대체 이 학생은 어느 영역에서 공부하고자 대학에 가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생산과학부와 경제학부와 지리교육과의 연계성을 찾으려고 해도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단순히 SKY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청소년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적인 공부기계가 아닌데, 성적을 내기 위한 기계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서 정작 자신이 어떤 것을 공부할지 선택해야 할 시점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진로교육’의 방향이 단지 대학 진학에 맞춰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야기 둘

면접관 : “이 회사에 들어온 지 2년이 흘렀다고 가정합시다. 당신은 2년 후에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취업 준비생 : “한 손에 커피, 다른 한 손에는 도넛을 들고 외국인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오더(주문)을 받아내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다국적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에서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대학생들이 2차 면접을 보는 상황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본 적이 있다.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학생은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한 것일까?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왔다면 면접관의 질문 앞에 자신이 입사해야 하는 이유와 앞으로 성장할 자신의 모습, 그에 따른 준비과정을 당당하게 이야기로 풀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이유는 목적과 방향 없이 공부한 고등학교 시절처럼, 단지 취업을 하기 위한 학점 따기 대학공부, 토익 공부, 자격증 공부, 스펙을 쌓기 위한 해외유학 및 어학연수만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단 이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렵게 대기업에 입사한 30대, 안정된 직장과 괜찮은 연봉을 받고 있는 40대 역시 “이 일은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야!”라고 되뇌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진로교육’의 목적이 단지 취업에 맞춰져서도 안 되는 이유이다.

이야기 셋

“저의 꿈은 햄버거나 핫도그의 본 고장에서 제가 만든 소시지가 그 나라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입니다.”

연 매출 42억 ‘수제 소시지’ 가게의 청년 사장이 된 김상호 씨의 포부이다. 김상호 씨는 자녀의 사업에 투자해 줄 만큼 재력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이름 있는 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의 조건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 인터뷰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김상호 사장: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을 오래하다 보니까 그런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공부 쪽으로는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것 같아서 이 분야에 뛰어 들었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소시지를 직접 먹어 가며 연구를 시작하였고, 가맹점을 내기 위해 상권조사와 시장조사를 했어요.

가맹점 사장: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했던 부분들을 지적합니다. 많이 까다로운 편이지요. 나이보다 생각에 깊이가 있고, 저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나는 저 나이 때는 뭐 했나 깜짝 놀랄 때가 있죠.

지극히 평범한 청년, 김상호 사장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사항은 첫째,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소시지)를 찾아서 그것을 ‘공부’했다는 것이다. 둘째, 그 분야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통해서 찾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자신의 ‘성격’과  ‘기질의 장점’들이 소시지 사업을 하는데 잘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앞의 세 가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진로교육은 3년 후에 학생들이 어떤 대학교에 갈 것인지, 대학 졸업 후 어디에 취업을 할 것인지를 정하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다. 다양하게 변화하고 발전할 현대사회 속에서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소질, 능력, 희망에 따라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개인의 잠재력을 파악하여 개발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직업에 대한 현실적인 관점을 갖고, 고등학교 졸업 후 자기 주도적으로 선택한 대학과 직업에서 행복한 진로를 꿈꾸며 설계하도록 하는 30년을 준비해야 하는 장기적인 문제이다.

우리 아이들이 직업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진로교육을 다른 관점으로 풀어야 한다.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실시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한 독립된 진로프로그램으로만, 진로진학상담교사에 의존한 진로상담으로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평생 배우는 과정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와 교사, 사회가 삶으로 함께 풀어야 할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이 걸어가는 과정에 가정과 학교, 사회라는 통로가 있으며, 이 통로를 통해 보고, 배우며, 느끼며 생각하는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가장 많이 소통하는 부모와 교사가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사람 취급이라도 받지. 그래야 괜찮은 데 취직해서 좀 편하게, 행복하게 먹고 살지.” 라는 낡은 진로인식을 갖고 있다면 아이들에게 적용될 새로운 시도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먼저 이 틀을 깨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아이들에게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지켜봐 주어야 한다. 둘째, 배우는 것 말고도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맘껏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 둘을 스스로 조화시키는 능력을 기르도록 가르쳐야 한다. 셋째로, 자기가 배운 것을 보람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며 이를 통해 생계도 해결하고 사회에도 기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럴 때 좋은 일자리가 주는 직업적 안정성이나 높은 보수를 쫒기보다 미래사회 직업의 전망 속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만이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진로교육, 관찰에서 행동으로

잊지 못할 제자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선생님! 저는 공부는 정말 아닌 것 같아요!” 2008년 3월 초 1학년 담임으로 김○○을 만났다. 이 학생은 공부에 대한 의욕이 넘쳤지만 초중학교 때부터 공부의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아서 생각만큼 학습에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을 열심히 공부했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지 시험을 치를 때 마다 반에서 늘 꼴찌였다. 그리고 1학기가 지난 후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성적이 떨어졌다고 의기소침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공부를 제외하곤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학생의 장점을 발견하기 위해 유심히 관찰했다.

이 학생은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자신이 즐기는 일에 대해서는 꼼꼼하고 철저하다는 사실을 RCY 활동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었다. 동아리 임원으로서의 역할, 행사기획, 후배와 친구들과의 멤버십 등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대해서는 군더더기 없이 최선을 다해 활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뿐만 아니라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철저한 자기관리, 자기의 생각에 대한 고집, 목표한 것을 이루려고 하는 집념 같은 강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학생은 전공실습과목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었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는 공작실습이나 전문제도와 같은 실습과목이 있는데, 전공실습을 할 때에는 인문과목에서 볼 수 없었던 수업에 대한 몰입도와 집중력이 나타났다. 실기조작능력이 타 학생들보다 뛰어나다는 사실도 발견하였다. 실습과 관련된 과제를 부여하면 이에 따른 이해력이 타 학생보다 뛰어나 더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인문과목 관련 공부를 제외하곤 장점이 더 많은 학생이었다.
김○○에게 기계를 정교하게 다룰 줄 알고 공작물을 손쉽게 만드는 재능이 있음을 칭찬해 주고, 기능영재반에 들어가 기술을 익히는 학습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였다. 그리고 학생 속에 잠재되어 있는 기계제작의 소질을 개발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라고 주문하였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발견한 성실함과 끈기, 고집, 자기관리 등의 장점이 자신의 기술 분야와 접목된다면 너의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었다. 그 후 이 학생은 기능영재반 활동을 통해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계획을 세워 나가기 시작했다.

“선생님! 전국기능경진대회에 출전해서 꼭 금메달을 따겠습니다.”

작은 목표를 세운 후 기능영재반에서 들어가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리고 2학년 때 지방경진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러자 또 다른 꿈을 이야기했다.

“선생님! 저는 한국에서 최고의 보일러 기능장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야간대학을 진학하고, 주간에는 상계직업전문학교에 가서 보일러 관련 기능을 익혀 더 많은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자신감이 붙자 생각하지도 않은 대학 진학을 이야기하고, 야간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성적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졸업 후 1년이 넘지 않을 무렵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나에게 보여준 것은 바로 기계기능 관련 자격증 8개였다. 고등학교 때 획득한 자격증 2개와 8개월 동안 획득한 6개의 자격증. 자신의 꿈을 향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모습이었다. 주간에는 상계직업전문학교에서 관련 자격증을 공부하고, 야간에는 인덕대학에서 공부하는 생활.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달려가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교육을 실시하다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공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상황은 극과 극인데, 모든 교육프로그램과 교사들의 관심과 태도는 그 과정에 아무 문제 없이 따라오는 아이들에 맞추어져 있다.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배움이 늦은 아이가 있고, 성품이 늦은 아이가 있다. 단지 늦을 뿐이다. 또한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기 힘든 습관을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익혀 왔을 뿐이다. 이렇게 진로 성숙도가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모든  아이들에게 동일한 진로프로그램을 적용한다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진로교육은 집단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개별적 접근이 더 절실하다. 개별적 접근이라 함은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체계적으로 접근함을 의미한다. 학교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교육해 본 결과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은 기초적 성품이 부족하여 진로의 개념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의 소중함도 알고 기초적 성품을 가진 학생들은 다양한 진로프로그램을 통하여 자신의 장단점을 발견해 자신의 진로 스토리를 멋지게 펼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에 전자의 경우 다른 특별한 진로프로그램보다 그들이 생활하는 모든 반경 속에서 사랑 받고 있다는 인지가 가장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난 후, 이들의 행동 속에 나타난 세심한 관찰을 통해 강점, 약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진로과정을 교육 할 때, 이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본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는 기다림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가정에서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와의 관계, 부모의 가치와 소통 속에서 자기 신뢰와 자아 존중감, 갈등극복능력이 자라게 될 것이고, 학교를 다니면서 교사와의 관계, 교사의 가치와 소통, 친구들과의 관계, 다양한 수업 등을 통해 대인관계능력, 문제해결능력, 팀능력, 창의력 등이 자라날 것이다.

30년을 꿈꾸게 하는 진로교육이 되는 것은 아이들에게 ‘무엇이 되느냐’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하는 것 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하는 방향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마음속에 늘 새기고 교육하는 4가지 전략(PAUL 전략)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자기 자신이 소중한(Precious)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끊임없이 관찰하고 사랑하자.

둘째, 어떤 상황이든지 긍정적인 태도(Attitude)를 가지고 성실함을 통해 기회를 찾는 삶을 살도록 교육하자.

셋째, 자신의 재능과 성격을 발견하도록 도움으로, 자신만의 독특한(Unique) 스토리를 써나가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자.

넷째, 세상의 아픔을 치유하는 변화를 이끄는(Leading) 삶을 살도록 가치를 공유하자.

글_ 이강은(서울 인덕공업고등학교 교사  21frontier@daum.net )


* [평생학습 초점] 청소년 진로교육 연재목록
(1) 청소년 진로교육, 변화가 필요하다
(2) 해외사례로 알아보는 진로교육의 내용과 방향
(3)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한 ‘하자’의 실험
(4) 무엇이 되느냐가 아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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