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하려던 청소년의 다섯 달

희망제작소는 자기 손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청소년이 모여 다양한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실험해보는 <OO실험실>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8월 25일, 청소년 스물 세 명이 모여 다섯 달 동안 네 가지 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1월 9일, 이들이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느낀 바를 부모님과 친구, 그리고 <OO실험실>을 후원해 주신 분들 앞에서 발표하는 파티를 열었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뛰어들었던 청소년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요?

[oo실험실 아이들의 이야기, 마지막 편]

다섯 달, 그 후

“아아아악~ 너무 떨려요!”
씨알콘서트 팀의 ‘같이’는 리허설 내내 ‘떨려요!’를 연발하며 뛰어다녔습니다.
‘프로젝트가 공부에 방해하는 건 아니냐’며 걱정하던 부모님, <OO실험실>을 후원했던 얼굴 없던 후원자분들이 곧 오십니다. 그 앞에서 발표하려니 긴장이 되는지 <OO실험실> 친구들은 연습을 하고, 또 했습니다.

<OO실험실>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지난 다섯 달 동안 ‘행복한동물원만들기’ ‘씨알콘서트’, ‘호프집(Hopezip)’ 그리고 ‘커북커북’ 네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멍석이 깔리자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행복한동물원만들기

‘동물원의 월요병’이란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다섯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동물원을 찾아가 관람객의 잘못된 행동이 어떻게 동물에게 피해를 입히는지 조사했습니다.
“악어는 혀가 짧아서 한 번 먹은 걸 뱉지 못해요. 행운의 동전도 모두 먹어버린대요.”, “원숭이는 계급이 높은 원숭이부터 먹이를 먹는대요. 아기원숭이에게 먹이를 던지면, 큰 원숭이가 물어버릴 수도 있대요.” [wp-svg-icons icon=”bubbles-2″ wrap=”i”] ‘라쿤’

이런 사례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스토리펀딩’에 연재해 300만 원 가량을 모금했고, 그 돈으로 올바른 관람문화를 담은 그림책과 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림책이 완성되면 초등학교에 배포하고, 노래는 동물원에서 틀 수 있게 해보려 합니다.

친구들은 무엇을 느꼈을까요? “세상을 바꾸려는 혁신가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분들 도움을 많이 받아서 감사하고요. 스토리펀딩 하면서 예상 외로 안 좋은 댓글이 많았어요. ‘이럴 거면 차라리 동물원을 없애라’라는 반응도 많았고요. 하지만,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며 고맙다는 댓글에 힘을 냈어요.” [wp-svg-icons icon=”bubbles-2″ wrap=”i”] ‘현봉이’

씨알콘서트

팀원 여덟 명은 서울, 안양, 홍성, 부산 등지에서 모였습니다. 그래서 만나기도 어렵고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던 이들은 토크콘서트를 열기로 했습니다.

콘서트 주제를 어떻게 잡아야 할 지, 어떻게 행사를 기획하고 홍보하며 진행할 지 막막함을 헤쳐나간 이들이 드디어 지난 1월 2일, ‘대한민국의 교육은?’ 이란 주제로 제1회 씨알콘서트를 진행했다고 할 때,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두 번째 씨알콘서트는 지방에서 열어보겠다는 이들. 첫 콘서트 참여자들에게 받은 설문지에 적힌 쓴소리를 놓고 뜨겁게 평가회의도 해 보았답니다. “준비가 안 됐는지 스탭들끼리 대화가 너무 많았다.”, “네 시간 토론은 너무 길었다.” 난생 처음으로 공부 말고 무언가를 기획해서 진행해 보는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 ‘청소년이니까 못 할 거야.’, ‘청소년이라서 무시당할 거야.’라는 생각을 했는데, 프로젝트를 하면서 청소년이기에 또 청소년만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wp-svg-icons icon=”bubbles-2″ wrap=”i”] ‘양변’
“학업이랑 병행하니까 시간을 쪼개야 했고, 다들 바쁜 팀원들이랑 시간을 맞추는 게 힘들었어요. 씨알콘서트는 제가 제일 하고 싶은 건데도 공부에 밀려 후순위가 되는 게 너무 아쉬웠고요.” [wp-svg-icons icon=”bubbles-2″ wrap=”i”] ‘같이’

씨알콘서트는 과연, 두 번째 콘서트를 열 수 있을까요?

 

호프집

독거노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 보자고 모인 팀원들은, ‘희망으로 든든한 존재가 되었으면’하는 마음을 담아 팀 이름을 ‘호프집(Hope-Zip)’으로 지었습니다. 하지만 팀원 절반이 고3인 만큼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사는 지역도 달라 열정만큼 프로젝트 진행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현장조사 이후 기획과정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고3인데 대전역 쪽방촌에 갔을 때가 수능 5일 전이었어요. 팀원 대부분이 고2, 고3이다보니 일정이 많이 엇갈려서 진행되는 것 없이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어요. 원래 계획했던 적정기술 프로젝트는 어려울 것 같아서 다른 활동을 할 수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wp-svg-icons icon=”bubbles-2″ wrap=”i”] ‘키나’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지 못했지만, 오늘 발표까지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깨달은 것도 많고요. 현장에 가서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뉴스에서만 보던 ‘문제’를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wp-svg-icons icon=”bubbles-2″ wrap=”i”] ‘지금’

커북커북

책으로 이웃과 소통하자고 뭉친 세 사람은, 우연히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습니다. 커북커북은 커뮤니케이션과 책을 합친 말로, 책정거장 상자에 이웃끼리 나누고 싶은 책을 돌려읽는 프로젝트입니다. 밤샘 회의도 하고, 책상자와 리플렛도 직접 만들고, 동네 도서관과 상점에 책 정거장을 설치했습니다. 책 공유가 잘 이루어 졌을까요?
“저희 지인들 말고는 책 공유가 잘 안 이뤄졌어요. 왜 안 될까 생각해봤죠. 사람들이 여유가 너무 없는 것 같아요.” [wp-svg-icons icon=”bubbles-2″ wrap=”i”] ‘뚜비’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걸 실제로 만들고 해 보니까 뭐든 시도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학교 울타리 안에서 못하던 경험이었어요. 해 보는 거랑 안 해 보는 건 정말 다른 것 같아요.” [wp-svg-icons icon=”bubbles-2″ wrap=”i”] ‘키키’

부모의 마음에 갈등을 안기는 대한민국

“저희 부모님은 처음에 OO실험실 하는 것을 싫어하셨어요. 학업에 열중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낸 제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어요.” 라는 참여자의 말에, 청중석에서는 커다란 박수가 터졌습니다.

참여자의 부모님은 어떤 마음이실까요?

“저는 직장에서 노조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아이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지 몰랐어요. 말은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라’고 했지만 대학에 가야 하는 상황이니까 전적으로 지원해 주기는 어려웠죠. 하지만 오늘부터는 적극 지지해 주고 싶습니다.”

“아이가 이런 활동을 하는 게 정말 좋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대입을 준비해야 하니까 마음껏 지지해 줄 수 없는 현실이 싫어요. 이렇게 갈등하게 만드는 이 대한민국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OO실험실>이 실험한 다섯 달. 희망제작소는‘한국사회에서 청소년이 주도하는 사회혁신은 가능한가?’ ‘이런 활동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 ‘걸림돌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답을 쫓아가 보았습니다.

아무런 보상이 없어도 자발성과 열정을 갖고 사회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청소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뭐라도 하려는 아이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입시와 학원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가족과 이웃, 학교 그 누구도 지지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과공유회를 통해 청소년을 둘러싼 주위 사람들의 변화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의 사회혁신을 지지해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OO실험실> 프로젝트 보고서’에 담으려고 합니다. 2월 중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주세요.

글_우성희(시민사업그룹 연구원 / sunny02@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