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싱크탱크를 가다](2)중국의 대약진

홍일표(사회학 박사,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워싱턴 싱크탱크 세계의 화두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이며, 중국을 염두에 둔 싱크탱크의 발표와 토론이 연일 계속된다. 양과 질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미국 싱크탱크의 중국 연구 동향과 주요 의제, 핵심 연구자 등을 정밀 분석했다.
[편집자주]

존 손턴 브루킹스연구소 이사장(위)이 연구소에 차이나센터를 만들자 미국기업의 후원이 줄을 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사면초가에 빠져도 단단히 빠졌다. 출범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 ‘탄핵’과 ‘하야’가 공공연히 요구되고,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20%를 넘으면 ‘상승’을 기뻐할 정도이다. 조만간 100회에 달할 촛불집회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 물대포와 방패, 소화기, 민형사 소송, 경찰특공대, ‘사이버 모독죄’에 몸을 맡기는 국가권력의 무능함과 후안무치함 또한 연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한국 국민의 불만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전세계는 이명박 정부에 ‘환호’한다는 비아냥거림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노무현 정부(와 이전 김대중 정부)가 보여준 ‘이념외교’의 무능함을 이명박 정부가 ‘실용외교’로 전환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글로벌 호구’로 전락해버렸다.

미국 싱크탱크의 토론회(위)에는 중국 외교관과 지식인, 언론인이 항상 등장해 자기 목소리를 낸다

‘남한 부재’와 ‘중국 열풍’

지난 7월24일에는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서 ’10·4 선언’ 내용을 뒤늦게 빼달라고 요청했다가 외교 망신을 샀고, 더욱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표기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와중에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한국령’에서 ‘주권 미지정 구역’으로 표기 변경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막아내지도 못한 것으로 확인되어 많은 이를 망연자실하게 했다.

이후 부시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로 원상 복구됐으나, 그것을 한국 외교 역량의 승리로 자화자찬하는 모습은 많은 이를 더욱 허탈하게 만든다. 도대체 한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잘나간다는 외교관, 각 부처 공무원으로 가득 차 있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는 무엇을 하기에 이런 일이 연일 벌어지는 것일까? 워싱턴 싱크탱크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조금만 이해하면 현재 상황이 어느 정도 ‘예고된 참상’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는 백악관, 의회 의사당, 각종 정부기관과 더불어 세계 각국의 대사관이 모여 있다. 그리고 그들의 중간 지점 정도에 수많은 싱크탱크가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열리는 싱크탱크의 세미나와 행사는 미국의 세계 전략과 각국의 이익 옹호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자연스레 만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훌륭한 사교장이자 또 다른 형태의 격전장이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워싱턴 싱크탱크의 세미나에서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남한 부재’와 ‘중국 열풍’이 그것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세계에서 남한이 독자적인 논의 주제로 다뤄지는 경우는, 우리의 기대나 예상과 달리 매우 드물다.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세미나가 북한에 대한 것이며, 아주 가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한·미 동맹의 미래에 관한 토론회가 열리는 정도이다(필자는 지난 2년간 워싱턴 싱크탱크의 각종 세미나에 거의 매일 참석하며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비단 토론회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각종 토론회의 발제자, 토론자, 심지어 방청객으로 참여하는 한국인(대사관 직원, 기자, 방문연구원 등)의 수 또한 매우 적다. 한국과 직접 연관된 주제가 아닌 토론회 자리에서는 한국인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 한국 관련 세미나가 적고, 그렇지 않은 세미나에는 잘 오지 않으니 당연히 ‘남한’의 존재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 심지어 타이완의 경우는 다르다. 비록 과거에 비해 일본 관련 세미나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각종 토론회에는 일본대사관과 언론, 경단련 소속 인사가 항상 자리한다. 그들은 워싱턴 싱크탱크 세계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에 쉬는 시간이면 자연스레 미국 지인과 인사를 나누고, 방청객으로서 질문 기회도 적극 활용한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존재는 어디서든 느껴진다. 중량감 있는 일본 학자와 언론인, 정치가의 발표 또한 끊이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는 더하다. 미국 싱크탱크가 개최하는 수많은 토론회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중국과 관련된 내용이다. 중국을 빼놓고 미국의 정치·경제·사회·외교를 논할 수 없을 정도이다.

중국이 급격히 떠오르는 것은 더 이상 높은 경제성장률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그들의 군사 능력과 외교 역량, 첨단 기술 등 거의 모든 사안이 미국(과 세계)에게 거대한 ‘기회’이자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싱크탱크는 끊임없이 중국을 논하며, 그 자리에는 항상 중국 외교관과 지식인, 언론인이 등장한다.

미국과 타이완의 관계를 토론하는 미국 기업연구소(AEI) 주최 토론회에서 한 발표자는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제안하는 데 중국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 묻는 방청객의 질문에 “워싱턴 싱크탱크가 여는 각종 세미나에는 ‘저보다 더 훌륭한 영어를 구사’하는 중국 측 인사가 항상 자리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간명하게 답했다.

미국 싱크탱크 세계에서 중국은 이제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이며, 중국을 염두에 둔 발표와 토론, 그리고 언급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불행히도 수많은 토론회에서 남한은 ‘언급’되는 경우조차 드물다. 늘 신경을 써야 할 여유도, 이유도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샴버 조지워싱턴 대학 교수

카네기 기금·브루킹스 연구소 맹활약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중국 연구를 총정리한 <미국의 현대 중국 연구>(1993)라는 책에 실린 토머스 로빈슨의 ‘민간 영역의 중국 전문가들’이라는 글에 따르면, 냉전 시기에 중국 연구를 주로 수행한 미국 싱크탱크는 랜드 사와 브루킹스 연구소였다.

미국 정부, 특히 공군과 국방부의 자금을 지원받아 이루어졌던 랜드 사의 중국 연구는 정부 비밀문서의 사용 등을 통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생산해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책 결정자의 구미에 맞추어야 한다는 기본 제약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 시기 브루킹스 연구소는, 비밀자료에 대한 접근 제약 같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훌륭한 연구 성과물을 많이 생산해냈다. 그렇지만 이들 역시 기본적으로 대중에게 공개되고 검증되지 않음으로써 질적 한계가 컸다.

그러나 2008년 현재 미국 싱크탱크의 중국 연구는 그 양과 질 면에서 가히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준다. 미국 내 최고 중국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인 조지워싱턴 대학 데이비드 샴버 교수는 “미국 싱크탱크의 동아시아 연구 역량이 그리 높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연구는 예외이다. 15년 전만 하더라도 2~3명에 불과하던 싱크탱크 소속 중국 연구자가 현재는 크게 늘어났다”라고 설명한다.

미국 싱크탱크 가운데 가장 탄탄한 중국 연구 역량을 확보한 곳으로는 대체로 국제평화를 위한 카네기 기금과 브루킹스 연구소를 꼽는다. 카네기 기금은 타이완 주재 미국연구소(AIT) 소장을 지냈고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 행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문제 책임자였던 더글러스 팔, 랜드 사에서 12년간 중국의 안보·대외정책 그리고 미·중 관계 등을 연구해온 마이클 스웨인, 미국 내 최고의 중국계 연구자로 꼽히며 중국 국내 정치와 거버넌스, 부패 문제 등에 정통한 밍신페이를 포함한 상근 연구자 5명과 객원 연구원 1명을 두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 연구 역시 중요하다. 민주당 오바마 후보의 외교정책, 특히 중국 정책을 총괄하는 인물로 알려진 제프리 베이더가 책임을 맡고 있는 존 손턴 차이나센터에는 중국 공산당 리더십 연구의 권위자인 청리 박사 등 모두 상근 연구자가 세 명 소속되어 있고, 이 외에 중국 칭화대학에 브루킹스·칭화 센터가 개설되어 겅시아오가 책임을 맡고 있다.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의 이사장이기도 한 존 손턴(그는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출신이며, 현재 칭화대학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 교수를 맡고 있기도 하다)의 강한 의지와 지원에 힘입어 2006년 설립된 이 센터는, 브루킹스 연구소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CNAPS)와 더불어 뛰어난 중국 연구 역량을 가능케 한다. 한편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에는 매년 중국·타이완·홍콩의 객원 연구자가 한 명씩 참여 중이며, 현재 센터 책임자를 맡은 리처드 부시 역시 미국의 대표적인 타이완·중국 연구자이다.

카네기 기금과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 연구자들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부상을 ‘위협’보다는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며, 국제 사회의 규칙과 가치를 함께 준수하는 중국, ‘부드러운 힘’을 갖추고 독자적인 외교 역량을 발휘하는 중국으로 인정하며 미국과의 협력자 관계를 강조한다(물론 카네기 기금의 밍신페이의 경우, 중국의 부패 문제를 중심으로 중국의 내부 자정 능력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국 무역 및 경제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피터 페터슨 국제경제연구소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 역시, <포린 어페어(Foreign Affairs)> 2008년 7·8월호에 실린 ‘대등한 협력관계’라는 논문에서 “이후 세계 경제에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사이의 ‘G2 서밋’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미국이 세계 경제를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유럽(EU)에서 중국으로 교체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향후 미국 경제와 외교의 무게중심이 ‘유럽’과 ‘중동’으로부터 ‘아시아’, 그 가운데서 ‘중국’과의 협력적 관계로 옮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이들과 달리 강력한 경제 성장에 기반한 군사력 증강(군대 현대화),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새로운 패권 질서 구축, 타이완에 대한 군사 위협, 티베트 사태를 통해 다시 확인된 소수민족 탄압, 종교 및 양심의 자유 제약 등을 이유로 중국은 미국(과 세계)에 ‘위협’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피력하는 싱크탱크 또한 적지 않다.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기보다는 여전히 ‘경쟁자’나 ‘적대 세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양자 관계보다는, 전통적인 전략적 동맹국가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특히 일본의 전략적 위상을 강조한다(이러한 인식은 콘돌리자 라이스가 <포린 어페어> 2008년 7·8월호에 게재한 ‘국익을 다시 생각하며’에서도 확인된다. 아시아 전략동맹국가 가운데 호주와 일본의 위상이 가장 높다). 중국을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타이완의 위상 또한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한다.

‘블루 팀’과 ‘레드 팀’의 양극화 극심

이러한 견해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곳이 헤리티지 재단이다. 현재 헤리티지 재단에는 존 태식·피터 브룩스 등의 중국 전문가가 속해 있다. 각각 국무성과 국방성에서 중국과 타이완을 포함한 아시아 문제를 다뤘던 이들로 ‘중국위협론’에 입각한 글을 지속으로 발표해오고 있다.

실제로 존 태식의 경우, 중국의 군사적 위협(<중국의 초강력 군사력에 대한 요구>), 사이버 테러(<트로이의 용: 중국의 사이버 위협>), 경제적 위협(<중국의 초강력 경제>), 검열과 통제(<지진 진압: 쓰촨 지진 이후 중국의 검열>) 따위 보고서를 연속으로 발표하고 있다.

미국 기업연구소의 경우, 예상과 달리 상대적으로 중국 전문가의 비중이 매우 적은 편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부 장관의 중국·타이완·몽골 문제를 보좌했던 댄 블루멘털은, 타이완 전문가로 불릴 수는 있지만 중국 문제와 관련해서는 디테일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을 대표하는 아시아 전문가이자 중국·한국통으로 불리는 제임스 릴리 전 대사도 미국기업연구소에 속해 있으나 활발한 활동을 벌이지는 않는다(물론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딕 체니 부통령이나 존 볼턴 전 유엔 대사, 폴 월포위츠 전 세계은행 총재 등이 모두 미국 기업연구소 출신이거나 소속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중국에 대한 이분법적 평가가 다소 과장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중 관계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명인 조지워싱턴 대학 해리 하딩 교수는 “싱크탱크는 정책 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기의 주장이 좀더 큰 관심을 끌기를 바란다. 특히 미국 정치의 뚜렷한 양극화 상황 속에서 과장된 논리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비판했다.

이른바 ‘중국 전문가’가 만들어내는 중국에 대한 ‘환상’을 통렬히 비판해 지식인 사회의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제임스 만 역시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며 타이완을 중시하는 ‘블루 팀’과 중국의 기회를 과장하는 ‘레드 팀’ 사이의 양극화가 너무 강해 중국에 관한 어떤 새로운 논의도 이 둘 사이 논쟁으로 진화해버린다”라고 비판한다(미국 공화당의 상징 색깔이 ‘푸른색’이며, 민주당이 ‘붉은색’이다). 따라서 미국 싱크탱크에서 발표하는 보고서 내용 하나 하나만큼 전체 흐름과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해리 하딩 조지워싱턴 대학 교수

국익 위한 연구에 몰려드는 자금

브루킹스 연구소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CNAPS) 객원 연구원이었던 추슐롱 중국 칭화대학 교수는 “미국 싱크탱크의 중국 연구에는 거품이 많다. 중국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 가운데 중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도 적지 않다”라며 ‘유행’을 좇는 미국 싱크탱크의 중국 연구 행태를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CSIS)의 아시아 전문가 데릭 미첼(본인은 ‘중국 전문가’로 불리기를 원하나 최근에는 ‘일본’이나 ‘한국’ 전문가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은 “미국 싱크탱크는 ‘돈이 되는가’와 미국 국익에 ‘문제가 되는가’를 따른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냉전 시기 미국 싱크탱크의 중국 연구는 정부(국방성이나 공군 등)나 포드 재단, 타이완 정부 등의 재정적 후원 아래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과거 싱크탱크의 일본 연구가 주로 일본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후원된 엄청난 연구자금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현재의 중국 연구는 중국이 아닌 미국, 미국 정부가 아닌 미국 기업으로부터 쏟아져나온다.

브루킹스 연구소 손턴 센터의 청리 박사는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였던 존 손턴이 브루킹스 연구소에 중국 센터를 만든다고 했을 때, 미국 기업의 후원이 줄을 이었다”라고 증언한다. 중국에 대한 좀더 많은 정보와 정확한 분석이야말로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며, 실제로 이들은 최대 시장인 중국이 ‘위협’이 아니라 ‘기회’의 땅이기를 바란다. 또한 닉슨의 중국 방문 이후 꾸준히 늘어난 대학의 중국 연구자들,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새로운 할 일을 찾던 수많은 (국무성·국방성·중앙정보국 출신) 관료의 존재 역시 2000년대 이후 미국 싱크탱크의 중국 연구 열풍을 가능케 한 ‘인적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 싱크탱크의 중국 연구는 ‘미국 국익 최우선’이라는 공식을 지극히 충실하게 따른다. 미국을 대표하는 중국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인 수전 셔크 교수는 <중국: 깨지기 쉬운 막강 권력>이라는 책을 통해, 중국 지도자가 중국 민중에 대해 갖는 ‘전복의 두려움’,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루어지는 ‘민족주의의 동원’과 ‘강경한 대외정책’이라는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국익’의 관점에서 중국 국내 정치를 이해할 것을 강조했다.

실제 미국 싱크탱크가 쏟아내는 수많은 보고서의 출발과 끝은 대부분 ‘미국 국익’에 관한 것이다. 그들에게 ‘국익’에 우선하는 가치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를 위한 경로와 방식이 가장 우선이다. 예를 들어 최근 발표된 카네기 기금 더글러스 팔의 <아시아: 미래를 그리다>, 새로운 미국 안보센터 커트 캠벨 등이 작성한 <균형의 힘: 아시아에서의 미국> 역시 ‘떠오르는 아시아와 중국’에 대해 미국은 어떤 전략적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를 제안한다.

이처럼 워싱턴 D.C. 싱크탱크의 중국 연구(자)를 살피는 것은 단순히 ‘중국’을 알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미국’을 알아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을 통해 중국을 보는 것”이 곧 “중국을 통해 미국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드로 윌슨센터가 주관한 토론회 ‘중국, 어디로 갈 것인가’에 나온 수전 셔크 교수(왼쪽)

대선 후보 돕는 중국통은 누구?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수없이 많은 정치 전문 정보지가 경쟁한다. 이 가운데서도 아시아 관련 정보에 가장 정통하다고 알려진 것이 <넬슨 리포트>이다. 2008년 6월19일 <넬슨 리포트>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의 아시아 정책 보좌진의 명단을 정리해서 발표했다. 중국 관련 자문단을 정리해본다.

민주당 오바마 후보의 아시아 팀 전체와 중국 분야를 책임진 인물은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 연구소 존 손턴 차이나센터 소장(전 국무성 아태담당 차관보)이다. 워싱턴의 국제경영전략 자문회사인 스톤브리지인터내셔널 모나 섯펀, 전 상원의원 톰 대슐의 에너지·환경·무역 분야 전문가였던 데니스 맥도너가 공동으로 아시아 팀을 이끈다.

중국 분야에 집중해서 보자면 리처드 부시 3세 브루킹스 연구소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소장(전 타이완 주재 미국연구소 대표), 켄 리버설 미시간 주립대 교수(클린턴 행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담당 보좌관), 마이크 램턴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 이반 메데이로스 랜드연구소 연구위원, 로버트 캡 전 미·중 기업협의회(US-China Business Council) 대표, 로버트 슈팅어 클린턴 행정부 국가정보회의(NIC) 및 중앙정보국(CIA) 아시아 담당 등이 중국 관련 정책에 조언을 한다(일본과 한국 담당은 별도).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CSIS)의 아시아 전문가 데릭 미첼
→브루킹스 연구소 객원 연구원을 지낸 추슐롱 중국 칭화대학교 교수

공화당 매케인 후보 진영의 경우, 중국 전문가의 진용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넬슨 리포트>에 따르면 랜디 슈너먼 이라크 해방위원회 회장이 매케인의 외교정책 전체를 총괄하고 있으며, 헨리 키신저와 조지 슐츠가 그를 돕는다.

특히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 전체적인 역할 조율을 담당하고, 부시 행정부의 전직 관료들인 피터 로드먼, 릭 윌리엄슨, 마이크 그린 조지타운 대학 교수(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 재팬 체어 책임자, 부시 행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국장), 댄 블루멘털 미국 기업연구소 연구원(부시 행정부 국방부장관실 중국·타이완·몽골 담당), 아미티지 인터내셔널의 랜디 슈리버 등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정책을 조언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바마 후보의 중국 정책을 책임지는 제프리 베이더
글의 편집과 사진 등은 <시사IN> 원고와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

<시사IN><희망제작소>는 총 5회에 걸쳐 “미국 싱크탱크들의 동아시아 연구 동향과 연구진에 관한 기획기사”를 공동으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제5의 권부”로까지 불리며 미국 국?내외 정책 형성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싱크탱크들에서 과연 누가, 어떻게 한반도, 중국, 대만, 일본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가고 있는가를 살핌으로써, 향후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향방을 예측해 보고자 합니다.

지난 2년간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시거센터의 객원연구원으로 머물며 미국 싱크탱크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던 홍일표 박사(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세계를 이끄는 생각 : “사람과 아이디어를 키워라”―미국 싱크탱크의 전략』(중앙북스, 2008)의 저자)는 미국 싱크탱크들의 동아시아 연구 현황과 주요 전문가들에 대한 입체적인 정보와 분석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첫회는 “미국 싱크탱크란 과연 어떤 곳인가,” 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글로 작성되었습니다. 본 글은 <시사IN> 48호에 게재되었으며, 시사인 온라인 사이트의 e-book을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기획연재 ‘미국의 씽크탱크를 가다’ 리스트
①중국의 대약진
②워싱턴의 그들 미국을 넘어 세계를 기획하다
③타이완의 ‘전략 투자’ 뿌린 대로 거두네
④미국은 여전히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를 관리한다

본 기획연재는 5편까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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