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사회혁신센터(Center for Social Innovation)
: “삶을 바꾸고, 조직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홍일표(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사진 최은진

경영대학에 NPO 연구라니?

2005년 방문교수로 와 있을 당시부터 이 연구소의 존재를 알고 한번은 방문해야지 하다가 결국 기회를 놓쳤다. 스탠포드 경영 대학원의 교수인 황승진 교수의 소개로 이 연구소의 책임자인 데일 밀러(Dale T. Miller)와 만나기로 약속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유명도에 비추어 스탠포드 경영 대학원의 건물은 그렇게 호화롭지 않아 인상적이다. 사실 이 대학에 비영리민간단체(Non Profit Organization)의 활동사례 등을 연구하는 이러한 기관이 있다는 사실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먼저 이 질문부터 던졌다. 조직 행동론 교수(Morgridge Professor of Organizational Behavior)이기도 한 밀러는 마치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설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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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NPO(비영리기구)의 발전은 눈부십니다. 기존의 주요 사회적 행위자들인 정부와 기업만이 아니라, NPO까지 포함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필요가 생긴 것이죠. 우리 센터가 주관했던 세미나 주제이기도 했던 ‘공급체계’(supply chain)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공급체계라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는 우리가 물자를 얻을 기업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이는 또한 세계화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명목으로 합리화되어 왔었지요. 그런데 지난번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사태 당시, 정부나 기업만이 아니라 적십자와 같은 민간 구호조직의 공급체계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되었습니다. 물자원조와 자원봉사자들이 전 세계로부터 밀려들었는데 이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비영리 단체의 대표와 기업의 대표들이 함께 만날 공간의 중요성 또한 새로이 인식되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경영학의 중요내용이 NPO의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특정분야를 넘어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은 반드시 NPO만의 문제는 아니고, 정부와 기업, NPO가 함께 협력해 일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경계가 없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그것을 없애야 합니다. 예컨대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찾는데 있어서도 정부와 기업, NPO 3자의 상호 협력이 더욱 필요해 진 것입니다. 한 때 교육은 정부만의 몫이거나, 아니면 비영리 영역으로 인식되었지요. 하지만 이제 교육은 사업적 측면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3자 모두 자신들의 해결방안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환경문제에서도 정부와 NPO의 분투만으로는 안 되고 기업이 그 해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있고, 기업의 규칙 역시 환경을 고려하는 사업적 행위여야만 합니다.

미국에는 이미 기업, 정부, 그리고 NPO가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에 관한 인식을 증진시키는 데에 앞장선 사례가 이미 많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건서비스 역시 정부만 책임질 일이 아니라 NPO도 책임이 있습니다. 지금까진 기업과 NPO는 서로 다른 입장과 시각에서 서로 적(enemy)으로 생각해 온 경향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시장을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접근 역시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계속 되었고, 이제 이 두 그룹을 함께 모아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모델을 찾아보려 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두 섹터 간에 아주 중립적인 중개자(neutral broker)가 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NPO의 대표자들을 모시고 기업 지도자들과 함께 리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서로 부차적인 것들에 대해서까지 토론하면서 배울 기회를 가지려 하는 것입니다.”

사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 표현대로 서로 ‘적’으로서만 여겨왔던 사람들을 한데 모아 협력적 모델과 대안을 찾는다는 것이 신선하게만 보인다. 우리나라 어느 경영 대학 교수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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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은 특별하다

이 연구소는 2001년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가들에 의해 잉태되었다. 이들은 겨우 30대의 젊은이들로서 기존의 기업가들에 비해 사회적 참여와 기부의 정신을 좀 더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밀러 교수의 말을 빌리면 ‘메디치가[Medici family] 보다 더 부자’인 사람들도 많았다. 이 예비 투자자들은 “우리는 왜 개화기(florescence)를 만들어내지 못할까”를 말하며 사회를 개선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논쟁하면서 아프리카의 에이즈에 관한 주제를 다루는 빌게이츠의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경우처럼 사회의 큰 진전을 가져올 기구 설립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는 미국 경제가 크게 붐이었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그들은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이 연구소를 만들기 위해 교수들이 수십억 원의 투자를 요청했더니 어떤 젊은 벤처기업가들은 “좀 더 크게 생각하라”고 새로 제안하여 초기 자본금을 5-6배 늘려 잡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미국 경제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실리콘밸리의 경기는 푹 가라앉고 말았다. 주식시장의 붕괴로 당초 약속했던 돈마저 부도가 나고 만 것이다. 처음 생각했던 사업계획은 크게 줄어들었고, 관심 있는 다른 기업과 몇 군데 재단의 지원이 있지만 여전히 재정은 부족하기 때문에 사업의 핵심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환경, 교육, 보건 등 여러 주제를 모두 연구할 수는 없어 선택과 조정을 고민 하는 중이다.

사회 혁신(social innovation)이란?

현재 이 연구소가 사용하는 “사회 혁신”(social innovation)과 영국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사회 창안”(social invention)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묻자, 밀러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그 정의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답변하였다. 그만큼 명쾌하게 구분되는 성질의 개념 차이는 아니라는 뜻이라 할 것이다.

“사회 혁신”이란 결국, 현재 사회가 처한 문제에 대해 여러 섹터 간의 협력을 통해 사회적으로 보다 유의미한 혁신을 도모해 보자는 것인데 사회 혁신 센터는 특히, 사회적 경제의 측면에서 어떻게 경쟁력 있는 혁신을 만들어볼 것인지를 주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장애인들이 장애를 가지고도 정부나 지역 사회에서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보다 경쟁력 있는 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를 연구한다거나, 극장들이 정부나 재단의 지원 없이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일이다. 예컨대 극장 그 자체로는 적자지만 학생들이나 배우들에게 의상을 빌려주는 회사(costume rental company)를 설립함으로서 사업적으로도 성공한 사례를 들어볼 수 있다. 마치 유명한 음악가가 음악연주로도 돈을 벌지만, 스스로를 특화한 우표, 포스터, 달력, 카드 등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편 사회적 기업(social entrepreneurship)에 관한 연구는, 시장이 아닌 곳에 속해 있는 기업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기업의 엔지니어링 시설과 협력을 통해, 지금까지의 방식처럼 비싸지 않은 전기 시설을 아프리카 국가들에 지원하기보다, 그 시설과 에너지를 해당 국가들이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해당 국가의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얼핏 간단하게도 들리지만 한국에서 사회 공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이라면 보다 귀담아 들을만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에 관한 영미 국가들의 사회적, 지적 관심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서 실현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Harvard University)과 듀크 대학(Duke University)에서도 이미 사회적 기업 관련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그 중 하나는 옥스퍼드 대학(Oxford University) 재단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이들은 매년 공동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비영리민간단체를 통한 혁신, 정부와 기업들 가각의 사회적 공헌 모두가 중요하지만, 사회 혁신 센터는 그들간의 경계를 제거하는 일에 더욱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주축을 이루어 수행한 기업적 논리와 방식에 입각한 접근은, 사회 문제 해결에 그리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미 충분히 확인되었다. 또한 행정 기구의 좌절도 수없이 경험하였다. 이와 더불어 NPO의 조직체계와 회계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감사 역시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사회 혁신 센터는 ‘제3섹터’라는 경계를 넘어 사회문제에 대한 보다 능동적이면서도 종합적 해결책을 찾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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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혁신 센터와 공공 경영 프로그램

사회 혁신 센터는 소속 연구원들의 조사연구 결과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으려 한다. 현재 교수진들은 경영 대학 외에도 공대나 법대 등의 교수들로도 이루어져 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이렇게 다양한 학문 간, 학자 간의 공동연구와 시민의 참여가 뒷받침될 때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물은 연방 정부에 대한 제안이 되거나, 기업과 언론에 대해서도 공개된다. 이들이 개최하는 세미나와, 특히 계간지 『사회 혁신 리뷰』(Social Innovation Review)는 연구성과를 대중과 공유하는 중요한 매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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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공 경영 프로그램(PMP, Public Management Program)이라고 하는 스탠포드 대학교 경영대학원(MBA) 프로그램은, 사회 혁신 센터가 이룩한 대표적인 제도적 성과이다. PMP 과정은 사회적 책임, 비영리 전략, 보건 경영, 환경적 기업가 정신, 교육 정책, 국제 개발, 자선 사업 등 다양한 학제 간 연구 내용을 다루는 선택 과목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한 과목을 이수한 학생들에게는 별도의 증명서가 발급되는데, 이 증명서는 정부, 비영리,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세 분야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여 발급받을 수 있다. PMP 프로그램은 학생 중심의 과정이기 때문에 배움의 영역을 교실 너머로 확장시킬 수 있도록 이끄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클럽 활동, 여행, 워크숍, 회의를 비롯하여 여러 다른 프로그램들을 통해 다양한 인턴쉽 프로그램과 견습 활동, 국제 교류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교육과정과 관련된 프로그램 이외에도 PMP에서는 취업과 관련된 풍부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취업 관리 센터(CMC)와 공동으로 수백여 종류의 인턴쉽과 취업에 관련된 상담, 멘토링, 네트워킹 행사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공공 및 비영리 부문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