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샌프란시스코 도시연구소(San Fransisco Urban Institute)
: “싱크탱크(Think Tank)이자 액션 탱크(Action Tank)”

글 :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홍일표(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사진 : 최은진
시민 연대란 우리의 공동체 속 시민의 삶에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일하는 것, 그 차이를 만들어낼 지식, 기술, 가치와 동기부여의 조합을 발전시켜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정치적이고 비정치적인 프로세스들 모두를 통하여 커뮤니티 안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것을 말한다.

도덕적으로, 또 시민적으로 책임 있는 개인은 그 자신 또는 그녀 자신을 더 커다란 사회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인식하며, 그러므로 사회 문제들을 적어도 부분적으로 그 또는 그녀의 것으로 숙고한다. 이러한 개인은 알려진 도덕적 ? 시민적 판단들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올바른 판단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또한 적절하다면 이를 위한 행동을 취하기 위해서 기꺼이 도덕적이고 시민적인 차원의 이슈들을 보기를 원한다.

– SF 도시 연구소, 토머스 에를리히 박사 Dr. Thomas Ehrlich

주립대학, 시립대학은 그 지역의 문제를 탐구할 책임이 있다
–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부설 연구기관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San Francisco State University)에는 ‘공공 조사 연구소(Public Research Institute)’와 ‘샌프란시스코 도시 연구소(San Francisco Urban Institute)’가 있다. 시립대학과 더불어 주립대학에는 그 지역의 문제를 탐구하는 역할과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부설되어야 마땅한 연구기관들이다.

그렇지만 부러운 마음에, “한국에는 이미 많은 싱크탱크들이 있으나 대부분 기업이나 정부에 의한 기관이며, 더구나 대학의 자체적 연구기관은 아직 대학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들이 지역 곳곳에서 살아 움직이며 커뮤니티를 변화시킬 민간 연구기관으로 성장하여 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라고 얘기를 시작했다. 더군다나 한국은 경제 개발을 급속도로 이루었으나 지방 소도시들이 붕괴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도시 연구소의 집행이사(Acting Executive Director)인 수잔 알루난(Susan Alunan)씨는, 우리들에게 샌프란시스코 도시 연구소 자체가 다시 바뀌게 될 것이라는 말부터 꺼내 놓았다.

”?”
“우리는 단체 이름을 ‘시민연대연구소 The Institute of Civic Engagement’로 바꾸려고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새로운 동기를 실용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또 이 이름이 훨씬 더 구체적인 뜻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싱크탱크-액션탱크 Think Tank-Action Tank’ 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도시 연구소는 실제로 대학 산하 연구소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난 시간 동안 사회공동체나 시민들에 의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들의 필요가 있을 때마다 그에 부응하는 연구를 계속할 것입니다. 여러 NGO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생기는 시너지 효과를 살리면서 말이죠.”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객관적인 입장에서 연구한다는 것이 어려운 만큼, 때로 행정부에 비판적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 도시 연구소 역시, 과거에는 이 지역 수뇌들이 스폰서가 되기도 하고, 도시발전문제에 대해서 뜻을 같이 하면서 한동안 시장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시민 참여 코스를 본격화하면서 행정부에 비판을 가하는 일이 잦아졌고, 그로써 행정부도 점차 이 연구소를 멀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주(州) 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차원의 코스를 담당하는 강의자들 가운데 다수가 주 (州) 정책의 비판자들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학생들 가운데에서 적극적인 활동가가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다. 두 아이를 둔 한 미혼모 학생은, ‘저소득 가정의 역량 강화(Low-Income Families’ Empowerment)’라는 코스(미국에서의 경제적 불균형의 맥락을 이해하고, 가정 회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코스)를 듣고 난 뒤, 정부지원을 받는 가족들을 위한 ‘교내 가족 자원 센터(Stay in School Family Resource Center)’ 라는 단체의 설립을 돕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 그녀는 ‘윤리적 복지 개혁을 위한 센터’의 이사가 되었다.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데 어려움도 크지만, 무사히 졸업한 이후에는 백악관에서 일할 대학원생들을 훈련시키는 싱크탱크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원인 바바라 리(Barbara Lee) 밑에서 일하며 주변 관계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고, 지금은 연구소가 운영하는 코스를 듣는 학생들을 정기적으로 찾아와, 정치적 활동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좋은 동기부여를 해 주고 있다고 한다.

”?”
이야기하는 도중, 암라 스태포드(Amra Stafford)라는 분이 들어와 앉게 되었다. 그녀는 캘리포니아 캠퍼스 협정(California Campus Compact)의 선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Senior Program Coordinator)였다. 그러고 보니 이 주립대학에 관계하는 연구기관이 하나 더 있었던 셈이다.

캘리포니아 캠퍼스 협정은 본격적인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하여 세워진 단체 중 하나였다. 실제로 ‘캠퍼스 협정(Campus Compact)’이라 불리는 국가기관의 한 지부 차원 형태로, 대학 캠퍼스와 지역공동체가 다양한 방면으로 연결을 맺을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는 종합대학(University)과 단과대학(College)들로 구성된 회원단체이다. 공립부터 사립에 이르기까지 캘리포니아 캠퍼스 협정이 연계를 맺고 있는 대학은 모두 55개에 달한다. 캠퍼스 협정은 그 중에서도 시민 교육 분야에서 꼭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여러 주제의 워크숍과 컨퍼런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때로는 정부로부터 많은 보조금을 받는데, 이 보조금은 대학 캠퍼스들에게 적정 보조금으로 재분배된다.

“우리는 대학사람들과 항상 소통할 수 있는 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시민교육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봉사활동 이외에도, 대학들이 봉사활동 코스에 관계되는 다방면으로 참여의 길을 열 수 있도록 필요한 별도 연구 부서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지난 여름 우리는 대학, 시민공동체, 기업이 어떻게 하면 서로 시민의 요구를 보다 잘 조절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 주제만으로도 2년여에 걸쳐 연구를 심화하기로 해서, 그 성과는 곧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 연대 civic engagement 와 시민 참여 civic participation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시민참여를 개발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국에도 시민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여전히 더 풍부한 경로와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시민 연대(civic engagement)’와 ‘시민 참여(civic participation)’라는 말을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도 궁금하였다. 점점 개인화 되어가는 사회에서, 선의의 시민 참여를 말할 수는 있어도, 그들 간의 연대를 말하기는 또한 힘든 것이 요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단어를 같은 뜻으로 이해해도 되는지를 먼저 질문했는데, 수잔 알루난 이사는 우리의 이런 의문을 한 번에 풀어주는 답을 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시민 참여 civic participation’가 곧 ‘시민 연대 civic engagement’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시민적, 정치적 연대 civic and political engagement’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우리가 하는 일은 학생들에게 지역에 대한 참여, 정치에 대한 참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규칙들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대학생들에게 시민 참여를 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결국 졸업한 이후에도 그들이 그 지역의 일부가 되라는 뜻입니다. 지역의 사람들을 내 일부로 인식하면서, 함께 정치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도록 이끄는 것이 되지요”

그녀는 샌프란시스코 도시 연구소가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코스들 중 하나를 소개했다. 코스 자체를 대학의 커리큘럼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던 좋은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연구소는 모든 커리큘럼이 지역공동체 봉사를 포함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즉 커리큘럼을 마치게 되면, 교수진들은 바로 학생들을 그 교과과정에서 체험했던 지역공동체 내 NGO나 시청 등으로 보내고, 그들에게 그곳에 참여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와, 현장으로부터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전체를 포함한 봉사활동 과정이 졸업요건에 포함되도록 요청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약 3,600명의 학생들이 학기 중에도 장기(長期) 봉사활동자로 지역 내에 배치되게 되었다. 학생들 역시 커리큘럼 안의 한 부분인 이런 활동들을 선호하고 있다. 아직 학생들 중의 다수는 노동계층 가족이거나 이민자 가족이고, 이들 중에는 가족들 중 처음으로 대학원을 진학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들 부모님들도 때때로 지역공동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지역 활동가로 변신한다. 가정에서도 자녀로부터의 ‘시민적, 정치적 연대 civic and political engagement’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것과, 각자의 잠재적 활동 능력을 한층 더 계발시키기 위하여 질 높은 교육을 이끌어 내는 것을 한 기관이 모두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다시 한편으로, 샌프란시스코(San Fran State) 파트너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를 정식으로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시스템(California State University System)이라 부르는데, 미국 전 지역의 220개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 파트너십으로 인해, 시민연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었다.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The Pilot program)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와 타 지역 파트너 대학들 간의 다리를 잇게 되면서, 다른 주의 학생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코스를 듣고, 다른 지역의 대학으로 전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세계적으로도 적용 가능한 좋은 사례였다.

”?”
이 프로그램의 21개 커리큘럼 코스 연구 중에서, 샌프란시스코 도시 연구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손꼽히는 주택문제와 지역 발전에 중심을 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코스 연구에는 이 분야에 정통한 주택개발전문가, 정치학 교수, 부시장 등이 직접 강사로서 참여한다. 샌프란시스코의 도시계획 이사인 고든 친 Gordon Chin 역시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부생을 비롯한 도시기관의 회원들까지 시내 다수의 시민들이 지난 50여 년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정치적 캠페인과 지역발전에 대해 공부하도록 이끈 코스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고 수잔 알루난은 소개하고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에 온 이민자들의 역사를 세세히 알게 되고, 그 흐름이 샌프란시스코에 어떻게 영향을 미쳐 왔는지를 집중적으로 배우게 되는 이 코스는, 샌프란시스코 정치무대에서 ‘가장 충격적인 코스(Best Crash Course)’로 불리고 있다.

”?”
못 다한 질문지의 보따리를 더 풀어놓다

1. 샌프란시스코 도시 연구소의 연구보고서 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NGO들의 특정 문제에 대한 연구 요청에 의해서 이루어졌던 ‘샌프란시스코의 생계급여’에 대한 보고서였다. 그 중에서도 비영리단체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한 급여문제를 깊이 다루었는데, 행정관들이 오히려 도시를 위해서 일하는 비영리단체의 모든 근로자들에 대한 급여 인상에 찬성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의 생계 급여의 첫 번째 분석 중 하나였고, 그 후 ‘휴먼 네트워크 서비스’연구로 이어지기도 했다.

2. 귀 단체는 별도의 교수진을 가지고 있는가?
특정 분야에서 지역참여 코스를 가르치는 교수진을 채용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내부적인 교수진이 없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행정기관이 교수진의 급여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교수진 채용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역사회에 더욱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는 교수진들을 채용하고 싶다.

3. 연간 예산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우리의 연간 예산은 750,000~800,000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4. 샌프란시스코 도시 연구소의 슬로건이라고 하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 일 가운데 상당수를 ‘지역에 의해’라고 말하기 좋아한다. 우리 연구소 홈페이지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데이비드 마라세(David Maurasse)라는 콜롬비아 학자가 쓴 “캠퍼스를 넘어(Beyond the Campus)” 라는 책을 보면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을 비롯하여 지역참여에 혁신적으로 앞장 서는 도시의 대학들이 분석되어 있다.

5. 앞서 잠깐 언급한 캘리포니아 캠퍼스 협정 California Campus Compact 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아래 보여주는 엽서는 우리가 캠퍼스 회원들을 서포트 했을 때에 썼던 또 다른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봉사활동을 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국가적 차원의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대학의 장학금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에 요청을 하고, 이 프로그램은 샌프란시스코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주의 차원에서도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언제나 인상 깊었던 것은 여러 계층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어울려 정치적으로 활동가가 되는 길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우리의 일과 연구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캠퍼스들을 위해서 우리는 소장 자료 및 정보들을 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매뉴얼까지 함께 공유하면서 그들 캠퍼스가 비슷한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협력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대학 공동체가 커리큘럼 활동과 파트너십을 통해서 서로의 지역공동체들과 또한 강하게 서로 연결되도록 추진하는 것이다.

6. 그렇다면 캠퍼스 협정 파트너십 기관의 리스트를 볼 수 있는가?
우리의 학생들이 활동할 수 있는 500여 곳의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이 리스트는 우리 홈페이지에도 ‘커뮤니티 연결 데이터베이스(community connections data base, CCDB)’라는 이름으로 게재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