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와 동아시아 : 대만(1)] “대만 정부는 미국 싱크탱크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_1L|1188135635.jpg|width=”450″ height=”338″ alt=”?”|장대동 박사(국민당-인민우선당 워싱턴사무소 부소장)_##]글/사진 홍일표(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시거센터 방문연구원)

미국 워싱턴 정가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 셋을 꼽으라면 흔히 유대인, 일본 그리고 대만이 거론된다. 미국 사회 전체가 유대인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될 정도로 이들의 로비 역량은 막강하며, 일본의 그것 또한 대단하다. 그렇기에 2007년 여름 미 의회에서 “종군위안부에 대한 사죄”를 골자로 하는 결의안이 통과되었을 당시 “과연 어떻게 ‘풀뿌리 로비’가 일본의 로비를 막아내고 넘어설 수 있었던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것이다. 이러한 유대인들이나 일본의 로비에 대해선 한국에서도 그 ‘명성’이 적잖이 알려져 있지만, 그들에 맞먹을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만의 움직임에 대해선 한국 사회가 그다지 많이 주목하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중국과의 국교가 정상화된 이후, 한국은 대만과의 관계 대부분을 중단, 철수시키면서 그들의 존재를 지워 나갔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과 대만의 공식적 관계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록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규모의 무기를 구입하고 있지만 미국과 대만에는 각국의 대사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워싱턴 디씨 싱크탱크들에서는 ‘남한’에 대한 토론회보다 ‘대만’에 대한 토론회가 더 많이 열린다고 느껴질 정도로 끊임없이 대만과 관련된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싱크탱크들에는 대만 전문가(또는 담당자)들이 한두 명 씩은 있으며,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커져 가는 것과 맞물려 대만에 대한 논의 또한 다양한 형식으로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이곳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왜, 그리고 어떻게 이곳 워싱턴 싱크탱크 세계에서는 대만 관련 이슈가 끊이지 않고 등장하고 있는 것인가? 대만에 있어 미국, 특히 이곳 워싱턴 싱크탱크들은 어떤 의미이며, 워싱턴 싱크탱크들에게 대만은 어떤 존재인가? 일본의 식민지, 분단국가, 산업화와 민주화, 지극히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 2008년 1월 총선과 3월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 가능성 등 한국과 너무나도 비슷하면서도, 그 이상의 차이를 보여 주는 대만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중국’이나 ‘일본’만을 시야에 두고 ‘(동)아시아’를 논하는 것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와 동아시아]는 워싱턴 싱크탱크들이 동아시아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으며, “동아시아 전문가”라 손꼽히는 이들이 과연 누구인가를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중국과 대만, 일본, 그리고 남한과 북한을 다루는 워싱턴 싱크탱크의 주요 연구자들과의 인터뷰가 앞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출발로 워싱턴 싱크탱크들의 ‘대만 연구’의 현황과 특징을, 국민당-인민우선당 워싱턴 공동 사무소 부소장을 맡고 있는 장대동(張大同) 박사로부터 듣는다(다음 주에는 현재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visiting fellow)으로 나와 있는 대만의 대표적 언론인 가운데 한명인 황칭룽 기자와의 인터뷰를 소개할 예정이다).

장대동 박사는, 대만 최고 명문대학인 국립대만대학교(National Taiwan University) 법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로스쿨을 거쳐, 조지 워싱턴 대학교 법학박사를 취득하였다. 그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대만 외교부에 들어가 대만경제문화미국대표부(TECRO) 정치담당으로 오랜 기간 일하였으며, 2004년 테크로를 그만 둔 이후 현재는 국민당-인민우선당 미국 사무소(KPRO, KMT-PFP Representative Office, U.S.A.)의 부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장대동 박사와의 인터뷰는 2008년 1월 28일, 그의 사무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_1R|1320117798.jpg|width=”450″ height=”338″ alt=”?”|2008년 대만 총선 및 대선 전망 토론회(2007년 12월 11일, 시거센터)_##]홍일표(이하 홍) : 장박사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도 이곳 워싱턴 싱크탱크들의 각종 세미나를 많이 돌아다니며 참석하는 편입니다만, 장박사님도 마찬가지이신 것 같습니다. 특히 중국이나 대만, 동아시아 관련 세미나에선 언제나 뵌 것 같습니다. 오늘 저는 장박사님께 “워싱턴의 싱크탱크와 대만”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듣고자 하는데요. 이곳 워싱턴에서 항상 대만 관련 이슈들이 등장하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대동(이하 장) : 홍박사님, 저 또한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생활한 지는 이제 약 30년 정도 됩니다. 죠지워싱턴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에, 대만 외교부에서도 일했고 주로 대만경제문화미국대표부(TECRO)에서 정치담당, 의회담당으로 오래 일을 해 왔죠. 그리고 현재는 이곳 국민당-인민우선당 워싱턴 사무소 부소장으로 있으면서 워싱턴 정가나 싱크탱크들의 여론동향을 국민당에 보고하고, 또 국민당의 입장을 이곳에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많은 싱크탱크들의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워싱턴 싱크탱크들과 대만의 관계에 대해 물으셨는데요. 대만 정부는, 주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매개로 조성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워싱턴의 모든 싱크탱크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대만 정부는 싱크탱크들과의 “공식적”인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대만 이슈를 다루는 연구 프로젝트를 발주할 뿐만 아니라, 이들 싱크탱크들이 대만 정부에 직접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도 적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대만과 미국은 공식적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 대사관도 없습니다. 따라서 워싱턴 싱크탱크들과의 끈끈한 연계는 대만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싱크탱크들과 ‘협력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연구를 ‘통제’하려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싱크탱크들은 ‘독립적’이며 우리는 그들의 결론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저희들이 중시하는 것은 단순히 ‘친대만’적인 결론이 아니라 대만에 대한 미국 정가나 싱크탱크들 사이에서의 지속적인 ‘관심’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대만 정부가 미국 싱크탱크들에 대한 관리를 해 온 것은 최근 일이 아니라 이미 30-40년 정도 된 현실입니다.

홍 : 대만 정부가 꾸준히 워싱턴 싱크탱크들에 대한 ‘관리’를 꾸준히 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한국의 경우, 대사관을 통한 ‘공식적’ 수준의 관리나 협력관계 구축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코리아파운데이션(The Korea Foundation)이나 한국경제연구소(Korea Economic Institute) 등을 통한 간접적 지원과 연계는 계속 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매우 ‘개별적’ 방식의 접촉이라고 들었습니다.

장 : 그것은 대만이 현재 워싱턴에 대사관을 둘 수 없는 현실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미국 싱크탱크들을 통해 미국 내 대만에 대한 여론이나 정책에 듣기도 하고, 반대로 우리들의 의견이 그들을 매개로 전달되도록 기대하기도 하는 것이죠. 대체적으로 헤리티지재단이나 미국기업연구소 등과는, 과거 국민당 정부 시절부터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고, 민주당에 가까운 성향을 가진 브루킹스연구소는 그들에 비해 대만 정부와의 관계가 긴밀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현재 동북아정책연구센터 책임자인 리차드 부시는, 오랫동안 대만 관련 업무와 연구를 해 왔던 이이기 때문에 전보다는 훨씬 더 브루킹스연구소와 대만 정부 사이의 관계가 친밀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홍 : 그렇다면 현재 워싱턴 싱크탱크 연구원들 가운데 ‘대만 전문가’라 손꼽을만한 인물들은 누가 있는지요?

장 : 방금 말씀드렸던 것처럼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차드 부시(Richard Bush)가 가장 대표적 인물이라 하겠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아시아협회(Asia Society)와 미 의회에서 일을 해 오며 꾸준히 대만 문제를 다뤄 왔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스팀슨센터(The Hanry L. Stimpson Center)의 앨런 롬버그(Alan D. Romberg) 역시 대표적인 대만 전문가라 할 수 있습니다. 오랜 기자 활동을 거쳐 현재는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SAIS) 교수로 재직 중인 제임스 만(James Mann) 역시 중요한 인물입니다. 이외에도 역시 같은 대학의 데이빗 브라운(David Brown), 조지워싱턴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Elliot School)의 브루스 딕슨(Bruce Dickson) 등이 대표적 대만 전문가들입니다. 그리고 비단 이들만이 아니라 국제문제를 다루는 워싱턴 싱크탱크들에는 한두명씩의 대만전문가 또는 대만담당자들이 있습니다.

홍 : 이곳 워싱턴 디씨에서 개최되는 대만 관련 토론회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한 대만재단(Taiwan Foundation for Democracy)과 포모사재단(Formosa Foundation)이라는 두 재단의 이름을 많이 발견하게 되는데요.

장 : 민주주의를 위한 대만재단은, 국민당에서 민진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이후 대만정부가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재단을 ‘민진당’ 계열로 말하기는 힘듭니다. 이 재단의 이사장은 국민당 소속 국회의장이 맡고 있으며, 재단 사무총장은 외교 부장관이 맡고 있는 구조입니다. 포모사재단은, 대만계 미국인(Taiwanese American)들이 만든 것으로 비교적 민진당에 가까운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의 설립은 이미 약 26년전에 이루어졌고, 대만 정부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은 전혀 받지 않고 있습니다. 미주 전역에 22-25개 가량의 지부를 두고 있고 약 800명의 회원들이 내는 기부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 재단입니다. 이들은 모두 미국 시민권자들이기 때문에 대만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미국 의회에 대해 직접적인 로비 활동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홍 : 대만 정부에 의한 직접적인 조성금 지원만이 아니라 이런 재단들의 프로젝트 형식으로도 미국 싱크탱크들, 그리고 주요 연구자들과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시는 것이군요.

장 :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대만에 필요한 인물이라 생각되는 이들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관계를 만들고 지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현재 아틀란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에 속해 있는 조셉 스나이더(Joseph Snyder)는 오랫 동안 국무성에서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관련 업무를 담당해 왔던 인물인데 우리는 그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차드 부시, 전 국무성 부장관 리차드 아미티지 등에 대한 저희들의 관심 역시 넓은 의미의 ‘투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리차드 아미티지의 경우, 그가 부시행정부에서 입각하기 이전부터 일찌감치 그를 주목하고 대만과의 친밀한 관계를 맺도록 노력했었습니다. 현재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턴(CSIS) 퍼시픽 포럼(Pacific Forum) 고문을 맡고 있는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차관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장차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인가에 대한 ‘장기적 관점’을 갖고 꾸준히 살피고 관계를 맺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과 공식적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못한 대만 입장에서 보자면, 이들은 미국과 대만을 연결하는 중요한 끈이 될 뿐만 아니라, 대만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사관이 있었을 당시에는 대사관 업무로 수행했던 일이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누가 앞으로 대만 관련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 같은가” 등의 의견을 듣고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홍 : 그렇다면 그렇게 수집된 정보들은 어디로 전달되나요? 예를 들어, 현재 장박사님께서는 국민당-인민우선당 워싱턴 사무소 소속이신데, 장박사님께서 수집한 정보가 대만 정부로도 전달되는가요? 현재 민진당 쪽에서 장박사님이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어디인가요?

장 : 물론 제가 수집한 정보가 대만 정부나 민진당으로 직접 전달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저희 국민당에는 국가정책재단(National Policy Foundation)이 있고, 그곳에서 이런 정보들을 취합하여 국민당으로 보고되는 구조입니다. 민진당은 현재 여당이기 때문에 이들은 주로 대만경제문화미국대표부(TECRO)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또 이곳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진당 역시 정당 싱크탱크를 두고 있는데 그 이름이 대만연구소(Taiwan Think Tank)입니다.
[##_1L|1392626902.jpg|width=”450″ height=”338″ alt=”?”|서류로 가득한 장대동 박사 연구실_##]홍 : 대만의 정당 싱크탱크들은 정책생산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요? 그리고 대만의 경우, 어떤 기관이 정책생산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관료들인지, 아니면 미국과 같은 독립적 싱크탱크들은 얼마나 있는지 궁긍합니다.

장 : 정당부설 싱크탱크들의 경우 그다지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독자적인 정책생산이라기보다는 정책자문을 해 주는 정도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이곳 싱크탱크들처럼 컨퍼런스도 개최하고, 보고서도 내지만 주도적 역할은 아닙니다. 대만 역시 정책생산은 주로 정부에 의해 주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 관료들의 정책역량 자체가 그리 높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관료들의 급여도 낮고, 평판도 그리 높지 않다보니 ‘1급’의 재원들이 모여 있는 곳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좋은 인재들을 정부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도 많이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만의 경우, 대만국립대학이 최고명문대학입니다. 현재 대통령인 쳔수이비엔, 과거 대만을 이끌었던 이등후이, 그리고 앞으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마잉쥐까지 모두 이 대학 출신입니다. 다음으로는 대만정치대학이 중요합니다. 이곳의 정치학과, 외교학과는 대만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만의 경우 대학부설 연구소가 정책생산에 역할을 하기보다는 대학교수들이 개인적으로 정당이나 정부에 참여하는 식으로 정책생산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만에는 미국과 같은 큰 싱크탱크는 없으며, 엔지오(NGO)들 역시 오히려 민주화 이후 점점 그 역할이나 활동이 축소되었습니다.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엔지오 대표들의 경우, 민진당 지지자들이 많았고 이로 인해 민진당 집권 8년간 그 활력을 많이 잃었습니다. 의원들의 입법역량도 그렇게 높지 않고 해서, 대만 전체적으로 정책 생산 역량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홍 : 장박사님께서 속해 계신 이 사무실은 언제 만들어진 것이며,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가요?

장 : 이 사무실은 2004년도에 제가 대만경제문화미국대표부(TECRO)를 사임할 무렵 만들어진 것입니다. 민진당이 집권을 하면서 테크로는 대만정부, 그리고 민진당의 입장에서 역할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곳 워싱턴에선 국민당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통로가 없었고, 이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것입니다. 현재 소장과 저, 그리고 두 명의 스탭, 이렇게 모두 네 명이 근무하고 있는 작은 사무소입니다.

홍 : 한국은 지난 12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승리하여 10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질 상황입니다. 그리고 올 4월 총선에서도 새 집권세력이 이끄는 정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제가 듣기로 대만 역시 1월 선거에서 야당인 국민당이 압승을 거뒀고, 3월 대선에서도 국민당 마잉쥐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던데요. 대만의 정치적 변화가 미국 내 대만 관련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시는지요?

장 : 글쎄요. 국민당의 마잉쥐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만, 선거 결과는 나와 봐야 알겠지요. 게다가 최근 마잉쥐 후보의 미국 영주권 소유 여부가 정치적 쟁점이 되는 등 아직 단정적으로 말하긴 곤란하네요.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미국 내에서 대만에 대한 논의는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현재 미국에선 중국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위협’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회’로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중국에 대한 관심은 대만 입장에서 볼 때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대만의 민주주의가 중국을 압박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질 것이며, 미국 대중들의 대만에 대한 동정심(sympathy) 또한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재의 쳔수이비엔 대통령의 경우, 대만 독립론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탓에 미국 고위 관료들이나 정치가들에게 그리 인기가 높지 못했습니다. 국민당의 집권은 이러한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 : 미국과의 공식적 외교관계가 없는 대만으로서는 미국 싱크탱크들 및 대만 전문가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이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런지요?

장 :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쳔수이비엔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많은 미국인들은 “도대체 쳔수이비엔이 누구냐”, “민진당은 어떤 외교정책을 구사할 것인가” 등에 대해 궁금해 했습니다. 그때 당시 민주주의기금(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대표, 헤리티지재단 대표,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 등 12명의 대만전문가들과 쳔수이비엔 당선자와의 만남이 주선되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누군가가 “당신의 외교관계 자문을 누가 하고 있습니까?”라고 질문하자 쳔 당선자는 “바로 당신들입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만큰 대만 정부나 정당에 있어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와 그 소속 연구자들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또한 국민당이나 민진당에는 미국의 유수 대학들에서 박사학위를 한 인물들이 많은데 이들이 맺고 있는 개인적 친분 또한 중요한 외교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싱크탱크를 매개로 대만은 미국 정부와 의견이나 관점을 교환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홍 : 장박사님, 오늘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다시 감사드립니다.

장 : 저 역시 홍박사께서 대만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찾아와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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