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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 그럼, 이제 다시 미국 싱크탱크의 동아시아 연구를 주제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제가 1년여 동안 이곳을 관찰해 본 바에 따르면, 워싱턴 싱크탱크들에는 일종의 “중국 열풍”이 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일본이나 한국 연구는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것 같구요. 그런데 죠지 워싱턴 대학교의 일본 전문가 마이크 모치즈키 교수는, 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연구가 단순히 약화되고 있다고 보기보다는 일종의 전환 과정에 있다고 파악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라는 설명을 한 바 있습니다. 과거의 일본 연구가 주로 경제, 무역 이슈를 다루었다면, 현재는 그것이 안보 이슈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쉬 박사께서는 워싱턴 싱크탱크의 동아시아 연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부쉬 : 우선 중국 연구 붐이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시기에서건, 특별히 떠오르는 권력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관계에 있어 커다란 도전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한 국가의 부상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아이디어가 항상 갈구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워싱턴 싱크탱크 세계에서 중국에 대한 커다란 관심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닙니다. 또한 중국의 도전이 갖는 본질이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다양한 관점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것 역시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어떤 이는 ‘위협’을, 어떤 이는 ‘기회’를 얘기하며 중국 연구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아이디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다 솔직히 말해 보자면, 이는 사실 ‘돈’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중국의 부상이라는 새로운 이슈에 대해 미국 내 여러 재단들은 엄청난 액수의 연구 자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일본연구에 많은 연구자금들이 제공되었지만, 이미 일본연구는 “옛날 얘기”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새로운 이야기”인 것이죠. 많은 미국 기업들은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싱크탱크에 연구자금을 지원하려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특정한 지역에 관한 연구라고 한다면, 그것은 주로 중국 연구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좋은 것이라고 말씀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동아시아 다른 나라들에 대한 연구가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중국을 한쪽에 둔다면, 일본이나 한국 연구가 다른 한쪽에서 다루어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균형 잡힌 연구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재정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죠.

홍 :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Center for Strategy and International Studies)를 비롯하여 몇몇 싱크탱크들은 일본 연구 부서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루킹스의 경우, 중국연구센터는 있는 반면, 일본 연구자나 일본 연구부서는 물론, 한국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상근 연구자도 없습니다. 대신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우, 독특하게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Center for Northeast Asian Policy Studies)가 있는데요. 그런데 이 센터의 경우, 모두 객원연구원(visiting fellow)들로 구성되어 있고, 상근 연구원(resident fellow)은 없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쉬 박사께선 현재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책임자를 맡고 계시기도 하신데요. 이 센터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쉬 :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는 브루킹스연구소의 역사적 변화를 잘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 센터는 브루킹스연구소의 전 소장이었던 마이클 아마코스트(Michael H. Armacost, 그는 현재 스탠포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Shorenstein APARC) 특별연구원으로 소속되어 있다(http://fsi.stanford.edu/people/michaelharmacost/) 당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는 동아시아에서 부상하는 지식인, 연구자들과 브루킹스연구소가 연계를 맺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떠오르는 별들”이 워싱턴 디씨의 경험을 갖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보았고 이를 위해 이 객원연구원 프로그램을 브루킹스에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통해 재단이나 다른 기관들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 역시 과거에는 일본 전문연구자(senior fellow)를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재원 문제로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연구위원급 연구자를 한명 두기 위해서는 실제로 많은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현재 브루킹스연구소의 쏜튼 차이나 센터(John L. Thorton China Center)의 경우는, 연구소 이사장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다. 존 쏜튼 이사장은, 중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향후 21세기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정확한 인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브루킹스가 중국 연구에 관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엄청난 부자이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개인 재산을 기꺼이 먼저 내놓았고, 그걸 기반으로 쏜튼 센터를 갖게 된 것입니다. 저는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도 그런 개인 후원자를 가질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니면 일본이나 한국 전문 연구자를 둘 수 있다면 좋을 것인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것입니다. 이는 브루킹스연구소 내부의 불균형 상태를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홍 :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CNAPS)는 벌써 창설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기존의 펀드가 아닌 새로운 재원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가요?

부쉬 : 그렇습니다. 우리는 기존 기금을 연장하는 하는 한편,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는 계속되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홍 : 만약 새로운 자금을 구하지 못한다면, 이 프로그램이 폐지될 수도 있는 것인가요?

부쉬 :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는 싱크탱크나 대학들의 다른 많은 프로그램들처럼, 일종의 소프트 머니 프로그램입니다. 소프트 머니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것은, 더 이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기존 기금의 이자 운용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이 매우 유용한 것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길 바라지만, 영원히 계속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홍 : 북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는 보통 5명, 때로는 6명의 객원연구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 대만, 홍콩, 한국, 일본, 그리고 가끔 러시아에서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여기에서조차 중국, 대만, 홍콩이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이런 구성이었습니까?

부쉬 :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도 왜 그렇게 시작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만 그것을 계속 유지해 갈 뿐입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의 재원조달 구조도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곳은 해당 국가의 정부기관으로부터, 다른 어떤 곳은 그 나라 기업이 지원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홍콩에서 오는 객원연구원은 홍콩 기업이 재정을 지원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한국재단(The Korea Foundation)이 지원하고 있지요.

홍 : 결국 브루킹스연구소는 일본이나 한국 관련 상근 연구원을 두길 바라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다음 질문은 “아시아”라는 개념 또는 범주에 관한 것입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센터는 “북동아시아”를 이름에 걸고 있고, 저는 싱크탱크의 “동아시아”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아시아”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부쉬 박사께선 이러한 “북동아시아“, ”동아시아“, ”아시아“라는 지역의 경계와 그 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부쉬 : 왜 아마코스트 전 소장이 이 프로그램을 특별히 “북동아시아”를 찍어 이름을 붙였는지에 대해선 저는 잘 모릅니다. 아마 그는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이라면, 현재의 6개 국가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보자면 그것은 충분히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라는 지역적 경계에 대해선, 제 개인적 견해로는, 실은 국무성 견해라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중국과 미얀마까지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아시아 전체를 생각한다면 여기에 남아시아를 덧붙여야겠지요. 인도, 파키스탄, 그 외 작은 국가들, 그리고 중앙아시아까지도 포함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동아시아와 남아시아는 기본적으로 구분해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통합이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깊은 수준의 통합이 동아시아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중심이 되어서 말이죠. 그리고 정치적 통합을 위한 시도들도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 : 그럼,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향후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미국 내 많은 싱크탱크 연구원들과 미국 관료들이 “실용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한미관계 또한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적지 않은 이들은, 이미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도 한미관계가 그리 나빴던 것만은 아니라고 평가하는 걸 직접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이나 이라크 파병 등,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미국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정책결정들이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다만 노무현 정부나 대통령 본인에 대한 이미지가 더 큰 문제였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던데요. 부쉬 박사께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부쉬 : 저 역시 노무현 정부 시기 한미관계가 그렇게 나빴던 것이 아니라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미국 입장에서 만족스러워할만한 일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따져 봐야할 것은 그런 한미관계의 진전이 “노무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노무현에도 불구하고” 였는지라는 점입니다. 양국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일을 해야 했는데요. 때때로 미국 정부는 매우 긍정적인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두 정부는 같은 상황에 대해 전혀 다른 다른 이해를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인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이라크 파병 문제와 관련해서 보자면, 부시 행정부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동맹국으로 당연히 해야 할 결정이었다고 생각한 반면, 노무현 정부는 파병이라는 정치적 결정에 상응하는 댓가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동기’의 충돌은 그리 좋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둘러싼 관점의 충돌이었다고 봅니다. 2005년 이후 어느 정도의 전환이 이루어졌다고는 생각하고, 그것은 매우 좋은 방향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오히려 한국 정부 내에서의 ‘조정의 부족’이었다고 봅니다. 청와대와 통일부가 한쪽에, 그리고 외교통상부와 국방부가 다른 한쪽에 서서, 한국 내의 정책 당국 사이에 적절한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경우가 많았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이명박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작업 가운데 하나는, 정부 내의 정책결정을 잘 통합하고 조율해내는 것이라 봅니다. 청와대와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가 모두 최대한 협력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아무도 갑작스레 놀라지 않고, 한 부처는 이런 정책을 펴고, 다른 부처는 저런 정책을 펴는 식은 더이상 곤란합니다. 그것이 미국을 매우 당혹스럽게 했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큰 기업체를 경영했던 기업가 출신인만큼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명박 정부가, 기존 정책을 크게 전환하는 것보다, 정책과 부처들 사이의 관계를 잘 조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설령 어느 후보가 당선이 되더라도, 한미관계의 진전은 계속 이루어질 것입니다.

홍 : 그런데 한국에선 벌써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 역량이나 정책적 능력에 대한 의심이나 반발 또한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기대하는 것만큼의 훌륭한 리더쉽이나 “실용적 접근”, 정책조율이 이명박 정부에서 잘 실현될 수 있을까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부쉬 : 저도 그러한 분위기에 대해선 얘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좀더 나은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오랫동안 미국 의회에서 일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홍박사께서 연구하고 계신 사회운동 또는 엔지오(NGO)와 입법의 관계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입법 영역이 엔지오들의 참여에 보다 공개되고, 그들의 요구에 대해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때 상황은 보다 나아질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 시스템 역시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홍 : 좋은 지적과 조언,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부쉬 박사께서도, 혹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행정부로 돌아가 일할 가능성이 있는지요?

부쉬 : 글쎄요. 아직 확실하게 말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인 것 같습니다. 좀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홍 : 바쁘실텐데 긴 시간 동안 친절히 말씀해 주신데 대해 다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