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와 동아시아 : 중국(1-2)] “중국 싱크탱크들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앞 글에서 계속)

홍 : 팡교수님께서는 현재 이곳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남북한과 주변 국가들의 새로운 국제관계의 형성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남한에서는 지난 10년간 권력을 장악했던 세력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보수 정권’이 등장하면서 남북 관계나 한미, 한중, 한일 관계 등에 있어서 적지 않은 변화들이 예측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록 “실용”을 강조하지만 그들의 보수적 이념을 결코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제 견해인데요. 팡교수님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팡 : 지난 10년간 남북관계나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가들 사이에는 적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고 그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들이었습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은 북한의 핵실험, 이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 새로운 지역안보 구상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계속 나타났고, 어떤 것에서는 진전이 있었던 반면 다른 어떤 것에서는 여전히 도전과 어려움이 더 큰 상황이라 하 것입니다. 특히 저는 중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현재 상황은 “기로에 선 한반도”라 표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과연 어떻게 그러한 “햇볕정책”을 더 잘 발전시켜 나아갈 것인가라고 보는데, 새로 등장한 이명박 정부에는 남북관계에 대해 ‘냉전적’ 시각이나 ‘강경론’이 우세한 것처럼 보입니다. 6자회담, 남북협력, 평화체제, 동북아시아 지역안보체제의 구축, 북미간, 북일간 외교관계의 정상화 등 다양한 현안들에 있어 일정한 과거로의 ‘회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가 이뤄 놓은 단계에서 과연 앞으로 더 진전될 것인지, 아니면 후퇴할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저는 “기로에 선 한반도”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저의 자세한 생각은 3월 4일 아메리카대학교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서 발표될 예정이니 꼭 참석해 보시길 바랍니다(※이 컨퍼런스는 American University Center for Asian Studies, Korean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Studies, The Global Froum of Chinese Political Scientists 등 세 개 기관에서 공동주최하는 것이다. 전체 행사의 제목은『한국과 중국 : 동아시아 동학의 맥락 속에서』(Korea and China : In the Context of East Asian Dynamics)이며, 중국과 미국, 한국에서 모두 14명의 학자들이 참여하여 발표와 토론을 벌이는 대규모 컨퍼런스라 할 수 있다).

홍 : 그렇다면 향후 한반도의 미래에 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지난 2007년 일본 후쿠다 정권의 등장을 시작으로 한국과 미국,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정권교체 또는 최소한 최고지도자의 변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지난 해, 17차 공산당대회를 통해후진타오 주석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지도부의 구성이 이루어졌지요.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변화에 비한다면 중국의 경우는 ‘변화’보다는 ‘연속’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팡 : 향후 한반도 정세, 특히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선 작년 연말에 발표된 보니 글레이저(Bonnie S. Glaser, CSIS), 스캇 슈나이더(Scott Snyder, Asia Foundation), 존 팍(John S. Park, USIP)의 공동보고서(「다루기 힘든 이웃 주시하기」(Keeping an Eye on an Unruly Neighbor : Chinese Views of Economic Reform and Stability in North Korea, http://www.csis.org/index.php?option=com_csis_pubs&task=view&id=4255) 를 참조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보고서는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CSIS)와 미국평화연구소(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가 공동으로 작성한 것으로, 중국 내 주요 싱크탱크와 대학 등에 속한 북한전문가들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아주 좋은 보고서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공산당 고위간부를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구체적 생각까진 담고 있지 않지만, 중국 내 최고 북한전문가들의 견해를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꼭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북한의 경제개혁과 정치안정을 여전히 중요하게 여기는 중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북한 경제개혁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보고 있음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보자면, 과거 클린턴 행정부 당시 대화와 외교적 해법을 중시했던 것과 달리 부시행정부에선 “클린턴이 했던 것 빼고 다(Anything But Clinton)”라고 불릴 만큼, 지나치게 강경한 대응만을 고집해 왔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이런 기조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만약 존 맥케인이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은 찰스 프리차드 한국경제연구소(KEI) 소장이 말했듯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저 역시 생각합니다. 따라서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여부가 향후 한반도 문제에 여전히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입니다. 오바마나 힐러리와 같은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에는 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대북정책에 대한 조언들이 다음 정부의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지만, 맥케인이 될 경우엔 그런 조언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보수파와 공화당의 낡은 접근법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그것은 분명 한반도 미래에 있어서 “나쁜 소식”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울브라이트가 강조하듯 최소한 “클린턴으로 돌아간다”고만 하더라도 그것은 “좋은 소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홍 : 마지막으로 팡교수께서 바라보시는 “미국 싱크탱크들의 중국 연구”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떤 싱크탱크가 가장 중요한 연구기관인 것 같으신지, 또 누구를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손꼽을 수 있을런지, 어떤 함의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보시는지 등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팡 : 미국의 주류 싱크탱크들, 예를 들어 제가 속한 브루킹스연구소는 물론, 카네기기금,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센터, 헤리티지재단 등은 중국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고, 또 그것을 전담하는 연구원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대학들에서도 마찬가지구요. 확실히 중국에 대한 연구는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미국 싱크탱크들의 중국 연구가 마치 과거 냉전 시기 싱크탱크들의 지역 연구를 장악했던 소련 연구와 유사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듣기 좋은 소식은 아니죠. 무슨 말씀인가 하면, 미국 싱크탱크들의 중국 연구라고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중국을 “잠재적인 경쟁자” 또는 “잠재적 적대국”이라는 관점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을 연구하는 목적 자체가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데 있고, 중국과 어떻게 조화로운 협력관계를 만들 것인가라는 생각보다는 “경쟁국가”와의 대결에서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는 인상입니다.

그리고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미국 싱크탱크에 속한 중국 전문가들이 과연 “최상급 연구자”들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전문가라고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대학교수들 가운데에는 최고의 중국 전문가라 해도 손색이 없는 이들이 많이 있지만, 싱크탱크 세계에서의 중국 연구는 크게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중국 연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홍 : 오늘 오랜 시간 내주셔서 다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자주 뵙고 다양한 얘기 나눌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팡 : 저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재 진행하고 계신 “싱크탱크와 동아시아” 연구가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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