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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홍일표(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시거센터 방문연구원)

도시연구소(The Urban Institute, http://www.urban.org/)는 1968년 국가적 차원의 도시문제연구와 앞선 4년간 통과된 약 400여개의 법안들로 이루어진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를 목적으로, 린든 존슨(Lyndon B. Johnson) 대통령 주도로 만들어 졌다. 도시연구소는 창립 당시부터 ‘독립적’이고 ‘비당파적’인 연구소로서의 성격을 강조하였고 현재까지 그런 자기원칙을 철저하게 지켜 오고 있다. 도시연구소는 “건전한 사회정책과 공적 토론을 증진시키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며,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정부의 각종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평가하고 미국인들에 대해 핵심적 이슈들과 경향을 교육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도시연구소 설립 30주년을 기념하며 발간한 1998년 연례보고서에는 당시 대표를 맡고 있었던 윌리암 고햄(William Gorham)이 쓴 편지(president’s letter)가 실려 있다. 이 편지에서 그는 도시연구소가 당시까지 30년 동안 성장해 올 수 있었던 요인을 크게 네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신뢰(credibility). 연구소의 철저한 독립성과 훌륭한 분석결과물들이 쌓은 연구소에 대한 높은 신뢰야말로 연구소 성장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적절함(relevance). 많은 정부 용역을 통해 해당 시점 공적 영역(public sector)의 핵심적 사안들을 연구하게 되었고,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수단과 방법론을 잘 개발해냄으로써 가장 시의적절한 연구들을 수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스탭(staff). 일급의 사회과학자들과 정책 분석가들에 대해 충분한 투자를 하고, 관료제적 관리가 아니라 탈중앙집중화된 시스템을 통해 연구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냈던 것이 연구소를 성장시킨 힘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이사회, 재단, 정부 등과 같은 조력자(the enablers)들의 공이 없었다면 성공은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특히 재단들은 연구소가 다년간에 걸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막대한 조성금을 마련해 줌으로써 ‘신연방주의 연구’와 같은 장기 과제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도시연구소의 2006년 연례보고서(2006 annual report)에 따르면 2006년 12월말 현재 도시연구소의 총자산은 119,500,000달러이며 이 가운데 부채가 16,400,000달러, 순자산은 103,100,000달러이다. 2005년 한해 수입은 70,500,000달러, 지출은 72,400,000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도시연구소의 연례보고서 자료에는 정확한 수입구조가 제시되고 있지는 않으나 다른 싱크탱크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정부 부처와 주정부의 이름이 후원자 명단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2006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지출 가운데 약 63%인 45,270,000달러가 연방정부 관련 사업에 사용되었고, 11%인 8,044,000달러가 민간사업, 26%인 19,050,000달러가 주정부나 지방정부 관련 사업에 지출되었다.

2006년도에 조사된 미국 싱크탱크의 언론 인용빈도 자료에 따르면 도시연구소는 전체 싱크탱크 가운데 1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앤드류 리치가 조사한 미국 싱크탱크 영향력 순위자료에선 전체 6위에 오를 정도로 도시연구소는 매우 중요한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이다. 도시연구소의 이념적 지향에 대해선 중도좌파(Central Left) 정도로 보는 경우가 많고, 연구원과 스탭의 숫자로만 본다면 랜드연구소(The RAND Corporation)에 이어 두 번째 정도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이다. 도날드 아벨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도시연구소의 상근연구원 숫자는 212명, 비상근 연구원 33명, 스탭 134명으로 약 400명에 가까운 인력이 도시연구소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랜드연구소(약 1,100명)에 비하면 적지만, 브루킹스연구소(약240명), 미국기업연구소(약170명), 헤리티지재단(약180명), 후버연구소(약230명) 등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들의 규모를 훨씬 뛰어 넘는다.

현재 도시연구소의 대표는 로버트 라이샤워(Robert Reischauer) 박사가 맡고 있다. 도시연구소의 대표가 되기 전 라이샤워 박사는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의 책임을 맡았으며 지난 2001년, 도시연구소의 창립 대표였던 윌리엄 고헴(William Gorham)의 뒤를 이어 도시연구소의 대표로 취임하였다. 피터 페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창립 25주년 기념자료집에 실린 조사결과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샤워 박사는, 지난 1997년부터 2005년 사이에 미국 싱크탱크 소속의 전체 연구원들 가운데, 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베르그스텐(C.Fred Bergsten) 대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언론에 인용되는 학자로 선정될 정도로 중요한 연구자 가운데 한명이다.

도시연구소에서의 인터뷰는 2007년 4월 2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수석 부대표 및 금융분야 책임자 존 로저스(John Rogers),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대표 케서린 커리어(Kathleen Courrier), 기업 담당 부대표인 로버트 플래넌스키(Robert G. Planansky)가 참여하였다. 이들은 현재 로버트 라이샤워 대표 다음의 최고 실무 책임자들이며 도시연구소를 포함한 싱크탱크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에서 20~30년 간 일해 온 베테랑들이었다.
”?” 도시연구소의 세계를 무대로 한 활동이 활발한 것 같습니다. 국제활동센터(International Activity Center)는 어떤 지역과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까?

국제활동센터는 개발도상국과 이행기 국가들의 지방정부를 돕고, 특히 금융과 주택분야를 개혁하기 위해, 약 15년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주로 라틴아프리카와 캐러비안 해 주변 국가들, 유럽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의 개발도상국 국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고 미국 정부의 수주를 받아 진행하는 일종의 정부계약 사업입니다. 이 활동은 기본적으로 지방정부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각 나라의 중앙정부를 주로 상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중앙정부가 재정에 관한 권한을 일정 정도 지방으로 이미 이양한 곳에서는 지방 정부와의 직접 사업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61개국이나 되는 다양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일괄적으로 말하기란 어렵겠지만 각 나라에 대해 우리 도시연구소가 가진 기술(skill set)과 사고방식((mind set)을 전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들에서는 도시연구소가 미국 사회를 대상으로 하여 진행해 온 다양한 연구와 사업들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아시다시피 세계에서 가장 중앙 집중화된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의 수도인 서울은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의 자원들이 집중되어 있는 반면, 지역은 점점 독자적인 생존기반이 약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서울로의 집중화 문제와 더불어, 지난 수십 년 동안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뤄 내는데 성공했지만 그와 함께 정치, 사회, 문화, 환경 등 다양한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였고 이들은 시급한 해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더 이상 국가 주도, 중앙 정부 주도로 해결되기 어려운 성질의 것들이 많다고 여겨집니다. 이러한 ‘이중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는지요?

미국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연방정부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하고 많은 부분을 지역으로 그것을 넘기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이런 변화가 적지 않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고 강화하는데 있어서는 연방정부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축소는 곤란하다는 것이 저희들 생각이고 이런 생각에 기반하여 진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신연방주의 평가(Assessing New Federalism)’ 프로젝트입니다. 연방정부로부터 주정부로 복지 관련 업무와 책임이 많이 이관되면서 주정부들은 새롭게 어린이나 노인 관련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실행하였고 저희 연구소는 그것들을 꾸준히 모니터링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저희는 1997년 시작된 소위 ‘복지개혁(Welfare Reform)’ 이후 저소득 가족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저희 도시연구소의 특징이 잘 드러나게 됩니다. 저희는 ‘복지개혁’ 이후 저소득 가족들에게 어떤 변화가 발생했는가에 대해 몇 년간에 걸쳐 꾸준히 추적하고 조사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우리는 우리 연구소가 갖는 이념이나 철학에 근거하여 ‘복지개혁’을 둘러 싼 논쟁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 자체를 치밀하게 파악하여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 주었습니다. 물론 이처럼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쟁점들을 둘러 싼 논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채, 그저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정한 정치적 관점을 내세워 정책을 논하기보다 사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이런 매우 고단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저희 도시연구소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초부터 계속 되고 있는 ‘감세’ 정책에 대해 다른 싱크탱크들은 “이 정책이 좋은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우리는 “감세정책으로 인해 생간 모든 변화들을 다 책상 위에 올려 무엇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우선 살펴보자”라는 식으로 말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도시연구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책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요?

우선 ‘영향’을 측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주장을 펼치는 애드보카시 그룹들의 경우 자신들이 제시한 의제가 얼마나 수용되었는가를 통해 영향력 정도를 가늠합니다만, 저희들 같은 경우에는 과연 어떤 부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저희는 세법 501(c)(3) 조항에 속하는 연구기관인만큼 로비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일 수도 없습니다. 다만 ‘교육’을 할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원들에게 “이 법안이 통과되도록 투표하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며 어떤 문제가 생긴다”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이처럼 최대한 정치적 논쟁 구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모든 정치 행위자들에게 판단의 근거가 될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싱크탱크들이 ‘비당파적’이고 ‘독립적’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실제로 많은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특히 정부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주로 해서 자금을 모금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좋다, 나쁘다’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으니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여 관심을 갖고 후원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재단이 적은 게 사실입니다.
”?” 정부 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료가 필요할 텐데 자료 확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요?

정부 정책을 평가하는 작업이 결코 간단치 않습니다. 특히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자료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도시연구소의 창립 배경 자체가 정부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였기에, 그동안 정부 부처와의 사업계약을 맺어 비교적 많은 정부 자료들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지난 2002년에, 브루킹스연구소와 공동으로 ‘세금정책센터(tax policy center)’를 만들고 정부의 세금정책을 본격적으로 평가하려 들자 정부에서는 그동안 제공해 오던 수준의 정보조차 더 이상 내주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정책 결정자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직접적인 해법을 필요로 하고 이는 대부분 세금과 연결되게 됩니다. 따라서 정치적, 정책적 목적에 따라 세금을 더 거두기도 하고, 반대로 특정한 영역에 대해 세금을 공제해 주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책이 제대로 수행되었는가를 평가하기 위해선 세금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꺼려했고 저희는 그것에 대항해서 싸우기도 하고 또 독자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한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 작업을 실시해 오고 있습니다.

도시연구소의 재정구조는 어떻습니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인해 자금모금이 쉽지 않다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헤리티지재단이나 케이토연구소 같은 곳은 아주 적극적으로 정책논쟁에 뛰어 듭니다. 자신들의 관점이 있는 것이죠. 그러한 관점에 입각하여 정책을 비판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관점에 공감하는 개인이나 재단들은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그것이 실현되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소에는 그런 개인 후원자가 거의 없습니다. 저희들 입장에서 보자면 헤리티지재단이나 케이토연구소에서 하는 작업들은 매우 흥미롭기는 하지만 진정한 사회과학이라 말하기는 곤란한 것들이 많습니다. 도시연구소의 재원은 거의 대부분 정부 부처들과의 사업계약이나 수백 개에 달하는 다양한 재단들로부터의 조성금들입니다. 국내사업과 관련해서 보자면 이 둘의 비율은 대략 50 : 50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해외사업의 경우에는 거의 전적으로 정부와의 사업계약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재단으로부터의 지원은 대부분 프로젝트 사업비이지 재단의 일반 운영 경비로 지원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저희 연구소에는 정치학을 전공한 연구자나 변호사는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이 경제학이나 사회학, 인구학, 통계학 등을 전공한 연구자들인데요. 이 때문에 우리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로비 활동을 잘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도시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들은 대부분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지, 새로운 연구원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우선 시니어 펠로우들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부가 다 박사학위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주니어급 연구원들의 경우에는 학부만 졸업한 경우도 있고, 석사학위를 가진 연구원도 있습니다. 의사자격을 가진 사람들도 몇 명 있구요. 그렇기 때문에 도시연구소 연구원이 되기 위해 박사학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공식적으로 인턴 제도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인턴이라고 하면 대부분 경력과 경험을 기대하는 것인데요. 도시연구소에서 인턴을 했다고 하면 경력에는 좋겠지만 좋은 경험을 하기에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들을 돌보고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 연구원들이 그렇게 하지는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예 인턴 제도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와 달리 헤리티지재단의 경우 아예 기숙사까지 두고 젊은 인턴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인턴제도라는 것은 보수적 이념을 공유하는 젊은 인재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한 사업의 일환이라고 들었습니다.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돈이 전체 재정의 절반가량 된다고 하셨는데요. 물론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사업계약이지만, 그로 인해 연구소의 독립성 문제가 논란이 되지는 않는지요?

저희들이 주로 대상으로 삼는 정부 부처는 교통, 건강, 교육, 복지 관련 부처들입니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공식적인 제휴관계였다고 할 수도 있었고 실제로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은 장기적인 신뢰관계가 정부 부처들과 형성된 정도이지 그들과의 관계로 인해 독립성이 문제가 된다는 얘기를 듣지는 않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가 정부와 많은 계약을 맺고 사업을 수주하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연구 방법론과 컴퓨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사람, 시간을 투자했지요. 정부 부처가 어떤 정책의 변화를 시도할 경우 저희가 가지고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련 데이터들을 입력하면 정책 변화에 따른 예상 결과가 도출되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 부처들의 경우 서로 나뉘어져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결과 예측이 어려운 반면 저희들은 통합적인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정부에 종속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우리에게 종속적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현재 저희가 가지고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수준은 미국 국세청(IRS)의 그것보다 더 높다는 평가까지 듣고 있습니다.

예컨대 1997년 복지개혁으로 연방정부에서 주정부로 사회복지를 책임지는 기관이 이전되었습니다. 정부는 이런 전환의 과정에 어떤 변화와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저희가 전국의 약 50,000 가구에 대한 추적조사를 진행하여 복지개혁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 재단으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지원받았지요. 이렇게 진행된 연구 결과 복지개혁이 저소득 가족에겐 커다란 재앙인 측면이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메사추세츠주에서는 일반건강보험(universal healthcare)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 연구소가 메사추세츠주의 용역사업을 수행하였습니다. 제도의 변화에 따라 얼마나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어떤 효과를 낳을 것인가에 대한 분석을 요청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최근에는 주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의 컨설팅 요청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재단의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베이 조사를 실시하여 자료를 확보한 후 그것들을 활용하여 컨설팅을 필요로 하는 정부 부처나 지방 정부를 돕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와의 용역계약 이외에 재단에 프로젝트를 신청해서 조성금을 지원받는다고 하셨는데요. 재단에 연구비를 신청하는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요? 개별 연구원들이 각자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는지, 아니면 도시연구소 전체 차원에 개발부서가 있어 협력하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도시연구소에는 10개의 센터가 있고 이들 센터는 모두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대학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매우 철저한 탈중앙관리(decentralized) 시스템입니다. 이들 센터는 각자의 재정 마련을 위해 재단에 연구계획을 제출하고 조성금을 모집하게 됩니다. 하지만 재단이 요구하는 조건들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연구원들만으로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고 재단에 제출하도록 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 연구소에는 재원개발 부서가 따로 있고 2명의 전문 스탭들이 연구원들의 연구계획서 작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연구원들에게 있어 연구계획서 작성과 재정모금은 가장 큰 부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니어 펠로우들은 자기 센터의 주니어급 연구원들의 급여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닙니다. 브루킹스연구소 같은 곳은 그래도 기금 운영을 통해 재정을 확보하기도 하지만 저희 도시연구소의 경우 “한 해 벌어 한 해 살아가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계열 연구를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7년짜리 장기 연구사업도 있지만 이는 예외적이고 짧은 것은 3개월짜리부터 있고, 현재 약 250가지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로 뽑힌 연구원들이나 주니어급 연구원들을 위한 공식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있습니까?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하지만 필요에 맞춰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데 우선 저희 연구소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초교육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파트에서 일하게 되는 스탭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내부 교육이 진행됩니다. 언론 보도자료를 쓰는 것이라던가 대외적인 발언을 하는 것 등에 대해선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 연구소 연구원들은 대부분 사회과학 전공자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일반적’인 지식은 풍부한 반면 구체적인 분야에 대해 조금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들이 구체적 분야에 대한 교육을 필요로 할 때 연구소에서 비용을 지급해 줍니다. 그리고 연구소 소속 연구원이 기명칼럼을 쓰거나 청문회에서 증언을 할 때에는 지켜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특히 청문회에서 증언을 하는 경우에 대해선 증언을 하기에 앞서 무엇에 대해 어떤 내용으로 증언할 것인지에 대해 저희 커뮤니케이션 부서에서 점검을 합니다. 하지만 증언을 하거나 언론에 기고를 하게 되는 시니어 펠로우들의 경우 이미 상당한 경력을 갖춘 이들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저희 도시연구소의 경우 언론에 매우 자주 인용되는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아직 언론에 익숙하지 않은 주니어급 연구원들이 언론 인터뷰 등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들 또한 훌륭한 시니어급 연구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공식적인 교육이라기보다는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도시연구소가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다른 싱크탱크가 있거나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15년 전부터 모스크바에 있는 연구소(Institute for Urban Economics)와 자매단체의 관계를 맺어 소 연방 붕괴 이후 러시아 사회에서의 금융, 부동산 관련 문제들에 대한 자문을 해 주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최고의 성공사례로 꼽을 정도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외 연구소들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는 미국 정부로부터의 재정적, 행정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싱크탱크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정부 차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정책변화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얻고 그들은 우리를 통해 연방정부 및 의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작된 느슨한 수준에서의 협력입니다.

이외에도 앞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브루킹스연구소와 함께 세금정책센터(The Urban-Brookings tax policy cente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센터의 경우 세금분야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은 전문성을 갖춘 센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가 가진 독자적 방법론과 컴퓨터 프로그램, 그리고 브루킹스연구소 소속의 고급 연구 인력이 결합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두 집안끼리 맺어진 결혼과 비슷한 의미를 갖는데요. 그쪽만 괜찮다면 계속 지속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도시연구소가 규모가 크고 자체 출판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끔 다른 싱크탱크들의 책을 출판해 주기도 하고 기자회견 등을 돕기도 합니다. 이와 반대로 <건강 문제>(Health Affairs)라는 사회복지 분야의 대표적 잡지를 통해 저희 연구소가 생산한 각종 자료가 발표되도록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싱크탱크와 재단들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앞서 도시연구소의 운영이 센터별로 매우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센터 간 협업 사례는 없는지요?

그동안 저희 연구소의 운영구조에 대해선 장점이 많이 강조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그것이 지나치게 독립적인 것이 아닌가라는 반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센터들 사이의 협력관계가 좀 더 필요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효율적인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연방주의 평가’ 프로젝트의 경우 도시연구소의 4개 센터, 약 60% 가량의 연구원이 관여하는 대규모 협동 프로젝트입니다. 센터들 사이를 가로 막고 있던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센터들 사이의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회의구조 또한 필요할 것 같은데요.

우선 각 센터의 책임자들이 모이는 월 1회의 최고운영회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계약 문제나 연구 이슈를 논의할 필요가 있을 때는 특별 회의가 별도로 열립니다. 이러한 공식적인 회의구조 이외에도 연구원들 서로를 알아 나가기 위해 간단한 연구발표회가 브라운백 미팅(brownbag meeting) 형식으로 자주 열립니다.

도시연구소에서 출판하는 책들은 주로 어떻게 판매됩니까?

저희는 꽤 많은 책들을 출판하는데요. 이 책들은 주로 각 대학의 교재로 사용됩니다. 그만큼 잘 만들어진 책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대학 교재로 사용되도록 하는 것은 단순히 판매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 우리의 가장 중요한 청중이 될 이들에게 우리를 알려 나간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 인터넷 서점 뿐만 아니라 저희 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저희 연구소의 책들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책 출판과 관련하여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싱크탱크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활발하게 사업을 벌여 나갈 수 있는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연례 출판물’을 갖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것은 책일 수도 있고, 보고서일수도 있고, 잡지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종류이건 매년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수준 높은 출판물을 갖게 된다면 그 싱크탱크의 생명력은 훨씬 강해질 것이라는 것이 저의 오랜 싱크탱크 근무 경험의 결론입니다. 한국에서도 새로운 싱크탱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면 정기적인 연례 출판물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도시연구소를 충분히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