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인들 ‘열정의 2박3일’

지난 10월, 희망제작소는 비영리 법인 TIDE Institute(대표 고산)와 공동으로 미주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부 실리콘밸리(10월 21일~23일)와 동부 보스톤(10월 29일~30일)에서 제1회 미주 한인 앙트러프러너십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벤처 창업 및 사회혁신을 꿈꾸는 멋진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행사에 참가한 연구원들의 참관기를 몇 차례에 걸쳐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서부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행사를 소개합니다.  


실리콘밸리다! 개인적으로는 첫 미국행.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있는 기술기반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하루 동안에도 생겨나고 성장하고 사라지기를 거듭하는 벤처의 요람, 실리콘밸리에서의 일정은 1회 앙트러프러너십 대회에 대한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안철수 교수가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와 환경을 언급할 때마다 롤 모델로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실리콘밸리의 사례는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생태계가 조성되어 가는 이 시점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2박3일의 일정으로 서부 행사가 진행된 곳은 Singularity 대학. 번역하면 ‘특이점 대학’ 정도로 이름 붙일 수 있겠다. 정말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위치해 있는 곳도 NASA Ames Research Center로 여느 대학과는 다르며, 학습 커리큘럼도 독특하다. 최근 유행하는 ‘통섭’이라는 용어처럼 학문간 융복합을 통해 경계를 넘나드는 사고를 가진 미래형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이 대학의 목적이다. 커리큘럼 또한 이러한 통섭적 배움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이는 바로 1회 앙트러프러너십 대회의 모티브가 되었다.

내 팀을 찾아라

1회 앙트러프러너십 대회는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한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벤처 창업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그 안에서 창업 아이디어들을 구체화시켜 나가기 위한 플래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40여 명의 대회 참가자들은 인근 대학 유학생에서부터 이베이, 오라클 등 미국 IT 기업에 근무하는 엔지니어, 개발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을 지니고 있었고, 연령도 20대에서 50대를 아울렀다. 덕분에 서로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논의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창업에 관심을 보이는 고등학생 자녀를 대회에 참석시키기 위해 멀리서 차를 몰고 온 학부모도 만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창업에 대한 관심은 남녀노소 불문이었다.

[##_1C|1127966851.jpg|width=”400″ height=”263″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대회 참가자들은 토론과 논의를 반복하면서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다듬었다_##]본 대회의 진행과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우선 개인으로 참가한 사람들이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을 통해 서먹한 분위기를 깨고, 평소 갖고 있었던 사업 아이디어를 1분 동안 간단하게 소개한다. 즉석에서 쏟아져나온 아이디어도 있었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 발표 중 번뜩 떠오르는 생각에 2,3개의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참가자도 있었다.

아이디어 제안자들은 자신이 내놓은 아이디어의 우수함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는데, 참가자들의 포스트잇 투표를 통해 26개의 아이디어 중 8개를 선정했다. 이제 사업 아이템이 확정되었으니, 팀원을 구할 차례이다. 각 팀의 CEO(아이디어 제안자)들은 역할이 분명하고 역량있는 팀원을 만나기위해 사업 홍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단계를 통해 팀 구성을 마치고 나면, 각 팀은 이후 약 48시간 동안 사업 계획서를 탄탄히 세우는 장고에 들어가게 된다. 이 과정에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멘토들의 조언과 팀의 정체성 및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강연이 곁들여졌다.

[##_1C|1132768828.jpg|width=”400″ height=”25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사회적기업의 개념과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는 소기업발전소 문진수 소장_##]대회 이튿날 오전 참가자들은 전날 밤 늦게까지 회의를 하느라 약간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강연을 듣는 동안에는 여느 대학생 못지 않은 열의를 보였다. 희망제작소 소기업발전소 문진수 소장이 사회적기업의 흐름과 현황,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다양한 사회적기업 사례들이 창업을 희망하고 있는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듯, 강연이 끝난 후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커뮤니티 단위의 NGO 활동이 어느 나라보다 활발한 미국이지만, 아직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에 대한 인식은 널리 퍼져있지 않았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에 대한 막연한 인식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개념으로서의 ‘사회적기업’을 접한 참가자들은 한국의 사회적기업 관련 동향과 다양한 사례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발표자와 청중, 그리고 청충과 청중 사이의 상호작용이 활발했던 시간이었다.

치열한 60초 프리젠테이션

벤처 창업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들이 Singularity 대학을 찾았다. 전 이니시스 대표이기도 한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Gala Net의 정직한 대표, 부가벤처스의 송영길 대표 등 한인 대표 벤처캐피털리스트, 벤처 창업자들이다. 바쁜 일정을 쪼개 방문했음에도 늦은 시간까지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하며 최대한의 경험을 나누려고 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참가자들도 멘토들의 잇단 방문에 고무되어 잠도 잊은 채, 조언을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열심히 궁리하고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열정을 보였다.

[##_1C|1312135722.jpg|width=”424″ height=”13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멘토로 나선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좌)와 Song Gibs의 전문 경영컨설턴트_##]

중간 점검시간은 벤처기업가인 부가벤처스 송영길 대표가 맡았다. 각 팀의 1분 사업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 타임워치는 냉정하게 1분이 되면 어김없이 빨간 불빛을 쏘며 종료를 알렸다 – 그에 알맞은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1분이라는 시간이 굉장히 짧았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제한시간 1분에 맞추기 위해 각 팀은 고군분투했고, 덕분에 모든 팀이 시간을 잘 엄수했는데 막상 송영길 대표가 각 사업 아이템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걱정됐다.
 
송 대표는 8팀의 아이디어 프레젠테이션 후 피드백 시간이 되자 “너무 어려운 과제를 맡았다”며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디만, 각 팀 별로 5분 이상씩 각 사업아이템의 핵심과 강점, 약점을 정확히 분석하는 내공을 보여주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그리고 실제 벤처를 운영하는 경영자로서의 경험치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대회에 참여한 많은 멘토들 또한 그 동안 축적해온 지식과 경험을 8개 팀과 공유했는데, 이러한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전문성은 이번 대회의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큰 힘이 되었다.

[##_1C|1347248857.jpg|width=”400″ height=”25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내공이 돋보였던 송영길 대표의 멘토링_##]

각 팀은 멘토들의 애정이 담뿍 담긴 조언들을 바탕으로 더욱 열심히 사업 계획을 다듬어나가기 시작했다. 평일 중에는(대회는 주말에 열렸다) 학업과 생업에 지쳤을 법도 한데, 밤을 불사르기라도 할 것처럼 24시간 열려있는 공간을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참가비까지 내고 샌디에이고, LA, 시카고 등에서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온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원동력과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8개 팀의 사업 아이디어는?

행사 셋째 날, 최종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각 팀에게 5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 주어졌다. 한정된 시간 안에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 스톱워치를 앞에 두고 맹렬히 연습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는데, 흡사 실전 투자대회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최종 발표에서는 VC, 벤처기업가, 관련 분야 전문가를 포함해 7명의 심사위원이 8개 팀의 창업 아이템을 때론 예리한 시선으로, 때론 따뜻한 응원의 눈길로 심사했다. 각 팀은
실제 투자지원을 앞둔 사업가처럼 진심과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 입기도 하고,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시제품을 구현해 잠재적 소비자 테스팅까지 마치는 등 기대를 넘어서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쉼 없이 달려온 2박 3일의 일정 동안 그 가능성을 가장 높게 인정받은 팀은 교육과 게임을 접목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에듀파이터’에게 돌아갔다. 게임이 가진 중독성을 교육에 대한 흥미로 전환해 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학습 내용을 확인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대회 기간 중 실제 서비스를 구현해 아이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테스트까지 한 부지런한 팀이었다.

사용 전력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함으로써 전기를 절약할 수 있도록 하는 모바일 앱과 사용하지 않는 하드웨어와 스마트폰 저장용량을 기부 받아 이를 제3세계의 정보 소외층에게 제공하는 앱도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도 투구 자세를 학습하고 교정 받을 수 있는 앱, 건강한 비빕밥 체인사업, 각 주제별 멘토-맨티 매칭 서비스, 페이스북의 글을 분석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맞춤형 조언을 제공하는 서비스, 페이스북 이용자의 선호를 파악해 상점과 생활 서비스를 평가ㆍ추천하는 앱 등이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구체화되었다.

[##_Gallery|1065308068.jpg|각 팀의 최종 발표 |1187372534.jpg|각 팀의 최종 발표 |1025917587.jpg|각 팀의 최종 발표 |1104412830.jpg|각 팀의 최종 발표 |width=”400″ height=”300″_##]

모든 행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사람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주말 내내 가족보다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평소에 가졌던 창업에 대한 관심을 나누기에 2박3일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기존의 것을 따라가기 보다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진지함과 열정은 2박3일 내내 지속되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_1C|1278707987.jpg|width=”400″ height=”267″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작은 생각이라도 서로 나누고 거침없이 의견을 주고 받고,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네트워킹하며 사업 모델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결국은 ‘사람’이라는 하나의 꼭지점이 보였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회자되는 많은 기업들도 한 개인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성장했고, 이는 사회적기업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요람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잠재력과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와 도약대를 지속적으로 조성해간다면, 한국에서도 ‘사회적기업의 실리콘밸리’를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 이번 대회 진행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사회혁신 관련 기관들을 탐방하였습니다. 탐방 내용 역시 네 차례에 걸쳐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와 소기업발전소 블로그에 소개할 계획이니 많은 기대바랍니다.

글_ 소기업발전소 박아영 연구원(loana@makehope.org)

● 제1회 미주 한인 앙트러프러너십 대회 후기
1. 미주 한인 청년들, 어떤 창업 아이디어 갖고 있을까
2. 실리콘밸리 한인들 ‘열정의 2박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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