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한눈에 시리즈 1탄] 기억을 소생시키는 요코하마

<박원순의 한눈에 시리즈>는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연수나 회의 등을 위해 해외를 방문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캐치한 도시의 모습과 의미를 공유하기 위한 강연입니다. 시장, 군수,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제1기 좋은시장학교에서는 지난해 가을 3박 4일간 일본의 요코하마, 세타가야, 미타카시로 스터디투어를 떠났습니다. 여기에 동행했던 박원순 상임이사가 당시의 인상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월 12일 “박원순이 한 눈에 본 요코하마”를 강연하며 시리즈의 문을 열었습니다.


심시티(Simcity)는 미국의 맥시스(Maxis)가 개발한 도시건설 시뮬레이션 게임. 사용자가 시장이 되어 도시를 디자인하고 경영한다는 내용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도시에 주택지대, 공업지대, 상업지대를 적절히 분배하고 공공시설을 건설하며 각종 도시규칙을 정한다. 도시를 잘 운영하면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시장의 지지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도시를 방만하게 운영할 경우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지지도가 떨어진다. 다행이다. 게임은 실수하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좋은 도시를 디자인하고 경영하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치밀한 계획과 준비된 사람이 필요하다.

[##_1C|1209559144.jpg|width=”480″ height=”276″ alt=”?”|역사보존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박원순 상임이사_##]

오늘날 요코하마는 도쿄 못지않게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요코하마는 과거를 잊지도, 버리지도 않는다. 일미화친조약의 장소는 개항광장이 되었고 바로 옆에는 있는 개항기념관은 옛 건물의 고즈넉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은 세월이 지나 떨어져나간 건물의 자재들도 훌륭한 전시물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코하마 역에는 옛 기차가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2차 대전까지 수송선으로 사용되었던 ‘니혼마루’라는 배는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옛날의 거대한 창고건물도 종합상가로 다시 태어났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역사는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은 어디 가서 사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새삼 과거의 중요성을 되새긴 뒤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금만 눈을 뜨고 보면 알 수 있다”며 요코하마처럼 역사적 자산을 없애지 않고 보존하고 활용하는 도시 디자인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_1L|1255790764.jpg|width=”345″ height=”255″ alt=”?”|느림과 비움의 미학이 느껴지는 인간적인 길_##]

요코하마의 현재는 인간을 향해 있다. ‘니혼오오도리’라 불리는 보도는 차도만큼이나 크고 넓다. 여덟 방향의 횡단보도는 분명 차보다는 인간의 편의를 고려하고 있다는 증거다. 요코하마에는 곳곳에 아름답게 꾸며진 공원과 강변이 있고 온갖 종류의 박물관이 있다. 또한 눈길을 끄는 곳은 ‘커피의 대학원’이라는 이름의 커피하우스다. 이곳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지역사회에 기부한다. 한쪽 벽면을 가득채운 기부 증서들은 촌스러운 실내장식까지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서빙을 하는 칠순의 할머니의 단골손님이 많은 이곳은 커피의 대학원이자 기부의 대학원이다. 3년마다 열리는 요코하마의 트리엔날레는 도시 전체를 예술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시청과 은행도 예술전시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리를 내준다.

[##_1R|1313169769.jpg|width=”370″ height=”179″ alt=”?”|태앙광과 풍력을 이용한 가로등과 설명문_##]

항구도시 요코하마의 미래 이미지는 배와 항구다. 도시 곳곳에 배와 항구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이는 개항 150주년을 맞는 요코하마의 진취적인 테마인 ‘출항’과 맞닿아 있다. 요코하마는 미래 환경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도시의 가로등은 태양광과 풍력발전 장치를 통해 빛을 낸다. 아스팔트는 지구온난화를 불러오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요코하마는 온도를 내릴 수 있는 도로포장법을 개발하여 이를 시행하고 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이날의 강연내용을 ‘엉터리 작업’이라고 말했다. 하루 동안 요코하마 곳곳을 살펴본 뒤 그 내용을 사진자료와 간단한 코멘트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지역에 오래 살면 주변에 익숙해져서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지만 낯선 이가 처음 보는 신기함에서 새로운 발견이 있고 이를 기록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날 강연에는 좋은시장학교, 행복설계아카데미, 소셜디자이너스쿨 수료생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빛내 이러한 노력들이 결코 엉터리가 아님을 증명해주었다. 박원순의 ‘한눈에’ 시리즈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요코하마에서 배우는 10계명

제 1계명 도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 2계명 과거를 현재와 미래의 도시를 엮는 올로 사용하라
제 3계명 늘 미래로 향한 시각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라.
제 4계명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확대하라
제 5계명 전체 도시의 균형과 화합을 고려하라.
제 6계명 공무원에게 장기근무를 허하라.
제 7계명 인간적인 도시를 꿈꾸라. 도시의 시스템과 시설은 모두 인간을 위한 것이다.
제 8계명 생태적인 도시야말로 21세기 도시 비전이다.
제 9계명 창의, 문화와 예술은 도시적 삶의 활력의 원천이다.
제 10계명 도시의 주민들이 도시 디자인과 도시 발전의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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